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전국 대학리그 (8)
바랑기안의 1학년 수석 볼리 볼라슨.
그는 콜로세오를 향해 선언했다.
여기서 제일 쎈 놈 나와! 뭐 이런 것이다.
마침 그가 있는 구역은 양측 학교의 1학년들이 식사하는 구역이었기에 도발 대상은 명확했다.
또한 타 학교의 1학년을 상대로 본교의 2, 3학년들이 나서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었기에 콜로세오에서도 1학년이 나설 수밖에 없다.
‘좋아.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나올 수는 없겠지.’
볼리 볼라슨은 더운 콧김을 뿜어내며 팔짱을 꼈다.
누가 나오든 이길 자신이 있다.
눈앞에 있는 저 산쵸는 한때 자기보다 강했지만 지금은 아닐 것이다.
놈이 황도의 평화로움에 젖어 수련을 게을리 하는 동안 이쪽은 북부의 가혹한 환경에서 쉼 없이 훈련을 했으니까.
돈키호테가 출신인 튜더는 강하다고 듣긴 했지만 그래 봤자 규칙과 판례가 엄격한 스포츠나 친선대련, 기타 공식적인 행사들에 한해서일 뿐.
이렇게 즉흥적으로 벌어지는 길거리 대결 경험은 별로 없는 애송이에 불과할 것이다.
바스커빌가의 삼형제는…… 솔직히 부담스럽긴 했지만 일대 일 싸움이라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르누이? 독이나 가지고 장난칠 줄이나 아는 저 비리비리한 녀석은 애초에 대전 상대로 꼽지도 않았다.
그리고 싱클레어와 비앙카의 존재는 오히려 볼라슨의 투지를 더욱더 맹렬하게 타오르게 하는 대상이다.
‘절대 남녀공학이 부러운 것이 아니야. 절대로!’
지금 이 적의(敵意)에는 남학교의 설움이나 부러움 같은 사적인 감정 따위는 전혀 개입되지는 않았다.
볼라슨은 그렇게 자신할 수 있었다.
……한데?
모두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인다.
제일 쎈 놈 나오라는 볼라슨의 요구에 콜로세오 아카데미 학생들의 시선이 여러 군데를 거쳐 최종적으로 고정된 곳은 튜더가 있는 곳도, 산쵸가 있는 곳도, 바스커빌가의 삼형제가 있는 곳도, 그르누이가 있는 곳도, 싱클레어가 있는 곳도, 비앙카가 있는 곳도 아니었다.
비키르. 한쪽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는 남학생.
그는 이쪽의 일에 완전히 무관심한 상태로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제 바스커빌 7식을 완벽하게 습득했다. 소드마스터에 오른 뒤부터 일곱 번째 이빨도 여섯 번째 이빨에 필적할 만큼 크게 자라났어. 그렇다면 이제 8식, 여덟 번째 이빨이 날 차례인가.’
그것은 현재 이르러 있는 소드마스터의 경지 그 이상으로 도약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8번째 이빨은 죽음의 문턱에서 자라난다’는 내용이 있었지. 이는 죽음의 고비에 이를 정도로 처절한 싸움을 겪어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수라장이라면 비키르 역시도 지겹게 겪어 보았다. 사선(死線)을 넘는 것은 비교적 자신 있는 일이다.
지금껏 영혼에 배였던 피 냄새, 수많은 업보와 경험치들이 8식의 벽을 뚫을 때 비료의 역할을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비키르의 생각은 그쯤에서 중단되었다.
볼라슨이 비키르의 앞으로 걸어와 입을 연 것이 그때쯤이었기 때문이다.
“어이, 친구. 네가 콜로세오의 1학년 수석이냐?”
“?”
비키르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 앞으로 굵고 커다란 무언가가 놓였다.
…쾅!
그것은 바로 볼라슨의 팔뚝이었다.
볼라슨은 거두절미하고 짧게 말했다.
“팔씨름 한판 어떠냐? 마나 없이.”
명색이 명문 아카데미의 학생들인데 길거리에서 난투극을 벌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정식으로 결투 신청을 하자니 대회를 앞두고 인명피해가 일어나게 되면 이래저래 귀찮을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래서 바랑기안의 전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힘겨루기 방식은 주로 ‘씨름’과 ‘팔씨름’이었다.
공간이 넓고 주변에 모래판이 있다면 씨름, 공간이 협소하고 지형도 여의치 않다면 팔씨름으로 힘을 겨루는 것이 바랑기안의 문화였다.
“…….”
비키르는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볼라슨의 커다란 손이 어서 덤벼 보라는 듯 까닥까닥 도발을 걸고 있었다.
“왜? 쫄았나? 곱상하게 생겨서는.”
“…….”
“무서우면 그냥 무섭다고 말해도 좋다. 나는 패자를 경멸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
“다만 너와 같은 녀석이 수석으로 있는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수준에 새삼 감탄하게 되기는 하겠지. 하하하-”
볼라슨은 계속해서 도발을 걸고 있었다.
그때.
“그만들 하세요.”
중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2층 계단에서 내려온 돌로레스가 1학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콜로세오의 성녀 돌로레스는 바랑기안의 전사들도 존중하고 있는 인물이기에 볼라슨 역시도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보인다.
돌로레스는 딱 잘라 말했다.
“대회 전 학교 간의 분란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신경전은 여기까지 하시고 다들 대회를 위해 일찍 취침하세…….”
“잠깐만.”
그때, 돌로레스의 말을 끊는 목소리가 하나 더 있었다.
쥐라기오 바키라가. 바랑기안의 정점.
그가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돌로레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것은 학교 간의 분란이라기보다는 혈기왕성한 새내기들끼리 벌이는 작은 해프닝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은데?”
“바키라가 씨.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지는 잘 알겠지만…….”
“막말로, 이런 소란이라도 없으면 데면데면한 사이끼리 어떻게 친해지나? 원래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안 된다면 안 됩니다.”
“어허- 하지만 내 후배는 지금 자신의 힘을 증명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 상태라고. 그것은 콜로세오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그 말에 돌로레스는 고개를 돌렸다.
친구가 면전에서 모욕당하는 것을 들은 튜더와 산쵸 등이 벌써부터 씩씩거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회장의 권위를 이용해 고압적으로 명령해서 물러나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후배들의 마음이 많이 상하게 될 것이다.
작게 한숨을 내쉬는 돌로레스에게 바키라가가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러지 말고, 우리가 입회인이 되어서 참관하면 어떻겠나? 팔씨름 정도야 뭐 어떻겠냐는 말이야. 대회 전 승부욕을 고취시키는 작은 여흥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말하는데야 돌로레스 역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승부를 빼면 대회 전 콜로세오 새내기들의 사기가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고가 벌어질 기미가 보이면 즉각 개입해서 중단시킬 거예요.”
“암. 그 전에 내가 먼저 중단 선언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나는 보기보다 조심성이 많거든. 후배들의 건강에 관련된 문제라면 말이야.”
두 학교의 회장이 합의에 이르렀다.
바로 자리가 치워지고 장소가 마련되었다.
돌로 만들어진 원탁의 테이블에 비키르와 볼라슨이 마주앉았다.
“후후. 팔뚝 한번 가녀리구나. 귀족가 영애의 팔이라고 해도 믿겠어. 이거 잡아도 되나 모르겠군? 부러질까 봐.”
“…….”
비키르는 별다른 대꾸 없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이윽고, 두 남자의 손이 한 데 마주 잡혔다.
…꾸욱!
서로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볼라슨의 표정이 변했다.
“헛쭈? 제법……”
“…….”
비키르는 여전히 말이 없다.
이윽고, 심판을 맡은 피기가 호루라기를 힘껏 불었다.
동시에, 볼라슨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기합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아아앗!”
그 기합에 주변의 유리잔이 흔들릴 정도였다.
바랑기안의 남자들이 웃퉁을 까고 볼라슨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 가라 1학년 짱!”
“곰도 목 졸라 죽이는 네 괴력을 보여 줘!”
“그냥 콱 부숴 버려라!”
관중들의 함성이 뜨겁게 폭발했다.
……하지만.
“흐아아아아아아앗!”
“…….”
“그어어어어어어업!”
“…….”
“끼요오오오오오옷!”
“…….”
볼라슨의 기합소리는 아까부터 요란할 뿐, 정작 판 위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비키르의 팔과 볼라슨의 팔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저 볼라슨의 팔뚝에 돋아난 핏줄만이 불판 위에 던져진 뱀처럼 계속해서 펄떡펄떡 꿈틀거리고 있을 뿐.
‘이, 이 자식 왜 안 넘어가!?’
볼라슨은 계속해서 힘을 쥐어짜 팔뚝에 때려 넣고 있었다.
하지만 비키르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할 뿐 제 자리에서 끄떡도 하지 않는다.
“허억! 헉! 흐극!”
볼라스는 이제 아예 눈이 풀려 있었다. 시뻘개진 얼굴은 침과 콧물, 땀으로 뒤덮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키르는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둘의 손은 여전히 팔씨름판의 중앙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을 뿐.
“…….”
비키르는 눈앞에서 벌개진 얼굴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볼라슨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볼라슨은 힘이 다해 손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이 중앙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밀어도 안 움직이고 당겨도 안 움직인다. 놓아 주지도 않아서 손을 뺄 수도 없다.
비키르는 애초에 이길 생각이 없는지 팔을 중앙에 고정시켜두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볼라슨은 마치 거대한 산을 손으로 밀고 있는 듯한 착각에 아연실색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튜더와 산쵸가 속 시원하다는 듯 킥킥 웃었다.
“나도 처음에 비키르와 납달리를 할 때 저런 느낌이었지.”
“맞다. 그때 저 녀석의 힘을 처음 겪어 봤었지. 상식 외였어.”
이윽고.
바랑기안와 콜로세오 학생들의 모든 이목이 집중된 이 자리에서.
“……져, 졌다.”
한참을 낑낑거리던 볼라슨이 결국 패배를 시인했다.
지금까지 뜨겁게 응원을 하던 바랑기안의 학생들은 어안이 벙벙한 기색으로 서로를 쳐다볼 뿐이다.
“뭐야? 볼라슨이 진 거야?”
“안 넘어갔는데 왜 져? 팽팽했잖아?”
“볼라슨! 이 근성 없는 놈아! 무승부인데 기권하면 어떡하냐!”
“너도 못 넘겼지만 저놈도 못 넘겼잖아! 좀만 더 버텼으면 이길 수 있었어!”
그러자 야유를 받는 볼라슨은 이를 꽉 깨물었다.
‘이것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겉보기에는 무승부로 끝난 것 같지만 아니다.
비키르는 딱히 이길 생각이 없어서 이쪽을 봐준 것이다.
그리고 팔씨름에서 봐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대체 힘이 얼마나 센 거야?’
볼라슨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팔씨름에서는 이기는 것보다 봐주면서 무승부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만이 상대방의 강약에 따라 팔의 위치를 중앙에 고정시킬 수 있게 만들어 줄 테니까.
볼라슨이 식은땀을 흘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비켜! 차라리 내가 도전한다!”
“힘으로만 따지면 볼라슨보다 내가 낫지!”
“팔씨름 한정이라면 내가 더 세!”
“나도! 나도 도전해 볼래!”
“여기서 내가 저 녀석을 이기면 볼라슨보다 강한 것 인증하는 거 맞지?”
“2학년도 받아 주냐?”
“나는 3학년인데 역시 좀 그렇겠지?”
볼라슨이 허무하게 기권을 선언한 것에 화가 난 바랑기안의 다른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을 서라.”
비키르는 흔쾌히 그들 모두의 도전을 받아 주기로 했다.
‘……이거, 옛날 생각나는군.’
누구의 말마따나, 작은 여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