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생존 대회 (1)
본격적인 대학 리그의 날이 밝았다.
콜로세오, 바랑기안, 테미스퀴라의 참가자들이 마탑의 문을 두드렸다.
마탑의 정문은 노크를 하자마자 저절로 벌어져 열렸다.
마치 생물체가 입을 벌리는 듯한 광경이었다.
“……와아.”
탑의 안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마탑은 밖에서 볼 때는 높고 협소한 건축물에 불과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실로 장관이 따로 없다.
층마다 드넓은 숲과 호수, 바다, 사막, 용암이 흐르는 협곡과 눈보라 몰아치는 설산들이 존재했다.
천장에는 수많은 별들이 모여 별자리를 이루고 있었고 그것들이 모여 거대한 은하수를 흐르게 만든다.
벽을 타고 흐르는 폭포 소리가 차갑다.
물방울들이 주변의 버섯을 때릴 때마다 영롱한 음악소리가 들렸고 빛을 내는 반딧불이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졸졸졸 흘러 내려온 시냇물이 발가락 사이를 시원하게 흘렀다.
그것은 어느덧 무릎, 허리, 어깨, 머리끝까지 차올라 모든 공간을 삼켜 버렸다.
처음에는 물에 빠질까 허우적거리며 당황했던 학생들도 어느덧 침착함을 되찾고 그저 현상을 즐기기 시작했다.
‘마법의 물’, 이 또한 대회에서 우승할 시 받을 수 있는 아티팩트들 중 하나이다.
이 신비로운 물은 마시거나 손발을 담글 수 있으면서도 안에 머리를 넣었을 때 젖지 않았고 숨을 쉴 수도 있었다.
“와, 이것 봐! 옷이 하나도 안 젖었어! 보송보송해!”
“숨도 쉬어지고 말소리도 또렷하게 들리네. 신기하다-”
“그러면서도 물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은 확실해!”
학생들은 이 신비한 공간 속에서 헤엄치며 숲과 산, 사막과 화산, 바다와 사막, 협곡과 은하수 사이를 유영하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새로운 공간들, 특이한 지형들, 신비로운 자연현상들이 학생들 앞에 드러난다.
공간의 법칙을 왜곡하여 서로 다른 장소를 접붙여 놓은 마도의 정수, 이것이 마탑의 실체였다.
* * *
생존 시합이 벌어지기 전. 각 학교의 대표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절차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대회가 이루어질 맵을 선정하는 것이 최우선.
용암지대(인페르노 헬)/화산(샤를페로 대분화구)/사막(유우니)/밀림(적과 흑 산)/설산(토치카 요새)/바다(가혹한 바다)/폐광(잊혀진 땅)/……
다양한 지형들이 대회 장소로 제시된다.
그리고 각 학교의 대표들은 내심 원하는 지형이 따로 있었다.
바랑기안의 대표 바키라가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설산을 원했다.
“북부인들은 추위에 강하지. 얼음은 요, 눈은 이불이나 다름없다.”
테미스퀴라의 대표 러브굿은 바다를 원했다.
“남쪽 사람들은 바다에 익숙하니까. 별 이유는 없어.”
마탑의 대표 호헨하임은 용암지대를 원했다.
“나의 특기가 불과 용암을 만들어 내는 마법이기 때문이지. 후후후-”
그리고 이내, 콜로세오의 대표 돌로레스의 차례가 되었다.
“…….”
한데? 돌로레스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지금 어제 여인숙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비키르에 대해서!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힘이 셀 수 있을까? 남자들은 뭔가가 다른가? 하지만 그렇게 체급이 차이 나는데?
돌로레스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총 세 번의 대학리그를 경험 중이었고 바키라가와 힘으로 맞서는 남학생을 처음 보았다.
그것도 콜로세오의 1학년이 말이다.
‘중간고사에서 거두었던 성적도 그렇고, 밴시 교수에 필적할 정도의 지식도 그렇고, 거기에 수상한 벌점 기록까지…….’
순간, 돌로레스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혹시 아카데미에 정체를 숨기고 입학했다는 황족이……?’
모두가 그냥 루머라고만 치부하는 이 찌라시가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말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데. 에이, 그건 아닐 거고.’
돌로레스가 비키르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봐, 성녀.”
옆에 있던 바키라가가 돌로레스를 불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하나?”
“아, 죄송해요. 어제 있었던 팔씨름 시합 생각을 좀.”
돌로레스가 자세를 바로 하자 바키라가가 짓궂은 미소로 씩 웃었다.
“남자친구가 예상외로 힘이 세니까 어떻던가?”
“……네?”
“거, 학교 다니면서 3년 내내 솔로인 것 같길래 남자에 관심이 없나 했지. 알고 보니까 남자 보는 눈이 굉장히 까다로웠던 것이로군. 그래, 그 녀석 정도면 충분히 합격점이었겠지.”
“네? 아니 그게 무슨…….”
“엇? 비밀연애였나? 하하하- 이거 내가 눈치가 없었군. 캠퍼스 커플이면 그럴 수 있지. CC라, 좋을 때야.”
바키라가는 껄껄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돌로레스는 순간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닫고 그 오해를 정정해 주려고 했지만.
차르르르륵……
맵을 선정하는 돌림판이 돌아가기 시작했기에 그럴 수 없었다.
이윽고.
…철커덕!
돌림판이 멎었다.
중앙의 화살표가 오늘 대회가 이루어질 맵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
“…….”
“…….”
“…….”
바랑기안의 바키라가, 마탑의 호헨하임, 테미스퀴라의 러브굿, 콜로세오의 돌로레스.
4인의 학생 대표 모두의 표정이 한꺼번에 찌푸려졌다.
밀림(적과 흑 산)
모두에게 골고루 최악인 맵이 오늘의 대회 맵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 * *
한편.
각 학교의 대회 실무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둥그런 원탁의 북쪽. 땅딸막한 몸집에 북슬북슬한 수염, 물소 뿔이 돋아난 투구를 쓴 근육질 사내가 앉아 있었다.
남쪽에는 등과 허리에 활과 칼을 찬 여장부 하나가 다리를 외로 꼬고 있다.
동쪽에는 백발의 머리에 흰 눈썹과 흰 수염을 길고 풍성하게 늘어트린,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체구의 노인이 앉았다.
각각 바랑기안의 부소장 ‘바실리오스’, 테미스퀴라의 교장 ‘히폴리테’, 마탑의 탑주 ‘흰긴수염고래’이다.
그리고 원탁의 서쪽에는 검은 장발에 우묵하고 깊은 눈을 가진 중년 사내가 입을 다물고 앉아 있었다.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교감 ‘밴시’ 교수였다.
마탑의 탑주 ‘흰긴수염고래’가 입을 열었다.
“허허허- 금년도 대회를 우리 마탑에서 치르게 되어 영광이오. 먼 길까지 발걸음을 해 주신 책임자 분들께 감사를 표하는 바이오.”
그는 바랑기안과 콜로세오의 대표자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한데 어쩐 일로 부소장님과 교감 선생님께서 오셨습니까? 소장님과 교장 선생님은 자리에 안 계셨나요?”
왜 최고 책임자가 오지 않고 두 번째 서열이 왔느냐는 질문이었다.
그 말에 바실리오스 부소장은 난색을 표했다.
“저번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소장님께서는 아직 회복 중이십니다.”
“저런. 그 ‘미스 우로보로스’인지 뭔지 하는 빌런 때문이군요.”
마탑주 흰긴수염고래는 손가락을 뻗어 허공에 대고 한번 그었다.
그러자 눈앞에 신문기사 한 장이 뿅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속보] 밤의 사냥개. 끝 간 데를 모르는 악행!?-(※본 기사는 정정된 기사입니다)-
-사상 최악의 빌런 ‘밤의 사냥개’‘미스 우로보로스’가 또다시 독니를 드러냈다.
지난 새벽, 황도로 수학여행을 온 바랑기안 훈련소의 학생들이 ‘밤의 사냥개’‘미스 우로보로스’에게 습격을 당해 큰 피해를……
경상자가 00명, 중상자가 00명…… 그 중에는 바랑기안의 훈련소장 ‘……’ 역시도 포함되어……
한편 현장에 남겨져 있던 유일한 증거품인 ‘깨진 보드카 병’에서는 아무런 지문도 검출되지 않……
그것은 과거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신문부 ‘류케이온’에서 발행했던 신문이었다.
기사의 말마따나 바랑기안은 예전에 한번 의문의 괴한에게 테러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뒤늦은 수사 결과 바랑기안을 습격했던 존재는 밤의 사냥개가 아니라 미스 우로보로스로 밝혀졌으며 그 습격 원인도 원한 관계에 의한 면식범의 소행으로 밝혀진 바 있었다)
이 싸움에서 바랑기안의 훈련소장이 큰 부상을 입었기에 오늘 이 자리에는 바실리오스 부소장이 소장 대행으로 대신 참여한 것이다.
한편.
“본교의 교장 선생님께서 오시지 못한 이유는…….”
밴시 교수가 막 입을 열어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철커덕!
돌림판이 돌아가는가 싶더니 맵이 확정되었다.
적과 흑 산의 수해. 이곳이 오늘 4개 학교의 400명이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할 지형이다.
화제가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수해가 대회 맵으로 선정된 것을 보자 모든 학교장들이 나직한 침음을 삼킨다.
“하필 모든 이들이 가장 꺼려하는 맵이 나왔군요.”
“맞습니다. 화산지대나 설산 같은 곳은 식량과 식수를 구하기 어려워도 일단 구하기만 하면 삭풍에 건조시키거나 땅에 묻어두거나 하는 식으로 보존이 가능하지요.”
“그러나 정글은 덥고 습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이 빨리 썩어 버려요. 오염되었거나 독을 품고 있는 것들이 많아 식량과 식수를 구하기도 어렵지요.”
“…….”
이윽고, 400인의 학생들의 얼굴을 담는 커다란 거울이 원탁 위로 떠올랐다.
이 거울은 천 리 바깥에서도 원하는 이의 근황을 볼 수 있다는 전설적인 마도구 ‘여벌의 눈’으로 과거 마탑주 ‘흰긴수염고래’가 대학 리그에서 우승하여 받은 상품이었다.
모두가 흰긴수염고래의 아티팩트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오. 마탑의 ‘여벌의 눈’은 언제 봐도 신비스럽습니다.”
“이 안에 모든 학생들의 모습이 다 보이는군요.”
“400명이 뭘 하고 있는지 눈앞에 있는 듯 훤히 다 지켜볼 수 있지요.”
“…….”
밴시 교수는 이번에도 팔짱을 낀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각 학교의 장들은 각자 자기 학교의 학생들을 지켜보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래, 이번 대회의 우승후보들은 누굽니까?”
“그야 바랑기안의 ‘바키라가’, 테미스퀴라의 ‘러브굿’, 마탑의 ‘콧대높은 똘똘이’, 콜로세오의 ‘돌로레스’가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 아이들이 재작년과 작년의 대회에서 동년배들 중 성적이 가장 좋았지요. 아마 높은 확률로 그 아이들이 아티팩트를 받아가겠군요.”
“…….”
하지만 여전히 밴시 교수만은 말이 없다.
다만 그는 다른 곳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다른 학교의 장들이 의아한 기색으로 묻는다.
“밴시 교감 선생님? 어디를 보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콜로세오의 에이스인 돌로레스 양은 저 반대쪽에 위치해 있는데요?”
“지금 보고 계시는 방향은 1학년 아이들이 모여 있는 쪽이지요.”
하지만 밴시 교수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뀔 뿐이다.
“다른 놈 보는 중입니다.”
관심 없다는 듯 차가운 태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