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뒷풀이 (2)
“비키르.”
커튼을 걷고 테라스로 나오는 돌로레스, 그녀가 낮은 어조로 비키르를 불렀다.
그리고 이에 대답하는 비키르의 대답은 언제나 짧았다.
“네.”
돌로레스는 그런 비키르의 얼굴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난간에 기대어 있는 비키르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고마워.”
“무엇이 말입니까?”
“……그냥. 전부 다.”
돌로레스가 이번에 랭킹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엄밀히 보면 비키르의 덕이다.
대회 초중반부에 호헨하임과 바키라가를 한 곳으로 유인해 서로 맞붙게 해서 전력을 소모시켰으며 결정적으로 호헨하임을 잡아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비록 대회 후반부에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 세쌍둥이에게 배신당해 탈락하지만 않았어도 비키르는 5위권 안쪽을 노려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돌로레스는 말했다.
“바스커빌가의 세쌍둥이만 아니었어도 네 랭킹이 훨씬 더 높았을 텐데.”
“이미 끝난 일입니다.”
“……너는 언제나 냉정하구나. 미련과 아쉬움이라는 게 없어 보여.”
돌로레스는 그런 비키르의 두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뭘까?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 본 듯한 이 친숙함은.
그녀는 다시 한번 말을 이었다.
“아까 내가 고맙다고 한 것은 단순히 이번 대회 일만을 말한 게 아니야.”
“그렇습니까?”
“그래.”
돌로레스는 손으로 턱을 괸 채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난간에 기대어 비키르를 비스듬히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참 신기해. 어디서 이런 후배가 들어왔는지.”
“평범한 신입생일 뿐입니다.”
“평범한 신입생이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에 필기는 교수님들에 버금갈 정도의 성적을 내나? 1학년인데도 3학년들을 꺾고 대회에서 랭커가 되고?”
“운이 좋았습니다.”
태연하게 대답하는 비키르의 말에 돌로레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콜로세오 아카데미는 학생, 교수, 직원들을 포함하여 약 2만 명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거대 공동체이다.
세간에 천재라 자부하는 이들이 모두 모여들고 있는 곳이니만큼 재인(才人)들도 많고 기인(奇人)들도 많다.
비키르의 업적을 열거하자면 정말 대단하기는 하지만 아카데미의 다른 고인물들에 비하면 딱히 눈여겨볼 정도는 아니었다.
당장 돌로레스만 해도 1학년 시절부터 비키르가 했던 것 정도의 업적을 이뤄내며 이 자리까지 왔으니까.
또한 그녀의 오랜 라이벌이었던 호헨하임, 바키라가, 러브굿 등의 새내기 시절은 더욱더 화려했었다.
더군다나 새내기인 그녀를 받았던 2학년, 3학년, 4학년 선배들은 지금 더 높은 자리에서 더욱 더 대단한 업적을 세워 가고 있었다.
비키르는 그 점에 중점을 두며 말을 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만났던 바키라가나 호헨하임, 러브굿 역시도 대단한 인재들이었습니다. 확실히 ‘전설의 학번’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더군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이 감탄은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다. 20대의 나이에 그래듀에이터, 혹은 4클래스에 오르기는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니까.
물론 비키르가 18살의 나이에 소드마스터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세상의 반응이 꽤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한편.
돌로레스는 비키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네 말이 왜 변명하는 것처럼 들릴까?”
“……?”
“자신의 비범함을 감추고 평범함으로 포장하기 위해서 말이야.”
돌로레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포장하기 바쁜데, 너는 참 특이해. 있는 것도 숨기기 바쁘지.”
“…….”
“누군가 너를 알아봐 주는 게 싫은 거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말투가 꼭 군인 같네.”
돌로레스의 말에는 비키르의 출신과 정체에 대한 호기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
“활 솜씨가 대단하더라. 대회에서 다른 아이들을 잡고 다니는 것 봤어. 거의 대부분이 유탄에 의한 샷이라 수치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그저 운이 좋았던 것입니다.”
“……그건 그런 것 같긴 하더라. 숲은 어두웠고, 또 바위나 통나무에 맞고 튕겨서까지 적을 피격할 수 있는 활의 고수는 세상에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운도 실력이야. 튜더와 산쵸, 피기를 은밀히 지원사격 해 준 사람도 너였지?”
“동기들이 잘해 주었기에 그렇습니다.”
“바스커빌가의 세쌍둥이 말이지? 맞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들이지.”
돌로레스는 돌아서 비키르를 바라보았다.
“근데 왜 그럴까?”
“……?”
“나는 왜 네가 바스커빌가의 세쌍둥이들 뒤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일까?”
그 말에 비키르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한 명만 그렇게 지켜보시면 당연히 특이하게 보일 수밖에 없…….”
“아니. 너는 특별해. 그게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든 그렇게 내 눈에 띌 리가 없어.”
돌로레스는 다시 한번 강하게 말했다.
“요즘 내 눈에는 어딜 가든 너만 보인단 말야. 그런 네가 결코 평범한 사람일 리 없잖아.”
“…….”
“말해. 너는 무엇을 숨기고 있지?”
비키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왼쪽 손목에서는 새끼마담이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비키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제거할까요 마스터?’라고 묻는 듯한 기색으로.
비키르는 새끼마담을 꾹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돌로레스가 비키르에게로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 황태자지?”
……?
비키르는 잠시 멍해졌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람?
비키르가 가만히 있자 돌로레스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현 제국의 황제 폐하는 슬하에 자식이 없으시지. 다들 사고로 돌아가셨으니까.”
“…….”
“하지만 단 한 명의 사생아가 생존해 있고 그가 이곳 콜로세오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는 소문이 있어.”
“…….”
“그게 너 아니야?”
비키르 역시도 그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회귀하기 전에도 돌았던 소문이고 끝내 진위여부는 증명되지 않았던 것인지라 신경을 끄고 있었기도 하다.
그런 비키르의 생각을 알 리 없는 돌로레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황제 폐하께서는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계시지. 만약 네가 그분의 피를 이어받았다면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그것으로 미래의 시험문제나 사건 사고들을 예견하고 있다면 지금의 업적들도 다 이해가…….”
“그만.”
비키르는 돌로레스의 헛다리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결백을 주장했다.
“저는 황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거짓말.”
“제 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전지전능하신 룬 앞에 맹세합니다.”
비키르의 단호한 말에 돌로레스의 시선이 흔들렸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비키르는 아버지인 휴고의 명예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기에 아무데나 걸 수 있었다.
한편 돌로레스는 비키르의 대답이 석연치 않았는지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 마음의 문을 열어 줘! 네가 누군지 알게!”
돌로레스는 비키르의 영혼을 읽고 싶어 했다.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의 문을 어느 정도는 열어 놓고 있는데 비키르만큼 그 문을 꼭꼭 닫고 걸어 잠그기까지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으니까.
물론 비키르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안 될 일이었다.
오시리스가 세트의 하수인들을 모조리 가문 내에서 축출한 지금 바스커빌가의 신분을 들키는 것이야 큰 상관은 없다 쳐도…….
‘그렇게 되면 밤의 사냥개의 정체도 들키게 되니까.’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머릿속에 생각해둔 계획대로라면 아직은 약간 이른 시기.
‘……머지않은 일이다.’
바스커빌가의 사냥개. 밤의 사냥개. 그 정체가 밝혀지게 되는 순간 거대한 파국이 찾아올 것이다.
비키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돌로레스는 그 모습을 보며 원인 모를 초조함에 입을 벌렸다.
“뭐라고 대답 좀…….”
바로 그때.
“……개방하라! 개방하라!”
“……할 권리를 달라!”
“……자유를!”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머물고 있는 여인숙 바깥 울타리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수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
돌로레스는 뭔가 싶어 잠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콜로세오의 교수들이 쩔쩔매며 막고 있는 인파.
실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우글우글 모여 여인숙에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야광봉에 피켓을 들었고 머리에는 붉은 띠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제일 선두에 있는 이는 돌로레스도 익히 아는 얼굴이다.
“……메를리니 러브굿?”
테미스퀴라 여대학당의 학생회장.
그리고 그녀가 이끌고 있는 이들은 모두 테미스퀴라 여대학당의 학생들이다.
그녀들은 콜로세오의 교수들을 거세게 밀어젖히며 투쟁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찾겠다!”
“자 다들 모여! 뭉쳐!”
“인간은 숭고한 목표를 위해 단합하는 것! 그것이 동물과는 다른 것!”
그녀들은 정의의 투사가 되어 말 그대로 교수들과 격돌하고 있었다.
돌로레스는 테라스 난간을 잡고 좀 더 귀를 기울였다.
테미스퀴라 여대학당.
고고하고 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학풍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머리를 잔뜩 풀어헤치고 달려드는 그녀들의 모습은 성난 야수와도 같았다.
“무슨 일입니까?”
비키르가 자연스럽게 바깥쪽으로 화제를 돌리자 돌로레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잘 안 들리네.”
수많은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는 서로 겹쳐 뭉개져 들렸다.
돌로레스가 들을 수 있는 단어는 ‘자유’, ‘사랑’, ‘기회’, ‘평등’ 같은 인류애적 가치였다.
“…….”
하는 수 없이 돌로레스는 성력을 이용해 귀를 트였다.
그러자 마구잡이로 쏟아져 들어오던 소음들이 하나하나 분리가 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어린 양의 고해성사를 듣듯 그녀들의 열띤 감정까지도 고스란히 전달되기 시작했다.
“우리도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뒷풀이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
“다 필요 없다! 비키르만 보여 줘라!”
“우리도 비키르를 축하해 주고 싶다!”
“콜로세오 아카데미는 뒷풀이를 타 학교 학생들에게도 개방하라! 개방하라!”
“뒷풀이 같이 해요! 비키르 씨!”
“기쁨은 나누면 두 배라잖아요!”
“마도열차에서 섹시크한 모습 보고 반했어요!”
“오빠아아! 이대로 헤어지기 싫어!”
“오빠라니! 우리보다 다섯 살은 어려!”
“몰라 잘생기면 다 오빠야! 꺄악-”
테미스퀴라 여대학당의 학생들이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뒷풀이에 끼고 싶어 하는 듯하다.
언제부터 품어 왔던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
“뭐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어? 어…….”
돌로레스는 난간을 잡은 손을 떼며 애써 등을 돌렸다.
“그게…….”
돌로레스는 황급히 일어나며 대답했다.
“오, 온수가 안 나온다고 하네! 내가 가 봐야겠어! 너도 늦었으니 이만 자!”
그렇게 그녀는 어디론가 황급히 뛰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