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칼침의 무덤 (5)
‘도사리는 매복치’, 바스커빌가 검술의 궁극.
이것이 아홉 개의 이빨을 그리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스커빌 제 구식(九式).
만약 익스퍼트와 그래듀에이터의 경지에 상중하의 고저가 있는 것처럼 소드마스터에게도 이러한 나눔이 있다면…… 그렇다면 이것은 소드마스터 상급의 경지에 있는 존재만이 시전할 수 있는 검술이다.
각각 박아 넣고, 붙들고, 뜯어내고, 자르고, 토막 내고, 절단하고, 짓이기고, 다지고, 으깨는 아홉 개의 이빨들이 온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것은 현세에 존재하는 그 어떠한 검술보다도 대단했으며 파괴적이었다.
‘포식자의 살의’라는 것이 이보다 더 생생하게 피부 밑을 저며 들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멸망의 시대를 살아온 백전노장 비키르조차도 처음 겪어 보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이런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니, 그것도 인간 중에!’
검사(劍士), 같은 길을 걸어가는 구도자로서의 경탄.
그것은 피아의 구분을 떠나 순수하게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냥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케인코르소가 시전한 바스커빌 9식은 찰나를 찰나로 쪼개 버리며 이쪽을 향해 밀려들어오고 있었으니까.
이 급박한 칼날의 폭풍 속에서, 비키르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폭발시켰다.
바스커빌 7식.
감정을 버리고 6식에 오른 뒤 천신만고 끝에 다시 되찾은 감정으로 오른 지고의 경지.
비키르는 칼끝을 휘저어 일곱 개의 이빨을 만들어 냈고 그것으로 눈앞의 아홉 이빨에 맞섰다.
철혈검가의 사냥개가 온 힘을 다해 괴물에게 맞선다.
그 결과는.
…콰쾅! 우지지지직!
당연하게도 비키르의 패배였다.
7식과 9식이 맞붙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비키르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거대한 이빨괴물의 아가리 속에 한 점 고기조각이 되어 떨어진 듯한 고통.
그것은 뻘늪 수렁도룡뇽의 재생력 따위로 견뎌내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의 데미지였다.
그때.
“……!”
비키르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무언가를 붙잡았다.
그것은 생존본능, 지고의 영역에 들어온 뒤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절박함의 한 자락이었다.
소드마스터가 언제 이런 경험을 느껴 보겠는가. 거대한 공포와 폭력 앞에 무력하게 스러지는 경험을 할 기회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본인이 아무것도 아닌, 그저 하찮은 파리목숨임을 자각했을 때.
…번쩍!
비키르의 검술에 변화가 일어났다.
바스커빌 제 팔식(八式), 처절한 생존욕구, 삶에 대한 갈망, 극도의 실전경험이 받쳐 줘야 하는 단계.
감정을 잃었다가 되찾은 이가 삶에 대한 애착을 지니게 되었을 때, 비로소 8식의 문이 열린다.
비키르는 칼을 휘둘러 여덟 번째 이빨을 그려냈다.
아직은 작지만 분명하고 또렷한 8식이었다.
동시에. 9식과 8식이 맞붙어 서로 상쇄되었다.
그리고.
…푸욱!
케인코르소가 길게 뽑아낸 이빨 한 자루가 비키르의 몸을 대각으로 파고들었다.
콰쾅!
결국 비키르는 무력하게 내팽개쳐졌고 칼침의 무덤 외곽에 파묻혀 버렸다.
[…….]케인코르소. 소드마스터 상급. 아니, 최상급. 바스커빌 9식의 경지에 올라 있는 절대자.
그는 자욱하게 솟아오르는 흙먼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어둠으로만 가득했던 케인코르소의 안와 속에 다시금 이채가 번뜩였다.
저벅- 저벅- 저벅-
바스라지는 아우라와 불똥, 칼날의 파편이 눈처럼 내리고 있는 아래로 비키르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츠츠츠츠츠-
비키르의 몸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거의 절단에 가까울 정도로 깊은 칼자국이 놀라운 속도로 아물어지고 있었다.
인간을 한참 전에 초월한 재생력.
그것은 재생력을 특기로 삼는 어지간한 고위 마물들조차도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회복속도였다.
[……바실리스크인가.]케인코르소는 비키르의 능력을 한눈에 꿰뚫어보았다.
비키르는 걸음을 멈췄다.
/ 송곳
-1슬롯: 맹독 -마담 여덟다리(S)
-2슬롯: 불가살이 -바실리스크(S)
-3슬롯: 사일런스 힐 -무슈후슈(A+)
‘칼침의 무덤에 들어오기 전 바실리스크의 시체를 발견했던 것이 행운이었다.’
비키르는 소금에 파묻혀 절여져 있던 바실리스크의 미이라를 흡수하여 그 재생력을 본인의 것으로 체득했던 바 있었다.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었다. 뻘늪 수렁도룡뇽 따위의 재생력으로는 케인코르소의 일격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까.
여하튼.
마검 바알제붑의 능력으로 인해 비키르는 죽음을 면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상위의 경지를 밟을 수 있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 바로 ‘팔식의 심득’.
소드마스터가 된 이들은 으레 목숨을 건 싸움을 할 일이 별로 없게 되는데 여기서 바로 정체가 발생한다.
[지고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고도 검을 처음 잡던 시절과 같은 마음으로 쉬지 않고 계속해서 부던히 뜀박질을 하는 이만이 얻어가는 것이 있는 법.]케인코르소의 말은 가장 원론적인 것이었고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이었다.
한편, 비키르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케인코르소를 바라보았다.
“도사리는 매복치 검술. 그 검법서를 작성한 것이 당신이었나?”
“그렇다면…….”
비키르가 말끝을 흐리자 케인코르소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검법서를 본 후손에 불과하지. 다만 나는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이것을 익히는 것이 두려워 몇 장의 페이지를 찢어 흩뿌려 놓았다.]“그럴 바에는 그냥 태워 없애버리는 것이 낫지 않았나?”
[검법서 자체를 없앨 용기는 내지 못했지. 그 엄청난 보물을 어찌 감히 내 손으로 없애겠나.]비키르는 케인코르소에게 검법서를 불태워 버렸다는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한편, 케인코르소는 도사리는 매복치 검법서의 완본을 손에 넣은 후손이 나타났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한 모양이었다.
[……역시 인연이 있는 자들끼리는 어떻게 해서든 만나게 되는 것인가.]케인코르소는 대검을 회수했다. 더 이상 비키르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주변을 짓누르던 무거운 중압감도 모두 사라졌다.
비키르 역시 더 이상 싸울 의사는 없었다.
자신은 방금 죽음의 문턱을 밟았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고 이제 막 8식의 경지에 올랐다.
반면 상대는 아주 오래 전에 이미 9식에 오른 몸. 싸워 봤자 상대가 될 리가 없다.
그때, 케인코르소가 말했다.
[어린 호적수이자 혈육이여, 귀여운 조카여. 이리로 와서 네가 원하는 것을 가져가도록 하라.]전과는 다른 순순한 태도였다.
비키르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 철옥좌 뒤의 망령목을 가져가도 되는가?”
[마음대로 해라. 내게는 그저 잡초일 뿐. 이런 것은 마법사들에게나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당신은 이것을 지키려고 여기에 있는 것 아니었나?”
[물론 아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유에서이지. 이 풀뿌리야 뭐, 나보다 먼저 이 탑에 뿌리내리고 있던 선주생물이기에 존중하고 있을 뿐, 딱히 애착은 없다.]비키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윽고, 철옥좌 뒤에 있는 망령목 두 뿌리가 비키르의 손에 들어왔다.
바싹 마르고 단단한, 그러면서도 어딘가 차갑고 습한 기운이 느껴지는 기분 나쁜 묘목이었다.
“…….”
비키르는 고개를 돌렸다.
케인코르소는 언제부터인가 다시 철옥좌에 앉아 있었다.
다만 비키르를 바라보고 있는 호기심 어린 눈빛은 여전했다.
비키르는 케인코르소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육식. 감정을 버려야 오를 수 있는 단계.
칠식. 감정을 되찾아야 오를 수 있는 단계.
팔식. 삶에 대한 애착과 처절한 실전경험이 뒷받침 되어야 오를 수 있는 단계.
사실상 팔식의 경지는 지고의 영역 상층부에 올라 있는 선배가 이끌어 주지 않으면 경험하기 힘든 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혹은 정말로 부던한 노력이 필요하거나.
……그렇다면 구식의 경지는 대체 어디쯤이라는 말인가?
비키르가 혼자서 가만히 생각하고 있을 때, 케인코르소가 말했다.
[9식의 경지가 궁금한가?]정곡이었다.
“…….”
비키르가 침묵으로써 긍정을 표하지 케인코르소는 옅게 미소 지었다.
[너는 아마 살아생전에는 이 경지에 오를 수 없을 것이다.]비키르는 도발인가 싶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케인코르소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말은 정말로 죽어야만 9식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케인코르소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분명 9식의 경지에 오르지 않았던가?
비키르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자 케인코르소는 대검을 놓고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츠츠츠츠츠……
이윽고, 시커먼 아우라가 끓어오른다.
…텅! 터엉!
케인코르소의 두 손을 감싸고 있던 육중한 철장갑이 땅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
비키르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드러난 케인코르소의 손은 뼈와 가죽만 남아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마치 시체의 손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그 결과, 케인코르소는 죽었다. 세상 그 누구도 모르는 외진 곳에서 홀로 쓸쓸히.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그 고독한 죽음의 대가로 수 세기 동안 어떤 인간도 올라 보지 못했던 지고의 핵심에 근접했으니까.
초인의 반열에 오른 고결한 기사가 죽어 화(化)한 존재.
데스 나이트(Death Knight).
그것이 바로 케인코르소의 정체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