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쩐의 전쟁 (4)
“이곳은 본관이 아니라 화장실입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말에 솔트세일 자작의 표정이 멍하게 바뀌었다.
“……농담이겠지?”
“설마요.”
장화 신은 고양이는 손을 들어 벽을 가리켰다.
그제야 이해가 된다. 왜 벽에 뜬금없이 세면대가 튀어나와 있는지.
심지어 조금 옆으로 가면 변기도 보이고 있었다.
“아까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우선 이쪽으로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 그건 그냥 한 말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본관으로 가실까요?”
장화 신은 고양이는 여상한 태도로 하녀들에게 손짓했다.
“손님이 화장실에 다녀오셨으니 새 옷을 내오고 향수도 뿌려 드려라.”
“으, 으응? 굳이 그럴 것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오신 것만으로도 불결하다 생각하실 수 있으니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그러자 하녀들이 다가와 솔트세일 자작의 망토를 다른 것으로 교환해 주었다.
“디자인은 여러 벌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고르시면 됩니다.”
장화 신은 고양이의 말에 솔트세일은 입을 딱 벌렸다.
자신도 딱 두 벌밖에 없는 화완포 망토가 50벌도 넘게 있었다.
‘서부밀림 깊숙한 곳에서 나는 원료로 만드는 극상의 사치품인지라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것들인데…….’
그때.
달그락-
옆에 시녀가 들고 있던 칵테일 잔에서 소리가 났다. 얼음끼리 부딪쳐 나는 소리였다.
‘어, 어라? 그러고 보니……?’
솔트세일은 방금 전에 자기가 반쯤 먹다가 하녀에게 들고 있으라고 넘긴 칵테일 잔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관찰력 좋은 그는 이내 술 안에 든 얼음들이 전혀 녹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이건 얼음이 아니잖아!?”
깜짝 놀라 외치는 솔트세일에게 장화 신은 고양이는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맞습니다. 얼음이 아니라 다이아몬드입니다. 차가운 얼음창고에 보관해 두어 시원함을 잃지 않습니다. 물론 녹아서 술을 밍밍하게 만드는 일도 없지요.”
그 말을 들은 솔트세일은 입을 딱 벌렸다.
이윽고, 장화 신은 고양이는 솔트세일을 본관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과연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넓고 웅장하며 사치스러운 실내가 솔트세일을 비롯한 모든 게스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황도의 핵심 노른자위 땅. 사치의 정점.
화려한 조명이 모두를 감싼다.
곳곳으로 부서져 내리는 샹들리에의 보석 불빛이 모두의 눈을 취하게 만들었다.
천장과 벽 사이의 틈에는 거미줄이 가득했는데 이 거미줄에는 금가루가 수북하게 뿌려져 있어서 조명의 색이 바뀔 때마다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분주하게 오고 가는 시종장 급의 하인들 역시도 전부 정복 위에 값비싼 화완포로 된 망토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들의 것은 게스트들의 것과 구별되는 흑색이었다.
솔트세일 자작은 저도 모르게 외쳤다.
“……세상에! 어, 어찌 이런 인테리어가! 어쩌면 이렇게도 화려할 수가 있단 말인가!”
시대를 한참이나 앞서간, 실로 아방가르드한 장식의 인테리어.
돈이 있어도 알지 못해서 부리지 못하던 사치가 이곳에는 넘쳐날 정도로 듬뿍 배어 있었다.
폭죽을 펑펑 쏘아 올려도 될 정도로 높은 천장, 복층의 복층의 복층을 잇는 나선형의 계단들이 끝없이 뻗어 올라가 있다.
값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비싸고 희귀한 식재료들이 도처에 넘쳐난다.
백오십 명이 넘는 수의 요리사들이 ㄷ자로 늘어서 손님들을 위한 음식들을 즉석에서 실시간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삼중건반에서 흘러나오는 우아한 음악. 비취와 진주, 옥으로 만들어진 악기들이 영롱한 하모니를 빚어낸다.
그 어디에서도 절제, 검소, 도덕 따위의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오, 이건 정말 멋지군!”
“파티홀 안에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저도 들어가 보고 싶어요!”
“나는 지금까지 돈을 갖고도 뭘 했나 싶구만.”
“캬! 그래! 이거지! 돈은 이렇게 쓰는 거였어!”
심지어 파티룸 안에는 모든 사람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넓은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 안에 든 것은 물이 아니라 체리색의 저알콜 과일주, 피부에 묻었다가 증발해도 끈적임이 남지 않는 신비로운 술이었다.
수영장의 규모 때문에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가 될 여지가 있어서일까? 그 위로 상아와 금으로 장식된 다리 일곱 개가 복잡하게 교차되어 있었다.
술이 가득 차 있는 수영장 바닥은 통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그 아래의 격리공간에는 커다란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전부 다 특등급 식재료인지라 손님들이 지목하면 요리사들이 바로 그 생선을 끄집어내 요리를 해 주었다.
상어든 고래든 고래상어든 말이다.
이는 마치 주지육림(酒池肉林) 그 자체!
인생을 즐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여기에 다 있었다.
술, 음식, 음악, 광대, 모델, 무용수, 폭죽, 풍선, 남자, 여자…… 이 모든 즐겁고 흥겨운 것들이 어마어마한 사치와 향락 속에서 불타 녹아들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자비심’.
넘쳐흐르는 인간애와 이타심과 자상함을 가진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세 학생들이 벌인 위대한 쇼다.
“이렇게 엄청난 파티는 처음이야!”
“대체 어떤 학생들이길래 이 정도의 파티를 개최했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대체 얼마를 벌었길래?”
초대받은 이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이다.
하지만 그것도 곧 잠시, 그들은 이내 술과 분위기에 젖어들어 취하기 시작했다.
플라밍고처럼 크고 화려한 깃털로 몸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무용수들이 연일 아슬아슬한 쇼를 벌인다.
수만 개나 되는 풍선이 올라가는 위로 폭죽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었다.
퍼퍼퍼퍼펑!
화려하게 비산하는 불꽃에 닿은 풍선들은 2차 폭발을 일으키고 그 안에 있던 꽃잎과 금가루가 뿌려진다.
이것이 바로 오라클의 파티. 모두를 파티홀의 화려한 불빛에 취해 버리게 만드는.
황도, 아니 제국 곳곳에서 이름을 날리는 거부들 중 그 누구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파티를 경험해 본 적 없었다.
그리고 이윽고, 이 파티를 주최한 이들이 앞으로 나섰다.
“아, 안녕하세요?”
맨 처음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앞으로 나온 이는 바로 피기.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 다음으로 공손하게 인사하며 미소 짓는 싱클레어.
“저희가 오늘 이 파티를 주최한 오라클의 멤버들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표 돌로레스가 앞으로 나섰다.
와-아아아아!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게스트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발을 구르거나 휘파람을 부는 이들은 없었지만 이들 나름대로의 격한 환영인사였다.
그때.
돌로레스가 입을 열었다.
“저희 오라클 투자 동아리의 회식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이는 저희 말학 후배들이 까마득한 선배님들을 뵙고 인사를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쿼바디스의 성녀임을 밝히자 모든 인사들이 탄성을 질렀다.
‘시, 싱클레어. 우리는 어떻게 하지?’
‘쉿. 피기 조용히 해.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우리가 평민인 걸 몰라.’
옆에 서 있는 피기와 싱클레어는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싱클레어가 의도했던 대로 대부분의 인사들은 둘의 혈통이 범상치 않을 것이라 자연스럽게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한편, 돌로레스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시작된 우리들의 인연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아니, 단순히 이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쭉쭉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치 저 날렵한 말처럼요.”
그녀는 손을 뻗어 홀의 중앙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크고 아름다운 산호수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웅장한 사이즈의 값비싼 산호, 그것을 통째로 깎아내 만든 조각상이니 얼마나 비싸고 귀하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말이 아니라 사슴이었다.
두 개의 뿔을 가지고 있는 엄연한 사슴, 말이 아니라 사슴.
그러나 그 누구도 돌로레스의 말 속에 언급된 말을 가지고 다른 말 하지 않았다.
“그럽시다, 후배님! 말처럼 달려 보자구!”
“멋지다! 배짱 있어!”
“아주 장한 젊은이들이구만!”
지록위마(指鹿爲馬).
이미 파티의 휘황찬란함에 거나하게 취했는데 애초에 말이든 사슴이든 무슨 상관이랴?
재계의 인사들은 이내 돌로레스, 피기, 싱클레어의 주위로 몰려들어 칭찬과 덕담, 호기심 가득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
인파 사이를 바쁘게 오고 가며 서빙이나 안내, 기타 등등의 잡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던 하인 소년은 조용히 파티장의 외곽으로 향했다.
장화 신은 고양이.
그는 가면 속으로 붉은 눈동자를 빛내며 좌중을 톺아보았다.
‘세기말. 인류의 끝에서 본 미적 감각이 먹혀서 다행이군.’
밤의 사냥개. 비키르. 이번만큼은 장화 신은 고양이가 된 소년.
비키르는 회귀하기 전의 기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악마군과의 본격적인 멸망전이 시작되기 직전, 인류는 세기말을 앞두고 수많은 이상 현상들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치와 향락이었다.
어느 국가, 어느 나라나 멸망 직전에는 늘 극한의 사치 행각이 나타난다.
인류들 중 돈푼께나 있다고 자부하던 이들은 세계가 멸망하기 직전 대부분 미쳐 버렸다.
그들은 극한의 맛이나 멋, 아름다움 등을 추구하기 시작했으며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사치에 탐닉하기 시작했다.
돈 많은 이들의 3세, 4세, 5세, 6세…… 세대를 거듭해 갈수록 그 타락과 방탕은 심화되어 갔다.
그리고 비키르는 좋든 싫든 그 사치스러운 행각들을 여러 번 목격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평화로운 시대에는 사람들이 돈이 있어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지.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극한의 사치와 향락에 탐닉하는 인간들이 온갖 창의력과 상상력을 쥐어 짜내 만들어 냈던 인테리어, 디자인, 각종 사치품의 형태들.
비키르는 겉핥기식으로나마 알고 있었던 그 지식과 경험들을 이용해 이번 파티를 개최했던 것이다.
‘참고로 파티를 열 때 돈이 모자라서 빚까지 져야 했지.’
이번 투자금과 배당 수익으로도 모자라 수많은 거부들의 돈까지 새로이 투자받아 파티에 쏟아 부었다.
어떻게든 재계의 인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기에 그렇다.
……물론 비키르는 돈을 빌려준 이들에게 빚을 변제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비키르에게 돈을 빌려준 부자들은 전원이 다 악마의 끄나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라클 투자동아리의 명성을 믿고 돈을 빌려 주었다.
하지만 물론 그것은 명의도용의 사기로 돌로레스와 피기, 싱클레어에게는 어떠한 변제 의무도 없는 것이었다.
‘모조리 파산시켜 주마. 그 좋아하던 돈에 목을 졸려 보아라.’
애초에 악마와 계약할 때 힘 대신 돈을 얻은 이들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누구보다도 먼저 인류연합을 배신할 파렴치한 족속들이니 조금의 동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육번시 사냥에 성공하면 알아서 기운을 잃고 사그러들 존재들이니 후환을 걱정할 것도 없었고.
그때.
“……!”
조용히 주위를 물색하던 비키르의 눈에 무언가가 띄었다.
장발의 갈색 머리와 창백한 피부, 검게 죽은 눈, 붉은 입술.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중성적인 외모.
깔끔한 검은 정장에 붉은 망토까지 걸치고 서 있었지만 그의 복장은 어째서인지 파티보다는 장례식에 더 어울려 보인다.
‘……찾았다.’
부르주아 주 데미안(Bourgeois J Demian).
제국 화폐제조국의 국장이자 부르주아가 지주길드의 사외이사.
비키르는 눈을 한번 조용히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시선을 그에게 단단히 고정시킨 채 앞으로 걸어갔다.
사냥감을 발견한 사냥개의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