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파워 인플레이션(Power inflation) (4)
벨리알.
‘무가치한 자’. 육번시.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강림한 열 마리의 악마 중 여섯 번째.
구번시 단탈리안과 손잡고 쿼바디스와 부르주아를 동시에 집어삼키려 들었던 야심가.
드디어 놈이 본색을 드러냈다.
‘하늘에서 쫓겨난 이들 가운데 가장 수려한 존재’.
사치스러운 치장과 화려한 재물로 겉을 꾸미고 있으나 사실 그 이면의 외모는 추악하기 그지없다.
거대한 돼지의 머리에 달린 산양의 뿔, 입술이 없어 훤히 드러난 잇몸 아래 칼처럼 날카로운 이빨들.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벼락, 봉화의 연기처럼 뭉게뭉게 뿜어져 나오는 안광, 역겨운 악취가 묻어나는 숨결.
입은 북극 빙벽의 크레바스처럼 쩍 갈라졌고 양 옆으로 뻗어나간 뿔과 날개는 전장을 통째로 뒤덮을 정도로 컸다.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바르톨로메오의 육체 위로 희뿌연 안개처럼 떠도는 이 거대하고 흉측한 모습이 바로 벨리알의 본체인 것이다.
…철커덕!
비키르는 마검 바알제붑을 들어 올렸다.
‘놈이 군단을 이루기 전에 만나게 되어 다행이군.’
기만, 교란, 선동, 이간질 등. 벨리알의 특기는 특히나 대규모 전투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그러니 놈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1:1을 벌이는 것이 가장 상책인 셈이다.
한편, 비키르의 가슴팍에서는 데카라비아가 계속해서 조언을 던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저 녀석. ‘벨리알’이라는 이름은 지금은 사멸하고 없는 옛 마도종주국의 사어(死語)로 ‘무가치한’이라는 뜻이지.] [핵핵핵-]새끼마담 역시도 온몸의 털을 바짝 세운 채 비키르의 어깨에 딱 붙어 있었다.
삐뚤빼뚤한 눈썹이 위로 확 치켜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 주인의 적을 자신의 적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
“성녀. 이리로.”
비키르는 돌로레스를 자신의 뒤에 세웠다.
돌로레스는 조심스럽게 움직여 비키르에게로 다가갔다.
그때. 벨리알의 입이 열렸다.
놈은 돌로레스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제들이 스스로 신을 버리고 모독하는 무리로 변했을 때, 신전이나 제단 곳곳에서 이 몸만큼이나 자주 숭배 받은 존재는 없었지.]비웃음이 가득한 어조.
그 말대로 벨리알은 벌써 신앙성가 쿼바디스의 절반 가까이를 잠식했다.
‘……험버트.’
돌로레스는 이를 악물었다.
쿼바디스의 추기경 험버트는 바르톨로메오의 정체가 벨리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그것을 알고도 놈과 내통하며 가문을 병들게 하고 있었던 것일까?
돌로레스는 양아버지의 기분 나쁜 눈길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험버트는 분명 인간이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악마보다도 더 두려운 존재였다.
바로 그때.
“겁먹을 것 없다.”
태연한 어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로레스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밤의 사냥개가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순간, 돌로레스는 단탈리안 전 당시를 회상했다.
‘……맞아. 그때도 그랬었어.’
구번시 단탈리안이 기괴한 자루를 뒤집어 그 안에서 험버트의 환영을 끄집어냈을 때, 돌로레스는 숨이 막혀 오는 공포감과 부담감에 일순간 버틸 힘을 잃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겁먹을 것 없다.’
그때도 밤의 사냥개의 격려 한 마디에 돌로레스는 모든 두려움을 떨치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밤의 사냥개 님!”
돌로레스는 기도를 올리며 비키르의 등 뒤로 바짝 붙었다.
벨리알이 악마의 힘을 끌어올려 공격을 준비하는 동안 돌로레스 역시도 기도문을 외웠다.
“주 룬은 강한 성이요, 방패와 병기 되시니 큰 환난에서 우리를 구하여 내시리로다!”
파앗-
흰빛이 화염처럼 뿜어져 나와 비키르를 감쌌다.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꽃이었지만 비키르에게는 전혀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옛 원수 마귀는 이때도 힘을 써 모략과 권세로 무기를 삼으니 천하에 누가 당하랴? 내 힘만 의지할 때는 패할 수밖에 없도다. 힘 있는 장수 나와서 날 대신하여 싸우네. 이 장수 누군가? 그 거룩한 이름은…….”
순간, 기도문을 외우던 돌로레스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약간의 망설임 끝에 기도를 계속해 나갔다.
“……‘밤의 사냥개’! 룬의 순례자! 만군의 주로다! 당할 자 누구랴? 반드시 이기리로다!”
기도를 마친 돌로레스는 파르르 떨리는 양손으로 비키르의 등을 짚었다.
그리고 손보다도 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기 밤의 사냥개 님의 진짜 성함을 알면 버프가 더 잘 걸릴 것 같은데요…….”
이름에는 힘이 있다.
단지 불리는 것만으로도 인과율에 영향을 미치며 음차원과 양차원을 넘나드는 기묘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악마들은 자신의 진명(眞名)을 함부로 밝히지 않는다.
그런 악마들을 사냥하는 악마사냥꾼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비키르는 돌로레스의 말을 끊었다.
그것은 이름을 알려 주는 것으로 그녀와 더욱더 깊게 얽히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인 것도 있었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더 컸다.
콰콰콰콰쾅!
벨리알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무형과 유형의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벨리알의 몸은 분명 영적인 충격과 동시에 물질적인 충격까지 동시에 주고 있었다.
[하잘것없는 인간 따위가 감히!]마왕이 으레 그렇듯 오만한 대사를 내뱉는 벨리알.
하지만 비키르는 지금껏 네 마리의 마왕을 잡아 온 노련한 사냥꾼이다.
“좀 흔들릴 거다.”
비키르는 등에 손을 올린 돌로레스에게 말했다.
돌로레스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번쩍!
비키르의 칼이 검붉은 아우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아우라가 일곱 개의 커다란 이빨과 그보다는 조금 더 작은 여덟 번째 이빨을 만들어냈다.
이빨은 맹렬하게 움직이며 마치 수레 바퀴 같은 모양새로 회전했고 그대로 벨리알의 본체를 향해 날아가 박혔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바스커빌 제 팔식.
인간계에서 손꼽히는 강자였던 바르톨로메오의 몸뚱이를 순식간에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렸던 참격.
그것은 본체로 현신한 벨리알조차도 감히 경시하지 못할 만큼의 위력을 담고 있었다.
[큭! 어찌 인간이 이런 힘을……!?]벨리알은 당혹스러운 어투로 뒤로 물러났다.
비키르는 강제로 만들어내다시피 한 이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틈이 없다면 힘으로 비틀어 연다.’
여덟 개의 이빨이 벨리알의 전신을 사정없이 난자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돌로레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뿜어내는 버프가 비키르의 여덟 번째 이빨을 더욱 더 크게 키워 놓았다.
…우지지직!
벨리알의 이빨과 뿔이 부러져나갔다.
그 화려하고 육중해 보였던 갑옷에도 금이 가 조각조각 바스라진다.
무엇보다도 바르톨로메오의 육체가 버텨내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나의 팔식은 완전하지 않은 상태. 단시간 내에 승부를 내야 한다!’
비키르는 이를 악물고 전진했다.
머릿속에서는 안드로말리우스를 참살하던 휴고의 참격과 칼침의 무덤 전체를 진동시키던 케인코르소의 참격이 겹쳐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서는 돌로레스가 밀어 주는 버프의 힘이 물밀듯 몰아쳐 오고 있는 것이다!
…번쩍!
비키르는 몸의 부담을 무시하고는 바알제붑을 끝까지 내리그었다.
쿠-쿵!
묵직한 지진파가 일어 주변에 솟아오른 금화의 산들을 우르르 무너트려 놓는다.
[그으으윽…… 끄르륵!]벨리알은 몸 곳곳이 파괴된 채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비키르는 돌로레스가 걸어주는 힐 마법을 받으며 다시 한번 칼을 들었다.
그때, 돌로레스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예전에 단탈리안 전 때만큼의 버프가 안 나오네요.”
그녀는 자신의 미진한 힘에 깊은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보육원에서 단탈리안을 사냥할 당시와는 버프의 힘이 비교도 할 수 없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많이 노력했는데…… 오히려 퇴보해 버린 것 같아요.”
하지만 비키르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각성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단탈리안 전 당시의 돌로레스가 보여 준 신위는 그야말로 ‘기적’, 그녀의 신성력에 대한 이해도를 수십 년이나 앞당긴 것이었다.
정확한 각성 원인과 조건은 알지 못했지만 애초에 그런 행운에 기대어서는 발전이 없는 법이다.
비키르는 계속해서 칼을 휘둘러 벨리알을 압박해 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후후후후. 과연. 동료들을 죽였던 것이 마냥 행운만은 아니었군.]벨리알이 몸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시선이 잠시 떨어져 있던 사이, 놈은 대부분의 상처와 데미지를 회복한 상태였다.
“……!”
비키르는 다시 한번 참격을 휘둘렀다.
쩌저저적-
그것은 벨리알의 가슴팍에 다시 한번 깊은 흉터를 패어 놓았다.
[후후후후후…… 소용없다. 인간. 비천한 무지렁이여.]하지만 벨리알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었다.
이윽고, 놈은 커다란 두 손을 양옆으로 뻗었다.
그러자 이내 기분 나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곳곳에서 요란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돌로레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곳에 황금빛 수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차르르르르르르르르……
돈들이 움직이는 소리.
수도 없이 많은 금화들이 바닥에 파문을 만들어 내며 마치 거대한 뱀처럼 기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몰려온 금화와 보석, 각종 보물들은 벨리알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우두둑! 뿌득! 콰지지직!
벨리알의 부러진 뿔이 다시 자라났고 균열이 갔던 몸뚱이도 다시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더군다나 원래도 거대했던 덩치가 더욱 더 크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이 금고 속의 재물이 다 나의 생명력이로다! 돈은 곧 힘! 돈은 곧 목숨! 배금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재력은 곧 활력이리니!]그 말에 돌로레스는 아연실색했다.
이 광활한 금고 속에 그득그득 쌓인 엄청난 양의 재물들.
이것들을 모두 여분의 생명력으로 비축해 둔 벨리알의 흉계는 그야말로 치밀하고도 철두철미한 것이었다.
돌로레스는 그제야 왜 벨리알이 외부인을 꼭 금고 속으로 끌어들이는지 알 것 같았다.
그것은 방문자들의 기를 죽여 놓기 위해서라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다.
이곳이 바로 그가 절대적인 권능과 힘, 활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홈그라운드’이기 때문!
……하지만.
“그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비키르는 태연한 어조로 벨리알의 인상을 구겨 놓았다.
…철커덕!
마검 바알제붑이 조금 더 길어졌다.
검은 코트 자락 아래로 검붉은 아우라가 다시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검은 마스크에 시뻘건 눈동자가 뿜어내는 빛이 맺혀 어스름하게 빛난다.
“돈이 곧 네놈의 목숨이라면…….”
사냥개의 날카로운 이빨들 사이로 뚝뚝 끊겨 끓는 목소리.
“아예 파산(破産)시켜 주마.”
광활한 황금향의 지배자에게 던지는 선전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