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파워 인플레이션(Power inflation) (5)
[그하하하하하하-]벨리알은 하악이 가슴께까지 주저앉을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린 채 웃어댔다.
주변의 황금산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정도로 큰 조소였다.
[파산? 지금 그것이 정녕 나의 부를 눈앞에 두고 하는 말인가?]수도 없이 쌓인 금화며 보석, 각종 값나가는 보물들이 산을 넘어 산맥을 이루고 있다.
벨리알은 상처를 입을 때마다 그 보물들을 빨아들이며 힘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광활한 금고의 절반 가까이를 꽉 채우고 있는 보물들. 이 어마어마한 부가 있는 한 벨리알의 목숨은 영원하다.
비키르의 가슴팍에 있던 데카라비아가 외눈을 끔뻑거리며 말했다.
[벨리알은 돈이 없을 때는 한없이 나약하지만 돈이 많을 때는 한없이 강대한 악마지. 뭐, 인간들에게는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인가? 인간의 사회에는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말이 있잖나. 마계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통하거든.]“귀찮은 능력이로군.”
[귀찮은 수준이 아니지. 전에 말한 대로…….]데카라비아는 벨리알의 권능을 차례대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벨리알의 주요 권능은 ‘질투’, ‘파괴’, ‘압제’, ‘유배’, ‘기근’, ‘소요’, ‘황폐함’이다.]몸에서 뿜어내는 어두운 기운으로 적의 시야를 교란하는 ‘질투’, 금력을 근력으로 치환해서 주먹으로 발산하는 ‘파괴’, 금화의 소용돌이로 적들의 움직임을 차단하고 서로 멀리 떨어트려 놓는 ‘유배’, 이를 뿌려 상대방의 금전을 갉아먹는 ‘기근’, 입에서 강력한 파동을 뿜어내는 ‘소요’, 그리고 거대한 덩치로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황폐함’…….
쿠오오오오오오!
비키르는 도처에 휘몰아치는 파괴의 권능을 피해 연신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때.
와락-
돌로레스가 비키르의 뒤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비키르가 뒤를 돌아보며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돌로레스의 외침이 더 빨랐다.
“피하세요, 밤의 사냥개 님!”
바닥으로 쓰러진 비키르의 위로 돌로레스 역시 내동댕이쳐지듯 엎어졌다.
동시에.
…콰콰콰콰쾅! 우지직!
벨리알의 주먹이 간발의 차로 스쳐 지나가 저편의 금화 언덕을 부수고 폭삭 주저앉혀 놓았다.
그때.
“꺄아아아악!”
벨리알에게 당한 돌로레스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파괴’는 피했으나 ‘기근’을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츠츠츠츠츠……
그녀의 고급 수녀복 곳곳에 붙어 있던 단추나 핀, 금실 등 금으로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부스러기로 변하더니 벨리알의 몸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남의 부(富)를 모조리 강탈하고 빨아들여 자신의 힘으로 삼는 것이 벨리알의 능력 ‘기근’이다.
그것은 상대방의 얼마를 가지고 있든 간에 그 재물을 모조리 말려 버린다.
이윽고, 단추, 핀, 금실 등이 사라지자 옷이 형태를 잃고 허물어져 내렸다.
돌로레스는 경악했다.
노출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수녀복 곳곳이 뜯어지자 맨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바, 밤의 사냥개 님이 보고 계시는데!’
얼굴과 귓바퀴가 더할 나위 없이 붉어졌다.
……하지만 돌로레스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벨리알이 가진 ‘기근’의 힘은 단순히 상대방의 재물만 빼앗는 것이 아니다.
건강이 제일 가치 있는 것, 몸이 곧 자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상대방의 부를 갉아먹기도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몸과 고혈마저 갉아먹는 능력.
그것이 벨리알이 다루는 추잡한 힘의 정체다.
바글바글바글……
이윽고, 이들이 돌로레스의 몸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 하얀 흡혈충들은 돌로레스의 희고 부드러운 피부 곳곳을 파고들며 날카로운 이빨로 피를 빨아들인다.
“으, 으아아아앙!”
돌로레스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몸 곳곳을 긁을 수밖에 없었다.
울상이 된 표정.
한 손으로는 흘러내리는 옷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몸 곳곳을 긁어대는 돌로레스의 모습은 비키르로 하여금 한순간이나마 이런 생각이 들게끔 했다.
‘괴기스럽군.’
비키르가 잠시 할 말을 잃은 채 가만히 있자 돌로레스가 외쳤다.
“저, 저는 억울해요! 분명 매일매일 목욕하고 샤워하는데 왜 이가……!”
“일단 알겠다.”
“자, 잠깐! 일단이라뇨!? 일단이라뇨!?”
당황함과 억울함을 담아 외치는 돌로레스의 변명을 비키르는 깔끔하게 무시했다.
벨리알의 공격에서 자신을 지키려다가 저 모양이 되었으니 당연히 도와주어야 한다.
‘네가 가서 도와주거라.’
비키르는 어깨 위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했다.
[햅!]새끼마담. 녀석이 삐뚤빼뚤한 눈썹을 꺾으며 경례 포즈를 해 보였다.
이 믿음직한 녀석은 잽싸게 바닥을 통통 튀어가 돌로레스의 등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쿠-오오오오!
곤충 생태계의 최정점에 선 절대자로서의 피어를 내뿜기 시작했다.
오들오들오들……
거미. 천적(天敵).
그 무시무시한 피어 앞에 이들은 덜덜 떨며 돌로레스의 몸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벨리알의 앞이라고는 해도 마담 종족의 명령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곤충계에서만큼은 그렇다.
‘팔각의 마담은 마왕 급의 초고위악마들도 한 수 접어 주던 마물이었으니…….’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끼마담은 비록 어리지만 분명 ‘마물왕(魔物王)’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
잘만 키운다면 훗날 마족들과의 싸움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리라.
한편.
…쾅! …콰쾅! …우지지지직!
벨리알은 막대한 자금력과 근력을 아낌없이 탕진하며 날뛰고 있었다.
[그하하하하!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 이 무한한 돈의 힘 앞에 대적할 자 그 누구냐!]광활한 금고 안은 온통 재물로 꽉 차 있다.
벨리알은 산맥을 이루고 있는 황금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취한 듯 외쳤다.
[많이도 모았구나! 이 금고가 다 차면 ‘게이트’쯤은 혼자서도 열어버릴 수 있겠어! 너절한 동료들은 필요 없다!]벨리알은 서슴지 않고 다른 십상시들을 모독했다.
놈은 지독스럽게도 독선적이었고 또 그만큼이나 강했다.
돈. 정확하게는 돈의 가치. 조금 더 정확하게는 ‘돈을 원하는 인간들의 탐욕’.
돈이 중요한 것은 가치가 있기 때문이고 가치가 있는 것은 인간의 탐욕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 세계에 탐욕이 넘쳐나는 한 벨리알의 힘 역시도 무한하며 성장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벨리알은 지금껏 부르주아가 가주의 탈을 쓰고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부를, 얼마나 많은 탐욕을 축적해 왔을까.
[죽어라 벌레들아!]벨리알은 비키르를 금고의 코너로 몰아넣는 것에 성공했고 이내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부우우웅-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듯한 광경.
하지만 그 꼬리가 붉게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검게 타오른다는 것만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바로 그때.
“이 땅에 마귀 들끓어 우릴 삼키려 하나!”
돌로레스가 다시 한번 비키르의 앞을 가로막았다.
“겁내지 말고 섰거라, 진리로 이기리로다! 친척과 재물과 명예와 생명을 다 빼앗긴대도, 진리는 살아서 그 나라 영원하리라! 룬!”
흰 불꽃이 일어나 벽을 만들어냈다.
쿠르르르륵! 터엉!
성화(聖火)의 방화벽은 닿는 그 즉시 벨리알의 주먹을 뒤로 튕겨내 버렸다.
치이이이이익……
이내 백빛으로 타오르는 초고온의 불길이 벨리알의 주먹을 태워 버리기 시작했다.
[…크윽!]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던 벨리알이 아주 조금이지만 뒤로 물러났다.
탐욕이라고는 털끝만치도 깃들어 있지 않은 그 순수한 불꽃 앞에 벨리알의 힘은 무력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주먹을 뒤로 물린 벨리알은 이내 교활한 혓바닥을 놀리기 시작했다.
[성녀. 내가 뭐랬소? 돈이란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했지?]순간, 돌로레스의 머릿속에 일전에 벨리알이 바르톨로메오의 입을 빌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실 ‘부’라는 것은 무색, 무취, 무미의 존재라오. 형태도 없고, 맛도 없고, 향도 없지. 지독하게도 가치중립적이야. 좋게 쓰면 좋은 것이고 나쁘게 쓰면 나쁜 것이지. 마치 불이 온 산을 태워버릴 수도 있지만 겨울 골목에서 죽어가는 성냥팔이 소녀를 살릴 수도 있는 것과 같소.’
동시에. 벨리알은 죽 찢어진 입을 더욱 더 흉측스럽게 비틀며 미소 지었다.
[바로 그렇다니까? 돈은 정(正)한 것도 부정(不正)한 것도 아니야. 가치중립적인 것이지.]말을 마친 벨리알은 거대한 두 주먹을 펴고는 손바닥을 바닥에 가져다 댔다.
…왈그락! 기기기긱-
이윽고, 벨리알은 엄청난 양의 금화를 손안에 움켜쥐었다.
[그러니 사특한 것을 막아 내는 그대의 방어막도 소용없을 게 아니겠소?]높게 치솟아 오르는 벨리알의 거대한 손 앞에 돌로레스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윽고.
파차차차차창!
무지막지한 양의 금화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하나하나가 사람 몇 명은 우습게 관통해 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담고 있는 금전들.
그것들은 성녀의 방어막을 너무도 쉽게 찢어발기고 그 안을 향해 깊숙하게 파고든다.
‘이런! 성화의 벽은 물리 방어력이 낮아!’
돌로레스는 아연실색한 채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드넓은 광역에 빗발치는 금화 소나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윽고.
콰콰콰콰쾅!
주변이 온통 초토화되었다. 금화 언덕들이 무너지며 지형이 대거 바뀌었다.
자욱하게 흩날리는 금가루의 포연.
……그러나.
[음!?]벨리알은 원하던 바를 이룰 수 없었다.
넋 나간 표정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있는 돌로레스를 끌어안은 채 우뚝 선 비키르.
그리고 그런 비키르의 앞 정면에 부유하고 있는 반투명한 붉은빛의 역오망성 방패.
‘통곡(慟哭)의 벽’.
[……오랜만이구나 벨리알.]칠번시 데카라비아가 외눈을 번뜩이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