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01
301화 전쟁광 시대 (3)
…퍼퍼퍼퍼펑!
아우라의 궤적이 수레바퀴처럼 회전하며 수많은 범죄자들을 어육처럼 짓이겨 놓았다.
쏟아지는 피와 살점의 소나기를 맞으며 묵묵히 서 있는 남자.
긴 흑발 사이로 빛나는 시뻘건 눈을 본 모든 이들이 침음을 삼켰다.
“역시 철혈검가인가…….”
“검조(劍鳥) 오시리스. 바스커빌가의 소가주!”
“저 나이에 벌써 저런 무위라니.”
수많은 범죄자들의 발걸음을 일시에 얼어붙게 만든 이는 바로 오시리스 레 바스커빌.
철혈검가 바스커빌의 차기 가주였다.
키리릭-
오시리스를 중심으로 반경 십오 미터의 깔끔한 원이 생겨났다.
그 바깥부터는 찢겨죽은 시체와 피로 범벅되어 있었으나 안쪽으로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다.
펄럭-
넓은 피풍의 자락을 검은 날개처럼 드리우고 있는 그는 범죄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강림한 사신과도 같았다.
“……무슨 자신감으로 나타난 것이냐. 버러지들.”
습격자들을 향한 오시리스의 질문은 타당했다.
이곳과 비슷한 현상이 현재 대강당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이놈들! 내가 누군지 알고 온 것이냐? 모르고 온 것 같은데? 알았다면 겨우 이 정도 머릿수로 왔을 리 없으니까 말이야.”
“……이번만큼은 동감이다.”
거구의 범죄자를 껄껄 웃으며 단매에 때려죽이는 덩치.
돈키호테가의 가주 세르반테스가 황당하다는 듯 너털웃음을 흘리고 있다.
그 옆에는 어셔가의 가주 로드릭이 싸늘하고 음울한 표정으로 커다란 활을 들어 범죄자들을 닥치는 대로 쏴 죽이고 있었다.
그 외에 다른 쟁쟁한 가문들의 학부모들 역시 자식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내 딸은 아무도 못 건드린다!”
“나의 아들에게 손대는 놈은 바로 모가지를 따 주지.”
“감히 더러운 범죄자 놈들이 신성한 교육의 전당에서 난동을 피우다니.”
“어휴, 애들 교육 때문에 아카데미 옆으로 집까지 사서 이사 왔더니만. 부동산 값 다 떨어지게 생겼네. 그냥 안 둬!”
아이들의 안전과 교육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존재가 바로 학부모 아니던가.
교수들 역시 바짝 긴장한 채로 범죄자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최전선에 오연히 선 오시리스는 뒤에 있던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 세쌍둥이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포메리안을 기사단에게 데려다 주어라. 그리고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도록.”
“예, 형님.”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오시리스는 마치 새처럼 훌쩍 날아 다시금 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여섯 개나 되는 이빨이 다시 한번 주변의 모든 것들을 사납게 찢어발기고 있었다.
그것을 계기로 학부모들과 교수들 역시도 맹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하하- 바스커빌가의 젊은 친구가 아주 혈기왕성하구만! 나도 돕겠네!”
“젊은 후배에게 밀릴 수야 없지. 내 딸의 안전이 달린 일인데.”
돈키호테 세르반테스와 어셔 로드릭 역시도 최전선으로 밀고 나가고 있었다.
범죄자들은 일견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는 듯싶었다.
……하지만.
“호호호- 얘들아. 너희들도 마저 터지렴!”
사디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습격자들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부욱!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몸뚱이들.
그것을 본 아카데미 측의 모든 이들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마나 폭주!? 자폭인가!”
불길한 예상은 늘 정확한 법이다.
콰-콰콰콰콰쾅!
네임드 흉악범들이 자폭하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주변을 휩쓸어갔다.
거대한 대강당이 반파될 정도의 위력이었다.
* * *
…우르릉! 콰쾅! 쿵-
여진이 남아 땅을 뒤흔든다.
마인으로 변한 범죄자들은 일제히 생체 폭탄이 되어 터졌고 수많은 붕괴물을 만들어 내 인파를 흐트려 놓았다.
학생들도, 교수들도, 학부모들도 잔해물 사이에 갇혀 서로가 있는 위치와 방향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습격자들 사이에서는 예정된 계획이었던 듯 범죄자들 쪽에서는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후후후후…… 폭탄조 놈들. 미적거리긴.”
“아아, 저도 여왕님의 힐에 찔려서 터지고 싶어요오.”
“나도! 나도 한 마리 암퇘지가 되어 폭발하고파!”
“꿀꿀- 꾸꿀꿀-”
눈이 맛이 간 범죄자들이 흙먼지와 잔해들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앞에는 아직 전투에 미숙한 1학년 학생들이 있었다.
“꺄아아아악!”
한 여학생이 비명을 지르는 쪽으로 범죄자들이 몰려온다.
그리고 그 앞을 막아서는 이들이 있었다.
퍼억!
범죄자 하나의 머리통이 홱 돌아갔다.
튜더. 동기의 비명소리를 듣고 제일 먼저 달려온 이 어린 영웅은 바짝 긴장한 자세로 범죄자들을 막아섰다.
그 뒤에는 산쵸와 비앙카, 피기도 있었다.
“히히히히히- 아카데미 도련님들! 어디 얼마나 부드러운가 한번 보자!”
인육에 맛 들린 듯한 흉악범 하나가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든다.
퍼억!
튜더와 산쵸가 각각 창과 도끼를 들어 놈을 후려쳤다.
하지만 힘 조절에 실패했음일까, 범죄자는 그 자리에서 머리와 배가 터져 즉사하고 말았다.
“으윽! 이, 이런. 내가 살인을…….”
튜더의 동공이 흔들린다. 그래서일까? 뒤에서 달려드는 범죄자 하나를 놓치고 만 것은.
그러나 비앙카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쉬이익- 퍼억!
그녀가 쏘아낸 화살은 튜더를 덮치려던 범죄자의 관자놀이를 꿰뚫어 죽였다.
놈은 튜더를 끌어안고 마나 폭주를 일으키려다가 실패한 채 바닥에 널브러졌다.
“죽이지 않으면 네가 죽어! 정신 차리라구!”
“……헉!”
비앙카가 자기를 구해 주었음을 안 튜더가 순간 부끄럽다는 듯 이를 악문다.
이윽고.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는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는 범죄자들을 사이에 놓이게 되었다.
“수가 너무 많아…….”
“하나하나가 수배서에서 본 놈들이군. 강하다.”
“으아아아- 어떡하지? 어떡하지?”
“등 보이지 마! 바짝 붙어!”
아이들의 얼굴에는 독기가 어린다.
바로 그때.
“우, 우리도 싸우기 싫어!”
한 범죄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선량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다들 사디 그 미친년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거야! 이 중에는 죄 없는 민간인도 끼어 있다구!”
“……뭐? 그게 진짜야?”
비앙카가 미심쩍다는 듯 묻자 그는 웃옷을 걷어 올리고 배에 설치되어 있는 마력석 폭탄을 보여 주었다.
“그 괴물 같은 년은 범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납치해서 이런 폭탄을 심어 놓았어! 말을 듣지 않으면 가족들까지 죽인다고 협박했단 말야!”
“…….”
“심지어 여기 끌려온 이놈은 성직자 출신이라고 했어! 이름이 뭐랬더라? 험버? 뭐시기였는데…… 아무튼 죄 없는 성직자라구!”
그러자 범죄자들 사이에 알몸으로 서 있는 중년 남자 하나가 보인다.
두 손과 혀가 잘려나간 채 눈물만 흘리고 있는 모습. 당연하게도 배에는 마력석 폭탄이 심어져 있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모두의 얼굴에 난색이 어린다.
“어쩌지. 죄 없는 민간인들도 다수 끼어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동정했다가는 되려 이쪽이 당한다.”
“그, 그런데 얘들아. 저기 있는 손 잘린 성직자……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지금 그게 중요해? 우리가 다 죽게 생겼는데.”
티격태격 싸우며 갈등하는 아이들.
그 틈을 타 맨 처음 눈물을 흘렸던 범죄자가 씨익 웃었다.
“……역시 아카데미의 샌님들은 단순하구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몸에서 마나 폭주를 일으키며 달려드는 범죄자들.
학생들이 보인 빈틈을 그들은 놓치지 않았다.
“아앗!?”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가 낭패감을 표하는 순간.
펄럭-
붉은 망토 하나가 길게 휘날렸다.
그러더니.
퍼퍼퍼퍼퍼퍼퍽!
폐허 곳곳에서 튀어나온 검은 쇠꼬챙이들이 달려들던 범죄자들의 몸을 그대로 꿰뚫어 버렸다.
“……어?”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무너져내린 바윗덩이 위로 검은 스타킹에 휘감긴 다리 하나가 흐늘흐늘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 다니게 될 학교를 견학하러 왔다가 이게 무슨 꼴이람.”
귀찮음이 가득한, 그러나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리는 중저음의 허스키 보이스.
처음 보는 1학년 여학생 하나가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상징인 망토를 두른 채 바닥에 착지해 내렸다.
그녀를 본 한 범죄자가 다시 한번 눈물을 글썽이며 외쳤다.
“우, 우린 죄 없는 민간인이야! 사디 년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죄 없는 민간인이 뒤에 망령들을 그렇게 주렁주렁 데리고 다니냐?”
“……?”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여학생은 아무것도 없는 범죄자들의 등 뒤를 가리킨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싸늘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강간범에, 방화범에, 살인범에, 유괴범에, 소아성애자에…… 아주 골고루들 모여 있군.”
순식간에 죄목들을 간파당한 범죄자들의 눈에 경악이 어린다.
하지만 범죄자들이 뭐라 반응할 틈도 없이, 여학생이 먼저 움직였다.
콰-기기기기긱!
땅바닥에서 시커먼 쇠꼬챙이들이 솟구쳐 범죄자들의 사타구니부터 정수리까지를 모조리 관통해 위로 띄워 버린 것이다.
그 상태 그대로 바닥에서 시뻘건 화염이 끓어 주위를 온통 불지옥으로 만들어 놓았다.
“흐꺄아아아아아악!”
“끼에에에애에엑!”
“끄르륵! 흑끅!”
순식간에 절명해 버리는 범죄자들.
그리고 이내 그들의 시체에서 무언가 검은 연기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와 여학생의 손아귀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여학생은 눈을 감고 입을 조금 오물거리는가 싶더니 표정을 살짝 구겼다.
“저급한 놈들이라서 그런가 별로 영양가가 없군.”
이윽고.
츠츠츠츠츠츠……
소녀의 머리 위로 희뿌연 기체들이 모여 기묘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앙상하게 마른 고사목(枯死木), 그것의 가지 끝에 기분 나쁘게 생긴 열매들이 주렁주렁 시커멓게 열리기 시작했다.
[흐에에에에……] [끼이이익- 끼야아악!] [아파- 아파- 아파-] [살려 줘…… 여기서 꺼내 줘……]방금 죽인 범죄자들의 얼굴과 표정이 그대로 새겨져 있는 열매들.
이 불길한 열매들은 시뻘건 피눈물과도 같은 육즙을 뚝뚝 떨어트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으음. 과육도 그렇고 과즙도 그렇고, 맛이 다 그저 그렇네. 역시 별로야.”
여학생은 하얗고 긴 손가락들을 뻗더니 가지 끝에 열린 열매들을 그대로 움켜쥐고 으깨어 부숴 버렸다.
…으직! 뿌지직!
범죄자들이 내지르는 끔찍한 비명소리를 들은 여학생은 그제야 빙긋 웃으며 이쪽을 돌아본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는 멍한 표정으로 여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머릿속에 얼마 전 수업이 끝날 무렵 교수가 했던 말 하나가 떠올랐다.
‘다들 그거 알아요? 우리 학교에 곧 새로운 친구가 다니게 되었답니다! 성별은 여자. 나이는 19세로 평균적인 1학년 새내기들의 나이보다 한 살 어려요. 소속은 열병기부고요. 그 유명한 ‘마도종가(魔道宗家) 모르그’에서 편입해 오는 친구이니만큼 여러분들도 배울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학생의 이름은…….’
동시에. 편입생이 해맑은 미소와 함께 첫인사를 건넸다.
“반가워. 나는 ‘모르그 뮤 까뮤’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