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03
303화 전쟁광 시대 (5)
신화 속 일각수와 달리 사악함과 공포로 무장하고 있는 거대한 괴물.
부릅뜬 두 눈에서 노랗게 타오르는 유황빛이 뿜어져 나온다.
이마에 달려 있는 커다란 외뿔은 그 끝이 부러져 있었다.
보통 말이 고삐를 차고 그 손잡이를 인간이 잡고는 하지만 이 기묘한 일각수의 경우에는 반대였다.
본인이 고삐의 손잡이를 쥐고 그것을 아래에 있는 인간에게 채운 기묘한 모양새.
위험등급 : S+
크기 : ?
발견지 : 멸망의 문 심층부, ‘뱀의 자궁’
-일명 ‘다섯 번째 시체’.
인류의 천적, 불가해(不可解), 불가살(不可殺)로 통하는 열 개의 재앙 중 하나.
“그해 처음 태어난 것들의 생명을 거두어 가리라.”
– 『십계(十誡)』 10:上 –
십상시 중 다섯 번째 마왕 암두시아스!
비키르는 이 근육질 마수형의 악마를 보는 순간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멸망의 시대가 열리기 직전 아카데미를 습격해 왔던 악몽(惡夢).’
난데없는 마왕의 강림에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상징이었던 중앙 시계탑이 무너졌고 장차 제국의 주춧돌이 되었을 수많은 어린 영웅들이 죽어나갔다.
냉병기의 날이 무뎌지고 열병기의 열이 식어 버렸을 때.
비로소 제국은 멸망이라는 것에 대한 첫 경각심을 품게 되었다.
‘……어린 학생들의 사망은 인류연합의 미래에 어마어마한 악영향을 끼쳤었지.’
이 대참사는 피기나 산쵸 등 모종의 이유로 학교를 떠났던 이들마저 분개하게 만들었고 다시금 인류연합으로 돌아오게끔 했었다.
비키르는 눈앞에 있는 윈스턴과 그 뒤에 강림한 암두시아스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죽일 때가 되었다.’
그동안 윈스턴을 죽이지 않고 살려뒀던 이유는 놈을 죽이기 전에 아카데미에서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놈이 가지고 있는 한 종류의 ‘위험한 초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그때.
암두시아스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악마사냥꾼의 냄새. 네가 그 밤의 사냥개인가.]비키르는 가면을 더욱 더 깊게 눌러썼다.
상대방은 십상시들 중에서도 단일 무력 하나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마수형 마왕.
시간을 길게 끌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번쩍!
소드마스터를 상징하는 고체형 아우라가 초승달 형태로 넓게 퍼져나가며 공간을 절단했다.
까앙- 콰콰쾅!
비키르의 참격은 암두시아스의 뿔끝에 걸렸고 그대로 빗겨 올라가 천장을 두 동강 냈다.
[과연. 동료들이 당할 만하군.]암두시아스는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교활한 기만책과 군단전술이 특기였던 벨리알이나 단탈리안, 흑마법으로 다수의 부하를 만들어 거느리는 것이 특기였던 세에레, 방어에만 몰빵한 데카라비아, 가뜩이나 게으른 성정에 너무 일찍 죽기까지 하는 바람에 힘을 제대로 쌓지 못했던 안드로말리우스…… 하지만 암두시아스는 이들과는 달리 호전적인 무투파이다.
단일개체로서의 전투력은 지금껏 싸워 왔던 그 어떤 마왕보다도 강력한 수준.
콰쾅!
암두시아스가 발길질을 했다.
엄청난 속도로 뻗어오는 뒷발굽에 걷어 채인 비키르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붕괴물 사이에 처박혀야 했다.
‘힘, 속도.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군.’
비키르는 입술을 비집고 밀려올라오는 핏물을 겨우 삼켰다.
‘……하지만 놈의 위험은 비단 힘과 속도뿐만이 아니지.’
놈이 아직 가공스러운 능력 하나를 숨기고 있음을 비키르는 안다.
회귀하기 전, 아카데미의 수많은 인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바로 ‘그’ 능력!
그렇기에 극도로 조심해야 했다.
그때. 암두시아스가 그대로 몸을 돌려 비키르를 향해 뿔을 들이밀었다.
이대로 모든 것을 꿰뚫어 버릴 기세.
그러나.
휘리릭-
옆에서 난입한 거대한 뱀이 암두시아스의 뿔끝을 휘감아 조인다.
그리고는 옆으로 세게 끌어당겨 돌진의 궤도를 바꾸었다.
…콰쾅!
암두시아스는 비키르가 있는 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머리를 박았다.
묵직한 지진파가 완파된 대강당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윽고, 흩어지는 파편과 흙먼지 사이로 암두시아스의 노오란 눈이 빛났다.
그는 윈스턴의 입을 빌어 물었다.
[……사디냐?]과연 그곳에는 암두시아스의 뿔 끝에 감긴 채찍을 잡아당기고 있는 사디가 서 있었다.
그러자 암두시아스의 형체가 일순간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흐리멍텅하던 윈스턴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윈스턴은 흔들리는 동공을 들어 사디를 담았다.
[사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나는 너를 사랑으로 키웠다. 그런데 어떻게 나에게……]윈스턴은 지금껏 사디가 교수 직에서 파면당하지 않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그리고 사실 그녀가 갓난아이일 때부터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꾸준히 후원해 왔던 이도 윈스턴이었다.
올바른 교육과 올바른 생활, 정도만을 걸으며 자라게끔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랄하고 있네.”
사디의 대답은 차가웠다.
“전범(戰犯)의 손녀가 바른 길로 자랄 리 없잖아. 연좌제(連坐制)가 정말로 폐지되었다고 생각해?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던걸?”
유년시절부터 계속되었던 멸시와 천대, 그리고 두려움 어린 시선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몰락한 가문의 성채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조부의 자서전을 읽게 되었을 때 사디는 깨닫게 되었다.
유일한 버팀목, 든든한 후원자였던 윈스턴 교장이 사실 ‘47인 소요사태’ 당시 자신의 조부 사드 후작을 몰락시켰던 장본인임을.
그 뒤로 사디의 눈빛은 바뀌었다.
욕설과 차별, 부당한 대우, 은밀한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이 모든 것들을 꿋꿋하게 참아내던 그녀의 눈빛에는 조부에게서 물려받은 광기가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전쟁광. 힘 있는 자들의 세상.
사디는 윈스턴을 향해 이를 갈며 말했다.
“조부의 자서전을 읽는 내내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의 그 어떤 순간보다도 더욱더 깊게 공감하며 몰두하고 있는 나 자신을!”
[…….]“힘을 가진 자들이 왜 힘없는 자들의 눈치를 보는 세상이 왔는지! 그 부조리함과 모순을 어떻게 타파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사디는 윈스턴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인간애와 평화라는 가식으로 무장하고 있던 네놈의 속에 사실 악마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내게 확신을 주는구나. 이제 나는 내 조부의 원수를 갚겠다.”
이윽고, 사디는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쾅!
채찍이 마치 가시비늘을 세운 뱀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응고된 피처럼 끈적한 아우라가 채찍의 결과 가시들을 타고 사방팔방을 온통 초토화시켜 놓는다.
하지만 윈스턴은 그저 잠잠한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결국 인간인가.]이윽고, 흐릿해졌던 암두시아스의 몸이 다시 완전한 형태를 얻었다.
[과연 세 번 부정할 만하구나.]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암두시아스는 거대한 몸을 일으켜 사디가 만들어 내는 아우라 폭풍에 맞섰다.
그 결과는…….
쿠지지직!
암두시아스의 압승이었다.
사디가 아무리 강하고 실전 경험이 많다고 해 봐야 결국은 그래듀에이터 최상급.
마스터의 벽을 넘지 못한 이상 마왕급 악마에게 대적하기란 요원한 일이다.
쿵!
사디는 붕괴물이 쌓인 곳에 쓰레기처럼 내팽개쳐졌다.
입가에서 피와 내장 조각을 토해내는 그녀의 위로 암두시아스가 거대한 뿔을 겨누었다.
[결국은 무의미한 짓이다. 유약한 인간이여-]하지만 사디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쿨럭! 그럴까?”
[허세는 통하지 않는다.]“허세가 아니야. 나는 시간을 번 거야. 호호호-”
사디의 말에 암두시아스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푸욱!
윈스턴의 허리가 한번 크게 꺾였다.
심장 부근을 꿰뚫고 있는 검붉은 검.
비키르가 어느새 윈스턴의 등 뒤를 잡고 있었다.
“‘끝났다’, ‘죽을 시간이다’, ‘이곳이 너의 무덤이다’, ‘네게 남은 희망은 없다’…… 지금껏 숱하게 들어봤던 말이지.”
[…….]“하지만 어떤가?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비키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윈스턴의 몸에 무수한 칼침을 놓았다.
암두시아스가 황급히 윈스턴의 몸을 수거해 뒤로 물러났지만 비키르는 기다렸다는 듯 그 뒤를 따라붙었다.
……바로 그때.
갑자기 윈스턴의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터억- 우드득!
한낱 숙주에 불과하던 윈스턴이 손을 뻗어 비키르의 팔을 움켜쥐었다.
“누가 악마냐?”
순간, 비키르는 윈스턴에게서 나는 악취가 사라졌음을 느끼고는 흠칫했다.
그리고 그 찰나의 머뭇거림을 윈스턴은 놓치지 않았다.
…펑!
그는 비키르를 밀어내고는 뒤로 껑충 뛰어 물러났다.
그리고 저 멀리 잔해물 위에서 꿈틀거리는 사디를 바라보며 물었다.
“악마와 인간. 둘 중 누가 더 악마에 가까운 존재란 말이냐?”
인간은 악마를 배척한다.
사악한 존재라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때때로 인간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악의 이데아인 ‘악마’를 뛰어넘는 행동을 한다.
“정의의 반대는 악이 아니다. 또 다른 정의일 뿐…….”
윈스턴은 바로 그 점을 지적하는 듯했다.
……하지만.
“네 개똥철학에는 관심 없으니 가르치려 들지 마라.”
비키르는 지금껏 수없이 많은 시간을 전장에서 보내온 베테랑.
적의 논리에 감화되어 일을 그르치는 애송이가 아니다.
“악마는 죽인다.”
악마사냥꾼의 제 1원칙. 그 어떠한 경우에도 변하지 않을 신념.
비키르는 바로 그것을 들이미는 것이다.
…푸욱!
칼침이 다시 한번 윈스턴에게, 그리고 그 너머의 암두시아스에게 틀어박힌다.
[그런가.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제법 노련한 사냥꾼이었는가.]암두시아스가 본격적으로 기세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거대한 암흑의 일각수, 그리고 밤의 사냥개가 막 뿔과 이빨을 부딪치려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어구구…… 여그가 어디여?”
팽팽한 전장의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어딘가 느슨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암두시아스도, 비키르도 잠시 멈칫했다.
붕괴된 잔해물들 사이로 걸어 나오는 구부정한 허리의 노파.
그녀의 얼굴을 본 비키르는 속으로 아차 싶었다.
‘나보코프 1세? 왜 여기에……!?’
교황.
원래대로라면 이번 전장에 나타날 리 없는 존재.
회귀 전에는 이미 오래전에 독살되어 사라졌을 얼굴.
비키르조차도 아무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던 변수.
그녀가 뜬금없이 최후의 전장에서 튀어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