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나락수(奈落樹) (1)
콜로세오 아카데미를 집어삼킨 거대한 나무.
그것은 직경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크기와 높이였다.
행정구역 상 황도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시(市)에서도 그것이 보일 정도였으니까.
주변으로 드리워진 뿌리들은 아카데미의 외벽을 타고 이빨처럼 솟아나 마치 거대한 괴물이 아가리를 180도 벌리고 드러누운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그 뿌리들의 중심부에는 지옥으로 직통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심연. 어비스. 이빨들의 중심부에 마치 목구멍처럼 푹 들어가 있는 기괴한 구덩이.
“대체 이게 뭐야!? 내 아들을 어떻게 한 거야!”
“내 딸! 내 딸을 돌려놔라!”
지고의 경지에 올라 있는 강자들, 창왕 세르반테스와 궁귀 로드릭이 혼신의 힘을 다해 공격해 봐도 뿌리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물며 중앙에 깊게 뚫려 있는 구멍은 더더욱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깊이도 알 수 없고 정체도 불명인 구멍. 그리고 그 구멍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식물.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학생들 전원을 삼켜 버린 이 거대한 식물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아니. 유일하게 딱 한 명.
“이건 나락수(奈落樹)잖아?”
모르그 까뮤. 그녀가 눈앞에 있는 시커먼 뿌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르그의 여식이여. 뭔가 아는 것이 있는가?”
옆에 있던 오시리스가 물었다.
그는 평소와 달리 약간은 다급해 보였다.
“눈앞에서 ‘동생 네 명’이 잡혀갔다. 아는 것이 있다면 도와주시게.”
그러자 오시리스의 뒤를 이어 세르반테스와 로드릭도 달라붙었다.
“내 아들! 내 아들도 잡혀 갔어! 어허이! 이런 일이 생기다니!”
“딸! 내 딸을 구해야 한다! 대, 대체 저게 뭐란 말이냐!”
그러자 까뮤는 귀찮다는 듯 손사래쳤다.
“아저씨들이 다급해한다고 될 건 아니고요.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열받네? 왜 나는 안 잡아갔지? 아직 학생 등록이 안 되어 있어서 그런가? 아, 입학처에서 팔찌를 미리 줬을 때 받아 놓을걸.”
남들이야 애타거나 말거나 까뮤는 마이페이스였다.
그때.
“아는 것이 있다면 협조해 주면 고맙겠…… 소.”
어색한 반존대가 들려왔다.
까뮤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꽤나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모르그 밴시.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교감. 현 교장 대리.
그의 냉막한 얼굴을 본 까뮤는 순간 자세를 바로 했다.
모르그 스네이크의 친동생 모로그 밴시.
그의 생김새나 목소리, 억양은 여러모로 먼저 세상을 떠난 스승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네. 뭐, 저도 그리 많이 알지는 못해요.”
고집 세고 제멋대로이기로 소문난 까뮤가 순순히 부탁에 응해 주자 밴시 교수는 속으로 안도의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왜 갑자기 협조적으로 변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모른 채로.
뭐 아무튼. 까뮤의 말은 상당히 놀라운 것이었다.
“이 식물은 ‘나락수’라는 이름으로 역사서에 처음 등장했던 마수(魔樹)에요. ‘거꾸로 된 혼돈’, ‘파고드는 탑’, ‘유계(油界)로의 통로’, ‘리버스 바벨(Reverse Babel)’ 등등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기록되어 왔죠.”
“자네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내가 공부했던 마도역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기록들인데?”
“제국의 시점에서 기록된 마도역사에서는 그렇겠죠.”
밴시가 의문을 표하자 까뮤는 가볍게 일축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한 뿌리의 기묘한 나무와 저자불명의 낡은 서적들을 가져다주었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건 적과 흑 산맥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던 한 주술사 부족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나무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지상에 뿌리를 뻗고 지하로 싹을 틔워 거꾸로 성장해 나가는 특징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모두가 입을 반쯤 벌렸다.
일반적인 나무는 땅 밑으로 뿌리를 내리고 땅 위로 줄기를 뻗으며 위를 향해 자라난다.
하지만 이 나락수라는 것은 땅 위로 뿌리를 올리고 땅 밑으로 줄기를 뻗으며 아래를 향해 자라나는 듯싶다.
……이름 그대로, ‘나락’에 닿을 정도로 깊게!
까뮤는 설명을 계속했다.
“이 나무는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하나의 도시 정도 크기밖에는 되지 않지만 내부는 다릅니다. 여러 개의 공간을 겹치고 왜곡시키는 특성이 있어서 나무 속 공간의 넓이를 정확히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어요. 말 그대로 마수(魔樹)니까요.”
망령목에 비교하자면 하잘 것 없는 수준의 마수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 크기로 성장했다면 충분히 위협적이다.
나무속의 심연으로 끌려간 아이들이 어떤 고초를 겪고 있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그때, 창왕 세르반테스가 물었다.
“그런 것은 됐고, 이 빌어먹을 나무를 뚫고 안에서 아이들을 꺼내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게 됐으면 제가 했죠, 아저씨.”
“뭐야?”
까뮤는 혀를 찼다.
“이 나무는 외부에서 개입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오로지 내부에서 뚫고 나오는 것만이 가능합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어디 있긴요, 여기 있죠. 그냥 식물도 아니고 원래 지옥에서나 자라나는 나무잖아요. 게다가 그 지옥에서도 상당히 희귀종이라고 들었는데.”
결국 밖에서 뭔가를 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쾅!
밴시 교수가 이를 으득 갈며 옆에 있는 나락수의 뿌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제기랄! 내 잘못이야. 내가 조금만 더 신중했어도…… 한 번만 더 의심했어도…… 제자들을 이런 지경에 빠트리지는 않았을 텐데…….”
윈스턴의 팔찌도, 마력석 정비도, 녹지화 사업도, 학부모 참관수업도, 사디 교수에 대한 무조건적인 관용도…… 뭐 하나 수상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막지 못했기에 밴시 교수는 더더욱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학부모들과 교수들은 나락수의 앞에서 깊이 절망하고 또 절규하고 있었다.
하지만.
“뭘 그리들 걱정해요?”
유일하게 태연한 한 사람.
오직 까뮤만은 울부짖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잡혀간 게 아니라 스스로 들어간 것일 거예요.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요?”
그녀의 말에 모든 사람들의 눈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울음을 멈춘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까뮤를 향해 몰려들어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오? 생각이 있다니? 스스로 들어가? 대체 누가?”
그러자 까뮤는 너무도 태연하게,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누구긴 누구예요, 내 약혼자지.”
* * *
비키르는 검은 방에서 눈을 떴다.
검은 방.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이 텅 빈 공간은 무언가를 저장해 놓는 용도 같았는데 지금은 비키르를 가두어놓는 역할을 충실히 잘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마치 거대한 씨앗 속 씨방 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
‘……들었던 그대로군.’
비키르는 이 공간을 직접 체험해 본 적은 없으나 일찍이 이 공간을 겪었던 아카데미 출신 대영웅들의 수기나 회고록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다.
지하로 뻗은 바벨탑.
이것은 ‘장자를 앗아가는’ 암두시아스의 초능력이 극한까지 개화된 결과이다.
‘원래대로라면 처음 태어난 것들만 앗아가야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냥 ‘자식’들 전체를 앗아갔다고 봐야겠군.’
비키르는 좁은 공간 속에 홀로 남아 생각했다.
이곳은 암두시아스가 만든 지하 탑.
밑바닥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괴랄한 생태계와 함정, 각종 기상천외한 선주생물(先住生物)들이 자리하고 있다.
온갖 세계관들의 짜깁기. 그것이 바로 이 기분 나쁜 탑의 정체이다.
비키르는 눈을 감고 대영웅들의 회고록 속에 등장하는 나락수의 내부 구조를 떠올렸다.
‘아주 오래 전에 잡혀와 복속된 고대문명의 망령들, 이지를 잃어버린 폐허 속 언데드들, 공허를 유영하는 마물들, 골렘과 마장기로 무장한 부족들…… 그 외 사막과 바다, 화산, 설원의 세계관들이 층별로 공존하는 곳.’
마탑이나 칼침의 무덤과 같이 수많은 다중 차원들이 겹쳐져 있거나 왜곡, 굴절되어 있는 이 공간에서는 일반적인 상식이나 법도가 통하지 않는다.
‘아카데미의 쟁쟁한 새싹들을 모조리 짓밟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이 안에 통째로 가둬 버리려 했겠지.’
실제로 비키르가 회귀하기 전, 나락수가 콜로세오 아카데미에 나타났을 때 수많은 어린 영웅들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뻔했었다.
이 탑 안에서 죽거나 리타이어 되면 그 즉시 악마의 영양분이 될 뿐.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살아서 탑을 나갈 수 있다면 죽거나 리타이어 된 이들 역시도 모두 되살아난다.
회귀 전의 암두시아스 역시도 이 탑을 만들었고 아무도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것이라 자신했지만…… 전생에서는 워낙에 천재적이었던 규격 외의 인물 하나가 이 탑을 탈출했기에 악마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었다.
사실 비키르는 미래를 알고 있기에 이 탑 자체가 나타나지 않게 막을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지.’
비키르가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띠링!
어둠 속에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통해서가 아니라 머릿속에 직접 울려 퍼지는 듯한 소리.
이윽고, 눈앞에 무언가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그것은 뒤틀려 있는 이목구비에 흘러내리는 살점과 내장, 추하게 말라붙은 날개를 퍼덕거리고 있는 고깃덩이였다.
[안 녕 하 세 요 ? 저 는 탑 의 가 이 드 를 맡 은 ‘요 정’ 입 니 다 ?]비키르는 자칭 요정이라는 이 기괴한 외형의 살점 덩어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것 때문.’
놈은 불쾌한 날갯짓 소리와 함께 기괴한 발음과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 금 부 터 밑 바 닥 까 지 선 착 순 한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