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09
309화 나락수(奈落樹) (3)
이후 등장하는 잡스러운 마물들을 전부 처리하자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띠링!
[지하 1층 ‘튜토리얼 지대’를 벗어났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본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지하 2층 ‘익숙한 땅’에 진입합니다]비키르는 눈앞으로 떨어지는 낡은 양피지 한 장을 집어들었다.
– / 주문서 / 등급: ?
단 한 번에 한해 튜토리얼 지대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는 주문서.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적혀 있다.
※사용 시 레벨이 초기화됩니다
비키르는 튜토리얼 클리어 보상으로 주어진 주문서를 품 안에 넣었다.
아마도 이것은 위기의 순간 딱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모든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는 아이템일 것이다.
이윽고, 비키르는 지하 2층으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꽤나 익숙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콜로세오 아카데미. 지난 1년여간 지내왔던 아카데미의 내부 풍경이다.
강의동과 연무장, 기숙사 건물들이 솟아있는 아래로 주상복합형 상점들이 쭉 늘어져 있는 거리.
벽돌을 쌓아 올려 만들어진 정원과 일정한 거리로 줄지어 선 가로수, 중앙 시계탑 아래의 광장과 분수대 역시도 그대로였다.
……문제는 이곳 아카데미의 시설들이 이미 폐허가 된 상태라는 것이었다.
비키르는 조용히 주위를 살폈다.
강의실, 복도, 매점 등등 학교의 시설들은 탑에 갇히기 전 그대로이다.
그러나 미묘하게 뒤틀려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가령 분수대에 조각된 기도하는 천사상이 갈기갈기 찢겨죽은 천사상으로 바뀌어 있다거나 룬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전부 다 뒤집힌 채로 그려져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더군다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위는 온통 불타고 파괴된 상태이다.
시간마저 오래 지났는지 먼지도 수북했다.
늘 여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향수 가게는 문과 유리창이 깨진 채 먼지에 뒤덮여 있었고 유명한 식당 간판은 잔뜩 녹슬었다.
안에서는 고기 썩는 악취만 풍겨오고 있었다.
인자한 경비 할아버지가 늘 인사를 건네오던 분리수거장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핏자국들만 흩뿌려져 있는 것이 보인다.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다.
[암두시아스는 세계의 일부를 집어삼켜 나락수의 먹이로 삼는다. 그렇게 삼켜진 세계는 탑 안 세계관의 일부가 되지. 아마도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일부를 집어삼킨 모양이군.]목에 걸려있던 데카라비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새끼마담 역시도 불안한 듯 끙끙거린다.
비키르는 찢겨죽은 천사상의 앞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
어차피 더 이상 가 봐야 반투명한 벽으로 막혀 있어서 더 가지도 못한다.
암두시아스에게 잡아먹힌 세계는 딱 아카데미의 주상복합 상점가 구역까지인 듯싶었다.
그때.
“……!”
비키르는 인기척을 느꼈다.
저 앞쪽의 폐허 속 기숙사, 교실, 상점 등에서 제각기 다른 학생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젠장. 어떻게 되어먹은 세계야 여기는?”
“던전 같은 곳에 갇힌 건가?”
“빌어먹을. 아까 그게 어딜 봐서 요정이냐고.”
“망할! 내 힘을 돌려줘 이 악마 새끼들아!”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학생들. 그들이 슬슬 튜토리얼을 통과해 본게임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찢겨죽은 천사상이 있는 중앙 분수대에 108명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혼란스러워 하는 이도 있고 이미 어느 정도 적응을 끝냈는지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다.
비키르는 가만히 앉아 그들의 면면을 훑어보았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 돌로레스 등의 아는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은 선배들이었고 개중에는 종종 조교수들도 섞여 있는 것이 보였다.
‘대부분의 레벨은 1, 스탯은 1~3 정도인가.’
당연하게도 학생들의 레벨은 1이다.
그리고 힘, 민첩, 체력 등의 스탯은 1에서 3까지 다양해 보인다.
간혹 드물게 하나의 스탯이 5를 넘는 이들도 보였지만 극소수였다.
‘내 스탯과 비교하면 감소율의 밸런스가 좀 안 맞는 것도 같은데.’
하지만 스탯이 한 인간의 전투력을 완벽히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미해금된 스탯들의 존재까지 있었기에 상태창만으로는 아직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한편.
비키르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학생들은 폐허가 된 아카데미 곳곳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고학년들이 리더가 되고 2학년들이 중간 관리, 1학년들이 잡다한 일을 떠맡았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귀족파와 호족파 학생들이었다.
“제길. 이 폐허는 대체 뭐야. 뭐라도 쓸 만한 것들을 추려 보자고.”
“조심해. 또 그 요정인지 뭔지가 나타나서 미션을 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최대한 도움되는 것들을 챙겨보자. 식량이라거나, 무기라거나.”
“뒤져! 싹 다 뒤져! 어차피 여기는 폐허야! 먼저 줍는 놈이 임자다!”
학생들은 상점가 곳곳을 털기 시작했다.
생각이 빠른 이는 음식점이나 식료품 상점을 털어 통조림이나 물 등을 챙겼다.
그러나 대부분의 통조림은 가스가 차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고 물은 오염된 상태였다.
아무리 뒤져도 식량을 구할 수 없었던 학생들은 자포자기하는 심경으로 다른 상점들을 털었다.
쨍그랑-
한 상점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귀족파 여학생이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와! 베아트리체 뉴엘 신상! 이거 완전 한정판 향수야! 황도의 난다긴다하는 셀럽들도 없어서 못 구한 건데!”
그녀는 몸 곳곳에 신상 향수를 듬뿍 뿌리고는 황홀한 듯 몸을 떨었다.
“안 그래도 튜토리얼 지대에서 땀 냄새랑 피 냄새랑 쥐새끼 냄새가 몸에 배어서 짜증났었는데. 잘 됐다!”
한편, 상점의 문을 부수고 들어간 호족파 남학생은 횡재했다는 듯 웃어젖혔다.
“이야, 여기는 담배가게구만. 고급 담배들이 쌓였네 이거. 어이쿠, 이건 아까워서 못 피우던 궐련이잖아?”
이상하게도, 생필품은 동나 있었지만 사치품들은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뭐, 본게임 들어가기 전에 잠시 긴장이나 풀라는 게 아닐까?”
평소 향수나 담배 등에 관심이 없었던 학생들 역시도 이참에 한번 마음껏 호사를 누려 보자는 듯 향수 가게와 담배 가게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곧 깨닫게 되겠지.’
비키르는 생각했다.
이 탑은 악마의 창조물, 지옥에서 자생하는 식물의 몸속.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단순히 불친절한 것을 넘어 지독한 악의를 품고 있다.
‘향수, 담배, 화장품 같은 사치품만 남겨 놓았다라. 다분히 의도적이로군.’
의심암귀(疑心暗鬼)는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이 탑에서는 오히려 생존에 도움이 된다.
바로 그때.
…꾸르륵! 꾸륵! 뿌직!
듣기 싫은 소음과 함께 허공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썩어 문드러진 듯한 외형의 고깃덩이. 이 탑의 가이드인 요정이었다.
[1 0 8 人 참 가 자 여 러 분 들 모 두 안 녕 ? 여 러 분 들 의 귀 염 둥 이 요 정 등 장 이 에 요 ? ]놈은 여전히 기괴한 어조로 주절주절 수다를 늘어놓았다.
100배 약해진 것이 유감이라느니, 하지만 이곳에서의 성장은 밖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느니, 타고나지 못한 재능을 후천적으로 얻을 수 있다느니, 특이한 아티팩트들을 얻어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기회라느니…… 온갖 가식적인 위로와 달콤한 말들뿐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전제들의 끝에 덧붙여진 말은 학생들의 환상을 단숨에 깨부숴 놓았다.
[하 지 만 그 것 은 살 아 서 탑 을 나 갔 을 때 의 이 야 기 겠 죠 ? ]죽거나 탑을 나가지 못하면 끝이다. 평생 이곳에서 삶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오싹한 침묵 속에 마른침 삼키는 소리만 요란하다.
그때, 고학년 선배 하나가 애써 용기를 냈다.
“얘들아! 주눅 들지 말자! 어찌 보면 이것은 기회잖아! 탑 밖으로 나가기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어! 여기서 레벨도 많이 올리고 스탯도 많이 모아서 나가자고! 또 이곳에서는 희귀한 아이템들도 구할 수 있는 모양이니까 말이야!”
그 말에 다른 학생들도 용기를 얻었다.
“오오! 그 말이 맞아!”
“까짓거 해 보자고 한번!”
“악마가 별거나! 덤벼라!”
“난 여기서 영웅이 되어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겠어!”
“빨리 미션 시작해라, 이 악마 놈아!”
한순간에 사기가 오른 학생들이 요정을 향해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 아 힉 힉 힉 ? 좋 아 요 , 좋 아 요 , 너 무 좋 아 요 ? 그 런 도 전 정 신 ? 그 럼 바 로 시 작 해 도 되 겠 지 요 ? ]요정은 용기백배한 학생들의 태도를 보고는 기묘할 정도로 좋아하기 시작했다.
입술이 없어 드러난 이빨들 사이로 침이 질질 흐른다.
짧은 손을 하도 길게 뻗다 보니 살갗이 죄다 찢어져 피와 고름이 질질 흐름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빠르게 박수를 치는 그 모습에 학생들은 일순간 질려 버리고 말았다.
학생들의 열의가 순식간에 식어 버리는 바로 그 순간, 요정은 기쁨에 몸을 떨며 마지막 대사를 뱉었다.
[ 2 층 미 션 은 간 단 해 요 ? ]동시에, 요정의 뒤로 백 개가 넘는 시커먼 구멍들이 일제히 생겨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흉폭한 맹수가 으르렁거리는 소리.
이윽고, 눈과 입에서 시뻘건 불길을 뿜어내는 마물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유계에서 바로 기어 나온 ‘헬 하운드(Hell hound)’ 백 마리.
요정은 학생들의 표정이 절망과 공포로 일그러지는 것을 감상하며 최후의 미션을 던졌다.
[살 아 남 으 세 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