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헬 하운드(Hell Hound) (5)
“전부 잡을 거다.”
비키르는 눈앞에 있는 헬하운드들을 향해 말했다.
이에 대한 그르누이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정신 나갔니?”
그르누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눈앞에 있는 헬하운드들은 하나하나가 강력한 뼈대와 묵직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어지간한 명검의 날보다도 날카롭고 예리한 이빨과 발톱은 물론이요 눈과 입에서 뚝뚝 흐르고 있는 유황은 닿기만 해도 모든 것을 태우고 녹여 버릴 것이다.
더군다나 숫자 역시도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혼자서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비키르는 시종일관 태연했다.
‘헬하운드가 나올 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비키르는 폐허가 된 아카데미에 남겨져 있던 향수나 담배, 화장품 등의 사치품에 주목했었다.
이렇게 대놓고 후각을 자극하는 물건들을 배치해 놓았다는 것은 분명 다음에 펼쳐질 함정을 예고한 것이리라.
그래서 유난히 후각에 예민한 마물들을 몇 추려 보았더니 그 대상은 많지 않았다.
그중의 하나가 헬하운드였고 말이다.
‘놀은 너무 쉬운 상대고, 고블린도 어렵지 않고, 나온다면 후각이 예민한 육지상어나 헬하운드겠지.’
모든 소품과 지형은 악마의 의도대로,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큰코다친다.
…촤악!
비키르는 마검 바알제붑을 꺼내들고 헬하운드 무리에 맞섰다.
퍼억-
무리의 힘을 믿고 기세등등해진 헬하운드 한 마리가 용감하게 달려들었다가 정말로 큰 코 다쳤다.
커다란 코와 그 뒤에 딸린 주먹만 한 살점 덩어리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깨갱! 캥! 끼이잉-]코와 콧잔등이 통째로 썰려나간 헬하운드가 뜨거운 피와 기름을 뿌리며 뒤로 물러나 발버둥 친다.
비키르는 그 틈을 타 옆구리를 물어뜯으려 드는 다른 헬하운드의 아래턱을 칼로 깎아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비키르의 엉덩이를 할퀴려 들었던 또 다른 헬하운드는 오른쪽 앞다리를 절반 가까이 잃었고 그 옆에 있었던 녀석은 그대로 목이 꿰뚫려 절명했다.
[그르르르르……] [캐앵! 캥!] [끼이이잉-]헬하운드들은 그제야 눈치 챘다.
상대방은 이쪽을 죽이려 하는 것이 아니라 불구를 만들려 하고 있다는 것을.
물론 이는 다분히 계획적인 비키르의 연출이었다.
‘헬하운드들은 초반 층에서 보기 힘든 마물이지. 사냥 보상이 아주 후한 편이다.’
비키르는 귓가에 들려오는 알림음 소리를 들었다.
-띠링!
[‘레벨 1의 전사’ 비키르 님이 튜토리얼 지대 최초로 ‘B+랭크 마물 헬하운드’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힘든’ 업적에 대한 보상이 지급됩니다!]한 마리를 죽인 것만으로도 보상이 나왔다.
떼구르르르……
그것은 빨간색 구슬. 힘 스탯을 1 올려 주는 ‘이상한 사탕’이었다.
‘전부 다 죽인다면 보상으로 뭘 줄지 모르겠군.’
회귀 전 대영웅들의 회고록 속에도 이 몬스터들을 모두 죽였다는 말은 없었다.
그 말인즉슨, 비키르는 지금 아무도 도전하지 못한 과업에 홀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인미답의 엄청난 보상을 노리면서!
쩌억- 퍽! 썩둑! 뿍!
비키르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손가락이나 발가락, 관절, 내장 등 기동에 꼭 필요한 부위는 철저하게 보호한다.
전투에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부위는 과감하게 내주고 그 대신 상대방의 눈알이나 혀, 다리 등을 반드시 받아오고 있었다.
마치 악귀가 빙의한 듯 싸우는 비키르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뒤에 있던 그르누이의 표정이 헬쓱해졌다.
‘뭐, 뭐야 저놈. 레벨 1 맞아? 왜 저렇게 잘 싸워…….’
대학리그 때부터 보통 놈이 아니라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100배로 약해진 지금이 저렇다면 원래는 얼마나 강했다는 뜻일까? 실력을 대체 얼마나 숨기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과연 디버프는 디버프. 비키르의 전신은 금세 피투성이가 되었다.
반면 헬하운드들은 아직도 대체적으로 멀쩡하다.
불구가 된 개체들이 널려 있었지만 놈들 역시 마물 특유의 미친 생명력과 투지로 비키르에게 맞서고 있었다.
‘과연. 100배나 약해지니 피곤하군. 조금은 편법을 써야 하나.’
비키르는 뒤로 물러나며 으쓱했다.
그리고는 뒤에 있던 그르누이에게 말했다.
“자, 활로는 터 놨으니 저쪽으로 뛰어라.”
“뭐? 활로가 어디 있다는…….”
그르누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싹둑-
비키르는 옆에서 주춤거리고 있던 헬하운드에게 달려들어 놈의 윗턱과 아래턱을 동시에 절단해 버렸다.
깨갱거리며 물러나는 헬하운드의 뒤로 포위망에 구멍이 생겼다.
“가자.”
“으악!”
비키르는 그르누이의 목덜미를 잡아채 앞으로 던져 버렸고 그 뒤를 따라갔다.
“호애애애애애애애앵!”
온갖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그르누이는 과연 훌륭한 미끼인지라 근처를 배회하던 다른 헬하운드들까지도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어찌 보면 저것도 재능이군.’
비키르는 이상하리만치 몬스터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그르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뭐, 사냥감이 늘어나면 비키르로서는 좋은 일이다.
이윽고, 비키르와 그르누이는 아까의 그 상점가에 도착했다.
“이, 이봐! 어디로 달려가는 거야! 그쪽은 분리수거장이야! 엄폐물 따위 없다고!”
그르누이가 울상이 된 채 소리쳤다.
하지만 비키르는 묵묵히 분리수거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쓰레기들을 분류해 놓은 자루들이 널려 있었다.
‘……이곳에는 늘 인상 좋은 수위 양반 하나가 있었지.’
아니나 다를까, 수위가 머물던 수위실에는 낡은 빗자루, 구멍 난 쓰레받기 등등도 보인다.
하지만 풍경을 감상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크아아아아악!]다수의 헬하운드들이 비키르를 향해 달려들고 있는 탓이다.
바로 그때.
부욱-
비키르는 빗자루와 쓰레받기 옆에 놓인 불룩한 자루들을 들어 올리고는 옆구리를 칼로 찢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것들을 헬하운드들에게 던져 버렸다.
“자, 이거나 먹어라.”
자루 속에 들어 있던 내용물들이 헬하운드들의 머리 위로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은 털투성이의 노란 껍질을 가진 열매였다.
그리고 그것을 뒤집어쓴 헬하운드들은 어째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깨개개갱! 컹! 끄앙!] [크아아앙! 커헝! 게엑-] [웨에에엑! 구왁!]헬하운드들이 앞발로 코를 감싸쥐고 헛구역질을 하는 것을 본 그르누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은행?”
그렇다. 분리수거장에 수십 자루나 가득 쌓여 있는 이것은 바로 은행이었다.
벌레퇴치에 효과가 있는지라 가로수로 애용되는 은행나무, 하지만 유일한 단점은 계절이 지날 때마다 도로 위에 떨어지는 이 냄새 나는 열매다.
게다가 이것은 유난히도 냄새가 심한 ‘사빅’ 은행. 모르그의 감자에서 나는 흙냄새를 단숨에 지워버릴 정도로 향이 강하다.
학교의 분리수거장에 가면 늘 이것들이 포대에 담겨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으직-
헬하운드 몇 마리가 은행열매를 밟자 누런 즙이 뿜어져 나오며 한층 더 강렬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후각이 예민한 헬하운드들은 이 역한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구토한다.
비키르가 칼을 뽑아 든 것은 그때였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붉은 송곳이 한번 앞뒤로 왔다갔다 할 때면 어김없이 한 마리의 헬하운드가 눈을 까뒤집고 혀를 빼문다.
몇몇 헬하운드들이 반격을 시도했지만 눈과 코에서 유황물이 질질 흘러나오는데 제대로 된 전투가 가능할 리 없었다.
데굴- 데굴- 떽데굴-
헬하운드들을 죽일 때마다 계속해서 스탯의 사탕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힘을 올려 주는 빨간 사탕. 민첩을 올려 주는 녹색 사탕. 체력을 올려 주는 파란 사탕.
빨간 사탕이 제일 흔했고 그 다음이 파란 사탕, 그 다음이 녹색 사탕 순이었다.
“민첩 스탯은 얻기가 정말 힘들군.”
비키르는 눈앞에 수북하게 쌓인 사탕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중에 사탕 가게가 열린다면 스탯의 사탕 300개를 레벨의 사탕 1개로 바꿀 수 있지. 그때를 대비해서 사탕은 최대한 모아두는 편이 좋겠다.’
바로 그때.
비키르의 눈앞에 요정이 등장했다.
원래도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더 갑작스러운 등장이었다.
[와 아 ? 이 많 은 아 이 들 을 모 두 죽 이 신 건 가 요 ? 상 당 히 이 레 귤 러 이 시 네 요 ? ]요정은 분리수거장 바닥에 즐비하게 깔린 헬하운드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짓무른 혀를 내둘렀다.
이윽고, 요정은 은근한 목소리로 비키르에게 선택지를 주었다.
[ 대 단 한 업 적 을 세 우 셨 으 니 대 단 한 보 상 을 드 려 야 겠 죠 ? ]동시에, 비키르의 눈앞에 무언가가 떴다.
-띠링!
[‘레벨 1의 전사’ 비키르 님이 튜토리얼 지대 최초로 ‘B+랭크 마물 헬하운드 무리’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대단한’ 업적에 대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1회에 걸쳐 미션의 난이도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난이도를 올리시겠습니까?] [올라간 난이도의 미션은 ‘보너스 스테이지’에 해당됩니다] [‘보너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실 경우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난이도를 올리겠느냐고 묻는 질문.
그 말인즉슨. 헬하운드 무리를 모두 죽인 지금, 그보다 더 위험한 마물의 등장을 허락하겠느냐는 말이다.
“허락할 리가 있겠냐 멍청아!?”
그르누이가 양손의 중지를 세우며 요정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쳤다.
하지만 그 옆에 선 비키르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하지. 뭐든 보내 봐라.”
더 강력한 보스 몬스터의 등장. 이는 비키르가 원하는 바였다.
더 강하고 위험한 마물을 잡으면 그만큼 더 귀하고 좋은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르누이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는 옆으로 요정이 기분 나쁘게 웃어젖혔다.
[ 좋 아 요 , 좋 아 요 , 너 무 좋 아 요 ? 그 런 도 전 정 신 ? 그 럼 바 로 시 작 해 도 되 겠 죠 ? ]그와 동시에, 요정의 등 뒤로 시커먼 구멍이 생겨났다.
아까 헬하운드들이 소환될 때와 비슷한 느낌의 구멍이었지만 수는 하나뿐이었고 지름도 훨씬 더 넓었다.
그리고.
콰긱- 깨갱!
아직 살아 있던 헬하운드 몇 마리가 양 뒷다리 사이로 꼬리를 만 채 오줌을 지리며 바들바들 떨다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커다란 앞발에 짓눌려 죽는다.
이윽고.
비키르의 눈앞으로 조절된 난이도의 마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아. 이건 꿈일 거야.”
지금껏 어찌어찌 잘 버티고 있던 그르누이마저 꼴까닥 정신을 잃게 만들 정도의 마수.
하지만 이에 대한 비키르의 감상평은 짧았다.
“오랜만이로군.”
게이트 밖으로 내민 머리가 세 개. 몸뚱이는 하나.
위험등급 : A+
크기 : 7m
발견지 : 적과 흑 산맥 7부 능선
-일명 ‘지옥의 번견(番犬)’
지옥으로 들어오려는 망령에게는 관심이 없지만 지옥에서 벗어나려는 망령은 그 즉시 갈기갈기 찢어 걸레조각으로 만들어 놓는다.
모든 망령들이 최종적으로 향하게 되는 기름세계 깊은 곳에 서식하며 유계종 몬스터의 궁극(窮極)으로 통한다.
보너스 스테이지의 보스 ‘지옥번견 케르베로스’.
놈이 비키르를 향해 겁화(劫火)와도 같은 눈빛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