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12
312화 헬 하운드(Hell Hound) (6)
[그르르르르르……]케르베로스가 짙은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간만에 보는군.”
비키르는 오래 전 적과 흑 산에서의 대결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8살의 첫 월례평가. 적과 흑 산의 야생으로 떨어졌던 유년시절.
그때는 바스커빌가의 세쌍둥이를 쥐어패고 얻은 초콜릿과 며칠을 꼬박 새워 만든 구덩이 속의 함정, 그리고 요람에서 구한 블러디맘바의 독을 이용한 연계 꼼수로 놈을 잡았었다.
“이 냄새가 느껴지나? 네 동족의 것이다.”
비키르는 목에 두르고 있던 피카레스크 마스크의 두건을 옷깃 밖으로 슬쩍 꺼내 보였다.
케르베로스의 가죽을 바느질해 만든 두건.
수없이 무두질을 했지만 개 특유의 노린내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동족의 냄새를 맡은 케르베로스의 얼굴이 한층 더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졌다.
[크와아아악!]비키르는 달려드는 케르베로스의 이빨과 발톱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쿠르륵! 퍼억!
끈적한 액체 아우라가 덧씌워진 바알제붑이 케르베로스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느낌은 왔는데.’
두터운 가죽을 뚫지는 못했지만 충격을 그 안까지 박아 넣는 것에는 성공했다.
아마도 뼈에 금 정도는 갔겠지.
그러나.
…퍼억!
케르베로스는 옆구리가 꺾이는 즉시 꼬리를 휘둘러 비키르의 몸을 후려갈겼다.
케르베로스 하면 흔히 세 개의 머리를 떠올리지만 사실 놈의 진짜 무기는 꼬리이다.
꼬리 끝의 날카로운 창과 그 끝에 묻어 있는 독액은 한번 찌르는 것만으로도 위험등급 A 이상의 대형 마물을 즉사시킨다.
비키르 역시도 꼬리 끝에 베임으로서 독에 중독되었으나.
호로록-
어느새 옆구리로 기어나온 새끼마담이 비키르의 상처에서 독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츠츠츠츠츠츠……
바실리스크의 재생능력이 옆구리의 상처를 순식간에 아물게 만든다.
깡! 까앙- 땅! 차앙-
케르베로스의 꼬리와 비키르의 칼이 맹렬하게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그 마찰 사이에서 튄 불똥 하나가 기절해 있던 그르누이의 앞머리를 태웠다.
“으악! 뜨거! 뭐야!? 히익!”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맞붙어 싸우는 비키르와 케르베로스.
핏-
비키르의 볼에 긴 혈선이 그어졌다.
그것을 본 그르누이가 외쳤다.
“그, 그것 봐! 케르베로스를 어떻게 잡는다는 거야! 100배나 약해진 몸으로……!”
하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뻐억-
비키르가 케르베로스의 머리통 하나를 무릎으로 올려 찍었다.
케르베로스의 중간 머리가 아래턱이 빠진 채 캑캑거린다.
“……잡네?”
그르누이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학교의 교수들도 쩔쩔맬 사이즈의 마물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운다? 그것도 100배나 약해진 몸으로?
‘레, 레벨 1짜리가 어떻게 저렇게 싸울 수 있는 거지? 도대체 정체가 뭐야 쟤?’
혹시나 해서 주먹으로 벽을 살짝 쳐 보니 확실히 힘이 100분의 1로 줄어든 것이 실감이 난다.
그르누이는 탑에 갇히기 전 비키르의 원래 전투력이 얼마나 강했을지를 생각하며 덜덜 떨기 시작했다.
한편. 비키르는 서서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독기가 바짝 올라 있는 케르베로스는 생각보다도 훨씬 더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더군다나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은 요정에 의해 유계의 심층부에서 바로 공수되어 온 개체, 일전에 적과 흑 산에서 맞닥뜨린 개체보다 훨씬 더 크고 사납다.
어찌어찌 이긴다고 해도 여기는 아직 지하 2층일 뿐. 지금 이대로라면 소모전만 될 것이 분명했다.
‘기회는 한 번.’
비키르는 케르베로스를 향해 다시 한번 도약했다.
부웅-
케르베로스의 앞발이 날아들었다.
몇 번 교전해 본 결과 비키르의 힘과 속도는 이미 파악되었다는 듯 익숙한 태도였다.
그러나.
‘……지금!’
케르베로스와 격돌하기 직전, 비키르는 주머니를 끌러 그 안에 담겨 있던 이상한 사탕들을 전부 끄집어냈다.
왈그락-
손아귀로 느껴지는 작고 단단하고 둥글며 끈적한 것들의 감각.
힘을 올려 주는 빨간 사탕, 민첩을 올려 주는 녹색 사탕, 체력을 올려 주는 파란 사탕.
비키르는 그것들을 한입에 넣고 씹었다.
빠드득- 우득- 까득!
혀뿌리까지 전해져 오는 짜고 쓰고 떫은 맛.
‘……과연, 기껏 구해 놓고도 맛 때문에 못 먹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더니.’
강력한 비위를 가진 비키르조차도 헛구역질이 절로 나오는 최악의 맛이었다.
동시에, 상태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LV: 1 (%)
-호칭: ‘시궁쥐 사냥꾼’
-스탯
↳힘: 178 (+52) = 230
↳민첩: 203 (+16) = 219
↳체력: 207 (+37) = 244
↳?: (미해금)
↳?: (미해금)
↳?: (미해금)
스탯들이 대폭 상승했다.
갑자기 폭증한 비키르의 힘과 속도에 케르베로스는 깜짝 놀라 물러서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뻐억!
비키르의 칼날이 케르베로스의 머리통 하나를 관통했다.
질긴 가죽을 피해 눈알을 뚫고 들어가 그 안쪽의 뇌를 찌르는 칼날.
‘하지만 이걸로는 완전히 죽지 않지.’
위험등급 A+급 이상의 마물은 경이로울 정도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나 케르베로스같은 유계종 마물은 더더욱 그렇다.
꾸드득- 뿌득!
비키르는 두개골의 틈으로 박아 넣은 칼날을 좌우로 한 번씩 크게 비틀었다.
그제야 비로소 손등으로 느껴지는 이물감이 완전히 해소되었다.
안쪽의 근섬유와 신경 다발, 그리고 뇌를 완전히 곤죽으로 으깨 버린 것이다.
[캐앵- 끄르르륵……]세 개의 대가리 중 하나가 축 늘어지자 나머지 두 개의 대가리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비키르는 뒤로 물러서는 동시에 바닥에 있는 그르누이의 목덜미를 잡아 일으켰다.
‘이 녀석은 아직 이용가치가 있다.’
비키르는 기겁을 하며 놀라는 그르누이에게 짧게 말했다.
“이쯤하면 됐다. 빠지자.”
“어? 어어?”
“은행자루 들고 와라.”
비키르는 그르누이의 엉덩이를 뻥 걷어차고는 앞으로 내달렸다.
“기, 기다려! 으아아아! 쟤를 저렇게 열 받게 만들어 놓고 튀면 어떡해!”
그르누이는 울상이 된 채 뛰면서도 비키르가 시킨 대로 은행이 담긴 자루를 꽉 쥐고 있었다.
이윽고, 비키르는 폐허가 된 한 상점 안으로 뛰어들었다.
케르베로스는 온몸에서 유황불을 활활 뿜어내며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폐허가 된 도시를 통째로 불싸질러 버릴 기세.
“은행을 뿌려라.”
비키르의 오더에 그르누이가 눈을 딱 감고 자루를 내팽개쳤다.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사빅은행 열매가 가게 바닥에 흩뿌려졌다.
하지만 케르베로스는 헬하운드와 달리 코를 벌름거리며 미간을 찌푸릴 뿐 구역질을 한다거나 바닥에 드러눕지는 않았다.
“상급 마수라 그런가 비위가 좋군.”
비키르가 감탄하는 순간, 케르베로스가 이빨과 발톱을 들이민다.
꼬리 끝의 창날 역시도 비키르를 노리고 있었다.
그르누이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으, 은행은 왜 가져오라 한 거야! 안 통하잖아!”
사빅은행의 열매에서 나는 악취가 심하기는 하지만 케르베로스에게는 그럭저럭 견딜만한 수준인 듯싶었다.
하지만.
“이것도 견디나 어디 한번 볼까.”
비키르는 숨을 참은 채 칼을 휘둘렀다.
목표는 케르베로스가 아니라 먼지 수북이 쌓인 선반 위.
빠른 참격이 가게의 벽과 찬장, 선반을 훑었다.
깽창! 쨍그랑- 째앵- 콰창!
곳곳에서 유리병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윽고, 그르누이는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는 유리병의 파편들과 붉고 푸르고 투명한 액체들을 멍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가지각색의 액체들은 허공에 흩뿌려지는 동시에 사빅은행 열매가 뒹굴어다니는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철퍽- 철푸덕- 퐁퐁퐁퐁……
코끝을 스치는 향기, 그리고 깨진 유리병에 적혀 있는 글귀.
그르누이는 더듬더듬 그것을 읽었다.
“……베아트리체 뉴엘. 신상?”
그것들은 바로 온갖 종류의 향수였다.
동시에.
“우-웨에에에엑!”
그르누이는 눈물 콧물과 함께 뱃속에 든 모든 것을 게워내고 말았다.
이 끔찍한 냄새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코, 코가 썩는 것 같아! 뇌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야!’
언젠가 강의실 안에 누군가가 은행을 밟은 채 들어온 적이 있다.
녀석의 신발 밑창에 눌어붙은 은행 냄새에 다른 사람들이 뿌린 향수 냄새가 뒤섞이자 강의실 안은 마치 독가스가 살포된 것 같이 변해 버렸고 심지어 그 깐깐한 모르그 밴시 교수마저 수업을 휴강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은 과장 없이 그때보다 딱 100배는 더 냄새가 심했다.
극독암가 리바이어던 출신의 그르누이조차도 한 번도 맡아 본 적 없는 수준의 맹렬한 냄새.
향수도 은은해야 향기로운 것이지 이렇게 농축된 원액들이 수없이 뒤섞여 있으면 두통을 유발하는 악취일 뿐이다.
심지어 가뜩이나 냄새가 심한 사빅은행 열매까지.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밖에는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냥감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케르베로스는 개과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마수.
예민한 후각에 의해 이 일련의 냄새들을 훨씬 더 잘 느낄 수밖에 없다.
[구아악! 그르르륵! 웨엑!]놈은 뱃속에 든 것을 게워내다 못해 두통까지 오고 있는지 남은 두 개의 머리를 연신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자, 요정이 뭘 줄지 기대되는군.”
그 앞에는 양쪽 콧구멍에 화장솜을 쑤셔 넣은 비키르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사냥감의 멱을 따기 위한 준비를 완벽하게 끝마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