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잉여인간(剩餘人間) (5)
기 긱 우 그 그 극 –
딱딱하게 말라붙은 어떤 것들이 뒤틀리며 나는 듣기 싫은 소리.
정확히 24시간이 지난 뒤, 거대한 식인꽃이 깨어났다.
위험등급: S
크기: ?
발견지: 유극지옥 심층부 ‘불가해지대(不可解地帶)-제 4구역의 혈액늪 살점뻘지대’
-일명 ‘혈수의 옥잠화’, 또는 ‘혈액늪의 악몽’
지옥 깊숙한 곳에 위치한 ‘피의 호수’ 어귀, 혈액늪의 시뻘건 수면 위를 부유하는 정체불명의 식물.
부력이 존재하지 않아 모든 것이 푹푹 가라앉아 버리는 혈액늪 살점뻘지대에서도 어째서인지 둥둥 떠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피의 호수에 자생하는 모든 동식물형 마물들 중 가장 강하고 포악하며 그 끝을 모르는 식욕과 식탐은 같은 마물들에게마저 공포의 대상이 된다.
과거 이 식물의 씨앗 단 한 알에서 싹튼 단 한 개체의 옥잠화가 크게 장성하여 인류를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던 적이 있다고 한다.
상당한 크기와 무게를 지닌 옥잠화. 여기까지 생장하기 위해서는 수령(樹齡)이 최소 수십 년은 되어야 할 것이다.
[우그극- 그그그극- 꾸드득!]옥잠화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은 녹슨 시계태엽이 억지로 돌아가는 소리와 비슷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불쾌한 신음이었다.
쿵! 우지지직!
놈이 거체를 일으켜 시계탑 아래로 내려오자 주위의 폐허가 무너져 내렸다.
주렁주렁 뻗은 넝쿨과 뿌리들의 위치를 옆으로 조금 옮겨 놓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됐다.
[…기기기긱!]옥잠화는 배가 고픈 듯 넝쿨과 뿌리를 움직여 바닥을 더듬는다.
하지만 만져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추운 벌판에 일부러 체온을 따듯하게 높여서 먹이들을 유인했건만, 기껏 쳐 놓은 함정에 아무것도 낚이지 않은 모양이다.
더듬더듬……
옥잠화는 말라비틀어진 뿌리 끝을 뻗어 바닥을 더듬어 나갔다.
하지만 이미 먹잇감들은 저 멀리 튀어 버렸다.
지금쯤 폐허 곳곳에 꽁꽁 숨어 있을 것이다.
[기긱- 그그그극-]옥잠화는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점점 더 배가 고파지는 것을 느꼈다.
빨리 고향의 따듯한 호수에 들어가 마음껏 몸을 녹이고 또 목을 축이고 싶었다.
이곳은 너무나도 춥고 목마르다.
바로 그때.
…툭!
말라붙은 뿌리 끝에 무언가가 닿았다.
그것은 차가운 콘크리트나 철근 따위의 것이 아니었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가죽, 그 안에는 쫄깃 탱탱하고 육즙 가득한 고기, 그 안에는 고소하고 오독오독 바삭바삭한 뼈.
하지만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는 것은 안에 꽉 들어차 있을 피. 혈액! 그 달콤하고 청량한 감로(甘露)의 맛이여!
부들부들……
옥잠화는 오랜 추위와 목마름 끝에 입맛에 꼭 들어맞는 특급 먹이를 찾아냈다.
마지못해 삼켜왔던 차갑게 썩은 먹이와는 차원이 다른 황홀한 식감.
옥잠화는 흥분과 감격으로 인해 파르르 떨리는 뿌리 끝으로 먹이를 더듬어 갔다.
머리인 것이 분명한 작은 구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섬세한 뿌리 끝으로 느낀다.
그리고 뿌리는 머리와 몸통을 잇는 가느다란 목선을 타고 내려가 매끈한 가슴골, 그리고 그 옆의 허리와 엉덩이 라인을 핥았다.
곧게 쭉 뻗은 두 다리를 다시 타고 올라가 이제는 손, 매끈한 몸에 비해 상당히 투박해 보이는 이 손만은 다른 부위에 비해 상당히 단단하고 질겨 보였다.
그리고 손을 지나 쭉 내려가니 길고 단단한…… 이것은?
옥잠화가 막 이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려고 했을 때.
썩둑-
감각이 갑자기 끊어졌다.
그리고 뿌리 끝에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끼-기기기기긱!]옥잠화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뿌리 끝이 길고 단단한 칼에 의해 잘려나갔다는 것을 말이다.
“깼으면 어서 움직이잖고.”
비키르는 건조하게 중얼거렸다.
눈앞에 있는 혈수의 옥잠화가 얼굴과도 같은 꽃을 아래로 드리운다.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져 있는 꽃의 주름, 쩍 벌어진 아가리 속에서는 제멋대로 돋아난 기형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비키르는 이 기괴한 외형의 마수에 대한 정보를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혈수의 옥잠화. 본디 유계 깊숙한 곳에 서식하는 식물형 마물이지. 멸망의 시대가 열렸을 때 호수란 호수에는 죄다 이것들이 자라나는 바람에 식수를 구할 때 아주 애먹었었어.’
이 마수를 퇴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동료와 부하들이 목숨을 잃었던가.
그래서 비키르는 사태를 더욱 더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 녀석, 열화판(劣化判)이다.’
그것은 비키르가 아니더라도 멸망의 시대를 살아 본 이라면 누구나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혈수의 옥잠화는 기본적으로 수생형 식물. 수생형 식물은 물이 없는 곳에서는 제대로 자생하지 못한다.
지옥 깊은 곳에 있다는, 오로지 피로만 가득 찬 호수만이 이 무시무시한 식물을 성체까지 생장시킬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물이 가득한 공간이어야 하지.’
전쟁이 시작되자 악마들은 이 식물의 씨앗을 인간계에 가져와 뿌렸다.
인간계에는 혈액으로 가득 찬 호수 따위는 없었지만 그래도 맑고 깨끗한 물이 가득한 호수들은 많았다.
혈수의 옥잠화는 호수의 물을 마시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비록 피를 양껏 마시고 자라난 지옥 본토 원산지의 개체들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크고 흉폭한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기갈(飢渴)에 시달린 지 오래되었군.’
혈수의 옥잠화치고는 작고 왜소하다. 피나 물을 얼마나 오랫동안 못 마셨는지 느리고 힘도 없어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얕볼 만한 것은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쾅!
일찍이 요정이 보여 줬던 영상에서와 같이 넝쿨을 채찍처럼 휘두르는 것 한 번으로 반경 십 수 미터 안의 건축물들을 모조리 붕괴시켜 버리는 괴력난신(怪力亂神)!
저 공격에 맞는다면 제아무리 비키르라 해도 치명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 밖에 있으니 많이 약해졌군. 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마물이다. 그렇다는 것은…….’
비키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잡으라고 배치해 둔 것이 아니라는 소리!’
케르베로스까지는 어찌어찌 여흥을 목적으로, 어쩌면 잡는 사람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극히 희박한 기대감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혈수의 옥잠화는 아니었다.
탑에 막 들어온 학생들은 천 명이 모인다고 해도 이 열화판 하나를 상대할 수 없다.
아예 잡지 못하게, 저항이 불가능한 절대적 존재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동료들끼리의 반목과 불화, 나아가 식인을 통해 탑 바깥에서의 모든 윤리와 법규를 무너트리고 아노미 상태를 형성하기 위해서!
…부우웅! 콰콰콰쾅!
비키르의 뒷머리를 훑고 지나가는 강풍 한 줄기.
또다시 옥잠화의 넝쿨이 휘몰아쳐 주변의 폐허를 더욱 더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지형을 통째로 뒤틀어 버릴 정도의 파괴력!
“인정한다. 포기. 네가 열화된 만큼 나도 약해졌거든.”
비키르는 두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생존자들 68인의 랜덤박스가 놓여 있는 약속 장소!
‘……바보가 아니라면 약속을 어기지는 않았겠지.’
비키르는 휘몰아치는 넝쿨 채찍들을 피해 폐허의 잔해를 뛰어넘었다.
이윽고, 무너진 분수대의 아래에 검은색 줄이 보인다.
그것은 67개의 랜덤박스들이 일렬로 길게 놓여 있는 줄이었다.
고든을 비롯한 생존자들이 놓고 간 것이다.
(그르누이의 미믹은 제외한 숫자였다)
‘머저리들이 없어서 다행이군.’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바로 발걸음을 돌려 아무 곳으로든 달아났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적어도 30명 정도만 죽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갈 테니까.
[기긱! 그갸갸갹!]잔뜩 분노한 옥잠화가 뿌리를 뻗어 이쪽으로 이동해 오고 있었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비키르는 서둘러 랜덤박스 67개를 전부 열어 버렸다.
퍼퍼퍼퍼퍼펑-
요란한 폭음 소리와 함께 랜덤박스들이 아이템을 토해 놓는다.
그중 미믹은 자그마치 5개나 있었다.
‘랜덤박스가 총 68개에 미믹만 7개라, 악마 놈들은 여전히 악취미로군.’
비키르는 재빨리 아이템들을 살폈다.
대부분은 살펴볼 가치도 없는 쓰레기 아이템이었다.
잘 벼려진 청동검, 영롱한 구슬, 가짜 포션, 밑창에 구멍 난 신발, 구린내 나는 갑옷 등등…….
비키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 사이를 헤집으며 그 와중에도 챙겨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빠르게 탐색했다.
제일 먼저 수거한 것은 역시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사탕들이었다.
-LV: 1 (%)
-호칭: ‘시궁쥐 사냥꾼’, ‘지옥의 개장수’
-스탯
↳힘: 230 (+30) = 260
↳민첩: 219 (+10) = 229
↳체력: 244 (+25) = 269
↳물리 저항: 1
↳?: (미해금)
↳?: (미해금)
30개의 빨간색 사탕, 10개의 녹색 사탕, 25개의 파란색 사탕을 섭취함으로서 비키르의 힘과 민첩, 체력 스탯은 상당히 증가되었다.
‘확실히, 몸이 확 가벼워지는군.’
스탯의 힘은 굉장했다. 몸의 컨디션이 갑자기 최상으로 끓어오르는 느낌.
비키르는 사탕을 모두 수거한 뒤 나머지 잡스러운 아이템들도 챙겼다.
‘이것 두 개는 쓸 만하다.’
수북히 쌓인 잡동사니들 중에서 비키르의 선택을 받은 것은 둘뿐이었다.
– / 농기구 / D
커다란 땃쥐의 이빨을 가공해서 만든 호미.
다른 것은 몰라도 식물의 씨앗을 캐는 데에는 쓸 만하다.
– / 주머니 / D
꽤 질겨서 물에 잘 녹지 않는 주머니.
습기를 막아 주는 힘이 있어서 무언가를 담아두기에 좋다.
비키르는 이것들을 다 챙긴 뒤 마지막으로 잡동사니 더미 속을 들여다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이제 챙겨갈 게 없었다.
비키르가 막 돌아서려고 할 때.
“……음?”
잘못 봤겠지 싶은 것이 순간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 속에서 이런 종류의 감을 무시했다가는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것을 노련한 백전노장은 잘 알고 있었다.
비키르는 다시 한번 잡동사니들 사이를 잘 보았다.
…반짝!
은빛이 나는 동그란 무언가가 쓰레기더미 사이에 파묻혀 있는 것이 보였다.
사탕. 은색으로 빛나는 사탕.
“……!”
비키르의 손끝이 잠시 떨렸다.
당연히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사탕만 나올 것이라 생각해 다른 색깔의 아이템 전체를 빠르게 무시했었는데…… 설마 이런 게 나와 있었을 줄은 몰랐다.
허기에 미쳐 버린 옥잠화가 뒤에서 모든 것을 파괴하며 돌진해 오고 있는 와중에도 비키르의 시선은 손바닥 위에 있는 이 은색 사탕에 고정되어 있었다.
“……헛 참. 초반에 모든 운을 다 몰아 쓰는 것 아닌가 모르겠군.”
회귀 전, 이 은색 사탕에 대한 탑 출신 대영웅들의 회고에는 엄청난 미련과 갈망, 동경이 어려 있었다.
탑 밖으로 나온 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대영웅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놓았었던 보물.
– / 반사 신경 / 은색
반사 신경 스탯을 1 올려주는 사탕.
비린 맛이 난다.
-반사 신경 +1
탑 심층부의 난다긴다하는 마물들을 그렇게 잡아댔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 알도 떨어지지 않았다던 이 히든 피스를 설마 고작 지하 3층의 랜덤박스에서 보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