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잉여인간(剩餘人間) (6)
[그-기기기기긱!]옥잠화의 기갈이 한계에 도달했다.
놈은 꽃 부분의 머리가 거의 반으로 쪼개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린 채 날뛰고 있었다.
지옥의 심연처럼 깊게 뚫린 아가리 속에 빼곡하게 돋아난 기형치들이 철근과 아스팔트마저 뜯어먹고 있었다.
콰쾅! 푸슈욱-
공격 역시도 한층 더 격렬하고 다채로워졌다.
줄기와 뿌리의 넝쿨을 휘둘러 자르고 때려 부수는 것에만 치중되어 있던 것이 이제는 바뀌었다.
츠츠츠츠츠츠… 팍삭
뿌리 끝에 닿은 부분의 암석이 쪼글쪼글 말라비틀어지더니 이내 모래로 변해 부서져 내렸다.
‘닿은 곳의 수분을 빨아먹는가. 귀찮은 능력이로군.’
물론 딱히 수분이 많은 환경은 아니기에 저것은 물을 빨아들인다기보다는 비틀어 쥐어짜는 것에 더욱 가깝다.
그렇게 해서 얻는 수분의 양보다 소모하는 힘의 양이 더 크기에 비효율적인 전략.
그러나.
쉬리리릭! 쾅! 파사삭……
옥잠화는 계속해서 비키르를 향해 뿌리를 뻗고 있었다.
스팟!
놈의 뿌리 끝이 스쳐간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나오지 않는다.
그 짧은 순간 엄청난 양의 혈액을 빼앗기기 때문.
또한.
퍼엉! 푸슉-
옥잠화의 잎사귀가 바닥을 칠 때마다 거대한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맹독성 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쪼글쪼글 말라붙어 넓게 퍼진 잎사귀는 큰 충격을 받으면 터지듯 찢어졌고 그 안에 고여 있던 독가스 구름이 해골의 형상을 이루며 피어오른다.
이 가스에 닿으면 살에 수포가 끓고 종국에는 흐물흐물 녹아내리게 된다.
이처럼 옥잠화는 다양한 살상기능으로 무장하고 있는 최악의 생물병기였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공격이라고 해도 맞지 않으면 결국 의미가 없지.”
비키르는 날아드는 채찍과 건기(乾氣), 그리고 독가스 구름을 모조리 피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확연히 달라진 움직임. 이것은 민첩함이나 체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휘잉- 쾅! 파사삭!
휘둘러지는 뿌리를 최소한의 동작으로만 피하고 흩날리는 파편들 역시도 고개를 몇 번 까딱하는 것만으로 전부 흘려 버린다.
많이 움직일 필요도, 빠르게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감각.
멀리서 다가오는 작은 점이 눈앞의 큰 점으로 변할 때까지의 시간이 무료하게마저 느껴지는 영역!
-LV: 1 (%)
-호칭: ‘시궁쥐 사냥꾼’, ‘지옥의 개장수’
-스탯
↳힘: 260
↳민첩: 229
↳체력: 269
↳물리 저항: 1
↳?: (미해금)
↳반사 신경: 0 (+1) = 1
기본 스탯을 제외한 ‘3대 스탯’ 중 가장 얻기 어렵다는 ‘반사 신경의 스탯’이 개화되었다.
이는 탑 밖에서는 아예 가질 수 없는 선천적 재능의 영역.
비키르는 그것을 후천적으로 개화해 낸 것이다.
‘이것으로 6대 스탯 중 5개를 모았다. 이것이 벌써 지하 3층에서 이루어낸 쾌거.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영웅 급의 잠재력과 운을 가진 인물들도 탑의 한참 후반부, 깊고 깊은 심층에서 얻었던 히든 피스를 벌써 둘이나 얻었다.
비키르의 행보에는 점점 더 힘이 실려 가고 있었다.
쩌억-
끈적한 액체 아우라가 실린 바알제붑이 옥잠화의 말라붙은 잎사귀를 잘라냈다.
‘기낭(氣囊)이로군.’
말라붙어 쪼그라들어서 잎사귀처럼 보였던 부분은 사실 기체가 차 있어야 할 주머니.
이는 수생식물 중 하나인 부레옥잠의 구조와도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혈수의 옥잠화는 기낭 안에 유독성 가스를 잔뜩 머금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푸슉-
원래 쪼그라들어 있었던 기낭인지라 뿜어져 나오는 독가스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뿌리와 줄기도 아우라를 덧씌운 칼날이 아니면 상처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질겼지만 꾸덕꾸덕 말라비틀어져 있는 탓에 피격범위도 좁았다.
‘열화판이라서 다행이군. 만약 원산지인 혈수에서 서식하는 개체를 만났다면…….’
모르긴 몰라도 과거 마담 여덟다리를 상대했을 때만큼이나 처절한 승부가 되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혈수의 옥잠화는 군락지에 무리 지어 자생하는 습성이 있고 한 개체 한 개체가 능히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는 수준의 크기와 흉폭성을 자랑한다.
유극지옥의 심연 심층부에 있다는 피의 호수.
혈수의 옥잠화 같은 것들이 우글우글 모여 산다는 그 미지의 암흑은 대체 얼마나 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때.
[인간. 잡생각은 나중에!]데카라비아가 경고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키르는 정신을 차리고는 재빨리 왼손을 뻗었다.
…펄쩍!
새끼마담이 내뻗은 거미줄이 무너진 탑의 꼭대기에 달라붙었다.
비키르는 그것을 타고 높게 솟구쳐 옥잠화의 뿌리를 피했다.
[기긱- 끄기기긱!]옥잠화는 점점 기갈이 심해지는지 이제는 머리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키르 역시도 옥잠화의 말라비틀어져 단단해진 피부 탓에 별다른 유효타를 박아넣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그때.
[기긱!?]옥잠화가 기묘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솔솔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
비릿한 혈액과 퀴퀴한 살점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헬하운드 따위의 노린내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느끼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그렇다, 이것은 인간의 피와 살점이 풍기는 내음이다!
[갸갸갸갹!]옥잠화는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성가시게 굴고 있는 먹잇감 역시도 마침 냄새를 풍기고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윽고, 옥잠화는 커다란 구덩이 앞에 섰다.
냄새는 그 밑에서부터 풍겨오고 있었다.
방금 도축된 생생한 고깃덩어리가 이 밑에 있다.
옥잠화는 황급히 넝쿨을 뻗어 구덩이 밑바닥을 더듬었다.
…풍덩! 끈적-
무언가 따듯하고 걸죽한 것이 넝쿨 끝에 감긴다.
옥잠화는 옳다구나 싶어 냉큼 그것들을 빨아들였다.
순간.
[……기익?]옥잠화의 머리가 크게 갸우뚱했다.
맛이 뭔가 이상하다.
분명 부드럽고 맛 좋은 피와 살을 기대했었고 냄새 역시도 비슷했는데 맛보니 그 맛은 영 밍밍한 수준이었다.
옥잠화는 넝쿨을 들어 올려 안에 든 것을 건져보았다.
그것은 커다란 가죽 부대자루였다.
안에 들어있어야 할 인간의 시체를 기대한 옥잠화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냄새는 인간의 피와 살이 맞다.
무게 역시도 살짝 가볍기는 하지만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나.
가죽 자루 안에는 인간의 시체가 아닌 다른 것이 들어있었다.
촤아악- 후두둑- 후두둑-
바닥에 쏟아지는 인간의 피와 살점. 그리고 뼛조각들.
그러나 그 안에 인간의 시체는 없었다.
바닥에 퍼진 것은 상당한 양의 핏물, 그리고 침, 콧물, 눈물, 오줌 등의 타액.
그리고 빡빡 깎아낸 머리카락과 손발의 손발톱, 팔꿈치나 뒤꿈치 등에서 떼어낸 굳은살과 각질, 전신에서 벗겨낸 때, 그리고 상당수의 이빨 등이었다.
“맛있나?”
옥잠화의 뒤로 비키르가 유령처럼 나타났다.
“인체의 부산물들을 다 모으면 그 양이 꽤 되지.”
비키르는 자신의 입안을 벌려 생으로 잡아 뽑은 이빨들을 보여 주었다.
물론 바실리스크의 재생력으로 인해 빠르게 자라나고 있었지만 말이다.
“네놈은 뭔가 먹을 때면 피부가 연해지더군.”
말을 마친 비키르는 옥잠화가 바닥의 핏물을 빨아먹을 때를 노려 칼을 휘둘렀다.
콰직-
이번에는 박힌다.
칼이 촉수의 표면을 뚫고 제대로 들어가고 있었다.
[갸아아아악!]옥잠화가 무거운 꽃머리를 들어 올려 포효하자 목구멍 속 깊은 곳으로 시뻘겋게 충혈된 눈알 하나가 보였다.
그것은 극도의 초조함과 갈증, 분노에 눈멀어 있었다.
“드디어 드러났군. 급소가.”
비키르는 입을 한계까지 쩍 벌린 옥잠화의 아가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동시에, 증가한 스탯에 의해 불어난 아우라가 바알제붑의 끝으로 길게 뻗어나왔다.
단 한 번에 치명상을, 그것도 정확한 지점에 꽂아 넣기 위해서는 베는 것보다 찌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마검 바알제붑은 송곳의 형상을 하고 있기에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피격범위가 좁지만 깊다. 비키르는 단 한 번의 치명상으로 전투를 끝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내, 옥잠화가 비키르를 씹어 삼켰다.
콰득-
식물에게 본디 있을 리 없는 윗턱과 아래턱이 거세게 맞다물리기 직전.
푸욱-
비키르는 온 힘을 다해 마검 바알제붑을 옥잠화의 목구멍 속 깊은 곳에 있는 눈알 정중앙에 박아 넣었다.
뿌지직-
안구의 막이 찢어지고 그 안쪽의 동공에 구멍이 나는 소리.
길게 뻗어 있던 아우라는 옥잠화의 목구멍과 눈알을 뚫고 뒤통수 밖으로까지 뻗어 나왔다.
우드득! 우득!
동물의 근섬유보다도 훨씬 더 강한 식물의 식이섬유들이 전신을 으스러트리려 한다.
고분자 합금보다도 단단한 이빨들이 어떻게든 비키르의 몸에서 피를 짜내려고 하고 있었다.
“피를 원한다면 기꺼이.”
동시에, 비키르는 몸의 아우라를 옅게 만들고 전신에서 마담의 독을 뿜어냈다.
시커먼 독 피가 옥잠화의 목구멍 안쪽, 상처 난 눈알을 통해 줄줄줄 흘러들고 있었다.
[그긱!? 그- 기- 기- 긱!]옥잠화는 그제야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생명의 핵심을 관통한 송곳과 아우라, 그리고 상처를 통해 전신의 맥(脈)으로 퍼져나가는 마담의 독은 이미 승패를 판가름해 놓았다.
…쿵!
몸을 옥죄는 압력이 약해지는가 싶더니 시야가 크게 기울었다.
옅은 지진과 함께, 혈수의 옥잠화가 그 거체를 바닥에 뉘였다.
-띠링!
귓가에 들려오는 요란한 알림음.
고작 레벨 1의 뉴비가 S급 몬스터를 쓰러트렸다.
탑의 시스템조차도 ‘불가능’이라고 인식한 업적을 해낸 것이다.
그제야 저 멀리서 비키르의 싸움을 보고 있었던 학생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대, 대단하다……”
“이런 전략이 정말 통할 줄이야.”
“제기랄, 이빨 아파 죽겠네.”
“나는 손톱…… 쳇,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다.”
그들은 60킬로그램 상당의 머리카락, 눈썹, 수염, 각종 체모, 피, 타액, 각질, 때, 배설물, 손발톱과 이빨 등을 각출하느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몇몇 상급생들 중에는 자기 살점을 잘라 내놓은 녀석들도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고생했다.”
비키르는 그들의 노고도 인정해 주었다.
각자 500g 상당의 육신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모든 이들의 힘을 합쳐서 잡은 것이 되었다.
이윽고, 기괴한 살덩어리의 형태를 하고 있는 요정이 비키르의 앞으로 나타났다.
놈은 불어터진 입술을 달싹이며 호들갑을 떨었다.
[세 상 에 ? 세 상 에 ? 겨 우 지 하 3 층 의 뉴 비 가 혈 수 의 옥 잠 화 를 쓰 러 트 리 다 니 요 ? 이 런 장 면 은 저 도 처 음 봐 요 ? ]요정은 입술 정중앙에 튀어나온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비키르의 눈치를 살폈다.
[ 축 하 의 뜻 으 로 보 상 을 드 리 겠 어 요 ? 너 무 좋 지 요 ? 기 대 하 셔 도 좋 아 요 ? 정 말 로 어 마 어 마 한 보 상 일 테 니 까 ? ]이윽고, 요정은 눈을 감고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뒤에 감춰두었던 손을 앞으로 꺼내 보였다.
놈의 손에는 큼지막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와르르-
요정은 자루를 뒤집어 안에 든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냈다.
그것은 알록달록하게 빛나는 사탕들.
빨간색 사탕이 무려 300개.
파란색 사탕이 150개
녹색 사탕이 75개.
무려 525개에 이르는 사탕들이었다.
또한 그중에는 다른 색깔의 사탕도 보였다.
– / 레벨 / 황금색
레벨을 1 올려 주는 사탕.
단맛이 난다.
-레벨 +1
지금까지 없었던 찬란한 광채, 입안에 넣지 않아도 코를 통해 알 수 있는 달콤한 맛.
빨갛고 파랗고 녹색인 일반 사탕 300개와 교환 가능하다는 황금색의 사탕이 있었다.
그것도 자그마치 10개나!
일반 사탕 525개와 레벨의 사탕 10개. 이는 지금까지 고난을 헤쳐 온 생존자라면 눈이 뒤집어질 정도로 화려한 보상이었다.
실제로 비키르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럴 수가. 여기서 이것을 얻을 수 있다니!”
굴지의 백전노장조차도 목소리 끝을 떨 정도로 벅차오르는 기쁨, 환희, 쾌재!
은색 사탕을 얻었을 때보다도 훨씬 더 밝아진 비키르의 표정은 지금 그가 얼마나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요정 역시도 그런 비키르의 감동에 응하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
[ 자 ? 어 서 ? 이 모 든 것 들 을 가 지 세 요 ? 전 부 당 신 을 위 한 거 예 요 ? ]말을 마친 요정은 비키르가 사탕 무더기를 독식할 수 있게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비키르가 사탕을 손에 쥐는 즉시 그대로 사라져 버릴 모양이었다.
그러나.
…콰직!
비키르는 성큼성큼 걸어오는가 싶더니 눈앞에 있던 사탕 무더기를 그대로 발로 밟아 버렸다.
후두둑- 후둑- 데굴데굴데굴……
빨간 사탕, 초록 사탕, 파란 사탕, 그리고 황금색 사탕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비산한다.
잔뜩 당황한 표정의 요정에게로 다가간 비키르는 허둥지둥 달아나려는 요정의 몸을 강하게 붙잡았다.
[ 케 흙 ! ? ]요정은 달아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비키르는 애처롭게 보일 정도로 짤똥한 놈의 손모가지를 콱 움켜쥐고 옆으로 꺾어 버렸다.
“어딜 가. 보상은 주고 가야지.”
비키르의 시선이 날카롭게 꽂혀 있는 것은 바로 요정의 손에 들려 있었던 낡아빠진 자루.
방금 전 대량의 사탕을 쏟아냈던 사탕 주머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