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잉여인간(剩餘人間) (7)
[ 케 켁 ? 왜 이 러 시 는 거 죠 ? ]요정은 쩔쩔매며 바동거렸다.
비키르는 정말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기색을 보이는 요정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가증스럽군.’
요정들은 기본적으로 사기꾼이다.
탑 속 생존경쟁의 참가자가 이룩한 성과에 기생하려 들 뿐만 아니라 수시로 그들의 보상을 훔치려 든다.
가장 흔히 보이는 유형은 속칭 ‘삥땅’. 횡령이라는 뜻이다.
어수룩한 뉴비 참가자들이 힘든 미션을 클리어하고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이놈들이 중간에 무언가 수작질을 부렸기 때문이다.
10 중에 5 이상을 수수료니 뭐니 하는 핑계로 착복하는 것은 예사요 때로는 과감하게 보상 전체를 몰래 빼돌리기도 한다.
주요 패턴은 힘든 미션을 클리어한 직후 판단력이 흐려져 있는 도전자의 눈앞에 나타나 적당한 보상으로 낚은 뒤 진짜배기 보상은 찌꺼기, 부스러기, 부산물, 혹은 쓰레기 등으로 위장해 보상 목록에서 제외하고 도로 회수해 가는 식이다.
규정 상 요정은 도전자가 얻은 보상을 도전자의 눈앞에 전부 드러내서 보여 주기는 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안 보여 줄 수는 없다.
따라서 도전자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잘 따져 봐야 하는 것이다.
도전자가 미처 고르지 못하고 남긴 보상은 자연적으로 요정의 것이 되니까.
‘그러니 이런 초희귀 레어 아이템을 본다면 당연히 빼돌리려 들겠지.’
비키르는 요정의 손에 들려 있는 사탕 자루를 꽉 움켜쥐고 이내 확 빼앗아 버렸다.
[ 아 아 아 …… ]요정은 허탈하다는 듯 김빠진 소리를 냈다.
하기야 그럴 것이다.
지금 비키르가 손에 넣은 주머니는 탑 안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심지어 요정들조차도 입수할 방법을 모른다는 극도로 희귀한 히든 피스니까.
– / 교환 / S
작은 생물의 몸속에 기생하는 초소형 벌레. 자루의 모양을 하고 있으나 사실 기생충의 알집 부분이다.
숙주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으며 주 먹이는 ‘이상한 사탕’. 사탕을 정기적으로 일정량 이상 섭취하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소멸한다.
식사량만큼이나 배설량도 왕성한데 배설물의 경우는 섭취한 음식과 미묘하게 다른 성질을 갖는다고 한다.
-사탕 변환 (특수)
※이 마수는 같은 종류의 사탕 100개를 먹으면 다른 색깔을 가진 1개의 사탕을 배설합니다
※배설되는 사탕의 색은 랜덤입니다
‘……뽑기라.’
비키르는 자루를 탈탈 털었다. 과연 안쪽에 작은 기생충이 보인다.
이 기생충에 감염된 작은 동물은 건강에 아무런 이상은 없지만 특이한 능력 하나를 갖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탕을 먹고 사탕을 싸는 능력이다.
가령 비키르가 힘 스탯을 올려주는 빨간 사탕 100개를 기생충에게 먹이면 기생충은 랜덤한 색깔의 사탕 한 개를 토해 놓는다.
그것은 레벨을 올려 주는 황금색 사탕이 될 수도 있고 반사 신경을 올려 주는 은색 사탕, 물리 저항을 올려 주는 검은 사탕, 민첩을 올려 주는 초록색 사탕, 체력을 올려 주는 파란색 사탕이 될 수도 있다.
탑의 후반부에 가면 이상한 사탕들을 많이 얻을 수 있는데 이 벌레를 잘만 이용한다면 가장 흔한 빨간색 사탕을 가장 귀한 황금색 사탕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해진다.
운만 좋다면 말이다.
‘……회귀하기 전에는 까뮤가 이것을 얻었었지.’
회귀 전의 까뮤는 변환벌레를 이용해 얻은 사탕을 모조리 마력 저항 스탯을 올려 주는 흰색 사탕을 얻는 것에 몰빵했었다.
그 결과 그녀는 어마무시한 마력 저항 스탯 수치를 가지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마나 폭주를 죄다 무시해 버리며 몇 번이나 위험한 한계 돌파를 이루어 냈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정의 막바지, 탑의 최저층에서 얻은 것이었다.’
고작 지하 3층에서 이와 같은 엄청난 업적을 달성할 줄은 비키르 자신도 몰랐다.
비키르는 고개를 돌려 어깨 위에 내려앉은 새끼마담을 돌아보았다.
“……믿을 수 있는 소동물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네가 있어 다행이구나. 마음 같아서는 내가 숙주가 되고 싶지만 몸 크기 때문에 불가능하니 부탁 좀 하자.”
[핵핵핵-]비키르가 쓰다듬어주자 새끼마담은 기분이 좋은지 손에 볼을 부비적거렸다.
이윽고, 무해한 기생충이 새끼마담의 몸에 달라붙었다. 녀석은 새끼마담의 턱밑으로 자리를 잡았다.
새끼마담은 영 찜찜한지 몸 곳곳을 긁적이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역시 설명창에 쓰여 있던 대로 숙주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듯하다.
“앞으로 얻는 스탯은 너에게 주마.”
스탯의 사탕을 먹게 될 새끼마담 역시도 쑥쑥 성장하게 될 것이다.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니 말이다.
비키르는 혹시나 해서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뒤에 수북하게 쌓여 있던 사탕들은 모두 회수된 뒤였다.
요정이 진짜 보상을 빼앗기자 나머지라도 건져가기 위해 허겁지겁 회수해 간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게 놈의 전재산이었으리라.
그래도 너무 급하게 회수했는지 이곳저곳에 사탕들이 아직도 몇 알씩은 널브러져 있었다.
비키르는 일부러 그것을 노리고 사탕들을 있는 힘껏 뻥 걷어차며 걸어온 것이었다.
“부스러기라도 감사히 받아가야지.”
비키르는 혈수의 옥잠화의 몸속 곳곳에 박혀 있는 사탕들을 주웠다.
옥잠화의 입속에 기괴하게 생긴 이빨들이 들쭉날쭉 어지럽게 돋아나 있는 것이 이럴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이빨 사이에 끼어 있는 사탕들을 회수하니 은근히 양이 꽤 된다.
빨간 사탕 15개, 녹색 사탕 6개, 파란 사탕 11개.
황금색 사탕은 한 알도 없었다.
귀한 것이니만큼 제일 먼저 알뜰하게 회수해 간 것 같았다.
…푸욱!
비키르는 바알제붑의 날로 옥잠화의 몸을 뚫고 나왔다.
터져 흐물흐물해진 눈알 사이를 헤집고 한참을 올라가자 이윽고 옥잠화의 꽃 뒤통수 부분에 난 구멍 너머로 밖의 풍경이 보인다.
비키르가 온갖 즙(?)으로 범벅이 된 채 나오자 곳곳에서 탄성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진짜 살아 있었잖아!”
“식인꽃을 잡았어! S급 마물을 잡았다고!”
“그것도 100배로 약해진 몸으로!”
“대, 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 저 녀석…….”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들이 환희에 젖어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비키르에게 가까이 가지 못했다.
피 튀기는 사투를 방금 막 끝마친 사냥개가 아직 흉흉한 기운을 채 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유일하게.
“비, 비키르! 이 천조각 수건으로 써! 폐허 뒤져서 찾아왔어! 아, 이건 향유인데 오물 씻을 때 쓰려면 쓰구…….”
그르누이만이 비키르에게 다가와 이런저런 것들을 신경 써 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비키르는 시선들을 별로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키르가 옥잠화 밖으로 나오자마자 한 것은 바로 두 개의 아이템을 꺼내 드는 일이었다.
– / 농기구 / D
커다란 땃쥐의 이빨을 가공해서 만든 호미.
다른 것은 몰라도 식물의 씨앗을 캐는 데에는 쓸 만하다.
– / 주머니 / D
꽤 질겨서 물에 잘 녹지 않는 주머니.
습기를 막아 주는 힘이 있어서 무언가를 담아두기에 좋다.
비키르는 땃쥐의 이빨로 만들어진 호미를 들고 옥잠화의 머리 부분의 꽃을 향해 올라갔다.
역시나, 그냥 시커멓기만 한 줄 알았던 꽃의 중앙부 표면은 날카로운 씨앗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엄청나게 질기고 단단한 그 씨앗을 비키르는 호미로 하나하나 캐냈다.
…뚝! …뚝! …뚝! …뚝! …뚝!
씨앗은 비키르가 아우라를 씌워 내리찍는 검격에도 떨어져 나오지 않았지만 땃쥐의 이빨로 만들어진 호미에는 비교적 쉽게 뽑혀 나왔다.
비키르는 씨앗을 추출하는 즉시 그것을 물에 잘 녹지 않는 기름종이에 보관해 두었다.
습기를 잘 막아 내는 종이 주머니이니 씨앗이 수분을 흡수해 발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묵묵한 모습을 보며, 학생들은 오싹오싹한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레벨 1…… 100배로 약해진 몸으로 S급 마물을 잡는 게 말이나 돼?”
“그럼 탑에 들어오기 전에는 얼마나 강했다는 거냐고.”
“소드마스터 그 이상이었다는 얘긴데…… 저 나이에 그게 가능해?”
“직접 봐서 알잖아.”
“그럼 지금까지 힘을 숨겼다는 거야? 대체 왜?”
“모르지. 마스터의 속을 우리들이 어떻게 알겠냐.”
군계일학(群鷄一鶴). 수많은 닭들이 꼭꼬댁거리는 것을 비키르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바로 그때.
사라진 줄 알았던 요정이 다시 등장했다.
부들부들거리고 있는 것이 어딘가 화가 난 듯한 기색이었다.
[이 번 미 션 도 클 리 어 네 요 ? 생 존 자 가 6 8 명 이 라 니 ? 다 들 공 짜 로 살 아 남 아 서 좋 으 시 겠 어 요 ? ]아마 비키르에게 사기를 치려던 것이 들통나 민망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는 모양.
동시에, 미션 클리어를 알리는 상태창이 떴다.
– 폐허 속에서 1~68일간 살아남기!
※‘혈수의 옥잠화’를 피하세요!
어차피 혈수의 옥잠화가 죽은 이상 이 거대한 식물의 사체를 갉아 먹으며 68일간 생존하는 것쯤은 쉽다.
그것을 알기에 요정은 그냥 미션 자체를 강제로 종료해 버린 것 같았다.
말을 마친 요정은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러자 하늘에서 밧줄 같은 것이 갑작스럽게 틱 내려왔다.
[ 다 음 층 으 로 빨 리 들 가 실 수 있 게 도 와 드 릴 게 요 ? 더 불 어 생 존 할 자 격 이 없 는 분 들 도 조 금 쯤 은 가 려 내 야 겠 어 요 ? ]요정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을 잡아당기자.
…쿠르르르륵! 철썩!
마치 변기의 레버라도 당겨진 듯 폐허 저편에서부터 거센 물살이 밀려 내려왔다.
“으, 으아아아악! 이게 뭐야!”
“해일이다! 다들 뛰어!”
“저쪽! 저쪽에 아래층으로 가는 게이트가 열렸다!”
“어어!? 작아! 1인용이야!”
“빨리! 빨리! 빨리! 빨리!”
학생들은 저 멀리서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며 다가오는 쓰나미를 피해 미친 듯이 달렸다.
아무래도 아래층으로 갈 때는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게 될 모양.
[ 그 럼 안 녕 ? ]귓가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요정의 목소리를 들으며, 68인의 생존자 모두가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지하 4층으로의 도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