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흑해(黑海)의 무영왕(無影王) (3)
[사슴벌레족과 장수풍뎅이족의 오랜 대립은 수많은 사상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저희들은 전사자의 유해를 모아 한 척의 배를 축조했는데 이 배는 흑해의 수면 위에서도 항해가 가능할 정도로 가볍고 단단했습니다. 소유권 다툼으로 인한 분쟁 끝에 침몰해 버렸지만……]‘정확히 왜 침몰했지?’
[그, 그건…… 어느 날 한 무리의 충왕인들이 기습적으로 배를 탈취해서 항해를 시작했었는데…… 흑해의 중앙을 건너다가 그만……]비키르는 충왕인들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흑해의 심연으로 잠수하기 전에 충왕인들은 비키르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해 주었는데 그것은 평범한 도전자였다면 믿지 않았을 이야기였다.
[괴물을 만났습니다.]‘너희도 괴물이잖아.’
[‘그것’은 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에 끌려와 있던 선주생물(先住生物)…… 그것이 심해의 밑바닥에 버티고 있는 한 아무리 좋은 배가 있어도 흑해를 건너는 것은 무리일 것입니다.]듣자하니 충왕인들이 지하 4층의 흑해에 갇혀 있는 것은 단순히 이 일대를 빙 둘러 가두고 있는 풍랑 때문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비키르는 지금 그 말이 사실이었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츠츠츠츠츠……
비키르의 눈앞에 드리우고 있는 거대한 암흑.
그것은 마치 심연의 일부가 덩어리처럼 뚝 떼어져 나와 독자적으로 유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것은 기실 저편의 암흑을 투과하는 반투명한 덩어리임을 알 수 있었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지름을 가지고 있는 반구형 덩어리.
그것은 반투명하고 흐물흐물한 몸을 가지고 있으며 덩어리의 밑으로 셀 수도 없이 많은 촉수들을 하늘하늘 드리운 채 이쪽을 향해 접근해 오고 있었다.
깊디깊은 심해의 암흑으로 자신의 몸을 물들인 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암공허(暗暗空虛) 속을 정처 없이 부유하는 존재.
위험등급: S
크기: ?
발견지: 유극지옥 5대양 「흑해(黑海)」 초심층부‘대심해(大心海)’
-일명 ‘흑해의 무영왕’
유계에 존재하는 다섯 대양 중 하나인 흑해에 서식하는 대형 해파리류.
고위 악마들조차도 출입을 꺼리는 초심층부의 대심해 구역에서 살아가는 태고의 마물로 그 생태는 철저히 미지에 가려져 있다.
심지어 이 생물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어째서 아무것도 없는 공허 속을 부유하고 있는지 역시도 불명.
‘흑해(黑海)의 무영왕(無影王)’
이 거대한 덩치의 해파리가 뿜어내고 있는 위압감은 일전 적과 흑 산의 수해에서 맞붙었던 ‘팔각(八脚)의 마담’만큼이나 위협적이다.
‘……흠, 이놈은 암두시아스의 힘으로도 통제가 안 될 텐데?’
비키르는 잠시 고민했다.
전 스테이지에서 상대했던 혈수의 옥잠화는 장시간 기갈에 시달려 열화된 상태였다.
또 암두시아스라는 악마 자체가 본디 식물에 친화적이기 때문에 혈수의 옥잠화를 잡아서 조종하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흑해의 무영왕은 다르다.
놈은 이전에 싸웠던 마담 여덟다리와 비슷한 급의 절대강자, 아무리 지성이 떨어지는 마물이라고 해도 이쯤 되면 악마에게 일방적으로 조종당하는 일은 없다.
즉, 눈앞에 있는 이 거구의 해파리는 암두시아스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선주생물이라는 것.
따라서 잡는다고 해도 별반 보상이 없을 가능성이 컸다.
그때.
쉬리리릭……
순간 비키르의 볼에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뒤로 젖힌 비키르의 눈앞으로 반투명한 촉수가 하늘거리면서 지나간다.
파삭!
촉수는 힘없이 한 바위에 달라붙는가 싶더니 이내 엄청난 악력으로 그것을 깨부숴 버렸다.
‘잡혔다간 재미없겠군.’
비키르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는 동시에 마검 바알제붑을 꺼내들었다.
뎅겅-
칼을 무작위로 휘둘러 보니 몇 군데에서 타격감이 있었다.
세 가닥의 촉수가 잘려나가 바닥으로 하늘하늘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소리도 없이 주위를 휘감고 있었나.’
게다가 반투명한 탓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비키르는 눈에 힘을 바짝 주었다.
그러자 끝이 잘려나간 촉수 세 가닥이 은밀하게 뒤로 물러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꾸물꾸물꾸물……
잘려나간 촉수 끝에서 새로운 촉수가 돋아난다.
아무래도 재생능력이 있는 모양.
‘그렇다면.’
비키르는 바알제붑의 끝에 힘을 불어넣었다.
…싹뚝!
슬그머니 등 뒤를 노리던 촉수 하나가 또다시 비키르의 참격에 의해 썰려나갔다.
다만, 이번에 잘려나간 촉수는 재생되지 않았다.
끝이 비쩍 말라붙는가 싶더니 돌돌돌 말려들어가는 촉수.
그것을 본 비키르는 마검 바알제붑의 칼날을 한번 탁 퉁겼다.
‘당장 쓸 만은 하군.’
해파리의 촉수를 말라붙게 만든 능력. 그것은 비교적 최근에 얻은 기술이었다.
/ 송곳
-1슬롯: 맹독 -마담 여덟다리(S)
-2슬롯: 불가살이 -바실리스크(S)
-3슬롯: 기갈가뭄 –혈수의 옥잠화(S)
혈수의 옥잠화를 잡고 얻은 ‘기갈가뭄’의 능력.
가뭄과 기갈의 능력을 통해 건기(乾氣)를 주는 바알제붑의 칼은 해파리의 촉수를 스칠 때마다 대량의 수분을 증발시키고 있었다.
수분을 빨린 해파리의 촉수는 마치 불에 구워지기라도 한 듯 돌돌 말려들어간다.
퍼퍼펑!
흑해의 무영왕은 비키르에게 접근하려다 말고 촉수를 휘저어 거대한 풍랑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수면 위의 파도는 이 녀석이 만들어내고 있던 건가?’
거대한 해파리가 뿜어내는 거센 수류는 구불구불 뒤틀린 촉수들을 타고 뿜어져 나가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쇳물처럼 무거운 수류가 회전하며 마치 톱날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었다.
…뿌뿍! 우지지지직!
비키르의 살가죽이 터져나간다.
온몸이 수없이 많은 칼날에 의해 난자된 것처럼 만신창이가 되었다.
하지만 비키르는 바실리스크의 시체에서 추출한 ‘불가살이(不可殺伊)’ 능력으로 인해 몸의 대부분을 회복해 냈다.
또한 비키르가 쏟아낸 대량의 혈액은 그 즉시 시커멓게 물드는가 싶더니 흑해의 무영왕의 주위로 흘러갔다.
마담 여덟다리의 ‘맹독’이 담긴 혈액이 주위로 번지자 흑해의 무영왕조차도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비키르는 데카라비라의 방패를 꺼내 마치 서핑보드처럼 사용했다.
…쿠르르륵!
사납게 몰아치는 수류의 위를 타오르는 비키르.
비키르는 그 기세 그대로 해저의 침몰선을 향해 헤엄쳐 가고 있었다.
데카라비아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인간! 저 해파리를 상대로는 승산이 없다! 지금의 몸으로는 무리야!]“안다.”
[알면 도망가야지, 왜 저 배를 향해 가는 거냐! 지금 네 힘으로는 인양도 불가능하다!]말 그대로다.
앞에는 거대한 유령선, 뒤에는 흑해의 무영왕. 비키르의 힘으로는 이 둘 다 어찌할 수 없다.
배는 혼자서 들어 올린다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무거웠고 흑해의 무영왕 역시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는 초강적이었다.
하지만 비키르는 태연했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군.’
품속에서 공기가 담긴 주머니를 꺼낸 비키르는 그 안에 들어 있던 최후의 공기를 모두 들이켜 버렸다.
꾸깃-
이윽고, 주머니 안의 공기는 텅 비게 되었다.
– / 주머니 / D
꽤 질겨서 물에 잘 녹지 않는 주머니.
습기를 막아 주는 힘이 있어서 무언가를 담아두기에 좋다.
비키르는 그것을 손으로 한번 구긴 뒤 침몰선의 선창에 난 구멍 속으로 던져 넣었다.
슈르르륵……
그 순간에도 흑해의 무영왕은 비키르를 향해 수없이 많은 촉수들을 드리우고 있었다.
데카라비아가 조금 더 다급하게 말했다.
[인간! 오만 방향에서 다 몰려들지 않나! 나는 이런 곳에 수장되기 싫단 말이다!]‘나 역시도 마찬가지야.’
[그럼 어떻게 할 거냐! 이미 도망은 글렀다! 이제는 저 배를 인양하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네 힘으로는 택도 없……]하지만, 데카라비아는 비키르를 끝까지 다그치지 못했다.
…쿠쿵!
묵직한 소음과 함께, 심해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던 배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어?]데카라비아가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눈알을 굴리는 사이, 배는 천천히 바닥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
배의 밑바닥에서 바위와 진흙들이 쏟아져 내린다.
심해 밑바닥에 오랜 시간 침몰해 있던 유령선이 저절로 떠오르더니 부력 한 점 없는 흑해의 수면 위를 향하고 있었다.
‘시간이 됐군.’
비키르는 기다렸다는 듯 유령선의 선창 밑으로 늘어진 닻줄을 휘어잡았다.
그리고 배를 따라 놀라운 속도로 수면을 향해 부상하기 시작했다.
츠-오오오오……
비키르를 향해 휘감겨 오던 촉수들은 갈 길을 잃은 채 갈팡질팡 흐늘거린다.
[어, 어떻게 된 거냐 인간? 어째서 이 배가 저절로 떠오르지?]데카라비아는 하나뿐인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비키르에게 대답을 채근했다.
하지만 이내, 비키르가 대답을 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답이 데카라비아의 눈앞에도 펼쳐졌기 때문이다.
…퍼엉!
유령선의 선창 밑에 난 구멍 바깥으로 튀어나온 것.
그것은 마치 큼지막한 풍선과도 같았다.
그런 것들이 배 안쪽을 꽉 채워 위로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데카라비아는 배 안쪽을 꽉 채운 풍선들의 정체를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기낭(氣囊)!]그렇다.
그것은 부레옥잠과 같은 수생식물들이 부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몸속에 내장하고 있는 공기주머니였다.
‘혈수(血水)의 옥잠화(玉簪花)’.
그것의 씨앗이 지금 유령선의 뱃속에서 발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