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31
331화 무승부 (1)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는 요정을 보며 꼬시다는 듯 비웃고 있었다.
“요정쉨, 맨날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타나네.”
“쳐 우는 것 봐. 그동안 쌓인 것 다 풀리는 것 같다.”
“븅신.”
세쌍둥이들의 말 그대로, 요정은 지금 추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 당 신 뭐 야 ? 나 한 테 왜 이 래 ? 나 를 어 디 까 지 털 어 먹 어 야 직 성 이 풀 리 겠 어 ? ]비키르는 잠시 턱을 짚었다.
회귀하기 전, 대영웅들의 회고록에서 읽었던 바에 의하면 암두시아스와 나락수 속 요정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고 했다.
백화점과 그 안에 입점한 브랜드 상점의 관계.
암두시아스는 내부 공간을 확장시키고 규모를 키워 수많은 이들을 나락수의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요정들은 탑 안의 구간들을 맡아서 관리하며 도전자들을 상대로 각종 영업(?)을 하는 식.
……하지만 탑 안에 직접 들어와서 겪어 본 결과, 비키르는 조금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카지노와 그 안에서 일하는 도박사의 관계.
즉, 암두시아스의 나락수는 거대한 카지노이고 요정들은 그 안에서 도박을 하는 프로 겜블러이다.
요정은 도박사답게 매 순간 승부를 해야 한다.
이 세상 그 어떤 카지노도 최종적으로는 고객이 돈을 딸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지 않듯, 나락수 안의 스테이지와 미션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요정은 대체로 도전자가 미션 달성에 실패하고 비참하게 죽는 쪽에 건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사탕들을 빼앗는다.
아예 판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부지런하게 도전자들을 성장시키고 또 죽여나가는 과정 속에서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교묘하게 설계된 함정들을 준비한다.
‘가령 일부러 폐허 속에 향수나 화장품 같은 것들을 남겨 놓는다거나, 랜덤박스에 미믹이 섞여 있다거나, 부력이 없는 흑해라거나, 나락수의 수액을 너무 많이 마시면 마인화된다거나 하는 것들인가…….’
이런 함정들에 걸려 도전자들이 갈등하고, 죽어나갈 때마다 요정의 명성이 오른다.
간혹 보상을 줄 때는 일부를 슬쩍 가로채 착복하거나 아예 삥땅으로 횡령을 해 버려 부정축적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비키르의 의심과 판단은 대부분 요정들의 함정을 꿰뚫어 파훼했다.
그것은 회귀 전에 들었던 각종 정보들의 영향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백전노장으로서의 노련한 본능과 직감 덕분이었다.
따라서 지금 요정은 연거푸 도박에서 패배한 카지노 측 딜러처럼 볼썽사납게 절규하는 것이다.
[ 으 아 아 아 ? 저 이 러 다 가 파 산 하 겠 어 요 ? ]비키르 같은 도전자가 한 명이라도 더 나오면 요정은 아마 파산하고 말 것이다.
우르르르-
요정이 입에서 쏟아내고 있는 사탕들의 개수를 보면 누구라도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만했다.
– / 레벨 / 황금색
레벨을 1 올려주는 사탕.
단맛이 난다.
-레벨 +1
레벨을 1 올려 주는 황금색 사탕. 그것은 일반 사탕 300개만큼의 값어치가 있다.
그런 황금 사탕이 자그마치 스무 개가 넘게 떨어져 내렸다.
비키르는 사탕들을 전부 모아두었다.
‘특정 스테이지 구간에 가기 전에 황금색 사탕 100개를 모아둬야 한다.’
레벨 100으로 한 번에 올라가기 위한 노림수. 그때까지는 레벨 1인 상태로 보상의 규모를 최대한 키울 필요가 있다.
6대 스탯도 모두 개화시켰으니 이제는 굳이 사탕 가챠를 돌릴 필요도 없었다.
‘이제는 황금색 사탕을 모으는 동시에 3대 기본 스탯의 강화도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비키르는 ‘부족한 실전경험’, 즉 수많은 사선을 넘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험치를 단번에 메꿀 수 있을 것이다.
[지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도 검을 처음 잡던 시절과 같은 마음으로 쉬지 않고 계속해서 부던히 뜀박질을 하는 이만이 얻어 가는 것이 있는 법.]케인코르소가 말했던 ‘바스커빌 제 팔식(八式)’.
처절한 생존욕구, 삶에 대한 갈망, 극도의 실전경험이 받쳐 줘야 하는 단계.
비키르는 나락수의 탑 안에 들어오기 전 7식에 올라 있었고 작게나마 여덟번 째의 이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7.5식이려나.’
사실 7이면 7, 8이면 8이지 중간 단계가 있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그렇게 따지자면 7.25나 7.75도 있어야 할 테니까.
다만 단순히 숫자로는 나타낼 수 없는 이 미묘한 부족함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
‘스탯과 레벨을 한계까지 올린 뒤 탑 밖으로 나간다면…… 아마 성녀의 버프 없이도 완전한 8식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케인코르소와의 대담 후 잡을 수 있었던 미약한 실마리를 확실하게 본인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분명 인외(人外)의 경지인 9식에도 언젠가 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
-띠링!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알림음이 모두의 귓가를 두드렸다.
– 생존자 수: 76명
※ 후발주자의 미션 클리어와 동시에 선주객들은 탑 밖으로 역소환됩니다
※ 역소환 대상인 선주객들은 미션을 클리어한 이들에 한합니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미묘한 추가 설명이 붙어 있었다.
동시에, 모두의 눈앞에 미션 클리어를 알리는 창이 떴다.
– 수액샘을 차지하라!
※ 무서운 선주객(船主客)들로부터 수액샘을 빼앗아 생존하세요!
– 배를 만들어 흑해를 건너 보자!
※ ‘흑해의 무영왕’을 피하세요!
– 살아 있는 것들을 모조리 죽여 보자!
-생존자 (0/77)
※ 기껏 마인까지 됐는데 날뛰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이참에 나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증명해 보도록 합시다! 참고로 보상도 꽤 빵빵할 거라구요?
위에 있는 미션 창은 분명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 뜬 것이었지만 아래에 있는 것들은 조금 달랐다.
아마도 충왕인들의 것과 마인이 된 도그마의 것이 혼재되어 있는 듯했다.
이윽고, 충왕인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비키르에게 감읍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저희들은 원래 살았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그들은 아주 오랜 시간 이곳에 끌려와 있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50명이 넘는 충왕인들 전부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비키르의 손등과 발등에 키스를 퍼부을 정도였다.
이윽고, 충왕인들의 눈앞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드디어!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탑을 나간다!] [오오! 이게 모두 구세주님 덕분이시다!] [나가서 반드시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감사합니다!]충왕인들 모두가 탑 밖으로 나가기를 선택했다.
이윽고.
…파삭!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져 내린 빛기둥이 50명이 넘는 수의 충왕인들을 휘감았다.
그들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 광경을 본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들은 입맛을 다셨다.
“제길. 부럽기도 하고 안 부럽기도 하고.”
“맞아. 어찌 되었건 이 탑은 기회의 땅이니까.”
“그래도 저 녀석들은 좋겠네. 오랫동안 여기 갇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비키르가 앞으로 걸어갔다.
“…….”
비키르는 충왕인들이 사라진 곳의 땅을 가만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비키르는 모래톱 위에서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흰색의 긴 털 한 자락.
아마도 충왕인 장로들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수염이리라.
그 수염 한 가닥의 끝은 검게 타들어가 있었다.
“……그들은 정말 탑 밖으로 나갔을까?”
비키르가 조용히 중얼거리는 말에 순간 모든 이들의 등골에 오싹 소름이 끼친다.
방금 전 떨어져 내린 빛기둥과 소음은 분명 공간이동을 하는 소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알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전이마법일 수도 있다지만…….
“유혹은 도처에 있지. 직접 피 흘려 얻은 것이 아니면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비키르 역시도 찜찜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그 뒤에 서 있던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 역시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저, 저기…….”
뒤에서 기어 들어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비키르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스무 명 가량의 평민파 학생들이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아, 아까의 일을 사죄하고 싶어서…….”
“우리는 그냥 도그마가 시킨 대로…….”
“악의는 없었어 진짜로, 미안해…….”
모두가 비키르의 눈치를 본다.
하기야 당연한 일이다.
혼자서 50마리가 넘는 충왕인들을 격퇴한데다가 마인을 처치하고 심지어 위험도 S급의 해파리 괴물까지 거꾸러트렸으니 말이다.
요정도 인정하지 않았던가. 비키르를 상대로 하다가는 자신이 파산할지도 모른다고.
이런 상황에서 비키르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평민파 학생들은 마치 벌레라도 된 양 몸을 낮추어 가며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키르의 대답은 짧고도 건조한 것이었다.
“사과를 왜 나한테 하나?”
“……응?”
“번지수가 틀린 것 같은데.”
비키르는 시큰둥한 태도로 고개를 까닥 돌렸다.
그곳에는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 세쌍둥이가 서 있었다.
“……히익.”
평민파 학생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하기야, 용서는 당사자에게 비는 것이 맞다.
범죄자들은 보통 경비대원이나 판사 등등 처벌의 결정권을 가진 이들에게만 사죄를 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피해자에게는 사과하지 않는다. 모순적이게도.
그동안 왜 범죄자들이 가증스럽게도 판사 앞에서만 굽신거리고 사과의 말을 반복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학생들은 자신들이 그러한 상황에 처하자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비키르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수밖에 없어.’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 녀석들이 우리를 용서할 리 없잖아.’
‘우릴 죽일 거야. 천 번 양보해 살려주더라도 불구를 만들어 놓을 게 틀림없어.’
‘……비키르에게 가서 최대한 빌어 보자.’
그것은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의 불이익만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 그 사실을 자각한 모든 학생들의 얼굴에 자괴감과 자기혐오의 감정이 어렸다.
그들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에게 말했다.
“미, 미안해 얘들아…….”
“어떤 보복이든 달게 받겠다. 미안하다.”
“이렇게 빌게. 제발. 나 하나로 끝내 줘. 탑 밖의 가족들만은…….”
평민파 학생들은 모래톱 위에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박았다.
이윽고, 하이브로가 앞으로 나섰다.
모두가 하이브로가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움찔거린다.
그때, 평민파 학생들 앞으로 다가온 하이브로는 전혀 의외의 행동을 보였다.
털썩-
하이브로는 한쪽 무릎을 굽혀 평민파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귀족, 호족들에게 당했던 것들을 잘 이해했다.”
“……?”
“우리 형제들 역시 탑 안에 갇히기 전까지 너희들에게 알게 모르게 억울함을 느끼게 했겠지.”
하이브로의 말에 평민파 학생들의 표정이 멍하게 풀려간다.
그 옆으로 미들브로와 로우브로 역시도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탑 안에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
“상대는 악마, 귀족과 호족과 평민의 구분 같은 것은 무의미해. 이제는 ‘인간’만이 남았을 뿐.”
미들브로와 로우브로의 말에 평민파 학생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하이브로가 최종적으로 결론을 냈다.
“너희들이 우리들에게 한 짓을 모두 용서한다. 너희도 탑 안에 갇히기 전, 우리들이 했던 짓을 용서해다오.”
그러자 몇몇 학생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눈물을 흘리지 않는 다른 학생들 역시도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떨구고 말이 없었다.
‘이것이었던가. 도그마가 끝까지 얻을 수 없었던 게.’
다들 느끼는 바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무어라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한편. 세쌍둥이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드가 제대로 자리 잡혔군.’
‘가해자를 용서하고 자애로움을 베풀자’ 따위의 고상한 말이 아니었다.
멸망의 시대가 온다면 귀족과 호족, 평민과 천민의 구분 따위는 무의미하다.
오로지 악마와 인간. 단 두 개의 흑백논리만이 남을 뿐.
인간끼리 철저히 연대하고 힘을 합치는 것만이 악마에게 대항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것을 세쌍둥이들은 이미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아가고 있었다.
비키르가 회귀하기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바로 그 순간.
[ 도 전 자 님 ? ]사라진 줄 알았던 요정이 어느새 비키르의 옆으로 은근슬쩍 다가와 있었다.
놈은 요상한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 전 스 테 이 지 부 터 계 속 눈 부 신 업 적 을 쌓 고 계 시 는 데 요 ? 너 무 능 력 이 출 중 하 셔 서 일 반 적 인 미 션 이 재 미 없 으 시 겠 어 요 ? ]비키르는 무슨 개수작이 나오려는가 싶어 잠자코 듣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요정은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딜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 그 래 서 말 인 데 요 ? 우 리 이 앞 의 다 음 층 들 을 싹 다 무 승 부 로 하 지 않 을 래 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