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53
353화 탑 밖 (3)
…쿵!
비키르가 지면 위로 내려앉았다.
칼끝에는 여전히 한 줄기 아우라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끝에는 거대한 태양이 떠 있다.
아우라의 응집체, 검은 태양.
그것은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전교생, 모든 학부모와 교수들이 보는 한가운데에서 오연히 빛나며 나락수가 침몰한 지저의 무저갱을 비추고 있었다.
…….
일동 침묵.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 되는 광경 앞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겨우겨우 입을 연 이는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임시 교장인 모르그 밴시 교수였다.
“비, 비키르 군? 자네 맞는가? 어, 어떻게 그런 힘이……?”
비키르가 뿜어내고 있는 소드마스터 특유의 고체 아우라. 그것을 가리키는 밴시 교수는 손가락마저 덜덜덜 떨고 있었다.
그러나 밴시 교수는 질문을 끝까지 하지도, 대답을 듣지도 못했다.
콰콰콰콰콰쾅!
이윽고, 하늘 높이 쏘아져 올라갔던 나락수의 파편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파편들을 몰고 온 거대한 것이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
암두시아스!
두 눈이 시뻘겋게 불타오르고 있는 일각수가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갈기를 흔들며 투레질을 하고 있었다.
윈스턴의 육신은 진작에 터져 나가고 없다.
마계에 있었던 시절의 본체로 현신한 암두시아스에게 비키르는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숙주가 될 시(尸)도 없이 본체로 현신하면 부담이 너무 클 텐데? 자멸할 생각인가?”
[상관없다! 네놈만 없애 버릴 수 있다면!]암두시아스는 비키르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네놈은 대업을 앞둔 지금 절대로 살려 보내서는 안 될 존재.]“게이트를 말함이냐?”
[……거기까지 알고 있다니, 더욱 더 살려 둘 수 없겠군!]암두시아스는 무너져 가는 몸을 추스른 뒤 뿔 끝으로 마력을 집중시켰다.
퍼-엉!
아우라가 거대한 뿔의 형상을 그리며 쏘아져 온다.
비단 비키르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모든 이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릴 기세였다.
“이런! 모두들 물러서라!”
“전원 바닥에 엎드렷!”
창왕 세르반테스와 궁귀 로드릭이 제일 먼저 반응했다.
지고의 영역에 올라 있는 절대강자 둘이 마력을 끌어모아 암두시아스를 막으려 들고 있었다.
그러나.
보다 먼저, 보다 빠른, 보다 강력한 조치가 있었다.
…번쩍!
비키르는 마검 바알제붑에서 피어오르는 아우라를 길게 내리 그었다.
이윽고, 거대한 참격이 해일처럼 일어나 암두시아스의 공격에 맞선다.
쩌-엉!
[……!?]암두시아스는 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비키르의 힘에 기겁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비키르는 탑 안에서 레벨 100을 찍었고 추가 스탯까지 얻었다.
타고나지 못했던 재능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을 유수의 강에서 노인이 될 때까지 극한으로 갈고닦았다.
거기에 탑을 나오게 되며 원래의 힘을 되찾았고 탑 안에서 쌓았던 공력은 모두 그에 더해져 힘을 최소 두 배 이상으로 불려 놓았던 것이다.
이윽고, 비키르의 칼이 움직인 궤적이 복잡한 경우의 수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빨 하나. 이빨 둘. 이빨 셋, 이빨 넷…….
천천히 불어난 이빨들의 수는 이내 일곱 개까지 늘었다.
그리고 마지막 여덟 번째 이빨.
콰-기기기기긱!
그것은 지금껏 나타났던 일곱 개의 이빨들 중 그 어떤 것보다도 훨씬 더 거대했다.
바스커빌 제 팔식(八式). 그것도 완전한 극의(極意).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은 숨이 넘어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특히나 창왕 세르반테스, 궁귀 로드릭, 그리고 바스커빌가의 소가주 오시리스의 표정은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다.
“세, 세상에! 철혈검가의 검술! 그것도 8식이라니!”
“그냥 8식이 아니다! 8식의 극의! 마스터야!”
“……놀랄 일이로군.”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바스커빌가의 가주 휴고 레 바스커빌이 7식의 극의를 마스터했고 소가주 오시리스가 이제 막 7식의 초입에 이르렀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완전무결한 8식의 유저가 나타났다.
그것도 지금껏 세상에 이름을 단 한 번도 내보이지 않은, 기껏해야 이제 막 19살이 되었을 뿐인 소년이!
우지지지지직! 꽈드드드득!
가장 강력한 여덟 번째 이빨을 필두로 총 여덟 개의 참격이 암두시아스의 뿔을 천천히 깎아 내며 나선 궤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뚝!
요란한 굉음과 함께 뿔은 부러져 두 동강 나 버렸다.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에 있던 구름들이 풍압에 의해 전부 날아가 버렸고 땅은 미친 듯이 요동친다.
비키르는 단신으로 마왕급 악마의 폭주 다이브를 막아내고 있었다.
그것도 1:1로는 당할 자가 없다는, 십상시 중 일기토에 최적화되어 있는 악마 암두시아스를 상대로!
[크-아아아아악!]암두시아스는 뿔이 부러졌다는 것에 대한 고통과 굴욕, 분노를 담아 포효했다.
콰콰콰콰쾅-
날뛰는 발굽에 채인 바위와 나무들이 사방팔방으로 비산하고 있었다.
“이런! 시민들의 안전 먼저 챙겨라!”
“학생들을 보호하시오!”
창왕 세르반테스와 궁귀 로드릭, 밴시 교수를 비롯한 영웅급 인사들은 곳곳으로 쏟아지는 낙석과 기타 붕괴물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동안 암두시아스는 부서져 가는 몸으로 질주했다.
너무 빨리 달려서 몸에 불이 붙을 정도의 속도.
그 끝에는 비키르가 서 있었다.
[나는 인간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 그것도 일대일 승부로는 절대!]단일 개체로서의 전투력은 십상시 중 최고라고 자부하던 암두시아스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패배를 더욱 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암두시아스는 자신의 생명력을 모두 쥐어짰다. 그리고 최대치 이상의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몸이 별똥별처럼 불타며 이내 점점 스러져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두시아스는 오로지 하나의 목적, 비키르를 죽이는 것만을 목표로 삼은 채 일직선으로 내달린다.
……그러나.
“네가 일대일 전투에 강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비키르는 몸을 가볍게 뒤로 물렀다.
8식을 마스터한 몸이지만 목숨을 내걸고 덤비는 암두시아스와 1:1 승부를 벌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
비키르는 그보다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굳이 상대의 강점에 어울려 줄 필요는 없는 일이지.”
암두시아스가 1:1에 특화된 육전형 마왕이라면 굳이 1:1로 싸울 필요는 없다.
……비키르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말 잘했어, 서방!”
옆에서 툭 튀어나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비키르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낯익은 얼굴의 소녀 하나가 더없이 밝은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모르그 까뮤. 그녀는 대체 이곳에서 며칠이나 장박을 했던 것인지 몰골이 꽤나 피폐했다.
“이번에는 빨리 만났네? 나는 또 한 몇 년은 각오했지 뭐야!”
까뮤는 전장으로 난입해 들자마자 불과 쇠꼬챙이의 벽을 소환해 암두시아스의 진로를 틀어막아 버렸다.
…터엉!
돌진에 제동이 걸린 암두시아스가 이를 으득 갈았다.
[세에레! 네, 네년이 배신을!?]“똑바로 봐라. 누가 세에레냐, 이 말대가리야.”
[하, 하지만 분명 세에레의 기운이 느껴지는데……?]“물 99.99%에 맥주 0.01% 섞으면 그걸 맥주로 치니?”
까뮤는 기가 차다는 듯 콧김을 뿜어냈다.
실제로 그녀가 뿜어내고 있는 강대한 마력은 분명 한때는 세에레의 소유였던 것, 하지만 지금은 얄짤 없는 일이다.
세에레는 아주 아주 작은, 심지어 요정보다도 훨씬 더 작아진 채로 까뮤의 어깨에 매달려 있었다.
엄지 공주가 아니라 엄지 시녀를 보는 느낌.
비키르의 가슴팍에 매달려 있던 데카라비아가 껄껄 웃었다.
[으하하하! 천하의 깍쟁이 세에레의 꼴이 저게 뭐란 말이냐!] [네 주제에 지금 웃음이 나오니? 로드샵에서 파는 싸구려 목걸이만도 못한 주제에……] [그래도 나는 너보다는 낫다! 우리는 주인과 노예가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 관계거든! 크하하핫!]데카라비아와 세에레가 툭탁거리는 동안 까뮤는 암두시아스의 돌진을 불타는 쇠꼬챙이 격자로 완전히 막아 세웠다.
바로 그때.
“비키르 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또 하나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돌로레스. 그녀는 결연한 표정으로 비키르의 옆에 서 신성력을 뿜어냈다.
비키르의 몸에 난 잔상처들이 싹 사라졌음은 물론 마나도 다시 차오르기 시작한다.
한편, 그것을 본 까뮤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야! 넌 뭔데 저번부터 계속 남의 서방 옆에서 찝적질이야!”
“뭐, 뭐라구요? 찝적!? 그쪽은 누군데 대뜸 막말인가요!”
“너한테 알려 줄 이름 없으니 꺼져! 남의 약혼자한테 수작 부리지 말고!”
“이런 무례한! 저를 언제 봤다고……!”
“축제 때 봤다 어쩔래!”
“……축제 때?”
돌로레스의 동공이 살짝 떨린다.
그러고 보니 저 목소리, 어딘가 익숙하다.
돌로레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서, 설마 그때 축제에 난입했었던 흑마법사? 시체 여왕!?”
“……엇. 아차-”
까뮤는 말실수를 깨닫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돌로레스 역시도 비키르를 돌아보며 해명을 요구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온다.
하지만.
“……지금 그럴 때가 아닌 것 같군.”
까뮤와 돌로레스의 머리 위를 지나 비키르의 옆으로 가볍게 내려앉는 목소리가 하나.
오시리스.
검은 흑포를 휘날리는 그가 붉은 칼날을 늘어트린 채 암두시아스를 마주했다.
얼마 전 마스터의 경지를 막 밟은 그는 칼끝으로 피어오르는 고체 아우라를 한번 가볍게 퉁겼다.
그리고는 비키르를 돌아보며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주 대행. 명령을.”
가볍게, 그러나 더없이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는 오시리스의 행동에 까뮤와 돌로레스는 물론이요 뒤에 있는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자그마치 철혈검가 바스커빌의 소가주 씩이나 되는 인물이 평민 출신의 소년에게 이 무슨 충격적인 행동이란 말인가!
……게다가 가주 대행이라니?
그러나.
비키르는 너무나도 당연한 태도로 오시리스의 인사를 받았다.
터벅-
이윽고, 비키르는 눈앞에 있는 암두시아스를 향해 한발 내딛는다.
까뮤의 꼬챙이 창살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처럼 삐걱거리고 있었다.
곧바로 이곳을 향해 달려들어 폭발해 버릴 듯한 암두시아스의 몸뚱이.
그 시뻘겋게 달아오른 일각수의 거체를 향해, 비키르는 짧게 말했다.
“사냥개들 집합.”
동시에, 비키르의 품속에서 나온 물건이 있었다.
이빨 모양의 검붉은 호각.
조용하고도 묵직한 고동 소리를 내는.
그것이 한번 울리는 순간.
오싹…
장내에 있는 모두는 영문 모를 한기에 몸을 떨어야 했다.
펄럭-
어디선가 망토 자락이 휘날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한두 개가 아니었다.
아카데미의 장벽 위로 검은 피풍의를 휘날리는 그림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트린 칼끝에 꿀처럼 끈적하게 방울져 떨어지는 시뻘건 아우라를 묻히고 있는 괴인(怪人)들.
한 집단을 이루는 일백 명 전원이 그래듀에이터. 그리고 그런 집단이 일곱.
핏불. 마스티프. 도베르만. 셰퍼드. 로트와일러. 울프하운드…….
도합이 칠백.
그리고 그런 그들을 이끄는 여섯 명의 상원의원.
칠백작(七伯爵).
오로지 전투로만 일생을 보내는 철혈검가 최강의 번견들.
칼침의 무덤을 지키고 있는 케인코르소를 제외한 여섯 명 전원이 이곳에 모였다.
철혈검가의 모든 군권(軍權)을 상징하는 붉은 호각.
한때 포메리안에게 망령목을 구해다 주기 위해 휴고가 직접 비키르에게 넘겼던 가주대행의 증표.
그 소리에 이끌린 바스커빌의 사냥개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