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56
356화 죄와 벌 (2)
비키르가 어젯밤 남긴 대사는 다음 날 모든 신문들의 1면에 대서특필되었다.
[호외] 밤의 사냥개 검거되다! [속보] 밤의 사냥개 정체 밝혀져……, 그 정체는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1학년!? [단독] “내가 밤의 사냥개다.” 황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빌런, 밤의 사냥개의 정체! [추가] 夜陰의 獵犬, 鐵血劍家의 私生兒로 밝혀져 충격 一波萬波……!밤의 사냥개. 그 정체는 철혈검가 바스커빌의 사생아 ‘비키르 반 바스커빌’!
공식적으로 밝혀진 비키르의 혐의들은 다음과 같았다.
1. 바스커빌 가문의 내부에서 벌인 존속살인 및 도주 혐의.
2. 쿼바디스 가문의 험버트 추기경, 퀼티 전도사 암살 혐의.
3. 부르주아 가문의 가주 바르톨로메오 암살 혐의.
4. 그 외 수많은 저명인사들의 암살과 실종에 연루된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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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중요 혐의만 간추려도 그 무게가 상당하다.
그동안 황도를 뒤흔들어 놓았던 무시무시한 빌런 ‘밤의 사냥개’.
그 정체가 밝혀진 뒤 가장 여파가 셌던 곳은 역시 콜로세오 아카데미였다.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셋 이상 모이면 무조건 그 이야기를 했다.
“세상에…… 그 무서운 괴물이 우리 동기였다니. 믿어지지가 않아.”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숨어 있었을까? 정말 세상 무섭다.”
“그, 근데 나는 나락수 안에 갇혀있을 때 걔한테 도움 받았었는데?”
“우연이겠지. 아니면 살인귀의 두 얼굴이라 이건가? 세상일 알 수 없어 참.”
“아무튼 너무 끔찍하다 진짜. 걔 신문부였던 걸로 아는데, 그럼 자기가 자기 규탄하는 칼럼을 썼던 거야? 기만도 이런 기만이 없네.”
“야, 나 걔 옆방이었잖아~ 진짜 소름끼쳐! 맨날 옆방에서 칼 가는 소리 같은 게 들렸었는데…….”
“나도! 나도 걔랑 조별실습 때 밥 한번 같이 먹은 적 있어! 무표정이라서 느낌이 싸했어 뭔가.”
“어우, 맨날 운동할 때 마주쳤었는데~ 나도 살해당할 뻔했네!”
대체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하긴, 그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신문을 통해 꾸준히 형성된 밤의 사냥개의 이미지는 제국의 평온을 위협하는 빌런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대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사람들도 소수 존재했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등등이 그들이었다.
“나락수에서의 일들을 벌써 까먹었나? 다 비키르 덕에 살아난 주제에…… 은혜도 모르는 것들.”
튜더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산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속 깊은 산쵸는 어제 비키르와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
“비키르가 먼저 냉정하게 선을 그었으니 그나마 조금 있던 마음의 짐까지 털어 버렸겠지. 끝까지 속 깊은 녀석.”
“맞아. 비키르는 우리한테까지 불똥이 튀지 않게 조치한 거야. 일부러 정도 뗄 겸 해서.”
피기 역시도 시무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비앙카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렇게 다 티 나게 굴면 누가 속냐? 참 나, 비키르도 그렇고 싱클레어도 그렇고. 속마음 숨기는 게 진짜 미숙하다니까.”
“미숙해? 그 순간에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배신자라고 눈물 콧물 다 짜 놓고서?”
“뭐야!? 내, 내가 언제!”
튜더가 빈정거리자 비앙카가 발끈 화를 낸다.
하지만 평소였다면 몇 시간을 툭탁툭탁 이어져야 했을 그들의 말싸움은 몇 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다들 싸울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재기발랄하던 튜더조차도 풀이 잔뜩 죽은 목소리였다.
“우리가 비키르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하나 확실한 것은, 이대로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
“맞아. 뭐라도 해야 해! 곧 재판이잖아! 방청객으로 참석해서 구호라도 외쳐볼까?”
“아서. 그러다가 바로 끌려 나갈걸? 조금 더 현실적이고 즉효성이 있어야……”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는 팔짱을 낀 채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우리도 돕게 해 줘.”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몇 명인가의 학생들이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고든. 언더독. 그르누이.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
나락수의 탑 안에서 비키르와 어떤 식으로든 얽혔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아니 우리 모두는 비키르 덕분에 살아남았어. 그 은혜를 갚아야 해.”
“나도 녀석을 만나서 죄를 뉘우칠 수 있었어. 비키르가 아니었다면 나는 영원히 악마의 노리갯감이 되었을 거야.”
“비키르 녀석은 마음에 안 들지만…… 내가 신경 쓰고 있는 여자애 하나가 비키르를 몹시 걱정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주군은 우리들이 지킨다.”
“우리들이 지킨다.”
“지킨다.”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외에도 비키르를 생각하는 이들은 또 있었다.
그리고 그 무리의 맨 뒤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학생회장 돌로레스.
그녀는 아주 오래전부터 밤의 사냥개를 남몰래 비호하던 지지자이다. 모두가, 심지어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조차도 밤의 사냥개를 욕하던 시절부터 말이다.
같은 신문부원인지라 그 사실을 아는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의 표정이 밝아졌다.
한편, 돌로레스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상황이 매우 안 좋아, 얘들아.”
그녀의 말에 모두가 긴장했다.
비키르는 자수하기 직전 모든 인연들을 끊어 내고 갔기에 주위의 그 누구에게도 피해가 미치지 않았다.
다만, 그렇기에 아무도 비키르를 변호하거나 두둔해 주지 않았으며 비키르는 온전히 모든 죗값을 홀로 감당해 내야 했다.
돌로레스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바스커빌가에서는 차남을 살해하고 도주한 사생아가 독자적으로 벌인 일이라 모른다고 잡아뗐어. 기사단을 소집했던 붉은 호각 역시도 도둑맞은 것이라고 했고. 애초에 기사단은 그 붉은 호각을 회수하러 출동했던 거라고 하더라.”
꼬리 자르기. 바스커빌가에서는 비키르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나마 비키르를 귀족으로 대우해 사형만은 면하게 해 줄 세력이 눈을 돌려 버린 것이다.
돌로레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비키르 님은 아마 높은 확률로 사형 선고를 받을 거야. 그러니 우리들은 이번 재판의 배심원이 될 분들을 최대한 미리 설득해야 해.”
밤의 사냥개를 재판하는 판사는 황제, 혹은 황제의 대리인.
배심원은 일곱 명으로 제국을 떠받치는 일곱 가문에서 가주, 혹은 가주의 대리인을 보내 참석시킨다.
돌로레스는 주변을 쭉 훑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이곳에 있는 학생들의 사회적 신분은 대체로 높은 편이다.
돌로레스는 같은 목표,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모아 업무를 분담시켰다.
“튜더는 돈키호테 가문의 가주님을, 비앙카는 어셔 가문의 가주님을 설득해 줘. 산쵸는 북방의 용병 길드에게 진실을 호소하고 피기는 나와 함께 신문을 제작하자. 물론 나 역시도 쿼바디스가의 교황님께 모든 진실을 알리고 읍소할 거야. 고든, 언더독은 각각 귀족파, 호족파, 평민파와 학생회 임원들을 설득해 줘.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 너희들은 바스커빌가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들을 모아 주고. 혹시나 정상참작이 가능할지도 모르니까…….”
말을 마친 돌로레스는 두 눈을 꾹 감고 머리를 숙였다.
“부탁해 얘들아!”
그러자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도 간절히 바라는 일인걸요.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볼게요.”
돌로레스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든 학생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입을 모았다.
“……고마워.”
돌로레스는 촉촉하게 젖은 시선으로 모두를 돌아보았다.
비록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막막하고 답답하던 가슴이 약간은 뚫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이지만 앞으로 나아간 듯한 느낌.
……바로 그때.
“참 나. 진짜 애들 발상이구만.”
뒤에서 빈정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불길처럼 타오르는 적발의 여학생 하나가 씩 웃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안녕? 비키르가 너희들과 친하게 지내라고 해서 와 봤어.”
그녀의 가슴팍에는 ‘모르그 뮤 까뮤’라는 이름이 적힌 명찰이 보인다.
“……?”
돌로레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까뮤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에 한 말의 해명을 요구하는 듯한 표정.
아니나 다를까, 까뮤는 바로 용건을 꺼냈다.
“배심원들을 설득해서 비키르의 형을 줄이겠다는 의도는 좋은데. 비키르가 과연 그걸 원할까?”
“……그게 무슨 말이니?”
모든 이들의 의문을 대표해 돌로레스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까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머리를 좀 쓰렴.”
“…….”
까뮤의 말에 모든 이들이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천하의 돌로레스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돌로레스는 동요하지 않았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네 생각은 다른가 봐?”
“당연하지. 네가 하려는 것은 최선도 아니고, 비키르가 바라는 바도 아닐 테니까.”
계속되는 도발에 돌로레스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녀는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비키르 님이 바라시는 바가 뭔데? 그리고 네 계획은 뭐고.”
그러자 까뮤는 전보다 더 짙게 미소 지었다.
“나도 예전에는 너희들과 같았어. 하나도 몰랐지. 비키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아. 걔가 뭘 준비하고, 뭘 기다리고, 뭘 위해 싸우고 있는지. 전부 다.”
“……!”
순간, 까뮤의 얼굴에서 미소가 걷혔다.
“비키르는 그냥 내버려 둬. 너희들의 걱정을 필요로 할 만한 남자가 아니야.”
“네, 네가 어떻게 알아?”
튜더가 묻자 까뮤는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그럼 너는 몰라? 걔가 엄청 머리가 좋다는 거.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이해하지도 못할 정도로 무거운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거.”
“…….”
그 점은 모두가 안다.
비키르가 콜로세오 아카데미에서, 그리고 나락수 안에서 보여 준 수많은 업적들을 봤기 때문이다.
까뮤는 말을 이었다.
“비키르의 모든 행보는 아마도 철저하게 계산된 것일 거야. 아마 평생에 걸쳐 세운 계획이겠지. 그것은 우리들이 감히 걱정하고 간섭할 차원의 것이 아니야.”
“……그 점은 인정한다만.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니?”
돌로레스의 말에 까뮤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그게 뭔데?”
“간단해. 비키르가 지금껏 하던 일을 이제 우리가 하는 거지. 막는 거.”
“……막아? 비키르 님이 지금껏 하시던 일이 막는 거였다고? 뭐를?”
돌로레스의 의문에 모든 이들이 공감을 표한다.
그리고 그 시선들 앞에서, 까뮤는 품속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탁-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을 본 모든 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은 핏자국이 눌러붙은 가면. 밤의 사냥개를 상징하는 ‘피카레스크 마스크’였다.
모든 이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까뮤가 입을 열었다.
“곧 열리게 될 게이트. ……‘멸망의 문’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