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자진납세 (2)
…뚝! 파캉! 끼기기긱-
눈앞에서 비디스엠 구속구가 박살 났다.
동시에 철창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우리 전체가 우그러진다.
비키르는 너무도 태연한 얼굴로 모든 구속을 해제했다.
‘이게 나락수 안에서 얻은 호칭의 효과인가? 신기하군.’
비디스엠 구속구를 이렇게 쉽게 풀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은 비키르 자신조차도 얼마 전에 안 사실이었다.
-호칭: ‘옥잠화 벌목꾼’
↳ 식물 형상을 한 마물에게 막대한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도발, 혼란, 실명, 출혈, 화상, 맹독 등등 각종 상태 이상의 지속시간이 조금 더 길어집니다.
-호칭: ‘유수의 뱃사공’
↳ 수생생물 형상을 한 마물에게 막대한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도발, 혼란, 실명, 출혈, 화상, 맹독 등등 각종 상태 이상의 지속시간이 조금 더 길어집니다.
몸속에서 끓어오르는 미증유의 기운, 이것은 분명히 나락수 안에서 얻었던 호칭의 힘이었다.
비록 지금은 상태창이 사라져 볼 수 없기는 하지만 이 힘이 기묘한 연쇄작용을 일으켜 비디스엠 수갑을 끊어 낸 것이다.
‘……비디스엠의 재질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두 호칭에 의해 파쇄가 가능한 것으로 보면 대충 짐작이 가는군.’
앞으로의 계획에 있어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비디스엠 구속구를 이렇게 쉽게 해결하고 나니 앞으로의 일이 더 수월하게 풀려 갈 조짐이다.
한편.
“……!?”
비키르가 수갑을 부수고 철창 밖으로 나오자 모든 이들이 경악했다.
페드로, 이설레드, 토마스뿐만 아니라 이자벨라, 밴시, 모즈구스, 러브배드 역시도 기절할 듯 놀랐다.
“세, 세상에! 비디스엠 수갑을 부쉈다고!?”
“저게 어떻게 가능한 거요?”
“모, 모르겠습니다. 밴시 교수님이 더 잘 아시지 않겠습니까?”
“비디스엠 구속구를 부수는 사람은 처음 봐. 저게 되는 거였어?”
마나를 쓸 수 없는 그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페드로, 이설레드, 토마스와 비키르의 접전을 구경하는 것뿐이다.
이윽고 페드로, 이설레드, 토마스가 본모습을 드러냈다.
“비디스엠 구속구를 어떻게 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봐야 너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나.”
“오히려 잘됐어. 네놈을 직접 찢어 죽여 주인님께 인정받을 기회다.”
“그동안 잔챙이 계약자들만 상대했었지? 오늘 네놈은 임자 만난 거야.”
세 명은 악마에게 받은 힘을 완전히 개방시켰다.
심장 깊은 곳 한구석에 숨겨 두었던 검은 피가 근육 펌프를 타고 펑펑 뿜어져 나온다.
온몸의 혈관에 악마의 피가 흐르기 시작하자 인간의 겉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던 외형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드득! 뿌드드득!
비키르는 예전에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나락수의 안, 마인화(魔人化)한 언더독을 만났던 때일 것이다.
[그-아아아아아아악!] [끼끼끼끼끼끼끼끽!] [푸우우…… 후욱!]이윽고 세 마리의 거대한 마인이 비키르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후우욱! 콰콰콰콰콰쾅!
마인이 변태하며 뿜어낸 불길과 마력의 자기장이 갑판 위를 초토화시켰다.
“……!?”
이자벨라, 밴시, 모즈구스, 러브배드는 재빨리 자리를 박차 폭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마나를 쓰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도 그들은 극한의 체술을 발휘해 마인들과 거리를 벌려 놓았다.
파캉! 팡!
이자벨라는 칼을 휘둘러 날아드는 파편들을 전부 베어 버렸고 밴시는 특유의 격투술을 이용해 날아드는 밧줄과 나무통들을 걷어차 부쉈다.
모즈구스와 러브배드는 폭풍에 휘말려 날아가는 이자벨라와 밴시의 옷깃을 잡아 난간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 주었다.
“변신만으로 이런 기세라니…… 대체 저 힘은……”
“큰일이오! 마인! 마인이 나타났어!”
“페드로, 이설레드, 토마스 저들이 마인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네, 아까부터. 나 꿈을 꾸는 거지?”
이자벨라, 밴시, 모즈구스, 러브배드는 무려 7대 가문 소속의 중역들이 악마의 하수인으로 밝혀진 작금의 상황에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페드로, 이설레드, 토마스는 비키르를 죽이기 위해 온몸에서 검은 불길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제일 앞에 있던 페드로가 입 밖으로 툭툭 불거져 나온 잇몸과 이빨을 훤히 드러냈다.
[물러나는 것은 달아나는 것이 아니며 위험이 희망을 앞지를 때 그저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분별 있는 행동이 아니다. 지혜로운 자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삼갈 줄 알고 하루에 모든 것을 모험하지 않는다.]“…….”
[이 말은 나의 주인님이 들으라고 지껄인 말이렷다?]비키르가 최종 판결을 앞두고 말했던 대사.
그것을 두고 이설레드와 토마스 역시도 날카로운 이빨들을 끄집어내며 으르렁거렸다.
[그 말을 들은 주인님께서는 네놈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채셨지. 그리고 경각심을 느끼셔서 우리를 파견하셨다. 네놈이 자수한 시점부터 뭔가 의심스러웠거든.] [네놈의 경솔한 혓바닥이 일을 그르친 게다. 그 때문에 네놈은 여기서 죽게 될 것이야. 낄낄낄낄!]마인화가 되면 온몸에 주체 못 할 힘이 넘쳐난다.
그 누구와도 싸워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고양감에 흠뻑 취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잠시 비키르의 존재감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컸다.
후욱-
비키르는 그동안 비디스엠 구속구 때문에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었던 마나를 방출했다.
흑양(黑陽).
1:1로는 당해 낼 자가 없다는 오번시 암두시아스를 힘으로 무릎 꿇렸던 그때의 아우라가 검은 태양처럼 떠올랐다.
[……어?]마인들의 얼굴에서 일순간 여유와 웃음기가 증발했고 이내 짜디짠 소금기만이 굳어 버렸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이 생각이 이설레드와 토마스가 멀쩡한 몸으로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생각이었다.
…번쩍!
공격하거나 방어하거나 도망치거나 할 것도 없었다.
비키르가 뿜어낸 여덟 개의 거대한 이빨은 마치 검은 태양처럼 뭉쳐 구의 형상을 이루었고 그대로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겁화처럼 피어오르는 무수한 이빨들의 향연. 그 아우라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설레드와 토마스의 몸은 순식간에 토막토막 났다.
팔다리가 잘려 나간 채 목과 몸통만 남은 이설레드와 토마스, 그들의 앞에 선 비키르는 여전히 아무런 감흥도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들 셋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너희들의 주인 세 명 역시도 손을 잡았다는 뜻으로 봐도 되겠지?”
[헉!] [히익!?]하지만 돌아오는 헛바람 소리는 둘 뿐이었다.
퍼퍼펑!
페드로. 놈은 비키르가 검은 태양을 머리 위로 띄울 때부터 바로 뒤돌아 달아나고 있었다.
쏜살같은 속도로 수면 위를 박차고 달리는 마인.
‘이, 이건 아니야. 이건 절대 감당 못한다.’
그는 지금껏 비디스엠 구속구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바보 같은 동료들은 그게 부서졌음에도 불구하고 호전성을 드러냈지만 페드로는 아니었다.
…첨벙! …첨벙! …첨벙! …첨벙!
지금 그나마 이렇게 미친 듯이 발을 놀려 물 위를 달리고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
다른 두 머저리들과 달리 자신은 목숨이나마 건져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은 곧 드러냈다.
“늦었지. 수갑이 부서지는 것을 봤을 때 바로 뒤돌아 뛰었어야지.”
비키르는 어느새 소리도 없이 페드로의 뒤를 잡고 있었다.
‘어, 어떻게?’
페드로는 뒷골이 얼어붙는 듯한 냉기에 기겁해야 했다.
자신은 놀라운 속도로 수면을 박차 물 위를 달려왔다.
하지만 비키르는 대체 소리도 기척도 없이 무엇을, 어디를 딛고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페드로는 고개를 돌렸고 이내 심장이 목젖까지 튀어 올라올 정도로 놀라야 했다.
팡- 파앙- 팡!
비키르는 페드로가 수면 위를 박찰 때마다 튀어 오르는 포말과 물방울을 밟고 허공을 박차며 따라오고 있었다.
“차라리 자폭해서 배를 날려 버렸다면 조금 곤란했을지도.”
[이익!?]“하지만 그것도 이미 늦었지. 하려면 물에 뛰어들기 전에 했었어야지.”
비키르는 순식간에 페드로의 팔다리를 잘라 버린 뒤 뒷목에 손가락을 박아 넣었다.
마치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듯, 페드로의 목 안쪽 신경다발을 몽땅 잡아 뽑아 버린 비키르는 그대로 수면 위를 박차 선상 위로 복귀했다.
…탁!
비키르가 난간 위에 착지했을 때 그의 손에는 팔다리가 날아간 페드로가, 발밑에는 이설레드와 토마스가 뒹굴고 있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
“…….”
“…….”
“…….”
이자벨라, 밴시, 모즈구스, 러브배드는 어느새 마력이 돌아온 것도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입만 반쯤 벌리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호송관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비키르를 다시 구속할 수 없었다.
분위기 상 지금 다시 수갑을 차라고 하기도 뭣하지 않은가.
애초에 비키르 역시도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비키르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페드로, 이설레드, 토마스에게 물었다.
“너희의 주인들이 이 사실을 알면 꽤나 슬퍼하겠군.”
아마도 남은 십상시들 중 셋이 이들을 보냈으리라. 바다 한가운데에서 자폭시켜 배를 날려 버리려는 계획으로.
하지만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지금, 남은 것은 취조뿐이다.
비키르가 대답을 요구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자 페드로, 이설레드, 토마스는 코웃음쳤다.
[그냥 죽여라.] [주인님을 배신할 수는 없는 일이지.] [우리는 아무것도 불지 않는다.]마인들의 결연한 각오.
하지만 그것을 본 비키르는 그저 옅게 웃을 뿐이다.
호송이 시작된 이래 비키르가 웃는 것을 처음 본 마인들의 얼굴에 일순간 불안감이 스쳤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비키르는 약간의 기대감이 어려 있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래, 제발 불지 마라.”
그동안 재판 절차를 거치며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꽤 쌓였던 참이다.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한번 시원하게 풀어 버리고 갈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