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63
363화 초심해의 유령성 (1)
그곳은 이 세상에서 가장 춥고 뜨거우며 험하고 불결하고 또 가혹한 곳.
신은 그곳만을 뚝 떼어 내 볕이 드는 세상과 영원히 격리시키셨도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지옥이 바로 그곳에 있다.
이 세상 어떤 글과 삽화로도 누벨바그의 무시무시함을 온전히 표현해 낼 수 없으며 그곳의 독특하고도 기괴한 분위기는 오로지 그곳의 공기를 마심으로써만이 느낄 수 있도다.
세상 사람들이여, 부디 죄를 짓지 말라. 이미 지었거든 하루빨리 회개할 방법을 찾으라.
초심해의 대감옥 누벨바그가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득한 심연 밑바닥에서 입을 벌린 채 그대들의 죄값을 기다리고 있느니!
* * *
초심해의 깊고 깊은 해구 밑바닥.
길게 자란 검은 해초숲이 흐늘거리는 위로 고성 하나가 높게 솟아 있다.
사화산의 봉우리 위에 심해어의 발광체마냥 으스스하게 빛나고 있는 노오랗고 푸르스름한 불빛.
그것은 정육면체의 거대한 벽돌들을 쌓아 올려 만든 낡고 오래된 성채, 바로 ‘누벨바그’의 본성이었다.
…터엉! 쿵!
비키르가 들어 있는 관은 본성의 가장 위 꼭대기, 거대한 원형의 철문 위로 떨어져 내렸다.
대심해지대의 유령성. 그 내부가 사회산 밑까지 파고 들어가 있는.
비키르는 데카라비아의 눈을 통해 바깥의 풍경을 살폈다.
‘……이것이 선악의 문.’
거대한 원형의 철문은 지름만 수십 미터에 달했다.
재질은 예전에 보았던 부르주아가의 금고처럼 아다만티움과 오르하르콘의 합금으로 보였고 두께와 무게는 어느 정도나 되는지 감히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좌는 백색, 우는 흑색. 이 대립적인 색의 배치가 의미하는 바는 하나뿐이다.
‘선악(善惡)의 문’. 선과 악을 구분하는 최후의 경계.
누벨바그의 정문이자 상징 그 자체인 문이었다.
이윽고.
끼-기기기기기긱!
문이 천천히 180도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맨홀의 뚜껑처럼 열린 문은 천천히 위와 아래를 뒤집어 비키르가 든 관을 바닷물과 함께 성의 내부로 빨아들였다.
선악의 문 아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막이 보였는데 이것이 바닷물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성 곳곳에 나 있는 창문 역시도 모두 이 투명한 점액질 막이 쳐져 있었다.
콰쾅! …철썩!
묵직한 물줄기와 함께 비키르가 든 관이 단단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때쯤 이미 관의 상태는 철로 딱 맞춰 입은 옷처럼 비키르의 신체 사이즈에 맞추어 찌그러들어 있었다.
이윽고, 비키르는 우악스러운 손길들이 관뚜껑을 비틀어 여는 것을 느꼈다.
“……도착이로군.”
비키르는 관뚜껑이 열리자마자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누벨바그의 본성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온통 검푸른 바닥과 벽, 천장. 심해에 지어진 성채답게 춥고 눅눅하며 음울한 분위기였다.
검은 제복을 입은 간수들이 모자챙 밑으로 서슬 퍼런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밤의 사냥개’. 이 자가 마지막 입소자인가.”
맨 앞에 있던 더벅머리 간수가 중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얼굴에 큰 화상 흉터가 있는 이 간수의 가슴팍에는 ‘가름 노르드’라고 적혀 있는 명찰이 붙어 있었다.
어깨 위 견장에 다이아몬드 한 개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볼 때 계급은 소위인 듯했다.
‘가름 노르드’ 소위. 그는 비키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곧 입소식이 열립니다. 환복 후 준비하도록 하세요.”
그 말에 비키르는 고개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 앞의 대기실에 몇 명인가의 죄수들이 더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들 다 검고 흰 줄무늬가 교차된 죄수복을 입었고 손목과 발목에는 비디스엠 구속구를 찼다.
이윽고, 죄수복으로 갈아입은 비키르를 비롯한 다른 입소 대기자들 앞에 가름 소위가 말했다.
“이미 다들 아시고 있겠지만 이곳의 시스템을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누벨바그는 사화산 위에 있는 성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내부는 훨씬 더 넓다.
사화산의 밑을 깎아 내려가 만든 수직의 거대한 지하공간.
“이곳은 총 아홉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집니다.”
가름 소위는 설명에 앞서 간단한 그림을 첨부했다.
1층. 일명 ‘레벨 1’.
간수들의 거주가 이루어지는 곳임과 동시에 처형식을 제외한 모든 행사, 즉 입소식이나 진급식 등의 각종 행사들이 진행되는 공간.
또한 형량 3년 이하의 가장 형량이 낮은 죄인들이 수감되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2층. 일명 ‘레벨 2’.
형량 5년 이하의 죄인들이 수감되어 있는 곳이다.
누벨바그에서의 1년은 지상의 다른 교도소에서의 10년으로 쳐주기에 일반적인 교도소였다면 최소 징역 30년 초과, 50년 이하에 해당되는 죄인들이 이곳에 수감되어 있는 셈이다.
3층. 일명 ‘레벨 3’.
형량 10년 이하의 죄인들이 수감되어 있는 곳이다.
지상에 있는 일반적인 교도소에서는 징역 100년에 해당되는 중죄인들이 이곳에 수감된다.
4층. 일명 ‘레벨 4’.
형량 15년 이하의 죄인들이 수감되어 있는 곳이다.
이 층부터는 일반적인 범죄자를 찾아볼 수 없다.
최소 도시 단위의 테러, 대량 학살에 관련된 전범급 이상의 흉악범들이 이곳에 갇혀 고통을 받는다.
5층. 일명 ‘레벨 5’.
형량 20년 이하의 죄인들까지가 이곳에 수감된다.
국가 단위의 테러, 혹은 내란이나 역모를 꾀함으로써 국가에 큰 피해를 야기한 이들을 가두는 공간이다.
또한 간수장 급의 고위 간부들의 숙소가 위치해 있는 장소이며 ‘사육장’, ‘처형장’ 등의 몇몇 특수 시설들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6층. 일명 ‘레벨 6’.
누벨바그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죄인들이 수감되어 있는 곳이다.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는 수준의 위험분자들을 영원히 세상과 단절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층으로 이곳의 죄수들부터는 인간이라기보다는 ‘몬스터’ 취급을 받는다.
7층. 일명 ‘레벨 7’.
같은 무기징역에도 급과 무게가 나뉜다.
제국법상, 단순히 무기징역이라는 판결로도 그 죄를 사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판사는 무기징역을 몇 번이고 중첩해서 선고할 수 있는데 이 층에는 최소 100번 이하의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죄인들이 수감된다.
8층. 일명 ‘레벨 8’.
1천 번 이하의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죄수들부터는 이곳에 수감된다.
9층. 일명 ‘레벨 9’.
…….
가름 소위는 허리에 찬 삼단봉으로 그림을 짚어 가며 설명을 끝마쳤다.
입소 직전의 죄수들은 저마다 낄낄 웃으며 주절거렸다.
“나는 이곳에서 8년 형을 받았는데 말이야. 정말 끔찍하군.”
“젠장! 나는 13년 형을 받았어. 지상에 있으면 130년을 빵에서 썩어야 한다는 말이잖아! 차라리 여기서 짧고 굵게 형량을 살고 나오는 게 낫지.”
“큭큭큭…… 나는 무기징역이다. 빌어먹을, 이런 엿 같은 곳에서 평생을 살라고?”
“햇병아리들이로군. 무기징역에도 횟수가 있는 거 알지? 나는 무려 3번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죄수들은 서로의 힘과 잔혹성을 견줘 보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 중 특히나 주변의 이목을 끌어모으는 자가 하나 있었다.
거대한 덩치에 온몸을 뒤덮고 있는 검붉은 반점, 악귀 같은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
그를 모르는 사람은 이 중에 없었다.
‘시끗(Sakkuth) 데 리바이어던’. 지상에 있을 때의 별명은 ‘역병 문둥이’.
도가 지나친 인체실험으로 인해 극독암가 리바이어던 가에서도 퇴출된, 한때 목에 걸렸던 현상금 액수가 무려 11자리에 육박했었던 극악범(極惡犯).
그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실실 웃었다.
“애송이들아. ‘붉은 죽음’이라는 역병을 들어 본 적이 있느냐? 바로 이 몸께서 만든 것이지.”
시끗은 제국으로부터 그 위험성을 인정받아 무려 666번이라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이곳 누벨바그에 수감되었다.
지금은 입소식을 기다리기 위해 이곳 ‘레벨원(Level 1)’에 머물고 있지만 원래는 이곳에 있을 인물이 아닌 것이다.
시끗이 입을 열자 주변 죄수들의 입이 일제히 다물렸다.
그 무거운 침묵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시끗은 계속해서 이죽거렸다.
“수해의 원주민 놈들에게 임상실험도 모두 끝마쳤었는데 말이야. 난데없이 신앙성가 놈들이 개입해서 일을 그르쳤어. 아아…… 아쉬운 일이야. 역대급으로 창궐하는 전염병 팬더믹을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끄륵! 끄륵! 끄르륵!”
시끗. 그에게는 외모와 약력 말고도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자수함으로서 이곳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끄르르르! 나는 ‘그분’을 만나 뵙기 위해 일부러 이곳에 자청해서 들어왔다. 그러니 강제로 끌려온 너희 같은 피라미들과는 격이 다르다 이 말이야.”
시끗은 입소식을 함께 치를 죄수들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간수들까지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놈이 뿜어내고 있는 기세가 워낙에 흉흉했기에 간수들 중에서도 딱히 앞으로 나서는 이는 없었다.
그저 혹시 옮을지 모르는 역병균이 염려되는지 다들 멀찍이 거리를 둘 뿐.
한편.
가름 소위는 앞으로 벌어질 입소식에 대한 절차들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열릴 입소식은 총 3가지 절차로 구성됩니다. 1차, 소지품 검사. 2차, 건강 검진. 3차, 목욕. 끝입니다.”
그러자 죄수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소지품 검사나 무기 제거는 딱히 할 필요 없지 않나? 애초에 여기에 무기를 들고 올 수가 없는데.”
“체력 측정 후 건강 검진도 해 준다고? 의료 서비스 대박인데? 무슨 복지 시설도 아니고.”
“거기에 소독이랑 목욕도 시켜 준다잖아! 하하, 누벨바그도 생각보다 안락한 공간이네.”
“으~ 나는 빨리 씻고 싶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바닷물의 소금기 때문에 끈적거려 죽겠다고!”
누벨바그는 소문과 달리 상당히 복지가 좋았다.
죄수들은 곧 이어질 입소식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에 다들 마음을 놓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시작됐군.’
비키르는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말하는 입소식은 정말로 단순히 입소식을 뜻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소지품 검사’, ‘건강 검진’, ‘목욕’과 같은 일상적인 단어들로 포장된 이 일련의 행사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