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빨판상어 (2)
죄수들이 식량을 구하는 세 번째 방법.
그것은 바로 ‘구걸’이었다.
간수들 몇몇이 바위 위에 걸터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죄수들이 쉬어 터진 정어리 절임에 흑빵 하나를 먹는 동안 간수들은 보다 좋은 음식들을 먹는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한 덩이, 커다란 생선 알 삶은 것 하나, 신선한 해초, 바다소의 젖 한 병, 드물지만 특식으로 당근이나 시금치, 감자를 받는다.
소령급 이상의 고위 간수들에게는 사과나 오렌지 같은 과일이 배급되기도 했다.
지상의 음식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지만 적어도 죄수들이 보기에는 간수들의 식사야말로 천하일미, 더없이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간수들은 간혹 죄수들을 부리기 위해 이 음식을 미끼로 사용하곤 했다.
“어이, 빨판상어~”
간수 하나가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자 저 멀리서 대기하고 있던 죄수 하나가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뛰어온다.
“엎드려.”
간수가 말하자 죄수는 바로 땅에 엎드려 배를 내보였다.
“일어나.”
“앉아.”
“다리 들어.”
“입 벌려.”
“손.”
죄수는 간수의 명령에 따라 애완견이 할 법한 모든 동작들을 수행했다.
그러자 간수는 비로소 낄낄 웃으며 죄수에게 먹다 남은 돼지고기 조각을 던져 주었다.
“앞으로도 작업 잘 해? 말썽 일으키지 말고.”
“넵! 간수님! 영광입니다!”
죄수는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은 채 침을 질질 흘리며 기다린다.
큰 물고기가 먹다 남긴 것을 주워 먹는 ‘빨판상어’처럼.
이윽고 간수가 먹어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그만 됐어. 먹어라.”
그러자 죄수는 떨리는 손으로 돼지고기 조각을 집어 들고는 한참 동안이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이내 돼지고기 겉면에 묻어 있는 허옇게 굳은 지방기름을 혀로 감격스럽게 핥았다.
짭짤하고 누리끼리한 그 맛을 죄수는 눈물마저 머금은 채 한참을 음미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혀끝으로 맛을 느끼며 이빨 끝으로 손톱 깎아 내듯 갉아 먹는 돼지고기 조각.
죄수는 그렇게 해서 입에 넣은 돼지고기 조각을 입안에서 거의 사탕처럼 녹여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죄수들은 침만 꿀꺽꿀꺽 삼킬 뿐이다.
“자, 너희들도 이번 달 작업량 다 채우면 잔반을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죽어라고 일해! 그러면 내 고정 빨판상어를 시켜 주마!”
“힘내라고! 이번에 층에서 제일 작업량이 많은 놈은 내가 책임지고 아이스크림을 먹게 해 주겠다!”
간수들은 먹다 남긴 생선 알이나 고기조각, 해우유 등을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썩은 정어리와 돌덩이 빵도 없어서 못 먹던 죄수들의 눈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오오오오! 일하자!”
“들었어? 아이스크림이래!”
“내 거야! 내가 제일 많이 일할 거야!”
죄수들의 사기가 부쩍 올랐다. 그들은 이제 자기들이 인간인지 아닌지도 헷갈려 하고 있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배고픔이란 이리도 무서운 것.
그들은 이렇게 뼛속까지 깊이 길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죄수들이 다 이렇게 빨판상어를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이봐.”
간수와 죄수의 상하관계가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레벨에잇의 수감자 시끗. 일명 ‘역병 문둥이’.
그는 현재 바위 위에 걸터앉아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다른 죄수들은 역병이 옮을까 그의 주변에 가까이 가지도 못한다.
“이봐- 내 말 안 들려? 간덩이가 하도 부어서 배 밖으로 튀어나왔나?”
그리고 지금 시끗이 부르고 있는 이는 죄수들이 아니라 간수였다.
“…….”
시끗의 부름을 받고 머뭇거리는 이는 더벅머리에 얼굴에 큰 화상 흉터가 있는 하급 간수.
바로 가름 노르드 소위였다.
시끗은 당연하다는 듯 가름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식사 내놔.”
“…….”
그러자 가름은 주위 간수들의 눈치를 살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동료 간수들은 가름이 이런 모욕을 받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것은 시끗의 행동이 은밀했다기보다는 애초에 가름이 동료들에게 전혀 주목을 못 받는 입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끗은 피식 웃으며 가름의 손에 들려 있던 식사를 빼앗았다.
“내가 다 다른 간수들 안 보는 것 알고 말한 거야, 인마. 고맙지?”
“…….”
“이 정도 식사를 바치는 것으로 그냥 넘어가는 걸 감사하게 여겨. 알겠어?”
시끗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름을 협박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알지? 그 키리코인지 뭔지 하는 기집애는 바로 역병에 걸리는 거야. 아주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거라고.”
“…….”
“너 그 년을 짝사랑하잖아. 그렇지? 짝사랑하는 여자가 똥오줌을 질질 쏟아내다가 육포처럼 말라비틀어지는 꼴은 보기 싫지?”
“…….”
“그러면 알아서 매일 이렇게 점심식사를 가져다 바치라고. 끄르르르…….”
시끗은 음침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돼지고기 조각과 생선 알을 입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바로 그때.
“야!”
날카로운 외침이 작업장 전역에 울려 퍼졌다.
음식을 삼키려던 시끗마저 놀라서 딸꾹질을 했을 정도로 큰 고함이었다.
가름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시선을 돌린 곳에는 한 명의 여자 간수가 서 있었다.
키르코 그림 소위. 곧 중위로 진급할 예정인 엘리트 하급 간수였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시끗과 가름을 번갈아 노려보고 있었다.
“간수가 죄수에게 음식을 나눠 줘? 너 미쳤어?”
당차게 따지는 키르코의 시선을 가름은 감히 마주치지 못한다.
그것을 본 죄수들이 혀를 끌끌 찼다.
“또 저 짜증나는 커플이야?”
“똑순이 여자와 멍청이 남자라.”
“여자가 아깝구먼.”
“킥킥킥- 동기 잘못 두면 고생이지.”
죄수들의 반응을 보면 이런 일이 꽤나 자주 있는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키르코는 성큼성큼 다가와 시끗의 손에 들린 음식들을 빼앗았다.
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말했다.
“한 번만 더 죄수 주제에 주제넘는 음식을 탐낸다면 그 자리에서 참수형이다. 바로 상관에게 보고하겠어.”
“끄르르르- 우리 예쁜 여간수님께서 오늘 왜 이렇게 까칠하실…… 억!?”
시끗은 능글거리는 웃음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으나 뒤이어진 키르코의 발도 때문에 그것은 불가능했다.
차캉!
키르코는 재빨리 칼을 빼들어 시끗의 수염 끝을 잘라 버렸다.
시끗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거리자 키르코는 콧방귀를 한번 뀐 뒤 옆에 있는 가름을 보았다.
“동기 망신…… 아니 간수 망신 시키지 마, 멍청아.”
“미, 미안.”
“미안하다고도 좀 하지 마. 너 진짜 병신이니?”
가름을 노려보는 키르코의 시선에는 옅은 경멸감마저 어려 있었다.
“……일을 못 하면 깡다구라도 있든가.”
이내 그녀는 찬바람 휘날리며 자리를 떠나 버렸다.
가름은 더 이상 대꾸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고 죄수들은 그런 가름을 보며 비웃었다.
“‘멍청한 가름’은 오늘도 멍청하군.”
“정말 한심한 녀석이야. 저런 녀석이 어떻게 간수로 있나?”
“저 자식 조에 들어가면 저 자식의 식사를 빼앗아 먹을 수 있다며?”
“저 새끼 개꿀이야. 작업도 안 시키고 식사는 나눠 준다고.”
“일도 안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니. 나도 다음 달에 저 녀석 휘하에서 일하고 싶다.”
가름을 따라다니는 별명은 다양했다.
‘멍청한 가름’, ‘비루먹은 개’, ‘걸어 다니는 빵’, ‘얼간이’, ‘호구’ 등등…… 전부 다 부정적인 것뿐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별명은 죄수들이 아니라 동료 간수들이 훨씬 더 많이 불렀다.
“야, 너 또 죄수한테 식사 뺏겼냐? 이 자식 이거 진짜 멍청이네.”
“식사를 뇌물로 주는 걸로 문제 일어나는 걸 막는 건 좋은데…… 네가 그러면 다른 죄수들까지 버릇 나빠지잖아. 동기들에게 피해 끼치지 마라.”
“어휴, 괜찮아 키르코? 저런 놈 신경 쓰지 말라니까. 괜히 스트레스 받아서 예쁜 얼굴 상할라.”
“얼간이 자식. 이따 저녁 점호 끝나고 좀 보자.”
동기들이 험악한 표정으로 가름을 윽박지른다.
그럴수록 더벅머리에 화상 흉터 얼룩진 가름의 얼굴은 점점 더 깊숙하게 숙여졌다.
그것을 흘끗 본 키르코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완전히 돌아섰고 이내 동기들과 함께 자리를 떠나 버렸다.
“끄르르르…… 오늘은 저 빌어먹을 계집년 때문에 봐주지만 내일부터는 없어. 잊지 마라. 점심식사를 모조리 가져오는 거다. 안 그러면 아까 말한 대로 저 키르코라는 계집을 제 2의 역병 문둥이로 만들어 주겠어.”
시끗은 풀죽은 가름의 귓가에 다시 한번 나직하게 속삭이고는 자리를 떴다.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
홀로 남은 가름은 주변 죄수들과 간수들에게 쏟아지는 경멸의 눈초리와 비웃음을 온몸으로 받아 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의 시선은 저 멀리 동기들의 중심에 서 있는 키르코를 향해 가 있다.
…….
그리고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을 말없이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흐음.”
바로 비키르였다.
그는 고심 끝에 계획 하나를 수립했다.
‘이거 잘 하면 이용할 수도 있겠는데?’
가름. 그리고 키르코.
이 두 젊은 남녀의 사이가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곧 다가올 탈옥의 순간에 말이지.’
비키르는 지금 누벨바그에서 나갈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 계획은 아마도 인류의 희망 ‘포세이돈’을 찾는 즉시 바로 실행에 옮겨지리라.
……그리고.
‘그 순간’은 비키르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빨리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