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76
376화 포세이돈 (2)
“무슨 일이냐?”
노역장 전체를 1차로 관할하는 바스티유 중령이 황급히 달려왔다.
대위 계급장을 단 간수들이 구덩이 속 깊은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레벨나인 구역의 중심부에서 의문의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전의 사고들과는 규모가 다릅니다. 심상치 않은 조짐 같습니다.”
“아직 용암과 가스 때문에 추가 붕괴의 위험이 있어서 조사는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하들의 보고를 받은 바스티유 중령은 차갑게 말했다.
“죄수 몇을 보내서 조사해 보게 해라.”
“네? 하, 하지만 지금 저기에 내려간다면 추가 붕괴에 휘말릴 여지가…….”
“그러니까 죄수를 보내라는 것이다. 하루 노역을 면제해 주고 빵 쪼가리 몇 개 던져 준다고 하면 자원할 놈들은 쎄고 쎘지.”
바스티유 중령의 말에 간수들은 입을 다물었다.
제아무리 죄수들이라고 해도 하루짜리 휴식과 빵 몇 덩이에 목숨을 팔까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지원자는 있었다.
“내가 가지.”
비키르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바스티유 중령도 움찔했다.
“네놈이? 무슨 꿍꿍이냐?”
“별것 없다. 빵이 먹고 싶어서.”
“……흐음.”
바스티유 중령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비키르는 처음 입소했을 때 딱 한 번 난동을 피운 이후로는 지난 2년간 아무런 사고도 치지 않고 쭉 모범수로서 활동해 왔다.
바스티유 중령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저 불길과 가스를 뚫고 내려갈 수 있겠나?”
“비디스엠 구속구를 풀어 준다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개수작 부리지 좀 말고…….”
“농담이다. 다녀오지.”
비키르는 건조한 조크와 함께 구덩이 속으로 발을 디뎠다.
쿠르륵!
지표면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센 가스 폭풍과 불길, 용암은 비키르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럴 때는 나락수 안에서 극한까지 쌓았던 물리저항과 마력저항 스탯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봐, 데카라비아. 방어막을 펼칠 수 있겠나?”
[마나가 없어서 조금밖에는 못 써.]“그 정도면 충분하다.”
비키르의 말에 데카라비아는 조그마한 배리어를 쳐 주변 몇 미터 정도를 감쌌다.
불길과 가스의 장막에 몸을 숨긴 비키르는 무릎까지 찬 용암을 털어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오래는 못 버티겠군.’
마나도 없이 이런 곳에 계속 있다가는 다리가 흔적도 없이 타 버릴 것이다.
비키르는 최대한 빨리 폭발의 이유를 찾아내고자 발걸음을 재게 놀렸다.
이윽고, 자욱하게 깔린 유황가스와 넘실거리는 불길, 용암이 내뿜는 찬란한 적빛의 오로라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러났다.
“……!”
비키르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지금껏 자기가 찾아 헤매던 존재라는 것을.
“육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인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다.
누벨바그의 한복판, 레벨나인의 최심층부.
이곳에 존재한다는 ‘푸른 용암의 구체’가 이것 말고 더 있겠는가?
비키르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것을 감상했다.
지름이 약 5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타원형의 구체, 온통 푸른 불길로 뒤덮여 넘실거리고 있는 이것은 마치 무언가의 ‘알’처럼 보였다.
“찾았다. 포세이돈.”
비키르는 손을 뻗어 그것의 겉표면을 한번 쓰다듬었다.
구체의 밑에는 아우라로 만들어진 뿌리 같은 것들이 지면 밑으로 뻗어 나가 있었는데 이것은 조금의 충격만 받아도 격렬한 저항을 보였다.
콰쾅! 쿠르릉! 우릉!
그 저항력 때문에 주변으로 연신 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듯했다.
…퍽!
비키르는 주먹을 뻗어 ‘포세이돈’의 겉면을 때려 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쑤욱-
포세이돈은 비키르의 주먹에서 빚어진 충격을 그대로 흡수해 버렸다.
꿈틀!
그러자 넘실거리고 있던 푸른 불길이 극히 미약하게나마 더 커졌다.
주변의 빛 역시도 조금 더 환해지는 것이 보였다.
“역시. 외부의 충격을 흡수해서 성장하는군.”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포세이돈은 찾아낸 것으로 끝이 아니다. 앞으로 수많은 충격을 줘서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지.’
비키르는 턱을 쓰다듬었다.
포세이돈을 발견하기까지가 그랬듯 이것을 작동시키는 것 역시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발견한 이상 90%는 해낸 것이나 다름없다. 나머지는 시간문제지.’
물론 비키르에게는 앞으로의 계획이 모두 세워져 있었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비키르는 몸을 돌려 용암의 늪을 되돌아갔다.
이윽고, 암반지대 위로 올라온 비키르를 본 모든 이들이 기겁을 해야 했다.
“아, 안 죽었어?”
“어떻게 저 지옥 내부까지 간 거야?”
“그냥 초입에서 돌아온 것 아냐?”
주변인들이 수군거렸지만 비키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에 기묘하게 생긴 용암의 덩어리가 있다. 충격을 흡수하는 것 같던데.”
“……충격을 흡수해?”
바스티유 중령은 인상을 썼다.
차라리 폭발하는 무언가였다면 몰라도 충격을 흡수하는 물질은 별로 달갑지 않다.
갱도를 파 내려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말이다.
이윽고, 가스와 유증기가 걷히자 비키르가 말했던 푸른 구체가 더욱 더 확연히 드러났다.
시퍼렇게 타오르는 불길, 지면 밑으로 내려가 있는 아우라의 뿌리, 조금만 건드려도 요란한 폭발을 일으키는 정체불명의 존재.
바스티유 중령은 커다란 대검을 들어 참격을 날려 보았다.
콰-콰콰콰콰쾅!
푸른 구체는 그래듀에이터 상급자의 아우라조차 무리 없이 받아 냈다.
“정말이다! 바스티유 중령님의 공격을 모조리 흡수했어!”
“어? 저 덩어리…… 아까 전보다 조금 더 커진 것 같지 않아?”
“알처럼 생겨서 기분 나쁘네 뭔가.”
간수들조차 수군수군 동요하고 있었다.
저 정체불명의 구체가 작업장의 한가운데 떡 버티고 있게 되었으니 노역을 하기가 곤란해졌다.
주변부를 더 파 내려가고 싶어도 곡괭이나, 삽 같은 작업도구에 의한 충격들을 모조리 흡수해 버리니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잔뿌리처럼 깔려 있는 아우라의 혈맥을 잘못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예외 없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니 더더욱 곤란한 일이었다.
바스티유 중령은 끙 소리를 냈다.
“저 잔뿌리 같은 혈맥을 건드렸을 뿐인데도 이 정도 폭발이 일어난다면…… 저 덩어리 본체가 폭발했을 경우에는 아주 난리가 나겠군.”
어쩌면 누벨바그의 성채가 통째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죽은 줄 알았던 사화산이 다시금 되살아나 화산활동을 시작할 여지마저 있었다.
“빌어먹을 일이로세. 누벨바그는 완전한 사화산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바스티유 중령의 주위로 뿌리내린 아우라의 혈맥과 실시간으로 펑펑 터져 나오고 있는 유황가스와 유증기, 펄펄 끓는 마그마는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에는 지면 속에 갇혀 있던 오래된 지열이 분출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생각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도 같았다.
“지질학자들을 불러라. 누벨바그가 정말로 사화산인지에 대한 전수조사부터 다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바스티유 중령의 명령은 채 완성되지 못했다.
“무슨 헛소리냐.”
뒤에서 시커먼 제복을 입은 거구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도르듐 대령. 그가 등장하자 바스티유 중령은 바로 차렷 자세를 취하고 경례를 올렸다
도르듐은 손사래를 치며 경례를 대충 받고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해 봐라. 사화산이 어쩌고 어째? 전수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네! 다름이 아니오라 레벨나인의 노역장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물체가…….”
바스티유 중령의 말에 도르듐은 미간을 찡그렸다.
“어디 내가 한번 보마.”
도르듐은 바스티유 중령의 안내를 받아 푸른 구체가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충격을 가하면 그것을 그대로 흡수합니다. 그리고 밑에 있는 아우라의 혈맥을 건드린다면 요란한 폭발이 일어나는데 그 충격 역시도 구체로 흡수되는 구조입니다. 섣불리 건드리다가는 구체에 축적된 충격량이 한꺼번에 방출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누벨바그가 사화산이 아니라 휴화산이라면…….”
“쓸데없는 소리. 누벨바그는 확실한 사화산이다.”
도르듐은 바스티유 중령의 말을 일축했다.
그리고는 재차 말을 이었다.
“확실하지도 않은 헛걱정 때문에 공사 기간을 늘어나게 하지 마라. 전수조사를 다시 하려면 몇 년이 걸리는 줄이나 알아? 최소 십 년이다.”
“하, 하지만…….”
“공사 기간이 늘어지면 그로 인해서 들어갈 천문학적인 예산은? 자네가 책임질 텐가?”
“…….”
바스티유 중령이 입을 다물자 도르듐은 쐐기를 박았다.
“노역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사 기한을 맞춰.”
“…….”
“이게 다 자네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레벨텐이 하루빨리 완공되어야 내가 그 수와레, 빌어먹을 년보다 인사고과가 앞서지 않겠나? 내가 교도소장이 되어야 자네도 빨리 진급해서 간수장이 될 것 아닌가.”
도르듐의 말에 바스티유 중령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대령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 어차피 폭발 사고가 일어나 봐야 쓰레기 같은 죄수 놈들만 죽어 나갈 것이 아닌가. 정 걱정된다면 간수들은 가능한 그 구역에 접근하지 말라고 해.”
말을 마친 도르듐은 눈에서 시커먼 빛을 뿜어냈다.
“곧 인사평가 시즌이 온다.”
“…….”
“수와레, 그 년은 앙가주망 노인을 독방에 가두고 있지. 별로 하는 것도 없는 년이 그것 하나만으로 항상 인사 점수를 만점에 가깝게 받고 있단 말이야.”
“…….”
“반면 나는 어떤가? 죄수들의 폭동을 앞장서서 진압하고 바깥에 나가 식량을 조달해 오며 항상 교도소장님의 최측근으로서 맡은바 업무들을 다하지.”
“…….”
“이런 나와 수와레 그년의 분기별 인사 점수가 비슷하다면 그것이 과연 공평한가? 내가 왜 그년과 함께 차기 교도소장 후보에 올라야 하느냔 말이야.”
도르듐이 이렇게까지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바스티유 중령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뿌득- 하고 이빨 갈리는 소리와 함께, 도르듐은 말을 끝맺었다.
“그러니 내가 맡은 레벨텐 공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기한 내에 완공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수와레를 앞지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내가 다음 교도소장이 되면 자네는 다음 간수장일세.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저 받들 뿐입니다.”
바스티유 중령이 공손히 하는 대답에 도르듐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복도 너머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뒤에 홀로 남은 바스티유 중령은 못내 걱정스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왜인지 불길한 느낌이 든다. 저것이 한번 터지면 단순히 누벨바그가 날아가는 게 문제가 아니야. 어쩌면 지상의 기후에까지 영향을 줄지도…….’
혼자서 한참 동안이나 생각에 생각을 하던 바스티유 중령.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쓸데없는 걱정이겠지. 걱정이 너무 많은 것이 나의 단점이다.’
바스티유 중령은 내일부터 다시 노역을 정상 재개하기로 마음먹었다.
5대 간수장 중 차기 교도소장으로 손꼽히는 도르듐과 수와레, 둘 사이의 정치싸움에 가담한 이상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여러모로 호재로군.’
돌기둥 뒤에 서서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비키르는 조용히 어둠 속으로 녹아들 뿐이다.
상으로 받은 빵 봉지를 손에 든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