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391
391화 최악의 고문 (2)
…콰쾅!
바위가 부서지며 일대에 여진이 일었다.
수많은 간수들의 포위망 정중앙에서 거구의 남자 하나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시끗 데 리바이어던. 오늘 레벨 8층에서 폭동을 일으킨 주범이다.
간수들이 외쳤다.
“이봐! 시끗, 이 자식! 너 독방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래!”
“새꺄- 벌써 두 번째라고! 이번에도 독방 들어가고 싶어!?”
“얌전히 굴지 않으면 진짜 인생 좆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그러나 칼과 도끼, 철퇴의 포위망 앞에서도 시끗의 광기 어린 포효는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여왕님께서 나를 버리셨다! 나는 ‘그분’을 뫼시고 나오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어! 그래서 나를 버리신 거라고! 여지껏 나에게 탈옥에 대한 언질 한번 주지 않으셨다는 건 나를 버리시겠다는 거야! 뻔한 일이지! 으아아아아! 이제는 싫어! 여기서 내보내 줘! 아니면 죽이든가!”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입가에서 끈적한 침이 질질 흐른다.
극도로 충혈된 눈의 혈관들이 장구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눈알 표면을 뚫고 나올 것 같았다.
시끗은 손목에 달린 비디스엠 사슬을 마구 휘저으며 몸부림쳤고 그럴 때마다 놈의 전신에 난 상처에서 검붉은 핏방울들이 흩뿌려진다.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후두둑-
간수들은 시끗의 침과 피가 몸에 닿지 않게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윽! 역병 문둥이의 피다!”
“조심해. 저것에 닿으면 바로 역병에 걸린대. ‘붉은 죽음’인지 뭔지…….”
“수해의 원주민들을 거의 전멸시킬 뻔했던 최악의 전염병이라던데?”
“입소식 때의 유황 샤워에도 소독되지 않은 미확인 역병이다. 무조건 피해야지.”
“그, 그런데 계속 이렇게 대치만 해?”
“그럼 네가 다가가서 잡아 보든가! 저 새끼 극독암가 출신이라더만.”
“말은 바로 해야지. 리바이어던가에서도 도저히 통제가 안 돼서 가문 밖으로 내친 망나니라더라.”
아니나 다를까, 시끗은 혀를 깨문 뒤 입안 가득히 머금은 피를 분수처럼 뿜어냈다.
푸화아아악-
입 밖으로 분사된 피의 안개가 열풍을 타고 번질 때마다 간수들의 포위망이 썰어 놓은 오징어마냥 출렁거렸다.
팬데믹. 최고 등급의 감염병. 누벨바그처럼 제한적인 공간에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현상이다.
이것은 단순히 힘이나 마나를 못 쓰게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포위망의 제일 앞에 서 있는 바스티유 중령은 곤혹스럽다는 듯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제길. 힘으로 따지면 별것도 아닌 놈인데…… 저놈의 역병 독이 문제로군.”
그러자 옆에 있던 부관이 입을 열었다.
“5대 간수장님들을 모셔 올까요?”
“없는 분들을 어떻게 모셔 온다는 말이냐? 도르듐 대령님과 수와레 대령님은 지금 호송관 업무 때문에 지상으로 파견을 가신 상태인데.”
“프, 플러버 준장님께 한번 더 사람을 보내 보겠습니다.”
“아서라. 벌써 두 차례나 사람을 보냈지 않느냐. 그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 ‘먹혀 버렸다는’ 뜻이겠지. 이지조차도 없는 괴생물을 상대로 더 이상 쓸데없는 인명피해를 늘리지 마라.”
“그러면 비디스엠 준장님이라도……?”
“그분은 누벨바그 보안의 핵심, 이런 현장에까지 오시게 만들면 안 된다. 오르카 교도소장님께서 아신다면 아마 경을 치게 될 것이다.”
5대 간수장 중 4명은 확실하게 안 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인원은 하나뿐이었다.
부관은 지금껏 보였던 태도들 중 가장 조심스러운 태도로 마지막 이름을 말했다.
“……검은 혀 중령님은 어떻습니까?”
그 물음에 바스티유 중령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그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그 또라이는 절대 안 돼.”
“하, 하지만 플러버 준장님을 제외한다면 지금 저 괴물을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그 아닙니까?”
“고작 레벨 8의 죄수 하나를 잡겠다고 검은 혀 중령 같은 사이코 미치광이를 불러오는 것은 말도 안 되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이야.”
바스티유 중령은 무난한 힘에 무난한 성격, 무난한 일처리로 모든 분야에 걸쳐 밸런스가 고루 잘 잡혀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렇게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제기랄. 하필이면 이번에 입소자 수가 역대급으로 많다니. 도르듐 대령님과 수와레 대령님이 동시에 지상으로 올라가신 것은 처음이다. 대체 최근 들어 지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오르카 교도소장뿐만 아니라 도르듐 대령과 수와레 대령.
누벨바그의 핵심 전력인 이 3명이 동시에 부재한 상황 때문에 최근 이런 크고 작은 소란들이 끊이지를 않고 있었다.
바로 그때.
화악-
시끗이 포위망을 뚫고 돌진했다.
사방에 피를 뿌리며 날뛰던 그는 이내 미처 피하지 못한 하급 간수 하나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덥썩!
시끗의 손에 잡힌 불운한 하급 간수의 이름은 ‘키르코 그림’이었다.
“나를 방해하지 마라! 그랬다간 이년의 모가지를 바로 뚝 부러트려 주마.”
시끗은 한 손으로 키르코의 목을 움켜쥔 채 으르렁거렸다.
키르코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끗의 악력에 한 번, 놈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역한 피비린내에 두 번 경악해야 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목이 부러져 죽거나 끔찍한 역병 독이 깃들어 있는 놈의 혈액에 뒤범벅된 채 죽을 것이다.
“인질극?”
“뭘 어쩔 생각이냐?”
“원하는 게 뭐야, 이 미친놈아!”
간수들이 사납게 묻자 시끗은 실실 웃었다.
“바라는 거? 없어. 어차피 망한 인생 그냥 네놈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이나 보고 즐기다가 가련다. 아 참, 레벨텐 공사는 몇 달간 중지해야 할 거야. 내가 아주 지독한 피를 뿌려 놓을 거거든.”
말을 마친 시끗은 노역장 바닥에 침을 퉤 하고 뱉었다.
푸시시시시식-
시끗의 침이 떨어진 부근의 흙이 기분 나쁜 소리와 악취를 자아내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바스티유 중령은 인질로 잡힌 키르코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인질극이라, 이제는 별짓을 다 하는군.”
“끄르르르륵! 원래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인질 하나쯤 있어 줘야지.”
“그 친구에게 털끝 하나만큼의 위해라도 가한다면 네놈은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어디 해 봐. 끄끄르륵! 어차피 난 버려진 몸이니까.”
바스티유 중령과 시끗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을 때.
“중령님! 저는 괜찮습니다!”
키르코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죄수와의 협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상관없으니 진압을 강행해 주십시…… 컥!”
키르코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시끗이 그녀를 땅바닥에 패대기쳤다가 다시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으윽! 이 자식!?”
키르코가 코와 입에서 나오는 피를 뱉어 내며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시끗은 그런 키르코의 얼굴을 발로 짓밟아 눌렀다.
“끄르르르르…… 뭔가 착각하나 본데, 저 녀석들이 내게 달려들지 못하는 이유는 내 역병이 무서워서야. 고작 하급 간수 따위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이익!”
키르코는 허리춤에 찬 장검을 빼들려 했지만 시끗이 그것을 놔둘 리 없었다.
놈은 손목의 사슬을 이용해 키르코의 칼날을 휘감았고 그 상태 그대로 키르코의 목에 대고 내리눌렀다.
우드드득!
키르코는 마나까지 끌어 올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끗의 힘을 완벽하게 떨쳐 내진 못했다.
더군다나.
“오우, 가만히 있지 않으면 네년 얼굴에다가 피가래를 뱉어 주마.”
“…….”
역병을 무기로 협박을 가하는 시끗에게 저항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키르코가 분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자 시끗은 낄낄 웃으며 말했다.
“죄수에게 강간당한 간수한테서 태어난 쓰레기라 그런지 주제 파악이 빠르군. 끄르르륵!”
“…….”
키르코는 속이 뒤집어지는 와중에도 이를 뿌득 갈았다.
그러나 시끗의 힘, 그리고 가지고 있는 역병인자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말단이기는 하지만 부하가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있는 것을 본 바스티유 중령은 쓰게 중얼거렸다.
“……결국 어쩔 수 없는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일. 집단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하다.
피해가 더욱 늘어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사태를 진압해야 했다.
하급 간수 하나의 희생이라면 오히려 싸게 먹히는 셈.
바스티유 중령은 시끗의 주의가 키르코에게 쏠려 있는 틈을 타 수신호를 보냈다.
모든 고위 간수들에게 무기를 들라 명령한 것이다.
‘모두들 공격 준비! 최대한 빠르게 놈을 참살해야 한…… 음?’
그러나, 바스티유 중령의 강행돌파 명령은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저벅- 저벅- 저벅-
간수들 사이에서 걸어 나와 시끗의 앞으로 향하는 발걸음 하나가 있었다.
너무나도 평온한 표정. 태연한 기색. 마치 산보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
바로 가름, 아니 비키르였다.
비키르는 평소와 똑같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의 오염된 피 때문에 공사가 멈춰지면 안 되지.”
“……?”
비키르의 말에 시끗과 이 자리에 모인 간수들 전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차, 이게 아닌가.’
순간 속마음을 너무 솔직하게 말했음을 느낀 비키르는 발언을 조금 정정했다.
“내 소중한 동기를 풀어 줘라. 대화로 해결하자.”
이름 가름 노르드. 나이 21살. 계급 소위.
간덩이가 붓다 못해 배 밖으로 튀어나온 하급간수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