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
4화 바스커빌 가의 개 (1)
8년의 시간이 지났다.
비키르 반 바스커빌은 8살이 되었고 으레 바스커빌가의 어린아이들이 그렇듯 여러 가지의 수업을 받고 있었다.
가정교사가 물었다.
“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칼잡이의 경지를 어떻게 구분한다고 했었죠?”
비키르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검술의 숙련도와는 상관없이, 칼에 마나를 실을 줄 모르는 칼잡이를 ‘소드 비기너’, 칼끝에 마나를 실을 줄은 알지만 그렇게 해서 피워 올린 아우라가 기체처럼 유약한 경지를 ‘소드 익스퍼트’, 칼에서 피어오르는 아우라가 액체처럼 끈적끈적하고 밀도가 있게 되는 경지를 ‘소드 그래듀에이터’, 아우라가 고체처럼 단단해질 뿐만 아니라 시전자의 의지대로 형상을 바꿀 수 있는 경지를 ‘소드 마스터’라 부른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편의를 위해 구분한 것.
기본적으로 전투라는 것은 건강, 지형, 기후, 습도, 중력, 경험치, 대기 중 마나의 밀도 등 수많은 요소에 간섭을 받는다.
계산할 수는 있으나 계산했을 때 이미 결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8살 아이들의 계산은 아직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비키르가 막힘없이 대답하자 그 주변에 있던 다른 아이들이 경쟁하듯 손을 들며 삐약삐약 외쳐댔다.
“비기너랑 익스퍼트가 싸우면 익스퍼트가 이긴다!”
“익스퍼트랑 그래듀에이터랑 싸우면 그래듀에이터가 이겨!”
“그래듀에이터보다 마스터가 더 쎄!”
“그리고 가주님은 마스터야!”
비키르는 말없이 주변 아이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녀석들 중 하나의 말이 가슴을 찌른다.
‘가주님은 마스터야!’
바스커빌가의 가주 휴고 레 바스커빌.
그는 마법사로 치면 무려 7서클에 달하는 마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검술의 대가답게, 그는 마나를 아우라로 치환하여 칼에 실어 사용했고 그 경지는 세간이 우러르는 소드 마스터에 닿아 있다고 한다.
가정교사는 말했다.
“좋습니다. 바스커빌 가문의 지존이신 휴고 님은 소드 마스터시죠. 이는 이 나라 ‘록’에서도 단 일곱 명밖에는 도달하지 못한 경지이며 7대 가문의 각 수장께서 바로 이에 해당합니다.”
물론 비키르로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
심지어 그는 제국 안팎으로 소드마스터 급 강자들이 몇 명인가 더 존재한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현 시점에서는 아무도 모를 정보이다.
혼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비키르.
가정교사의 시선은 아까부터 그런 비키르를 향해 있었다.
‘대단하신 분이다.’
실로 압도적인, 이쯤 되면 거의 폭력에 가까운 재능.
100일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몸으로 스틱스 강에서 7분 이상을 잠수했던 것은 가문의 작은 전설로 남았다.
하지만 어디 육체만 뛰어난가?
육체의 비범함에 가려져서 그렇지 두뇌 역시 가문 내 동년배들 중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명석했다.
감히 ‘하나를 알려 주면 백을 깨우치는 재능’이라 할 만하다.
‘가주님께서 오늘도 기뻐하시겠군.’
그는 이 모든 사실을 휴고에게 보고할 예정이었다.
본래 장남과 차남이 아니면 나머지 자식들에게 큰 관심이 없는 휴고이다.
그저 가축 도매상처럼 간간히 들러 가축들의 성장과 값어치를 기록하는 것처럼 행동하던 휴고가 요 몇 년간 부쩍 유아성(乳牙城)에 관심이 늘었다.
당연히 비키르 때문이다.
10세 이하의 어린아이들만 모아 공동육아를 하는 장소인 이 유아성에 휴고가 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이곳을 맡고 있던 가정교사들은 요즘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갔다.
‘고맙습니다, 도련님. 혼신의 힘을 다해 보좌하겠습니다.’
비키르 덕분에 예산도 많이 늘고 가문 내 다른 기사들에 비해 입지도 빵빵해졌기에 모든 이들은 비키르를 호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비키르 본인은 관심도 없는 상태였지만 말이다.
* * *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이 성 곳곳에 있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고 있을 무렵.
비키르는 현재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휴고는 마스터라 이거지?’
안타깝게도 그것은 사실이다.
마스터만 발현할 수 있다는 ‘고체 아우라’, 그래듀에이터 상급이었던 자신의 ‘끈적끈적한 액체’ 아우라와는 그 밀도와 강직도가 차원이 달랐었다.
으득-
절로 이가 갈린다.
이번 생에서는 절대로 그렇게 비루하게 살지도, 죽지도 않을 것이다.
‘적어도 성년식을 치르기 전에 생전의 힘을 모두 회복한다.’
현재 나이 8살.
비키르의 경지는 아무도 모르게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이르러 있었다.
전생에서는 스무 살이 넘어서야 겨우 이룩했던 경지였다.
회귀하기 전, 약관의 나이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올랐다는 것.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세간의 기준에서는 불세출의 천재로 통할 만큼 대단한 일이었지만 바스커빌가 내에서는 평범, 혹은 그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였었다.
보통 바스커빌가의 아이들은 20살 즈음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 30살 즈음에 그래듀에이터의 문을 두드린다.
그렇게 해서 칼끝에 ‘액체 아우라’를 실을 수 있게 되면 여기서부터 중역의 위치로 올라서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말단한직을 전전하게 된다.
천재 중의 천재들이라 하는 바스커빌가의 엘리트들도 스무 살 정도에 도달하는 것이 소드 익스퍼트 상급의 문턱.
하지만 비키르는 지금 그것을 8살의 나이에 밟고 있었다.
전생에서는 아직 마나를 느껴 본 적도 없을 나이에 말이다.
이것은 가문 내의 초엘리트들조차도 감히 범접하지 못할 경지.
비키르가 감회를 새롭게 느끼고 있을 때.
“야.”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니 9살 학급의 아이들 셋이 보였다.
하이브로 레 바스커빌, 미들브로 레 바스커빌, 로우브로 레 바스커빌.
직계 혈통 남자아이가 받는 ‘레’의 성을, 여자아이가 받는 ‘라’의 성.
여기 있는 셋은 그러니까 바스커빌가의 직계라는 소리다.
혈통이 아주 명확한.
아주 클리셰적이게도, 제일 앞에 있던 맏이 하이브로가 비키르를 향해 시비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반’ 쓰레기, 어딜 가냐?”
“어딜 가냐?”
“어딜 가냐?”
앞에 놈이 선창하면 뒤에 두 놈이 후창.
참으로 아홉 살다운 시비였다.
뭐, 어차피 바스커빌가는 철저한 재능지상주의, 실력만능주의이니 나이를 조금 더 먹게 되어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다만, 비키르가 눈앞에 있는 이 세쌍둥이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휴고 바스커빌의 삼지창.’
저놈들은 10년만 더 지나면 꽤나 골치 아픈 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회귀 전, 포위망을 뚫고 도주하는 비키르를 악착같이 쫓아와서 칼침을 놓은 사냥개들이 바로 여기 있는 셋이다.
‘그러고 보면 이놈들은 어려서부터 나를 참 많이 괴롭혔지.’
저놈들이 급식을 하도 빼앗아 먹는 바람에 비키르의 유년 시절 성장속도는 많이 더뎠었다.
각종 평가 때 은근슬쩍 발을 걸거나 눈먼 칼을 휘두르는 등 패악도 많이 부렸다.
그 때문에 발을 조금 절게 되는 바람에 각종 임무에서 죽을 뻔한 적도 많았다.
…번뜩!
비키르의 눈에서 섬뜩한 핏빛이 새어나왔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제 막 9살이 된 세쌍둥이는 낄낄 웃으며 비키르를 포위했다.
“야 쓰레기, 너 스틱스 강에서 7분을 잠수했었다면서? 그리고 뭐 요람에서 독사 두 마리를 목 졸라 죽였다고? 허풍 좀 작작 쳐. 8살밖에 안 된 놈이 어디서 거짓말을!”
“거짓말을!”
“거짓말을!”
셋 중에서 가장 악질적인 하이브로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너 이런 거 할 수 있어?”
동시에, 놈의 손바닥 위로 작은 구체 하나가 희미하게 발광한다.
바스커빌가의 어린아이들은 마나 감응력, 운용력이 떡잎부터 남다르다.
벌써부터 마나를 응집해 동그랗게 모으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아직 그것을 칼에 싣지는 못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세간에서는 천재로 칭송받아 마땅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물론 바스커빌가 안에서도 꽤나 재능이 있다며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정도.
“재능이라면 이런 게 재능이지. 빨리 너도 해 봐! 얼만한 마나 덩어리 만드는가 좀 보게.”
“보게!”
“보게!”
세쌍둥이는 계속해서 비키르를 다그쳤다.
“…….”
비키르는 로우브로가 만든 몽글몽글한 마나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딱 어린애 주먹만 한 크기의 마나 구체. 그래, 저 나이 때에는 저 정도만 해도 잘한 거지.
하지만 비키르는 이미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저 정도는 했다.
요람에서 독사 두 마리를 목 졸라 죽였을 때 말이다.
회귀 이전의 30년에 회귀 이후 8년의 마나 숙련도가 추가되었으니 그 경지가 어디에 닿아 있을까?
비키르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어린아이들만 기거하는 이곳 ‘어린 송곳니 성(乳牙城)’에는 시선 걱정할 일이 별로 없다.
얼마 되지 않는 수호기사나 가정교사들도 지금은 모두 외성 쪽으로 나가 있는 상태.
…팟!
비키르는 힘을 발현했다.
손바닥을 높이 들고 마나를 모으는 비키르.
그것을 본 세쌍둥이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
“……!”
“……!”
비키르의 손바닥 위에는 아무것도 생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세쌍둥이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요란하게 비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 이 비융신! 설마 그 나이 먹도록 마나 감응도 못 했어?”
“못 했어?”
“못 했어?”
녀석들은 눈물까지 찔끔 흘릴 정도로 조롱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같은 시각, 유아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망루.
경계근무를 서던 수호기사 하나가 창밖으로 보이는 뜻밖의 이변에 당황하고 있었다.
“뭐, 뭐지? 왜 유아성 위에 태양이 두 개 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