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09
409화 End game (1)
아비규환(阿鼻叫喚).
누벨바그의 현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였다.
불과 몇 시간, 아니 몇 분, 아니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일상과 같았다.
간수들은 무기를 든 채 죄수들을 통제하고 죄수들은 마나와 힘을 빼앗아 가는 무시무시한 구속구를 짊어진 채 시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불과 몇 초 전의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툭-
지금껏 죄수들의 손목과 발목, 몸 전체를 가둬 놓고 있던 수갑과 족쇄, 철창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광활한 누벨바그 전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어?”
간수들도 죄수들도 모두 멍한 표정으로 굳어 버렸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이들 특유의 표정.
지금 이 일이 왜 일어난 거지? 내 눈이 잘못됐나? 혹시 작은 사고? 나에게만 일어난 일인가? 오직 이 구역에서만 벌어진 작은 이변인가?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은 곧 알 수 있었다.
누벨바그 전체의 모든 수갑과, 족쇄, 철창들이 일거에 사라졌다.
손목을 부술 듯 옥죄여져 있던 수갑도, 발목을 끊어 버릴 듯 무겁던 족쇄도,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들던 철창도.
영겁과도 같던 지난 세월 동안 몸과 마음을 억누르던 구속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마치 그동안의 고난과 역경이 모두 꿈이라도 되는 양.
죄수들은 전신에 차오르는 마나를 느꼈다.
힘이 돌아왔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철저하게 거세당했던 욕망과 분노가 다시 심장에 불을 지폈다.
제일 먼저 현실에 적응한 이들은 입소식을 치르던 중이었던 죄수들이었다.
“어? 이게 뭐야? 마나가 움직인다!”
“비디스엠 수갑이 풀렸는데?”
“끼얏호우! 뭔진 모르겠지만 잘 됐다!”
“죽어라 이 새끼들아!”
칼날다리를 건너던 죄수들은 갑자기 돌변한 태도로 뒤돌아서 간수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다른 죄수들 역시도 들고 일어났다.
“으아아아! 간수 새끼들부터 다 죽여!”
“때려 부숴! 모두 죽여라!”
“불을 질러라! 죄다 터트려 버려!”
“선악의 문을 열어라! 여기서 나가자!”
“5층! 5층에 풍선장어 사육장이 있다! 장어를 빼앗아서 나가자!”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벌레처럼 살아왔는지라 자유를 찾았음에도 순간 머뭇거리던 그들은 이내 예전의 흉폭함을 되찾았다.
천성은 바뀌지 않는 법이다.
……바로 그때.
콰쾅!
어마어마한 굉음이 일며 입소식장의 죄수들이 우르르 죽어 나자빠졌다.
쿠-구구구구구……
피범벅이 된 현장, 자욱하게 흩날리는 유황의 포연 속에서 두 명의 간수장이 몸을 일으켰다.
도르듐. 그리고 수와레.
그 둘은 각기 손과 발에 피투성이가 된 죄수 하나씩을 깔아뭉개고 있었다.
털썩-
도르듐은 손에 든 죄수의 시체를 내던지며 말했다.
“정신들 차려라. 이곳은 심해 1만 미터. 어차피 네놈들은 여기서 나가지 못한다. 지금 당장은 수적으로 유리할지도 모르겠지만 곧 지상에서 증원이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어찌할 셈이지?”
맞는 말이었다.
죄수들이 폭동을 일으켜 어찌어찌 간수들을 제압한다고 해도 이곳에서 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당장 몸의 자유를 얻었다고 해서 심해 1만 미터의 해구 속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플러버 준장이 방수 작업을 포기하기만 해도 이곳은 바로 침수될 테니 말이다.
그때쯤 해서 옆에 있던 수와레 역시 자신의 힐 뒷굽에 꿰인 시체들을 털어 내며 말했다.
“호호호- 지금이라도 기회를 줄게. 이쪽에 붙어서 진압을 돕는다면 빨판상어가 될 수 있게 해 주마. 작업량도 깎아 주고 감형도 해 주지. 아니, 아예 하급 간수 대우를 해 줄 수도 있어. 물론 선착순~”
두 간수장이 뿜어내는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그들은 등장한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수십 명의 죄수들을 모조리 피떡으로 만들어 버렸다.
게다가 그들의 등 뒤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드는 거대한 벽 ‘선악의 문’이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꿀꺽-
죄수들 사이에서 마른침을 삼키는 자들이 나왔다.
지금 자진납세를 한다면 앞으로의 생활이 훨씬 더 편해질 것이다.
노역도 쉬워질 뿐만 아니라 식사의 퀄리티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
‘어, 어차피 저 선악의 문은 열지도 못할 텐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간수들 편에 붙어서 진압을 돕고 점수를 따는 게 유리하지 않나?’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막상 그동안 억눌렸던 울분과 증오를 터트리기는 했지만 짧은 고양감과 자유 뒤에는 그만큼이나 무겁고 혹독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
“…….”
“…….”
흥분이 가시자 이성이 돌아왔다.
죄수들은 서서히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결국 선악의 문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벨바그에 몸담고 있었던 죄수들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까지 뜨겁게 타오르던 죄수들의 기세가 한순간 팍 식는 것을 본 도르듐과 수와레는 상황이 생각보다 쉽게 진정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열쇠다! 여기 정문 열쇠가 있다!”
어디선가 출처불명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전장의 한복판으로 무언가가 홱 던져졌다.
흰빛을 띠는 칼날 하단부, 검은빛을 띠는 중단부, 붉은빛을 띠는 상단부, 나선형의 양각무늬가 인상적인 칼조각.
…퍽!
그것은 모든 죄수들이 다 볼 수 있는 높은 천장에 날아가 박혔다.
몇몇 식견 있는 죄수들이 두 눈을 크게 떴다.
“저, 저건 정문 열쇠!?”
일각수(一角獸)의 뿔처럼 생긴 이것은 바로 겨울의 검 오웰의 파편!
지고의 경지에 올라 있는 이에게만 자신의 손잡이를 허락한다는 전설의 명검으로 예전에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교장 윈스턴이 가지고 있던 신물이었다.
그것을 본 도르듐과 수와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열쇠!?”
“선악의 문을 여는 열쇠잖아! 저것이 왜 저기에……!?”
먼 옛날, 콜로세오 아카데미의 교장 윈스턴과 누벨바그의 교도소장 오르카가 힘을 합쳐서 잡아넣은 한 명의 죄수.
그의 투옥을 기념하기 위해 한 벌씩 나누어 해저와 지상에 보관했던 두 열쇠 중 하나가 왜 지금 이곳에 있단 말인가?
“누구야! 누가 저기에 열쇠를 풀었어!?”
수와레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훑었지만 이미 죄수들의 폭동으로 인해 난리가 난 현장에서 범인 한 명을 특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르듐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죄수들을 향해 외쳤다.
“열쇠가 왜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어차피 선악의 문을 열어 봤자 네놈들이 나갈 수 있는 길은 없……!”
하지만 도르듐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도르듐의 목소리를 순식간에 파묻어 버리며 몰아쳤다.
세상일이라는 것은 언제나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열쇠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잠시 주춤했었던 죄수들의 눈이 다시 한번 뒤집어진 것이다.
집단적 광기. 그것은 불붙을 구실만 있으면 그것이 타당하든 타당하지 않든, 작든 크든 간에 일단 폭발하고 본다.
“열쇠다! 열쇠야!”
“저걸로 선악의 문을 열 수 있단다!”
“으아아아아! 저게 우리를 지상까지 데려다 줄 거야!”
“열쇠가 있다면 됐다! 모조리 쳐 죽여!”
그들은 이제 ‘열쇠’라는 도구에 신성성마저 부여하고 있었다.
도르듐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봐! 정신들 차려라! 그 열쇠는 반쪽짜리야! 그리고 선악의 문을 열어 봤자 물만 밀려 들어올 뿐이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너희들이 이 심해에서 뭘 할 수 있다는……!”
“이봐, 이봐. 그만해. 저놈들이 그딴 걸 생각할 지능이 될 것 같아?”
수와레는 짜증스럽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달려드는 레벨원의 죄수 하나를 힐의 뒷굽으로 걷어차 죽이고는 등에 메고 있던 쇠망치를 꺼내 들었다.
…쾅!
맷돼지처럼 달려들던 거구의 죄수 하나가 수와레의 쇠망치에 맞아 머리통을 잃어버렸다.
결국 전투가 시작되었다.
입소식을 통제하기 위해 모였던 정예 간수들이 사정없이 살초를 전개했다.
“이제는 봐줄 필요 없어!”
“아예 죽여 버려라!”
“어차피 피죽 한 그릇 못 먹은 놈들이야!”
저층에서 올라온 죄수들은 아무리 힘을 되찾았다고 해도 그동안 가혹한 노역과 형편없는 식사 때문에 몸이 많이 쇠약해져 있는 상태.
제아무리 광기에 사로잡혀 있고 쪽수가 많다고 해도 간수들이 냉정을 되찾은 이상 쿠데타는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엘리트 간수들이 이루고 있는 진압조 라인 맨 앞에서 야차처럼 날뛰고 있는 두 간수장의 존재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것이었다.
쿠르르르르륵! 콰콰콰콰쾅!
도르듐의 팔뚝에 달린 도끼날이 아우라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근처에 있는 죄수들을 어육처럼 다져 놓았다.
꿀렁… 꾸르르륵… 부글부글부글-
수와레가 발을 디뎌 놓은 곳의 땅은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더니 이내 펄펄 끓는 용암이 되어 주변의 죄수들을 삼켜 버렸다.
간수 진영의 최전선에 버티고 선 둘을 기점으로 수많은 죄수들이 갈려 나가고 있었다.
거구의 덩치들도 픽픽 고꾸라졌고 제아무리 빠르게 움직이던 녀석들도 모조리 잡혀 죽는다.
누벨바그의 차기 교도소장을 노리는 두 명의 대령은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죄다 시뻘건 다짐육으로 만들고 있었다.
일당백(一當百). 일기당천(一騎當千). 만인적(萬人敵).
도르듐과 수와레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기나긴 살육의 자국이 생겨났다.
피의 마지노선.
지금껏 그 어떤 죄수들도 그 선을 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두 간수장의 등 뒤에 선 간수들의 사기는 크게 오르고 있었다.
“역시! 역시 대령님들이다!”
“누벨바그 무력의 상징! 전투력의 중추!”
“과연 차기 교도소장직을 놓고 다투시는 영웅들다워!”
“할 수 있다! 그까짓 죄수 놈들 얼마든지 오라 그래!”
입소식을 치르던, 혹은 저층에서 봉기한 죄수들의 쿠데타를 거의 다 진압한 간수들은 용기백배하여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저 멀리 아래층에서 들려온, 잔뜩 겁에 질려 있는 듯한 보초병의 목소리가 있었다.
“레, 레벨나인! 레벨나인! 지저 9층의 죄수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아아아아아-!”
뜨겁게 불타오르던 간수 진영의 분위기에 찬물을 확 끼얹는 보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