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1
41화 모르그가의 연합전선 (2)
“다녀오십시오! 제가 행정업무는 잘 처리하고 있겠습니다!”
비키르는 치와와의 경례를 받으며 언더독 시의 시청을 떠났다.
검은 말 한 마리를 몰아 영지 외곽을 향해 떠나는 비키르의 뒤로 흑마 한 필이 더 따라붙었다.
“또 뵙는군요, 도련님.”
그는 스태포드셔 바스커빌 경, 핏불 기사단 소속의 기사였다.
일전에 비키르의 훈련을 담당하기도 했었던 그는 불법 노예경매장을 토벌할 때에도 비키르의 옆에서 함께했었다.
“보스턴테리어 삼촌께서는 잘 계신가?”
“예, 백작님은 여전하시죠. 그날 노예경매장 토벌 건 이후부터 계속 비키르 도련님을 핏불 기사단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벼르고 계십니다. 저에게도 신신당부 하셨습니다.”
“무엇을?”
“울프하운드 기사단 놈들에게 도련님을 빼앗기지 말라고요. 결코! 절대!”
말을 마친 스태포드셔는 씩 웃었다.
비키르 역시 별다른 대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뒤에 따라오는 시종들과 물자들, 그리고 기타 일행들을 인도하며 영지 외곽에 있는 ‘붉은 송곳산’으로 향했다.
붉은 송곳산은 이름 그대로 붉은 산 하나가 가파르게 뾰족 솟구쳐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산의 뾰족함이 더욱 돋보이게끔 널따랗고 평탄한 분지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그곳은 적과 흑 산맥의 거대한 지류로 이어지는 줄기 부근으로 강의 퇴적물이 많고 땅이 비옥해서 농사가 꽤나 잘 된다.
사탕수수, 목화, 담배 등의 작물이 자라고 있었고 이것들은 바스커빌의 영지에서 나오는 주요 특산물들이었다.
그리고 이 광대한 농토를 가로질러 나아가면 전방으로 붉으죽죽한 광맥들이 늘어선 지층들이 보인다.
지진으로 인해 뚝뚝 끊겨 있는 지층의 단면들 곳곳에서는 붉은 빛이 반짝이는데 이게 바로 루비 광맥이다.
그곳에는 모르그 가에서 온 사람들이 루비를 캐고 있었다.
목책과 석조로 지어진 간이 요새들이 곳곳에 높게 솟구쳐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제부터는 모르그가 사람들에게 임대해 준 지역인지라 바스커빌들도 경계를 해야 했다.
비키르는 날카로운 눈으로 후방의 농토와 전방의 광업지대를 살폈다.
딱히 불법적인 행위는 보이지 않았다.
노예들이 농작물들을 가꾸고 수확하는, 혹은 곡괭이로 땅을 파는 일상적인 풍경.
모르그가 역시도 바스커빌가의 사절단을 의식해서인지 별다른 조약 위반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스태포드셔는 비키르에게 소리 죽여 설명했다.
“이번 사절단은 명목상 영지 시찰 및 친선 도모입니다만…….”
“알고 있다. 산맥 뒤 야만족 토벌을 위한 전초 수색대라는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저 뒤에 바스커빌가의 기사들이 이렇게 따라올 이유가 있겠나.
바스커빌가의 무력집단이 평범한 영지 시찰단으로 위장한 채 모르그가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물론 모르그가 역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모르그가의 무력집단 역시도 광부로 위장한 채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던 참이다.
이제 모르그와 바스커빌은 힘을 합쳐 야만족들을 토벌하게 될 것이다.
이곳에 양가 소속, 대규모의 칼잡이들과 마법사들이 모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야만족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이곳으로 쳐들어와 농작물과 노예들을 약탈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바로 외통수 시작이다.
스태포드셔가 말했다.
“듣자하니 모르그가의 명당(明黨) 소속 대의원 한 명과 중의원 12명, 암당(暗黨) 소속의 대의원 한 명과 중의원 19명이 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의원직이 아닌 다른 마법사들의 수도 기백은 될 듯합니다.”
“모르그가에서도 나름 사활을 걸었군.”
모르그가가 이렇게 많은 전력을 기울이는 것에 반해 바스커빌가에서는 기껏해야 하원의원인 비키르가 평기사 수십 명을 데리고 왔을 뿐이다.
하지만 바스커빌가의 진짜 정예들은 이곳이 아니라 산맥 반대편에 매복하고 있었고 이 역시도 모르그가와 합의된 사항이었기에 별 상관은 없었다.
비키르는 정말로 영지 시찰과 친목 도모를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이었다.
‘뭐, 휴고의 말대로 겸사겸사 야만족들의 생태를 수색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
이윽고, 바스커빌가의 사람들은 광산지대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곳곳에 채굴되다 만 탄광들이 보였고 목책과 간이요새, 망루들이 높게 솟구쳐 있었다.
바로 그때.
“흠?”
비키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말의 속도를 늦췄다.
코끝에 타는 냄새가 스친다.
한계까지 구워진 고기가 먹힐 때를 놓치고 까맣게 타들어 갈 때 나는 냄새.
아니나 다를까, 말들이 겁을 먹고 주춤거린다.
저 앞의 지면에 수직으로 세워진 무언가들이 보였다.
그것은 길고 뾰족했으며 땅에서 수직으로 돋아나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무언가가 꿰여 있다.
비키르는 주춤거리는 말의 허리를 걷어차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그 기묘한 조형물들의 정체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꼬챙이였다.
흙 속에 포함되어 있는 극미량의 철 원소들을 끌어 모아 만들어낸 철 꼬챙이, 이런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는 하나뿐이다.
“마법사로군.”
마도종가로 유명한 모르그가의 영지에 들어왔으니 이런 구경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꼬챙이에 관통당한 채 허공에 못 박혀 있는 것들은 꽤나 이질적인 것들이었다.
해골. 그리고 까맣게 타들어간 살점.
꼬챙이에 꿰여 죽어 있는 시체들은 전부 다 불에 타 있었다.
시체는 마물, 인간 할 것 없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뒤섞여 꿰여있었는데 개중의 몇몇 것들은 뼈까지 완전히 불타 바스러졌는지 텅 빈 꼬챙이로만 남아 있다.
휘이이잉-
바람이 한번 불 때마다 꼬챙이에 꿰인 시체들이 검은 가루가 되어 바스러진다.
…풀썩!
야만족의 것인지 마물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숯덩이 하나가 꼬챙이에서 떨어져 바닥에 잿가루로 흩어졌다.
“경고 한번 살벌하네요.”
스태포드셔는 꼬챙이에 꿰여 타죽은 모든 것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것은 필시 모르그가에서 마물이나 야만족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이리라.
그리고 비키르는 이런 식으로 경고를 하는 한 사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많이 컸겠군.’
비키르가 속으로 과거의 추억을 상기하고 있을 때.
“거기 누구냐!”
“자리에 서라!”
“정체를 밝혀!”
저 앞 망루 위에서 앙칼진 고함소리들이 들려왔다.
비키르가 고개를 들자 망루 꼭대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세 명의 여자가 보인다.
허공을 계단처럼 밟으며 사뿐사뿐 걸어 내려오는 앳된 여자들.
불처럼 타오르는 빨간 머리칼, 살벌한 요새와는 어울리지 않는 드레스 복장.
비키르는 회귀하기 전의 지식으로 인해 그녀들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르그가의 하이시스, 미들시스, 로우시스 세쌍둥이로군.’
올해 열여섯의 처자들.
각자가 물, 풀, 땅 마법의 대가이며 셋이 모였을 때 그 시너지 효과가 어마어마하다나?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그녀들은 모르그가의 삼화(三花)라 불렸었다.
그러나, 세간에서 그녀들을 부르는 호칭은 조금 달랐다.
삼화(三禍).
세 개의 재앙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하나하나가 다 성격이 미쳤으며 모두 모였을 경우 그 지랄이 하늘을 찌른다고 한다.
자존심이 높은 것을 넘어 워낙에 오만한 까닭에 바스커빌가에서도 그녀들의 악명은 자자했다.
매년 연례행사 때마다 친선대결 분위기를 개판으로 망쳐 버리는 주범들이니 당연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 지랄맞은 성격을 커버하는 고강한 마법 실력은 그녀들을 한층 더 망나니로 만들었다.
그런 모르그가의 세 자매가 지금 이곳, 모르그가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관문 요새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비키르가 앞으로 나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바스커빌가의 사절단이다.”
그러자 맨 앞에 있던 하이시스가 피식 웃는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영지 시찰 및 친선 교류를 위해 왔다. 요새 문을 개방하라.”
“지금은 안 돼. 책임자에게 보고를 넣었으니 기다려라.”
말이 기다리라는 것이지 기약이 없다.
비키르는 물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글쎄? 내일쯤이면 지령이 내려오지 않을까? 호호호-”
억지, 아니 억지를 넘어서 시비에 가까웠다.
비키르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바스커빌의 땅에 바스커빌이 들어간다는데 무슨 명목으로 막느냐? 세입자 치고는 오만방자하구나.”
“어머? 지금 세입자라고 무시하시나? 임차인보호법 몰라? 그거 너네가 만든 법이잖아? 너는 너네 가문의 법도도 모르니?”
“그 법이라면 내가 이미 개정했다. 진상 세입자는 내쫓을 수 있도록 말이야.”
“…….”
하이시스가 잠시 말문이 막힌 사이 비키르는 말을 몰아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언더독 시의 부집정관이다. 미리 약속을 잡고 왔고, 말로 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야.”
“…….”
“문 열어.”
비키르의 말을 들은 모르그 가의 세 자매는 잠시 서로 시선을 교환한다.
이윽고, 맏이인 하이시스가 씩 웃었다.
“언더독 시에 나이 어린 또라이 하나가 부임해 왔다는 말은 들었지.”
“어머~ 그런데 이를 어쩌나?”
“어린 또라이라면 우리도 지겹도록 겪어 봤거든!”
세 자매는 손바닥 위로 마나를 끌어올렸다.
이윽고.
…콰콰쾅!
물, 풀, 땅 마법이 펼쳐져 바스커빌가 사람들의 앞에 떨어져 내렸다.
비키르는 미간을 조금 찌푸린 채 말을 뒤로 물렸다.
자욱하게 솟구쳐 오르는 버섯구름 너머 세 자매의 웃음소리가 요란했다.
“깔깔깔깔- 기다리라면 기다려! 무식쟁이 칼잡이들이 어딜 감히!”
“제아무리 바스커빌이라고 해도 모르그의 땅에는 함부로 못 들어와!”
“어디 바스커빌가의 초신성이 얼마나 당찬지 이 누나들이 한번 볼까?”
그러자 스태포드셔가 비키르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말로 해서는 안 될 듯하군요.”
비키르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주제도 모르는 년들이 감히 누구 앞에서 망발이야!”
“망발이야!”
“망발이야!”
바스커빌가의 사절단에서도 세 개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내 익숙한 얼굴 셋이 흙먼지를 걷고 뛰쳐나왔다.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
사절단 후미에 있던 바스커빌가의 세쌍둥이 형제가 앞으로 나선 것이다.
다시 사이가 좋아진 이 녀석들은 나란히 서서 눈앞으로 내려오는 모르그가의 세 자매를 노려본다.
그녀들은 코웃음 쳤다.
“주제를 모른다?”
“그럼 너희들이 우리보다 급이 높다 이거냐?”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어딜 감히.”
하지만 삼형제는 그녀들의 말을 부인했다.
“우리 말고.”
“말고.”
“말고.”
“그럼 누구?”
“누군데?”
“누구?”
삼자매의 질문에 삼형제는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얘는 우리 바스커빌가의 간판이란 말이야!”
삼형제가 존경과 두려움이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는 방향.
바로 비키르가 서 있는 방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