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13
413화 End game (5)
온갖 가혹한 사선을 넘어온 노병들의 얼굴에 으레 새겨져 있곤 한 깊은 이랑.
매섭게 뻗어 있는 눈꼬리 밑에 흉터처럼 패인 주름들과 사납게 뻗친 구레나룻, 냉혹하게 가라앉은 눈알을 가려 버릴 정도로 두껍고 풍성한 눈썹, 납작한 코와 네모나게 각진 턱.
제복은 물에 젖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칼 같은 주름이 잡혀 있었고 단추는 목 끝까지 채워져 있었으며 드넓은 가슴팍과 떡 벌어진 어깨 위에는 사자 갈기와도 같은 시커먼 털 코트가 덮여 있었다.
벨트 버클이 다소 비뚤게 채워져 있는 것만 빼면 완벽한 차림새였다.
키는 주변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컸으며 허리 아래로 늘어트린 곤봉 끝에는 뾰족뾰족한 납덩이가 붙어 있었다.
‘오르카 몽트뢰유쉬르메르 쟈베르’. 누벨바그의 교도소장.
지상의 세대가 몇 번이나 바뀌었던 근 1백 년 동안 누벨바그의 상징으로 변치 않고 군림 중인 노익장(老益壯).
칙-
지면에서 타오르는 불길에 시가 끝을 가져다 댄 그는 느른한 시선으로 주변을 한번 훑어보았다.
소금기에 절어 갈라 터진 입술 사이로 뿌연 담배연기가 훅- 뿜어져 나온다.
“이게 무슨 상황이냐?”
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검게 타들어 가 쪼글쪼글하게 변해 버린 회중시계.
보아하니 비디스엠으로 만들어진 듯싶었다.
“비디스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것이라고는 짐작했다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때.
“오오! 오르카! 네놈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금껏 살아왔다! 각오해라!”
뒤에서 천둥 같은 고함이 울려 퍼졌다.
레벨나인의 수감자 ‘관통엄니의 맘마타무즈’.
지상에 있을 적에 하나의 산맥 줄기를 통째로 지배했던 산적들의 왕.
나카자니예 재판소에서 자그마치 2,800번이 넘는 연속 종신형을 선고받았을 정도로 흉악했던 전전 세대의 빌런이었다.
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가로막고 있던 소령, 중령급 간수들이 퍽퍽 나가떨어질 정도로 강력한 어깨로 오르카 소장의 등을 들이받았다.
퍼-엉! 우드득!
질기고 단단한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 그리고 그 안에 든 단단한 것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그 결과는.
“끄아아아아악!?”
맘마타무즈의 압도적인 패배였다.
부러져 나간 어깨뼈가 살가죽을 뚫고 나왔다.
맘마타무즈는 그대로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바닥을 뒹굴게 되었다.
반면 오르카 소장은 여전히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러더니.
“……이게 대체.”
한쪽 손을 높게 들어 올렸다.
징과 가시 박힌 곤봉이 오르카 소장의 팔을 따라 무거운 대가리를 위로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마치 검은 벼락 한 줄기가 떨어지는 것처럼 지면을 때렸다.
“무슨 꼴이냔 말이다!”
귀가 멀 듯한 폭음이 지축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맘마타무즈의 머리통이 터져 나갔음은 물론이요 그곳을 진원으로 삼아 거대한 지진파가 주변의 지형을 통째로 잡아 찢고 비틀어 놓는다.
레벨나인의 죄수 하나를 순식간에 끔살해 버린 오르카 소장이 본격적으로 노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가 미간을 구긴 것만으로도 주변의 대기가 쩌적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었다.
“헤헤헤- 역시 오르카로군. 사냥할 맛이 나겠어.”
“저 늙은이는 죽지도 않나.”
“그래도 예전에 비해 힘이 많이 약해졌는걸? 늙긴 늙었어.”
“하긴, 맘마타무즈 녀석. 목소리만 컸지 영 비실한 놈이었잖아?”
레벨나인의 죄수들이 낄낄 웃으며 포위망을 좁혀 오기 시작했지만 오르카 소장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있었다.
“꺼져라, 쓰레기들.”
동시에 그의 곤봉이 사납게 울기 시작했다.
곤봉의 끝, 검은 대가리 끝에 찍혀있는 두 개의 흰 반점이 마치 범고래의 대가리처럼 휘둘러졌다.
콰콰콰콰콰콰쾅!
대충 휘두른 곤봉에 터져 나가는 머리통들의 수만 해도 수십이 넘는다.
깨지고 박살 난 두개골 파편들과 뇌수, 핏방울들이 사방팔방으로 나부꼈다.
오르카 소장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곤봉을 들어 달려드는 레벨나인의 죄수들을 패 죽이기 시작했다.
팔을 한번 휘두르면 벽과 바닥에 피떡이 부쳐졌고 몸을 한번 움직이면 인파가 반으로 갈라진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레벨나인의 여느 쟁쟁한 악마들조차도 오르카 소장의 곤봉 앞에서는 감히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곤봉에 박혀 있는 징과 가시, 끝부분의 쇠사슬이 인간의 기름과 핏물로 범벅되어 원래의 색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쯤.
“그래. 도르듐과 수와레는 어디에 있느냐? 먼저 도착했을 텐데?”
오르카 소장이 물었다.
얼굴에 늑대의 발톱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이 남은 바스티유 중령이 부복하며 말했다.
“외람되오나…… 저기에 쓰러져 있습니다.”
그 말에 오르카 소장의 굵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고개를 돌리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 비탈길에 쓰러져 있는 두 명이 보인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해 있는 도르듐과 벽에 머리를 처박고 기절해 있는 수와레.
두 부하의 몰골을 본 오르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어나라.”
하지만 두 간수장 모두 눈을 까뒤집은 채 미동도 없다.
오르카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일어나.”
그는 더욱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담겨 있는 기운의 무게가 달랐던 탓일까, 오히려 방금 전의 말보다 효과는 더욱 뛰어났다.
“헛!?”
“헉!?”
도르듐과 수와레는 오르카 소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그리고 허겁지겁 일어나 차렷 자세로 경례를 올렸다.
“충성! 소장님을 뵙습니다.”
“경례는 집어치워라. 누가 네놈들을 그 꼴로 만들었…… 아니, 됐다. 그놈은 어디로 갔나?”
“미, 밑으로 갔습니다!”
오르카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해 보겠다. 너희들은 쫓아가서 설욕을 하고 와라.”
“…….”
“채무 관계가 더러운 녀석은 차기 교도소장이 될 수 없다. 알고들 있겠지?”
오르카의 스산한 눈빛을 맞받은 도르듐과 수와레가 움찔했다.
동시에.
빠-앙!
도르듐과 수와레의 제복 등짝이 동시에 터져나가며 시뻘겋게 물든 맨살이 드러났다.
오르카 소장이 그 둘의 등을 손바닥으로 후려쳐 격려했기 때문이다.
“빚을 확실하게 갚아 주고 오라는 말이다.”
오르카 소장의 계획은 명확했다.
만인이 보는 앞에서 간수장들의 체면을, 아니 누벨바그 전체의 위신을 상하게 만든 녀석.
그 녀석에게 이번 폭동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운 채 처형해 버릴 생각이었다.
* * *
누벨바그 Lv.10. 지저 10층의 노역장.
가장 깊고 가혹한 곳이었던 레벨나인 이상으로 깊은 곳.
비키르는 레벨텐에서도 가장 아래에 있는 작업 구덩이로 향했다.
용암이 흐르고 유증기에 실린 불길이 대기 중에 넘실거리는 곳.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온천수는 부글부글 끓다가 지면에 떨어지기 전에 증발해 수증기가 되어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푸른 화염에 휩싸여 있는 정체불명의 구체가 구덩이 한복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보인다.
포세이돈. 비키르로 하여금 누벨바그까지 직접 내려오게 만든 궁극적인 목표였다.
아이옌이 물었다.
“……이걸 파괴해야 한다는 건가?”
“비슷해. 충격이나 마나를 불어넣으면 된다.”
말을 마친 비키르는 시험을 보였다.
바스커빌 8식. 검은 태양.
비키르가 선보일 수 있는 최강의 공격이 포세이돈에게 작렬했다.
콰쾅!
놀랍게도 포세이돈은 부서지지 않았다.
다만 비키르가 쏘아 보낸 마나와 아우라, 충격파를 모조리 흡수했을 뿐.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체가 조금 더 부풀어 오른 것 같기도 했다.
주변에 작렬하고 있는 푸른 불꽃 역시도 조금 더 거세졌고 말이다.
아이옌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도 한번 해 볼까?”
그녀는 한 간수에게서 빼앗은 활과 화살을 들었다.
옆에 있던 바키라 역시도 입에서 불꽃을 쏘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멈춰라 이놈들!”
“무슨 꿍꿍이냐!”
뒤에서 비키르와 아이옌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도르듐과 수와레. 정신을 차린 둘이 뒤를 바짝 뒤쫓아 온 것이다.
그러자 아이옌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살려 줬더니 고마운 줄 모르고 또 왔네?”
“호호호- 옆에서 기습으로 겨우 한 방 먹인 주제에 기고만장하긴.”
수와레 역시 아이옌의 기세에 지지 않는다.
도르듐 또한 전과 달리 바짝 긴장한 태도로 비키르를 노려보고 있었다.
“지고의 영역에 오른 강자였을 줄이야.”
“…….”
“하지만 두렵지 않다. 방심하지 않은 나는 결코 쓰러지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비키르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이미 한번 졌던 놈들이 굳이 뒤를 추격해 왔다. 그리고 겁먹은 기색도 없다. 그렇다는 것은……?’
생각을 마친 비키르는 바로 소리쳤다.
“물러나라!”
아이옌은 막 수와레에게 덤벼들려던 것을 멈추고 바로 몸을 뒤로 뺐다.
그러자.
철퍽! 철푸덕!
방금 전까지 비키르와 아이옌이 서 있던 곳에 끈적한 점액 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꿀렁… 꿀렁… 꿀렁… 꿀렁…
비키르의 눈앞으로 거대한 점액의 기둥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 반투명한 녹색의 점액은 점점 더 덩치를 불려 나가더니 종국에는 도르듐과 수와레의 뒤로 수많은 촉수를 뻗어 가기 시작했다.
마치 그 둘을 호위하기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
“……역시나. 믿는 구석이 있었군.”
비키르는 침음을 삼켰다.
지성과 이지가 없을 것이라 판단해 탈옥 계획에서 배제하고 생각했던 것은 섣부른 오판이었다.
플러버 준장.
생명체인지 아닌지조차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는, 그래서 전투력을 예상할 수도 없는 이 기묘한 물질이 전투에 난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