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39
439화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3)
사드 후작과 오르카 소장.
혼자서 하나의 성채와도 같은 전투력을 발휘한다는 인물 두 명이 손을 잡았다.
“푸스스스- 옛날에 나를 쫓던 어셔가 놈들은 조금 더 매운맛이었는데, 이거 싱거워서 원.”
“잡담은 집어치워라 탈옥수.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사드 후작과 오르카 소장은 어셔가의 신살저격조들 사이를 마치 산보라도 하듯 걷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실로 어마무시한 것이었다.
차라라라락-
사드의 채찍이 마치 거대한 뱀처럼 움직여 성벽 위에 있는 암살자들을 후려쳐 날려 버린다.
기괴하게 꺾이고 휘어지는 똬리는 닿는 모든 것을 베고 깎아 내며 주변에 피바람을 불러오고 있었다.
쾅! 콰-앙! 쿵-
오르카의 곤봉은 날아드는 화살들을 너무도 쉽게 툭툭 걷어 냈고 화살이 날아오지 않을 때면 지면을 향해 마치 북채처럼 휘둘러졌다.
그것이 성벽을 한번 때릴 때마다 굉음과 함께 묵직한 지진파가 일어나 적들을 성벽 아래로 우수수 떨어트리고 있었다.
공격의 사드와 방어의 오르카.
그들의 조합은 과거 누벨바그에 있었을 당시 겪었던 도르듐과 수와레의 조합의 까마득한 상위호환이었다.
심지어 사드는 공격만 잘하는 것이 아니었고 또 오르카 역시 방어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사드의 채찍은 괴물의 혓바닥처럼 움직여 날아드는 화살들을 휘감아 조였고 오르카의 곤봉은 가까이 접근하는 암살자들을 일격에 피떡으로 만들어 놓았다.
실로 완벽한 공방일체, 두 노인을 중심으로 반경 수십 미터의 원이 생겼고 그 안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을 본 비앙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저, 저 사람들은 누군데 우리 가문의 신살저격조가…….”
놀라는 것이 당연하다.
신살저격조라 함은 무려 7대 가문 중 하나인 신궁비가 어셔의 핵심 전력이니까.
하지만 사드 후작과 오르카 소장의 얼굴을 알아본 키메리에스의 표정은 형편없이 구겨져 가고 있었다.
[저 인간들은 47인 소요사태 때의 퇴물들 아냐? 어째서 이런 곳에 모여 있지?]그러자 사드와 오르카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이쪽을 향한다.
“퇴물? 지금 그거 나한테 한 소리?”
“악마라서 그런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군. 일단 이리 좀 와 봐라.”
동시에, 사드의 채찍과 오르카의 곤봉이 허공을 향해 날았다.
부우웅-
뱀처럼 꿈틀거리는 아우라와 해일처럼 솟구친 아우라가 일제히 키메리에스를 덮쳤다.
거대한 첨탑을 통째로 무너트릴 만큼 강력한 충격파였다.
[……크윽!?]키메리에스는 발밑을 무너트리는 아우라의 폭풍에서 벗어나기 위해 허공으로 뛰어올랐지만.
“누가 퇴물이라고?”
어느새인가 위에서 들려오는 으스스한 목소리에 흠칫 놀라야 했다.
사드가 키메리에스의 머리 위에서 무시무시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퍼-억!
몇 겹으로 짧게 말아 쥔 채찍 뭉치가 키메리에스의 머리통 위로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미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키메리에스.
그리고 그 밑에는 곤봉을 든 오르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쩌억!
곤봉에 얻어맞은 키메리에스는 그대로 성벽을 부수고 날아간다.
차라라락-
날아가는 키메리에스의 몸통을 다시 사드의 채찍이 휘감았다.
이번에는 길게 풀어진 채찍은 키메리에스의 허리를 단단히 조였고 사드는 그대로 그것을 시계추처럼 한 바퀴 돌려 버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키메리에스는 채찍에 묶인 채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회전했고 성벽 위에 있는 요철들을 모조리 박살 내며 주변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악-]겨우겨우 채찍에서 벗어난 키메리에스가 비틀거리며 붕괴물 속에서 나왔을 때.
콰긱-
여덟 개의 이빨이 또다시 키메리에스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키메리에스의 등 뒤에 사신의 것과도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이는 바로 비키르였다.
“악마는 죽인다.”
[이, 인간 따위가 감히……!]키메리에스가 막 입을 여는 순간.
퍼퍼퍼퍼퍽!
바닥에서 튀어나온 무수한 쇠꼬챙이들이 키메리에스의 몸을 관통했다.
비키르의 뒤로 까뮤가 생긋 미소 짓고 있었다.
“남친에게 줄 재회 선물로 딱이네.”
해맑은 어조로 기뻐하는 까뮤의 어깨 위에는 세에레가 아주 작아진 모습을 한 채 울상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세, 세에레…… 네년이 감히 배신을?] [흐윽- 흑- 나도 좋아서 이러는 건 아니라구.] [닥쳐라! 그분께서 이 사실을 알면 네년은……!]그러나 키메리에스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콰쾅!
그 위로 산쵸의 도끼, 피기의 칼, 비앙카의 화살이 연달아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꽈드드드득-
지면에서 튀어나온 황금의 손아귀는 키메리에스를 옴짝달싹도 할 수 없게 붙잡아 놓았다.
뒤이어진 싱클레어의 마법이었다.
[끄으으윽!]키메리에스는 검은 연기로 변해 달아나려 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파앗-
돌로레스가 뿜어낸 백색의 장막이 키메리에스를 가둬 버렸기 때문이다.
“목을 길게 빼라.”
비키르가 그려 내는 8식의 이빨들이 키메리에스의 전신을 사납게 난자했다.
키메리에스 역시 반격을 위해 창을 뻗었으나 데카라비아에 의해 가로막혔다.
“푸스스스스…….”
“이쪽은 정리 끝났다.”
비키르가 고개를 든 곳에는 사드와 오르카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수없이 많은 창과 화살들이 부러진 채 널브러져 있는 중앙, 두 노인은 돈키호테가와 어셔가 습격자들의 목과 머리채를 쥔 채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키르 역시 모든 것을 끝낼 타이밍임을 직감했다.
[끄윽- 끄으으윽- 피, 그 ‘피’만 아니었어도. 제기랄! 암두시아스 녀석이 왜 무너졌나 했더니만!]키메리에스는 절규하듯 외쳤다.
그러나 비키르는 일말의 가능성조차도 남겨 두지 않았다.
키메리에스의 발목과 손목을 모두 잘라 버린 비키르는 이내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깔끔하게 심장을 파괴해 버릴 생각이었다.
그때.
“비키르. 잠깐만.”
비키르를 가로막는 목소리가 있었다.
튜더. 돈키호테 라만챠 튜더.
어느새 다가온 그가 비키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뿐인 팔로 창왕의 창 궁니르를 굳건하게 쥔 채로.
“내가 하게 해 줘.”
튜더의 시선에서는 굳고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비키르는 거절했다.
“안 된다.”
“……왜?”
튜더의 목소리에서는 서운함이 물씬 느껴졌다.
그러나 비키르는 단호했다.
“악마가 마지막으로 내뿜는 피를 뒤집어쓰게 되면 운명이 변한다. 인과율이 비틀릴 것이다.”
아무리 좋은 행운을 타고난 이라고 해도 악마의 마지막과 함께한 이상 그 끝이 좋을 수는 없다.
비틀리고 뒤틀린 인과율은 악마사냥꾼의 말로를 좋지 못한 곳으로 이끌어 간다.
그래서 악마사냥꾼의 운명이 끝나는 지점은 대개 어둡고 고독하기 마련.
그러나.
“괜찮아. 이것은 내가 선택한 일이야.”
튜더는 스스로 악마사냥꾼이 되기를 자처했다.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말하는데야 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튜더는 지난 운명에서도 역시 악마의 피를 잔뜩 뒤집어쓰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니 어쩌면 이것이 원래 운명대로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
비키르는 짧은 침묵 끝에 조용히 뒤로 한발 물러났다.
나름대로 신뢰를 표현한 것이다.
“고마워.”
튜더는 비키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튜더는 그 옆에 있는 피기를 향해 물었다.
“피기. 혹시 네 피를 조금만 얻을 수 있을까? 네 피는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악마들에게 있어 독으로 통하는 느낌이던데.”
“얼마든지!”
튜더의 부탁을 들은 피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칼로 자신의 팔을 살짝 그었다.
피기의 몸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피가 튜더의 창 궁니르의 날에 묻었다.
“…….”
튜더는 시선을 내려 바닥을 기는 키메리에스를 바라보았다.
입만 뻥 뚫려 있는 키메리에스의 얼굴 밑, 가슴팍 부분에는 아직 파사몬테의 얼굴이 남아 있었다.
비키르에 의해 갈라지고 터진 주변의 상처, 시커먼 살점 너머로 심장이 들여다보인다.
파사몬테의 얼굴은 키메리에스의 심장을 감싼 채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이윽고, 튜더의 입술 사이로 바짝 말라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Soñar lo imposible soñar).”
두 개의 날이 시퍼렇게 빛나는 창, 궁니르가 고개를 들었다.
“무적의 적수를 이기며(Vencer al invicto rival).”
핏발선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린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Sufrir el dolor insufrible).”
터져 버릴 듯 펄떡이는 심장은 삶을 갓 시작하던 시절의 힘마저 쥐어 짜냈다.
“고귀한 이상을 위해 죽는 것(Morir por un noble ideal).”
이 모든 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
……아니.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노라(Su deber no Su privilegio).”
튜더의 마지막 말과 함께, 창왕의 창 궁니르가 허공을 꿰뚫었다.
퍼-억!
질긴 가죽이 찢어지고 그 안에 숨은 사악한 살점 덩어리가 파괴되는 소리.
음험한 악의가 흐르던 핏줄이 끊어지며 그 안에 담겨 있던 모든 지독한 것들이 뿜어져 나왔다.
키메리에스는 땅을 긁으며 거세게 발버둥 쳤으나 심장을 뚫고 지면에까지 틀어박힌 튜더의 창은 한 치의 미동도 없었다.
[대업…… 게이트가…… 악마들의 시대가……]키메리에스는 꺼져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끝에 그대로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어 가던 네 번째 주역이 무대 뒤로 퇴장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새로이 무대의 주연이 된 인물에게로 초점은 옮겨진다.
검은 피. 악마의 혈액.
그것을 뒤집어쓴 튜더는 뒤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은 채 덤덤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악마의 탁한 피를 뚫고 뿜어져 나오는 튜더의 눈빛은 맑고 정순하며 올곧은 것.
그것을 비키르는 전에 본 적이 있었다.
회귀하기 전의 세상, 필멸의 운명, 모든 것이 불타 사그라들었던 멸망의 시대.
그 시대의 최선두에서 가장 치열하게, 가장 뜨겁게 살다 갔던 영웅의 눈빛.
창왕(槍王) 돈키호테 라만챠 튜더.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 갈 대영웅의 기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