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47
447화 어셔가의 몰락 (7)
수면 밑에서 거대한 얼굴이 튀어나왔다.
쩍 벌어진 입속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들,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확 찢어져 올라간 입꼬리.
눈과 코가 없어서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수 있었다.
무시무시한 공복감과 허기, 식욕, 식탐, 그리고 이제 그 모든 것들을 곧 해소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과 환희.
혈수(血水)의 옥잠화(玉簪花)들이 물 밑에서 아가리를 쩍 벌린 채 마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어어어어?] [이, 이게 뭐야!?] [끄아아아아악! 무슨 힘이!?] [……살려 줘!]맹금류의 형상으로 변해 날아올랐던 마인들은 발목을 휘감아오는, 아니 이미 휘감겨 있는 질긴 넝쿨에 이끌려 수면 근처로 끌려오기 시작했다.
와작-
옥잠화 하나의 입이 닫혔다.
마인 하나가 그 안에 끼어 피떡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아……]마인은 마치 해기스에 들어갈 고기반죽처럼 으깨진 자신의 하반신을 내려다보며 몸을 떨었다.
짓뭉개진 살점과 박살난 뼛조각, 시커먼 피가 뒤섞여 줄줄 흘러내린다.
먹잇감이 경악하고 또 절망할수록 옥잠화는 신이 나는 듯 몸을 덩실덩실 흔들며 또다시 넝쿨들을 뻗어 올렸다.
슈로로로록-
또다시 하늘로 올라갔던 마인들이 끌어 내려진다.
[대체 언제 이 넝쿨이 발목에 감겼지!?] [물! 물에 빠졌을 때 휘감긴 거야!] [끊을 수가 없어! 젠장, 엄청 질기다구!] [으아아아아! 또 끌려간다! 아아아아…… 깕!?]수없이 많은 옥잠화들은 어느새 군락을 이루며 마인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첨벙- 첨벙- 첨벙- 첨벙-
강물은 순식간에 마인들의 피로 검게 물들어 간다.
그 아비규환의 지옥도를 본 이설레드는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허공에서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 그의 두 발목과 양 날개, 그리고 몸통에도 옥잠화의 넝쿨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말도 안 돼! 어디서 이런 것들이……!?]이설레드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비키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비키르는 굳이 대답해 주지 않았다.
어셔가의 매들라인과 마인 군단이 비앙카를 추격하기 전, 치수 공사로 인해 바닥을 드러낸 레이크독 호수 부지에 미리 혈수의 옥잠화 씨앗을 심어 뒀다는 것을.
‘아무리 가뭄이 심해도 레이크독 호수의 밑바닥이 쩍쩍 갈라지지는 않지.’
레이크독 호수는 지난 수천 년간 물이 한 번도 마른 적 없는 곳.
그런 호수가 바닥을 드러낸 것도 모자라 쩍쩍 말라 터져 있는 것을 봤다면 마땅히 의심했어야 한다.
그것은 혈수의 옥잠화 씨앗이 싹을 틔우며 그나마 있던 호수 밑바닥의 수분까지 싹싹 빨아들였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지금, 본격적으로 물을 만난 옥잠화들은 화려하게 만개한 것이다.
마인들을 떼거지로 잡아먹으며 말이다.
“주의력이 부족했구나.”
비키르의 말을 들은 이설레드의 눈이 확 뒤집어졌다.
[이 자식! 여유 있는 척 하지 마라! 인간들이라고 해서 이 마수들을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으냐!]혈수의 옥잠화는 딱 봐도 인간을 엄청 좋아하게 생겼다.
아가리의 크기와 그 안에 빼곡하게 들어찬 이빨의 모양새만 봐도 100% 육식주의자처럼 보였으니까.
그러나.
-퉤엣!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실수로 발을 헛디뎌 강물에 빠진 돈키호테가의 병사 하나가 옥잠화에게 잡혀갔던 것이다.
병사를 넝쿨로 휘감아 입안에 넣으려던 옥잠화는 잠시 멈칫하더니 혀를 뻗어 병사를 한번 핥았다.
그리고는 마치 못 먹을 것을 만졌다는 듯 병사를 물 위로 던져 버렸다.
[……? ……? ……?]구사일생한 병사가 황급히 뭍으로 기어 올라오는 것을 본 이설레드는 황당하다는 듯 두 눈만 끔뻑거린다.
넝쿨의 잡아당기는 힘을 버티느라 말도 안 나오는 듯했다.
“잘 개량되었군.”
옥잠화가 인간을 뱉어 내는 것을 본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비키르의 뒤에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가슴을 쭉 펴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미니핀. 미니핀 바스커빌.
몬스터들의 생태에 빠삭한 그가 자부심 넘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엄청 고생했지요. 저놈들 식성을 개량하느라고. 인간에게는 역한 맛을 느끼게, 그리고 마인에게는 더없는 단맛과 감칠맛을 느끼게끔 아예 입맛을 뜯어 고쳐 놨습니다. 그렇게 하느라 아무래도 개체의 크기가 많이 줄어든 감은 있는데…… 세대를 거듭할수록 상당히 만회가 되는 부분이구요. 에, 그리고 또…….”
미니핀은 자신이 했던 각고의 노력을 길게 설명했지만 비키르는 그중에서 핵심만 필터링해 알아들었다.
비키르가 가져온 혈수의 옥잠화를 재배한 미니핀은 토치카 지하의 안전시설 내에서 많은 실험을 진행했다.
마물학개론의 권위자인 모르그 밴시 역시도 자신의 직속 연구팀을 보내 실험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미니핀은 옥잠화들 중 유난히 인간의 피에 대해 욕심이 덜한 개체들을 추려 내 선별할 수 있었고 이것들을 계속해서 번식시켜 세대가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인간에 대한 공격성이 옅어지게끔 품종을 개량했다.
또한 인간의 피를 먹이로 줄 때에는 역한 맛이 나는 물질을 섞어 급여했고 마인의 피를 먹이로 줄 때에는 옥잠화가 좋아할 만한 다른 먹이들을 소량 함께 급여한 결과, 옥잠화들은 후천적으로도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선천적으로, 후천적으로 길들여진 옥잠화들은 종자부터가 달라졌다.
퉤-엣!
인간만 보면 입맛이 떨어진다는 듯 슬쩍 몸을 피해 버리는 옥잠화들.
하지만 마인들의 피에 정신줄을 놓고 달려드는 모습에는 광기마저 어려 있었다.
[으…… 으으으으으!]이설레드는 몸에 네 개의 넝쿨을 휘감은 채 날개를 열심히 퍼덕거렸다.
마인 특유의 엄청난 힘을 발휘해 넝쿨에서 벗어나는 그.
슈로로로록!
두 개의 굵은 넝쿨이 더 붙어서 목을 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설레드는 굴하지 않았다.
[나, 나는 매들라인 님을 모시는 최후의 가신! 나아가 하등한 인류를 복속시켜 지배할 남자! 이런 곳에서 죽지 않는다! 결코 죽을 수 없어! 앞으로는 내 세상이란 말이야! 나한테도 기회가 온 거라구! 지금껏 이런 날을, 이런 시대를 얼마나 기다렸는데!]그러나.
“기회?”
이설레드의 앞에 서서 차가운 목소리를 흘리는 이가 있었다.
비앙카. 어셔가의 마지막 후계자.
그녀는 활과 화살을 들어 이설레드의 앞에 섰다.
“기회는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야.”
[……?]이설레드의 흔들리는 동공이 아래에 있는 비앙카를 향한다.
비앙카는 화살을 들어 이설레드를 겨누고 있었다.
“쏴 잡는 거지. 이렇게.”
동시에, 비앙카는 남은 마나를 모두 쥐어 짜냈다.
펑-
대기에 구멍을 뚫으며 날아가는 화살.
유려한 포물선을 그리며 솟아오른 그것은 정확히 이설레드의 양 미간 사이를 꿰뚫었다.
퍼-억!
골통이 부서지고 안에 든 것들이 죄다 후두둑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으윽! 끄으으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설레드는 버텼다. 버텨 냈다.
머리통이 부서지고 안에 든 것들이 흘러 나가도 마인 특유의 초자연적인 생명력으로 버텨 내는 것이다.
……그러나.
가문의 배신자를 보는 비앙카의 분노는 단발적으로 끝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퍼억!
1타에 이어 2타가 날아들었다.
…퍼억!
그리고 제 3타.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수없이 뒤이어지는 화살들은 모두 같은 곳을 노린다.
결국.
[아-아아아아아! 안 돼!]여섯 개나 되는 넝쿨을 몸에 감고도 버티던 이설레드마저 떨어져 내린다.
그 밑으로는 수많은 옥잠화들이 모여 방실방실 미소 짓고 있었다.
와직- 와직- 와지지직!
이설레드의 몸뚱이는 하나지만 그것을 씹고 뜯고 맛보려 하는 입은 너무나도 많았다.
이설레드의 최후가 시발점이 되었다.
마인들이 본격적으로 청소되기 시작했다.
옥잠화들은 마인들의 신체 조각들을 넝쿨로 휘감아 흔들며 덩실덩실 춤춘다.
물이 검게 물들고 한층 더 비려지고 있었다.
비키르가 옥잠화 군락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것들은 어떻게 수거해야 하지? 내가 직접 처리해야 하나?”
“수거하실 것도 없습니다. 개량한 옥잠화들은 수명이 짧아서 마인의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 1개월 안에 시들어 버립니다.”
“씨앗을 퍼트려서 주변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저것들 모두 씨 없는 개체입니다. 남자로 비유하자면 땅콩이 없는 상태랄까요.”
“…….”
왜인지 별로 좋지 않은 비유라고 비키르는 생각했다.
뭐, 아무튼. 어셔가에 숨어 있던 마인들은 전부 청소되기 시작했다.
세뇌당했을 뿐인 어셔가의 기사들 중 도망치지 못하고 수류에 휩쓸렸던 이들은 하류를 가득 채운 옥잠화들의 뿌리와 넝쿨에 걸려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느낌이 별로 좋지 않은데?]비키르의 가슴팍에 있던 데카라비아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이지?”
[마인들은 거의 다 전멸한 것 같은데…… 가장 핵심적인 마기의 근원은 전혀 정화되지 않았다.]그와 거의 동시에, 비키르의 옆에서 지루한 표정으로 서 있던 까뮤 역시도 어깨를 탁탁탁 치는 세에레를 흘끗 돌아보았다.
“뭐야, 이 자식아. 죽을래?”
까뮤의 말 한마디에 바로 울상이 되어버리는 세에레, 하지만 그녀는 아무리 구박당해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 용기를 내어 손가락을 뻗는다.
비키르와 까뮤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서는 수류가 격렬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몇몇 거대한 덩치를 가진 옥잠화들은 유달리도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았다는 듯 황급히 넝쿨과 아가리를 뻗어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곳 중앙을 향해 움직였다.
바로 그때.
콰콰콰콰쾅!
한곳을 향해 모여들던 옥잠화들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흐드러지는 낙화(落花).
거대한 덩치를 지녔던 개체들 역시도 휴지조각처럼 찢어발겨지는 가운데 무언가가 빛살처럼 하늘로 솟아올랐다.
[호호호호- 몸뚱이가 썩어 있어서 그런가 본모습으로 현신하는 것도 오래 걸리는구나.]어셔 포 매들라인.
어셔가의 몰락을 이끈 주범.
비앙카의 육신을 호시탐탐 빼앗으려 드는 찬탈자.
그리고 과거, 멸망의 시대를 이끌었던 핵심 주역들 중 하나.
위험등급 : S+
크기 : ?
발견지 : 멸망의 문 심층부, ‘뱀의 자궁’
-일명 ‘세 번째 시체’.
인류의 천적, 불가해(不可解), 불가살(不可殺)로 통하는 열 개의 재앙 중 하나.
“우박이 쏟아지리라.”
– 『십계(十誡)』 10:上 –
삼번시. ‘얼음 공작’ 안드레알푸스.
십상시 중 세 번째가 드디어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