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58
458화 수원지대 침투작전 (5)
지면이 울린다.
말발굽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늦은 밤, 후방 초소로 말을 몰아 온 이는 바로 발디니 자작이었다.
[어디냐! 그새 어디로 간 거야! 빨리 찾아라!]그는 다급한 어조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분증도 없는 이에게 통행증을 내준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급하게 말을 몰아 추격해 온 발디니 자작.
하지만 그는 후방 초소로 오는 내내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뒤에 있던 독인 보관소에서는 고위 마인의 방문 기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눈에 드문드문 보이는 것이라곤 그저 전쟁의 부산물과 같은 시체들뿐.
[제길.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결국 발디니 자작은 말머리를 돌려 원래 있었던 초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이내, 발디니 자작이 말을 몰아 돌아간 곳의 황무지에서 기척이 발생했다.
그저 독인들의 시체만 몇 구 널브러져 있던 황무지 위로 그림자 몇 개가 몸을 들썩거렸다.
“후우…… 이 세상에서 제일 기분 나쁜 이불이었다.”
튜더가 들쳐 업고 있던 독인의 시체를 옆으로 치우며 몸을 일으켰다.
“식은땀 때문에 온몸이 축축하군. 들켰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시, 심장이 콩알만 해진 것 같아.”
“으으으…… 무겁고 기분 나빠.”
그 옆으로 산쵸, 피기, 비앙카 역시도 독인들의 시체를 치우고 일어났다.
추격대가 근접해 오는 순간 비키르의 지시를 받은 밤을 걷는 자들은 모두 제각기 몸 위에 시체를 몇 구씩 올려놓은 채 바닥에 엎드려 시선을 피했던 것이다.
“……위험했군.”
비키르 역시 몸을 덮은 독인들을 치우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비키르를 따라 몸을 일으키는 세 명이 있었다.
제일 먼저 비키르의 겨드랑이 밑에서 머리를 빼꼼 내미는 이는 까뮤였다.
그녀는 비키르의 반대쪽 허리춤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평소에는 굼뜨더니 이럴 때는 빠르네?”
“제, 제가 뭘요?”
비키르의 옆구리에서 고개를 드는 이는 돌로레스였다.
위기의 순간 재빨리 뛰어든 곳이 하필이면 이 위치였을 줄이야.
까뮤는 돌로레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엌에 먼저 들어간다더니……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하필 독인들의 시체가 여기에 밖에 없었고 또 옛날에 기숙사에서 술 게임 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서 무의식중에 그렇게 한…….”
“뭐? 기숙사? 술 게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남친?”
“누가 남친이에요!?”
비키르의 사이에서 서로를 향해 눈을 부릅뜨는 까뮤와 돌로레스.
그리고 그런 두 여자를 말리는 목소리가 사이에 있었다.
“적진 앞이니 자중합시다~ 시체 더미 밑에서 그러고 싶어요?”
순한 인상으로 머리를 들어 올리는 싱클레어.
하지만 그녀의 머리는 비키르의 양 다리 사이로 튀어나와 있는 상태이다.
“야! 너는 왜 거기서 튀어나와! 이게 순진하게 생겨서는 한술 더 뜨네!”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아, 싱클레어야.”
까뮤와 돌로레스, 싱클레어는 비키르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
그러나 비키르는 그녀들의 언쟁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붉은 안개 너머로 독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목책 안쪽에 있는 독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서 있거나 주변을 뱅글뱅글 맴돌 뿐이었다.
“지금부터 병영 안으로 잠입한다.”
“중앙으로 돌파하는 거야?”
“그렇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지만 독인들의 규모가 심상치 않아.”
튜더의 질문에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이것들이 아마 내일 공성전에 동원될 병력이겠지. 조금이라도 줄여 놓으면 성에 남은 자들의 손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비키르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다시금 결연하게 변했다.
이제 이 포위망만 벗어난다면 수원지대로 갈 수 있게 된다.
비키르와 결사대원들은 위로 툭 불거져 나온 흙무더기로 가 몸을 숨긴 채 틈을 엿보았다.
‘새끼마담, 그 녀석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비키르는 과거 밤의 사냥개로 활동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의 파트너였던 새끼마담이 있었다면 훨씬 더 자유롭게 운신이 가능하겠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때의 움직임을 따라할 수는 없다.
그때.
“굴을 파고 들어가는 건 어떨까?”
까뮤가 앞으로 나섰다.
비키르가 막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품속에 있던 물건을 꺼내 얼굴에 덮어썼다.
그것은 바로 피카레스크 마스크, 사람을 개로 변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가면이다.
비키르가 누벨바그로 가기 전 까뮤에게 넘긴 단탈리안의 유물이었다.
핵핵핵-
까뮤는 순식간에 붉은 털을 가진 개로 변했다.
“귀, 귀여워…….”
돌로레스가 눈을 반짝거리며 손을 뻗었지만 까뮤는 그것을 팩 뿌리쳤다.
이윽고, 개로 변한 까뮤는 흙이 높게 솟구쳐 오른 곳에 굴을 파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팍-
순식간에 흙더미가 높게 쌓였고 그만큼이나 깊은 지하통로가 만들어졌다.
목책 안까지 땅굴을 판 까뮤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비키르를 향해 왕왕 짖었다.
노골적으로 쓰다듬어 달라며 몸을 부비적거리는 까뮤의 행동에 비키르는 가만히 그녀의 머리를 쓸어 주었다.
“마스크를 유용하게 쓰는구나.”
“당연하지.”
어느새 사람의 몸으로 돌아온 까뮤는 비키르를 향해 눈을 찡긋해 보인다.
이윽고, 8인의 결사대는 목책 아래의 땅굴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왔다.
자욱하게 깔린 붉은 안개 덕에 전방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드문드문 검붉은 그림자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만은 기척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스슥-
밤의 사냥개가 이빨을 드러냈다.
땅굴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던 독인 몇의 목이 소리 없이 바닥을 굴렀다.
목의 절단면에서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독액을 본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엄청난 양의 독을 내장하고 있군. 대체 이 많은 독을 어떻게 만들어 낸 것이지?”
독인의 수는 엄청나고 그 독인들 하나하나가 몸 안에 축적하고 있는 독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이 정도 되는 머릿수의 독인들을 만들어 내려면 보통 노력으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회귀 전에 봤던 독인들에 비해서도 그리 약하지 않다. 이 정도라면 멸마전 후반부에나 등장했을 수준이야.’
비키르는 토치카 섬멸전이 시작되기 전에 품었던 의문을 다시 한번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이 많은 독인들을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가 의문이군. 분명 양산할 수 있는 독의 수량에는 제한이 있을 텐데…….’
비키르가 회귀하기 전에도 리바이어던가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많은 독인들을 양산해 내었는지 그 비밀만은 끝끝내 풀리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생에서는 무언가가 달랐다.
“형아. 저기-”
촉이 좋은 싱클레어가 비키르의 어깨를 콕콕 찔렀다.
싱클레어가 용케도 발견한 것은 붉은 안개 저 너머에 있는 검은 막사였다.
비키르는 눈에 힘을 주고 한참 동안이나 안개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비로소 안개 너머의 풍경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츠츠츠츠츠츠……
피분수와도 같은 안개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독인들의 모습은 불타 버린 숲에 남은 목탄들 같다.
그것들은 일렬로 줄지어 선 채 하나씩 검은 막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막사의 반대편으로는 방금 전에 들어갔던 독인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오고 있었는데 몸이 더욱 커지거나 팔다리가 더욱 더 길어지는 등 한층 더 기괴한 형태로 비틀려 있는 모습이었다.
‘……저 안에서 독을 충전하고 나오는 건가? 심지어 힘도 더 강력해지는 것 같은데.’
비키르는 막사 안으로 막 들어가고 있는 한 거구의 독인에게 주목했다.
[그르륵- 그르르르륵……]오늘의 토치카 섬멸전에서 살아 돌아온 개체인지 전신에 칼자국과 화상 자국이 즐비한 독인.
그것은 막사로 들어간 이후 한참 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이내 몇 분쯤 뒤에 막사 반대편의 출구를 통해 기어 나왔다.
길쭉했던 팔다리가 곤충의 것처럼 이리저리 뒤틀려 꺾여 있었고 원래도 흉측했던 얼굴은 아예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온몸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던 칼자국들이 싹 사라져 있었다.
흘러넘치는 독기와 생명력을 자랑하는 듯, 그것은 몸을 삐걱삐걱 비틀며 붉은 안개 너머로 사라졌다.
“내 ‘돈 많아 모자’가 긴장하는 걸로 봐서는 뭔가 아티팩트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야. 그것도 아주 강한. 그걸로 독인들에게 독을 충전하는 것 같은데?”
싱클레어의 말을 들은 비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싱클레어는 원래 역사에서는 이곳에 없었던 새로운 인물, 그런 싱클레어가 발견하고 추측한 내용이라면 원래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수원지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는 하지만…… 내일 있을 방어전을 대비해 이 시설을 어느 정도 파괴하고 가야겠다.”
더 이상 리바이어던가가 독인들을 충전시킬 수 없도록 제동을 걸어 둘 필요가 있었다.
내일 토치카 요새 안에서 저것들을 맞이하게 될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곳의 시설을 마비시키는 것은 수원지대를 향해 가는 것과 딱히 상충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결사대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독인 제조 공장을 어떻게 파괴하지? 단순히 돌파하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말이야.”
튜더가 물었다.
보아하니 흙산 높은 곳에 위치한 저 검은 막사에는 리바이어던가의 고위급 인사가 위치해 있을 듯하다.
더군다나 어마어마한 수의 독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만큼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죽음뿐이다.
단순히 지나가는 것조차도 힘들어 보이는 곳을 심지어 파괴하고 가겠다니.
그러나 비키르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순간을 위해 안배해 둔 비밀 병기가 있다.”
이윽고.
스윽-
비키르는 지금껏 두꺼운 피풍의 자락 속에 깊숙이 숨겨 뒀던 것을 끄집어냈다.
“비키르!? 너 언제 그렇게 커졌……!?”
결사대 모두가 눈을 휘둥그렇게 뜰 만한 물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