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수원지대 침투작전 (6)
흙산 위에 세워진 검은 막사.
막사 중앙에는 거대한 솥이 있었고 그 안에는 두 마리의 거대한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서로의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도는 두 뱀.
뱀들이 솥을 한 바퀴 돌 때마다 중앙으로 시뻘건 독액들이 고여 차오른다.
그러면 그 독액은 솥 밑에서 타오르는 장작불에 의해 가열되어 끓어오르고 붉은 수증기를 자욱하게 내뿜게 되는 것이다.
[그르르르르르륵……] [갸아아아아아악-] [키익! 끄윽!]독인들은 막사 안으로 하나둘씩 줄을 서서 들어왔고 이 솥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증기에 훈연된다.
우드득! 우득! 빠가각!
곧 죽을 듯 비실거리던 독인들은 붉은 증기를 쬐자마자 활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변모한다.
어찌나 기운이 넘치게 되었는지 신체의 모양이 기괴하게 변해 버리는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맨 위의 옥좌에 앉아 이 모든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인물이 하나.
“…….”
전신을 가리고 있는 검은 로브와 등에 멘 커다란 대낫.
그는 밤을 걷는 자들에게 ‘추수자’라고 불리는 인물이었다.
이번 토치카 섬멸전의 최전선, 그중에서도 선봉에 선 수수께끼의 인물.
추수자는 수많은 독인들이 붉은 죽음의 독안개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콰쾅!
이변이 일어났다.
막사 한쪽이 갈기갈기 찢어지는가 싶더니 밖에서 웬 괴한이 침입해 들어왔다.
퍼퍼퍼퍽!
괴한은 들어오자마자 대뜸 주변에 있던 독인들의 목부터 날려 버렸다.
십수 명의 독인들이 저항 한번 해 보지 못하고 머리통만 남아 바닥을 굴러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
추수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대로 된 독인 전투병 하나를 제조하는 데 들어가는 독과 인력, 시간은 어마어마한 수준.
이렇게 쓰레기처럼 죽어 나가서는 안 된다.
추수자는 나는 듯이 계단을 내려왔고 곧바로 대낫을 휘둘러 괴한을 향해 내리찍었다.
…깡!
어디서 대충 주운 듯한 너절한 철검을 들어 추수자의 대낫을 막아내는 괴한.
순간, 추수자는 몸을 움찔했다.
막사로 쳐들어온 이의 정체를 바로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밤의 사냥개 ‘비키르 반 바스커빌’. 오래 전 누벨바그에 갇혔던 희대의 빌런.
……한데 이자가 지금 이 순간 왜 여기에 모습을 드러냈단 말인가?
비키르는 눈앞에 있는 추수자를 향해 붉은 눈을 번뜩였다.
따앙- 까드드드득!
철검이 대낫을 밀어내며 불똥을 무더기로 빚어낸다.
싸구려 철검은 대낫과 한번 맞부딪친 것만으로도 무수히 많은 이가 빠져 합죽이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비키르는 계속해서 철검을 휘둘렀다.
깡! 까앙- 땅! 따앙-
무모하게까지 느껴지는 공격. 그 앞뒤 분간 없는 저돌성에는 추수자조차 움찔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곳은 리바이어던가의 본진, 수없이 많은 독인들이 있는 곳이다.
차차차차착!
거구의 독인들이 비키르를 향해 손을 뻗어 왔다.
하나하나가 무쇠솥도 일그러트려 버리는 악력을 지닌 괴물들이다.
비키르는 이제는 거의 톱날처럼 변한 철검을 휘둘러 독인들의 팔다리를 잘라 냈다.
뿌드득- 뿌득- 빠가각! 우득!
절단면이 깔끔하지 않은 살점 토막과 뼛조각들이 허공에 이리저리 비산한다.
비키르의 칼질에서는 이제 광기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중과부적(衆寡不敵).
동료의 시체마저 방패로 삼아 몰려드는 독인들의 공세에는 비키르조차도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퍼억!
독인 하나의 손바닥이 비키르의 안면을 뒤덮었다.
퍼억! 퍼억!
그 위로 또 하나의 손바닥이.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그 위로 또, 또, 더욱 더 많은 손바닥들이 비키르의 얼굴을 뒤덮었다.
수많은 독인들에 의해 짓뭉개진 비키르는 결국 온몸이 참혹하게 난자된 채 죽음을 맞이했다.
독인들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비키르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이윽고.
…툭!
비키르의 몸은 상반신만 남은 채 바닥을 쓰레기처럼 굴러다니게 되었다.
추수자는 바닥에 널브러진 비키르의 육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
이윽고, 그는 창백한 손을 뻗어 공허하게 뜨인 비키르의 눈을 부드럽게 한번 쓸어 감겨 주었다.
…….
바로 그때.
콰득!
죽은 줄 알았던 비키르의 상반신이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추수자의 손을 이빨로 깨물어 버렸다.
“!?”
추수자가 깜짝 놀라 손을 뒤로 물리는 순간.
…콰쾅!
추수자의 등 바로 뒤편의 벽이 통째로 찢어졌다.
막사가 한번 휘청거렸고 또다시 수많은 독인들이 우수수 죽어 나간다.
“……!”
추수자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비키르. 비키르 반 바스커빌.
방금 전 독인들에 의해 죽었던 그가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펄럭-
피풍의 자락이 휘날리는 소리와 함께, 비키르는 아무데서나 주워온 듯한 창을 휘두르며 독인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정확하고 강력한 찌르기가 독인들의 안면과 가슴 등의 급소들을 펑펑 날려 버리고 있었다.
또다시 피와 살점의 물보라가 막사 전체에 물결친다.
추수자는 잠시 머뭇거리던 끝에 몸을 날려 비키르를 막아섰다.
따앙-
자루부터 구불구불 휘어진 대낫이 날아들어 비키르의 창을 걷어 냈다.
텅 비게 된 비키르의 복부를 향해 독인들의 손바닥이 이어졌다.
푸푸푸푸푸푹!
비키르는 이번에도 독인들의 총공세와 추수자의 대낫에 의해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그러나.
콰쾅!
또다시 막사의 벽이 찢어졌고 그 너머에서는 비키르가 나타났다.
비키르. 비키르. 비키르. 또 비키르.
수많은 비키르들이 등장해 독인들을 찢어발겼다.
그 탓에 막사가 초토화되었고 먹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달빛이 안쪽을 비춘다.
그제야 추수자는 장막을 찢고 난입해 든 비키르들의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검은 머리에 붉은 눈. 하지만 전신의 피부색이 다르다.
비키르들의 피부는 모두 흑요석처럼 까만 색.
막사 내부가 컴컴할 뿐만 아니라 중앙에서 피어오르는 검붉은 안개의 빛 때문에 미처 식별하지 못했던 것이다.
퍼펑! 콰콰쾅! 우지직!
비키르들은 하나하나가 난폭하고 흉악했다. 그리고 각종 병장기들을 수족처럼 다룰 줄 알았다.
인간 같지 않은 전투력, 아니 그 전에 생물이기는 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운 폭력성 앞에 독인들은 물에 젖은 낙엽처럼 찢어지고 있었다.
…쾅!
결국 수많은 비키르들의 난동으로 인해 막사 중앙의 솥이 파괴되고 말았다.
안에 들어있던 두 마리의 뱀은 깜짝 놀라 구석으로 숨어들었고 자욱하게 피어오르던 붉은 안개도 맥이 뚝 끊겼다.
쩌억- 퍽! 뎅겅-
대낫을 휘둘러 비키르들의 몸을 깎고 자르던 추수자는 솥이 깨진 것을 보고는 크게 당황했다.
막사 바깥으로 모여들고 있던 독인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홱-
추수자는 막사 밖으로 뛰쳐나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비키르의 본체로 보이는 존재는 없었다.
퍼펑! 쾅! 쿠르르륵!
병영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불길, 그리고 검은 비키르들이 곳곳에서 날뛰는 소음만이 들려오고 있을 뿐이었다.
* * *
몇 시간 전.
비키르는 피풍의 자락 밑으로 안드로말리우스의 결계를 열었다.
그 안에서 쏟아져나온 것은 비키르와 똑 닮은 작은 생명체들이었다.
도플갱어 거머리.
비키르가 누벨바그를 나오며 검은 혀에게서 빼앗아 온 거머리들이 성장한 모습이었다.
“어머나, 귀여워라. 이것들이 다 뭐람?”
“으음- 확실히, 한 마리 정도는 데려다 키우고 싶게 생겼네요.”
“……형아, 어디서 자식들 낳아 온 건 아니지? 그치?”
“친구야. 이거 진짜 거머리 맞냐? 너랑 너무 닮았는데?”
“저번에 나락수에서 한번 봤었는데도 영 적응이 안 되는군.”
“비키르의 피를 먹고 자라서 그런가 생긴 게 비키르랑 완전 똑같다. 내가 가져온 옷만 입히면 딱 되겠어!”
“으와, 옷까지 입히니 진짜 똑같네. 적들 입장에서는 무지하게 혼란스럽겠는데…….”
까뮤, 돌로레스, 싱클레어,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등이 모두 한번씩 감탄할 정도로 비키르와 똑같이 생긴 미니미들이었다.
오직 하나, 피부색을 제외하면 말이다.
“자, 먹어라.”
비키르는 지금껏 한 번도 준 적 없었던 많은 양의 피를 거머리들에게 먹였다.
거머리들은 비키르가 흘린 피를 마시고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윽고, 비키르는 거머리들을 독인들의 병영 한복판에다가 우르르 풀어 버렸다.
가뜩이나 검은 혀에 의해 흉폭하게 개량된 거머리들은 곳곳에서 나는 피 냄새와 죽음의 냄새에 이끌려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무리해 가면서 키운 보람이 있군.”
비키르는 상당수의 거머리들이 흙산 위의 막사로 돌진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친! 점화 완료야!”
저 멀리서 까뮤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인다.
비키르 역시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보냈다.
이윽고, 비키르의 신호를 알아들은 까뮤가 마나를 격발시켰다.
콰콰콰콰쾅!
흙산 아래에서 화염과 쇠꼬챙이들이 솟구쳤다.
비탈길을 내려오던 독인들은 쇠꼬챙이 함정에 발등과 배가 연달아 꿰여 옴짝달싹 못 하게 되었다.
불길은 막사와 버둥거리는 독인들을 장작 삼아 사방팔방으로 번져 가기 시작했다.
…화르륵!
일반 병사들이 먹는 군량미 창고에까지 불길이 옮겨 붙는 것을 확인한 비키르는 고개를 돌렸다.
저 앞쪽에서 불을 옮겨 지피는 데 성공한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싱클레어, 돌로레스 역시도 임무 완수를 알리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비키르와 까뮤 역시도 순식간에 일행들과 합류했다.
“이제 곧장 수원지대로 간다.”
저 후방에 있을 산봉우리로 가서 호수 한쪽을 폭파시킨 뒤 물길만 틀 수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식수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바이어던가의 병력들을 일거에 싹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리라.
‘어쩌면 최후의 임무가 될지도 모르겠군.’
비키르는 눈앞에 보이는 산등성이의 그림자를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토치카의 운명이 걸린 최종 결승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