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61
461화 수원지대 침투작전 (8)
까뮤가 본격적으로 힘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른 애들 기죽을까 봐 그동안 힘을 조금 숨기긴 했는데 말이야……!”
그녀가 마나를 사출하자 그 흐름에 따라 망령목이 가지를 흔들기 시작했다.
해골 모양의 망령과들이 불길하게 움직인다.
마치 목매단 시체들이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모양새.
살아생전 하나하나가 극악한 범죄자, 혹은 마인들이었던 존재들이다.
우-오오오오오오……
그것들은 죽은 뒤에도 성불하지 못하고 까뮤의 마력 공급원이 되어 한계까지 쥐어짜이고 있었다.
피를 토하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이참에 시원하게 한번 보여 주지!”
까뮤는 허공에 대고 수십 개의 마법진을 동시에 그려 냈다.
하나하나가 강렬한 염계 마법과 철계 마법이었다.
…퍼퍼퍼퍼펑!
목표를 포착하면 끝까지 쫓아가는 지대공유도탄(地對空誘導彈).
땅에서 솟구쳐 오른 거대한 쇠꼬챙이들은 불길에 휩싸인 채 시뻘건 궤적을 그리며 하늘로 솟아올랐고 이내 목표지를 향해 떨어져 꽂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지축이 찢어지고 뒤틀리며 무수히 많은 불기둥들이 뿜어져 나온다.
대규모의 강진과 함께 버섯 모양의 흙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까뮤만 활약하는 것이 아니었다.
“너희 악마 놈들에게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의 무서움을 보여 주마.”
싱클레어. 재벌가 부르주아의 가주 자리에 오름으로써 세계제일의 거부가 된 여자.
그녀는 쓰고 있던 ‘돈 많아 모자’를 벗어 들었다.
그러자 모자가 각성하며 드러난,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고유능력이 발현된다.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짤그랑-
모자에서 엄청난 양의 금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돈에 한정해 무한한 수량을 보관할 수 있는 인벤토리 능력이었다.
“이 돈을 기억해? 벨리알이 남겨 주고 간 유산인데.”
돈은 곧 힘. 그것이 벨리알의 기치가 아니었던가.
싱클레어가 막대한 재산에 의해 증폭된 마나를 끌어올리자 모자에서 튀어나오는 금화들이 한데 뭉쳐 모습의 변화를 일으켰다.
[우-어어어어어!]금화로 이루어진 거대한 골렘이 싱클레어의 등 뒤로 몸을 일으켰다.
그것은 어지간한 대형 건축물만큼이나 큰 덩치로 싱클레어의 몸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콰쾅! 쿵! 우지지직!
황금 골렘 역시도 묵직한 주먹을 들어 목표지를 때리기 시작했다.
마치 황금만능주의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우와- 쟤네는 진짜 어나더 클래스네.”
“동기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으윽!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하겠어!”
“뒤쳐진 만큼 죽어라 수련하는 수밖에.”
튜더, 피기, 산쵸, 비앙카는 저 멀리서 화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까뮤와 싱클레어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한편 돌로레스는 신성방어막을 더욱 넓혀 후방의 독인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비키르 님이 오시기 전까지 버텨야 해!’
현재 까뮤와 싱클레어가 기대 이상의 전투력을 보여 주고 있으니 희망은 있다.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터지고 찢겨 나가고 있는 지면을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비키르 없이도 악마사냥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기대였음이 곧 밝혀졌다.
[후후후- 요즘 젊은이들은 활기차구만. 늙은이가 가면을 쓸 틈이 없어.]자욱하게 솟구치는 버섯구름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
그는 이미 홉스 데 리바이어던이 아니었다.
맹수처럼 변한 얼굴과 시커먼 갈기, 유황불처럼 노오랗게 타오르는 눈동자, 손에 들려 있는 긴 창.
위험등급 : S+
크기 : ?
발견지 : 멸망의 문 심층부, ‘뱀의 자궁’
-일명 ‘두 번째 시체’.
인류의 천적, 불가해(不可解), 불가살(不可殺)로 통하는 열 개의 재앙 중 하나.
“물을 피로 변하게 하리라.”
– 『십계(十誡)』 10:上 –
이번시. 멸망의 시대를 이끌었던 주역들 중 두 번째로 높은 위치에 있었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플라우로스는 피부에 묻은 불길을 툴툴 털어 끄며 말했다.
[망령목이라, 오랜만에 보는군. 내 창의 자루로 만들면 딱이겠어.]말을 마친 플라우로스는 손에 든 창을 들어올렸다.
마치 살아 있는 둣한 두 마리의 뱀이 창날이 되었다.
창의 자루는 바짝 말라비틀어진 나무줄기로 되어 있었는데 돌로레스는 그 재료의 정체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나락수!”
[후후후- 맞아. 암두시아스가 애지중지 기르던 나무지.]플라우로스는 창을 잡고 한번 붕 휘둘러 황금의 파도들을 모두 걷어내 버렸다.
악마의 창끝에서는 두 마리의 뱀이 뒤엉켜 움직인다.
그것은 붉은 죽음을 만들어 내던 그때의 뱀이었다.
“……저게 붉은 죽음을 만들어 내는 아티팩트인가.”
역병 탓에 아버지를 잃은 튜더의 눈이 돌아갔다.
쾅!
온 힘을 다해 지면을 박찬 튜더는 궁니르를 앞으로 뻗었다.
해일과도 같이 몰아치는 참격이 플라우로스를 덮쳤다.
플라우로스는 휘파람을 불며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튜더의 참격은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빗나갔다.
그리고 그 대가는 종이 한 장의 무게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터엉-
창 우로보로스가 창 궁니르를 후려쳐 강제로 궤도를 비틀었다.
그리고 그 틈을 귀신같이 비집고 들어온 두 마리의 뱀이 튜더의 목을 땅바닥으로 찍어 눌렀다.
“커헉!?”
튜더는 피를 토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단 일격에 벌어진 일.
“튜더!”
비앙카가 바로 활을 들었다.
앞으로 달려 나가며 쏘아 보내는 강력한 저격이 플라우로스의 머리를 노린다.
뻐억-
화살이 플라우로스의 안면 정중앙에 꽂히며 둔탁한 소음이 터져 나오는 즉시 비앙카는 튜더를 잡아 일으켰다.
그러나 튜더의 안색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비앙카! 뒤!”
“!?”
화살이 얼굴에 닿는 것만 보고 명중했다고 생각했던 것은 오판이었다.
비앙카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이빨로 화살촉을 깨문 채 웃고 있는 플라우로스가 보였다.
[이건 안드레알푸스가 원했던 육체로군. 녀석들, 뭐 그리 급하다고 먼저들 갔는지……]이윽고, 플라우로스가 두 손을 뻗어 튜더와 비앙카에게로 가져갔다.
[둘 다 사이좋게 독인으로 만들어 주마. 동지들의 뜻을 이어서…… 음!?]그러나 플라우로스의 말은 도중에 끊겼다.
핏-
가느다란 참격 하나가 날아와 플라우로스의 볼을 스치고 갔다.
[…….]까뮤와 돌로레스의 합공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기색을 보이던 플라우로스가 어쩐 이유에서인지 뒤로 두 걸음이나 물러섰다.
그리고 그 앞에는 뜻밖의 인물이 서 있었다.
피기.
두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도 친구들을 위해 앞에 선 남자.
“내 친구들에게서 떨어져!”
피기는 칼을 휘둘러 아우라를 뿜어냈다.
콜로세오 아카데미를 거치며, 그리고 척박해진 세상에서 살아남으며 나름 강해진 아우라가 강풍이 되어 분다.
그리고 피기의 참격에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었다.
바로 칼끝에 자신의 피를 발라 놓았다는 것이었다.
[……! ……! ……!]플라우로스는 팔뚝에 수많은 잔상처들이 생겨나는 것을 보며 얼굴 근육을 찌푸렸다.
[그런가. 이형(異形)의 몸인가. 그것도 폐쇄형(閉鎖形). 이래서 그 녀석이 그토록 질색을 했었군.]지금까지 여유롭기만 했던 플라우로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대업을 앞두고 ‘동질이상(同質異像)’을 만나게 될 줄이야. 내전을 팽개치고 굳이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나.]이윽고, 악마의 무시무시한 눈알이 피기에게로 고정되었다.
“히익!”
피기는 덜덜 떨었지만 물러나지는 않았다.
플라우로스의 손길이 피기를 향해 천천히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때.
“친구! 뒤로!”
“빠져! 뭔가 수상하다!”
튜더와 비앙카가 피기의 양팔을 잡고 바로 뒤로 빠졌다.
튜더의 창과 비앙카의 저격이 플라우로스의 팔을 튕겨 냈다.
피기를 뒤로 멀찌감치 뺀 튜더와 비앙카가 말했다.
“눈치를 보아하니 저놈 너를 노리고 있나 봐.”
“하긴, 나락수 때부터 느꼈어. 너한테 확실히 뭔가 있는 모양인데?”
눈치 빠른 튜더와 비앙카는 일찌감치 피기를 보호하고 있었다.
“어어? 얘들아- 나는 그렇게까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
“일단 물러나!”
뒤에서 날아온 거대 도끼가 플라우로스를 찍어 내렸다.
산쵸가 튜더, 비앙카, 피기를 한꺼번에 끌어안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앞으로 까뮤와 싱클레어의 포격이 떨어져 내렸다.
…콰콰콰쾅!
플라우로스는 귀찮다는 듯 창을 뻗어내 까뮤와 싱클레어의 연합공격을 막아냈다.
[귀찮은 것들.]그러나 플라우로스는 마냥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화악!
까뮤와 싱클레어가 쏟아붓는 화력에는 아까와는 조금 다른 기운 하나가 실려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성스러운 백열(白熱)! 돌로레스가 직접 건 가호였다.
성녀의 버프를 받은 까뮤와 싱클레어는 신성력을 띤 화염을 쏟아부어 붉은 죽음을 태워 버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비로소 플라우로스의 표정이 굳었다.
[참으로 성가시구나. 장차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미리 이 자리에서 정리하고 가는 것이 맞다.]플라우로스의 창이 제일 먼저 향한 방향은 바로 까뮤가 있는 곳이었다.
[일단 가장 성가신 네년부터……]까뮤를 향해 겨누어진 두 개의 뱀 대가리에서는 일반적인 인간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의 악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콰콰콰콰쾅!
검붉은 폭풍이 일어나 주위를 쓸어버린다.
가루처럼 흩날리는 아우라의 파편과 독이 주위의 모든 것을 찢어발기고 태워 버린다.
“크윽!?”
까뮤는 망령목이 크게 뒤흔들리는 것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아직 심상세계 속까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탓일까?
거목(巨木)의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파츠츳- 츠츠츠츠-
급하게 방어막을 만들어 펼쳤으나 여파를 전부 막아내지 못했다.
몸에 걸치고 있었던 두꺼운 피풍의가 타들어 가며 맨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나를 최대한 끌어올렸지만 오로지 이쪽을 향해서만 집중되는 플라우로스의 힘을 혼자서 막아내기란 역부족이었다.
“까뮤!?”
동료들이 황급히 달려오다가 독인들에 의해 가로막히는 것이 보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까뮤는 이를 악물었다.
천신만고 끝에 이곳 수원지대까지 왔는데 물이 없다.
사실 그 순간부터 죽음을 직감하긴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시야 한 켠에 죽음의 문턱이 어른거리고 있었으니까.
‘……여기까지인가.’
까뮤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핏물을 꾹 억눌러 삼키면서 생각했다.
천천히 힘이 빠진다. 몸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었다.
그녀가 막 주저앉으려는 순간.
펄럭-
거의 반라에 가까워진 까뮤의 몸에 시커먼 피풍의 자락이 덮였다.
“추억의 구도로군.”
그리고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검은 기사가 한 명.
“……아아.”
까뮤가 미약한 신음 소리를 냈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와중에도 어째서인지 저 남자의 얼굴만큼은 또렷하게 보인다.
비키르. 밤의 사냥개.
그가 플라우로스를 마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