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62
462화 수원지대 침투작전 (9)
[오- 그때의 악마사냥꾼이로군. 나카자니예에서의 재판 이후로는 처음인가?]“…….”
비키르는 플라우로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악마와의 대담은 그 자체로 기력을 소모시키는 행위였고 또 그다지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키르는 그냥 짧은 덕담만 해 주기로 했다.
“죽어라.”
마검 바알제붑이 검붉은 아우라를 뿜어냈다.
…번쩍!
어차피 일격에 죽일 수 있다는 보장은 없기에 비키르는 가장 자신 있는 4식을 선택했다.
네 개의 이빨을 그려 내는 초식.
전생에서는 가장 강한 공격이었고 현생에서는 가장 편한 공격이 된.
마나 소모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숨을 쉬는 것보다도 더 능숙하다.
비키르가 그려 내는 검격은 네 개의 방향을 완벽하게 틀어쥐며 플라우로스의 공간을 물어뜯었다.
그러나 창을 다루는 플라우로스의 솜씨도 꽤나 수준급이었다.
‘독창 우로보로스’. 치명적인 병장기이자 붉은 죽음을 만들어 내는 무서운 아티팩트.
플라우로스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마검 칠귀타…… 그 중에 바알제붑인가? 좋은 무기를 쓰는군. 하지만 고대 악마성좌의 유해로 만들어진 다른 무기들도 많다. 그 시절에는 악마성좌가 한둘도 아니었으니 말이야. 내 창도 바로 그런 경우지.]어느 까마득한 옛 시절에 살았던 악마들의 유해일까?
독기를 품고 있는 두 병기가 사납게 맞부딪치며 무수한 불똥을 빚어내고 있었다.
콰쾅!
붉은 악령과 시커먼 태양이 맞붙는다.
어느새 비키르는 최고 출력으로 플라우로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퉷-”
비키르는 역병독에 의해 붉게 변해 버린 침을 뱉으며 뒤로 물러났다.
마담의 독이 체내에 빠르게 돌고 있었다.
혈맥을 따라 부글부글 끓는 마담의 독은 체외에서 들어오는 역병독을 모조리 잡아먹으며 전신을 휘젓고 다닌다.
이것이 이토록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 아마도 붉은 죽음을 심상치 않은 라이벌의 출현으로 인식한 듯싶었다.
…파캉!
독창 우로보로스가 두 개의 날끝으로 마검 바알제붑을 찍어 눌렀다.
동시에 나락수의 자루로 만들어진 자루 부분이 비키르의 머리를 가격했다.
“……!”
고개를 뒤로 젖혀 피한 비키르의 이마에 상처자국이 생겼다.
바실리스크의 재생력으로도 쉽게 재생되지 않을 만큼 독한 상처였다.
[나락수의 파편을 깎아 만든 자루다. 암두시아스가 영멸당할 때 나도 파편을 조금 얻었거든.]밉살맞게 웃는 플라우로스의 눈빛에서는 여전히 여유가 넘치고 있었다.
그때.
“비키르!”
“비키르 님!”
“형아!”
적색, 백색, 금색. 세 개의 반짝이는 빛이 비키르의 양옆과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
까뮤, 돌로레스, 싱클레어가 비키르를 떠받치고 있었다.
이윽고 까뮤가 만들어 낸 불벼락과 돌로레스가 빚어낸 신성력, 싱클레어의 마력과 자금력의 총체가 정면의 플라우로스를 향했다.
와기기기긱- 우지직!
강대한 무형의 힘들이 서로 격돌하며 일그러지는 소리.
지축이 끊어지고 붙고를 반복하자 자연스럽게 주변의 경관도 변한다.
플라우로스는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도 비키르와 그 동료들을 바라보며 신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타인을 위해서 참으로 열심히들 싸우는구나. 나와 맞서는 것은 너희 개인들에게 있어서 어떠한 이득도 없을 것인데……]힘을 합쳐 싸운다니. 악마에게 있어서는 확실히 이해가 되지 않을 광경이다.
악마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일삼는 존재.
애초에 악마는 인간들이 정해 놓은 개념이니만큼 하나의 종(種)으로 묶이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삼번시 안드레알푸스와 사번시 키메리에스는 생물학적 특징으로만 구분하자면 금붕어와 메뚜기의 사이만큼 멀다.
비키르는 그것을 알기에 플라우로스가 의아해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싸우고 빼앗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존재들로서는 공감 못 할 수도 있겠지.”
[그것은 너희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애초에 인간은 악마의 열화판인 것을. 너희가 이 세계관에서 차지하고 있는 몫은 악마들이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플라우로스는 히죽 웃으면서도 계속해서 창을 들이밀었다.
요동치는 창과는 별개로 악마의 혓바닥 역시 계속해서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아마 나의 독인병들이 공성전을 시작했을 것이다. 토치카에 있는 네 동료들이 얼마나 버틸지 아주 기대되는군.]“……!”
비키르는 이를 악물었다.
리바이어던가의 독인대가 드디어 토치카 섬멸전에 나선 모양이었다.
가뜩이나 물도 없이 버티던 이들이 그 강력한 변이체들의 군단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오르카 소장과 사드 후작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압도적인 병력 차이 앞에서는 결국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네놈들에게는 어떠한 희망도 없다. 물도 찾지 못했고 동료들도 지킬 수 없어. 토치카에 있는 모든 인간들이 독인이 된 것을 보면 너희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나 기대되는구나.]플라우로스의 말을 들은 결사대 모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뭐라 반박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
그래서 까뮤, 돌로레스, 싱클레어, 튜더, 산쵸, 피기, 비앙카 모두가 이를 악문 채 눈만 부릅뜰 뿐이었다.
……비키르만 제외하면 말이다.
“인간의 저력을 너무 얕보는군.”
비키르의 말에 플라우로스는 의외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상황이 저력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인가?]“그것은 모르는 일이지.”
[나는 알겠는걸? 하하하- 이 중에서 네놈이 가장 현실적인 성격 같았는데 말이야, 아니었나?]“그래서 하는 말이다.”
[……?]말을 마친 비키르는 바알제붑을 더욱 길게 뽑아냈다.
8식. 검은 태양이 더욱 더 사납게 회전하며 플라우로스를 짓누른다.
이윽고, 비키르와 플라우로스의 거리가 코가 닿을 정도로 좁혀졌다.
우드득- 우득!
기와 기가 맞부딪치는 그 최전선에서 비키르는 플라우로스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미래는 함부로 예측하는 것이 아니지. 예측한 시점에서 또다시 바뀌어 버리거든.”
[…….]“바로 지금처럼.”
[……?]플라우로스가 막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퍼억!
시야가 잠시 까맣게 점멸한다.
플라우로스는 목이 뽑혀 나가는 듯한 충격과 함께 고개를 팩 틀었다.
관자놀이에 어린애 팔뚝 굵기의 철전(鐵箭) 한 대가 박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비앙카가 쏘아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화살.
이렇게 크고 굵은 저격을 날려 보내려면 활시위가 얼마나 질겨야 할까?
그리고 그런 시위를 당기려면 팔 힘이 얼마나 세야 할까?
심지어 플라우로스는 이렇게 강력한 화살을 전에 한번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딱 한 번의 방심으로 모든 것이 허사가 되어 버릴 뻔했던 기억.
진심으로 목숨이 위험했었던 그날의 밤.
[……설마!?]플라우로스가 경악하여 고개를 돌리는 순간.
퍼억-
또다시 날아든 화살 한 자루가 플라우로스의 미간 정중앙에 틀어박혔다.
[큭!?]검은 피를 뿌리며 물러나는 플라우로스.
그리고 그 뒤의 절벽 위로 가녀린 그림자가 일렁거린다.
“오랜만이군, 서방.”
비키르를 향해 짧은 인사를 건네 오는 여전사.
그녀의 얼굴을 본 비키르는 여러모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아이옌. 발락의 여전사. 누벨바그의 레벨텐에 수감되었던 동료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이옌은 비키르를 향해 씩 웃어 보이고는 그 뒤에 있는 밤을 걷는 자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본 녀석도 있고 못 보던 녀석도 있군. 아무튼 잘 부탁한다.”
“저게! 어디서 친한 척을!?”
까뮤가 이를 뿌득뿌득 갈며 소리치자 아이옌의 두 눈이 가늘어진다.
“왜? 또 홀딱 벗겨지고 싶냐?”
“꺄아아아악! 넌 뒤졌어!”
까뮤는 악마와 싸울 때보다도 더욱 더 강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대립은 또 다른 인물에 의해 중지되었다.
[호호호호- 우로보로스라면 나와 이름이 똑같네? 도용 아니야?]굵은 채찍이 날아들어 플라우로스의 몸통을 후려갈겼다.
사디. 조부인 사드 후작을 구하기 위해 누벨바그까지 쳐 들어갔던 여교수.
그녀는 벨리알의 눈알을 가동해 마인화한 상태로 나타나 플라우로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철썩!
채찍이 뱀처럼 휘둘러져 주변에 있는 독인들을 모조리 토막 냈다.
아이옌 역시도 화살을 날려 보내며 플라우로스의 몸통에 구멍을 뚫어 놓고 있었다.
“예전에 거의 다 잡았었다가 놓쳤지. 이번에는 안 놓친다.”
발락의 사냥장 출신인 아이옌은 과거 리바이어던가에 혼자 잠입해 가주인 홉스를 암살하려다가 실패했던 적이 있었다.
같은 사냥감을 두 번 쫓는 것은 발락의 사냥꾼들에게 있어 수치로 받아들여지는 것.
따라서 아이옌이 지금 이 자리에서 설욕전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펑!
플라우로스는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지면을 박차 화살을 피했다.
머리통에 두 개나 틀어박힌 화살을 억지로 빼낸 플라우로스는 표범의 것과도 같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잡스러운 것 둘이 늘어났다고 해서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바로 그때.
“둘?”
플라우로스의 귓가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하나 더 있었다.
[……!?]언제 뒤를 잡힌 것일까?
기척조차 알아차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플라우로스의 바로 등 뒤에 있었다.
아이옌과 사디가 만들어 낸 빈틈을 비집고.
…철썩!
커다란 거머리가 플라우로스의 등 뒤에 달라붙었다.
마검 아스모데우스.
찌른 상대방의 피를 빨아 먹는 무시무시한 흉기(凶器).
그것이 플라우로스의 몸에서 생명령을 뭉텅이로 앗아 가고 있었다.
[크학!?]플라우로스의 입에서 처음으로 핏물 섞인 비명이 튀어나왔다.
“…….”
비키르는 플라우로스의 뒤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인물의 면면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마검 아스모데우스와 연결되어 있는 몸, 전신을 뒤덮고 있는 검은 핏줄, 어깨 너머로 사납게 펄떡이는 흑빛의 아우라.
검은 혀.
이제는 영영 마주칠 일 없을 줄 알았던 누벨바그에서의 옛 인연이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