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반격의 서막 (1)
이번시 플라우로스가 처음으로 유효타를 입었다.
검은 혀. 누벨바그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꼽히는 그가 플라우로스의 등팍에 칼을 꽂아 넣은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검은 혀의 외형은 비키르의 기억 속 모습과 사뭇 달랐다.
우선 키가 훨씬 더 작아졌으며 체구도 아담해졌다.
맛이 가 뿌옇게 물들어 있던 눈에서는 올곧은 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검은 핏줄이 전신을 갑옷처럼 덮고 있는 것은 예전과 똑같았지만 그 체형은 확실히 여성의 것이었다.
키르코. 키르코 그림 대위가 그곳에 서서 비키르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퍼억!
이윽고, 마검 아스모데우스가 플라우로스의 등팍에서 뽑혀 나왔다.
벌써 얼마나 많은 양의 피를 빨았는지 검신 전체가 크게 팽창해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격분한 플라우로스가 붉은 죽음을 입에 머금은 채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의 시야를 뒤덮는 녹색의 물질이 보인다.
철퍽!
플라우로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는 물론이요 아예 전신을 감싸 버리는 액체 괴물.
플러버의 농밀한 본체가 키르코의 등 뒤에서 뻗어 나와 플라우로스를 덮치고 있었다.
츠츠츠츠츠츠……
플라우로스가 뿜어내던 붉은 죽음의 악령은 플러버에 의해 흡수되어 버렸다.
그 광경을 본 비키르가 입을 열었다.
“……너.”
키르코. 그녀는 분명 누벨바그와 마지막을 함께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 키르코는 이곳 지상, 그것도 비키르의 눈앞에 있다.
비디스엠 수갑, 마검 아스모데우스, 심지어 플러버까지 데리고 있는 채로!
이윽고, 키르코의 입술이 작게 움직였다.
“……너였지? 나를 살린 게.”
“…….”
비키르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누벨바그를 탈출하기 직전 비키르는 키르코를 살리기 위해 한 가지 조치를 해둔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탈옥 직전 비디스엠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비키르가 안배해 두었던 것.
‘제발 살려 줘…… 뭐든지 할게.’
‘원래대로라면 그냥 죽이는 게 빠른데 말이야.’
‘히익!’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게 하나가 더 생겼거든. 잘 하면 네가 살아날 방법이 있을 것도 같다.’
‘뭐, 뭔데? 그게 뭔데!’
‘내가 원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원래의 목적. 비디스엠 수갑과 족쇄, 철장을 해제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
비디스엠을 이용해 대규모의 탈옥 사태를 일으켰던 비키르는 마지막으로 키르코의 안위를 챙겼었다.
‘5층 사육장의 창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보면 어떤 사람 하나가 나올 것이다. 그 사람을 반드시 살려서 지상으로 데리고 가라. 이름은 키르코 그림, 계급은 대위, 성별은 여자다.’
살아남는다면 장차 인류연합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그녀의 가능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키르가 해 두었던 조치는 결국 지금에 이르러 키르코를 지상에 내보내게끔 만들었다.
원래의 운명대로라면 이 시점에서 벌써 죽고 없었어야 할 인물을 말이다.
“……한데 왜 네가 ‘검은 혀’가 되었지?”
비키르의 질문에 키르코는 그간의 사정을 아주 간략하게 설명했다.
“누벨바그가 무너지고 바닷물에 쓸려 가던 중에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어.”
그것은 바다 깊숙이 가라앉는 도중이었던 칼의 파편.
무려 아홉 조각으로 갈라진 아스모데우스의 목소리였다.
희미하게, 그러나 또렷하게 들려오는 칼의 부름은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마검 아스모데우스. 마검 바알제붑과 함께 칠귀타(七鬼打)에 속해 있는.
그것은 비키르에 의해 아홉 조각으로 부러진 채 심해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제 영원히 그 누구도 이것을 찾지 못했어야 한다.
……하지만 마검은 발악하듯 목소리를 내어 새로운 주인을 찾아냈다.
그것이 원하는 점은 명백했다.
피를 원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생할 숙주가 필요하다는 것.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무거운 수압에 짓눌려 죽을 운명이었던 키르코는 무의식중에 칼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운명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칼의 선택을 받은 키르코는 일전에 검은 혀가 그랬던 바와 같이 흡혈귀 특유의 초인적인 육체를 가지게 되었다.
심해의 끔찍한 수압을 견뎌 내는 몸. 며칠 동안이나 숨을 참고도 움직일 수 있는 기동력.
그 시점에서 비디스엠에 의해 구해진 그녀는 바닷물에 쓸려 가던 다른 여러 간수들까지 모조리 구한 채 지상으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키르코에 의해 목숨을 건진 대다수의 간수들이 그녀의 힘 앞에 머리 숙여 복종했음은 당연한 결과였다.
키르코는 어깨를 타고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플러버를 돌아보며 말했다.
“여기 이 녀석도 그때 같이 구했지. 누벨바그라는 장소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아.”
플러버는 어떠한 이유에서였는지 지금껏 누벨바그를 떠나지 않고 있었던 선주생물.
그것이 해당 장소에 보여 왔던 강한 애착과 집착은 고문헌 이곳저곳에서도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다.
누벨바그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남아 마지막을 함께 하고자 했던 키르코의 행동은 이 액체괴물에게 아주 큰 감명을 주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플러버는 키르코의 옆에 붙어 매우 친근하게 굴고 있었다.
키르코에게만은 몸의 산성 능력이 딱히 발현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조절도 가능한 모양.
비키르는 키르코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마어마한 재능과 잠재력, 거기에 기연들을 모조리 쓸어 담는 행운까지 가지고 있다는 건가.’
어쩌면 자신은 운명의 수레바퀴 밑에서 터무니없는 나비 한 마리를 구해 낸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나비가 일으키는 나비효과는 굉장한 것이었다.
콰쾅!
비디스엠 사슬과 마검 아스모데우스, 플러버의 힘을 동시에 다루게 된 키르코는 그야말로 누벨바그 그 자체.
그녀는 붉은 죽음을 뿜어내는 플라우로스를 너무도 쉽게 막아 세웠다.
비디스엠 사슬에 휘감긴 플라우로스가 갑자기 끊겨 버린 마나의 흐름에 당황하는 사이 플러버가 붉은 죽음을 먹어 치웠고 그로 인해 생긴 틈을 아스모데우스가 비집고 들어갔다.
퍼억!
다시 한번 피를 뭉텅이로 빨아들이는 아스모데우스.
[끄윽!? 어디서 이런 것들이 튀어나와서는……!?]초심해 아득한 끝자락에 숨겨져 있던 누벨바그의 기상천외한 전력들은 그동안 인간계의 모든 것들을 꼼꼼하게 조사해 왔던 플라우로스에게조차도 낯선 것이었다.
콰콰콰쾅!
플라우로스가 독창 우로보로스를 휘두르자 키르코의 공격 역시도 중간에 맥이 끊겼다.
하지만 시간을 버는 것으로는 충분했다.
키르코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 이후로 아이옌을 만나서 이곳까지 함께 오게 됐지. 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들었고.”
“정체성에 꽤나 혼란이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조언을 많이 해 줬지. 지상도 살기 좋은 것이라는 것을 말이야. 크흠- 이래봬도 나 꽤 가슴이 따뜻한 여자다, 서방.”
아이옌이 키르코의 옆으로 뛰어내리며 말했다.
자연을 대하는 발락 부족의 태도는 지상에 처음으로 나온 키르코에게 큰 가르침이 되었을 것이다.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널 찾아 헤맸어. 살기 싫다고 했던 나를 네가 억지로 살려 놨으니 네가 책임져야지.”
키르코는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당당하게 비키르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비키르의 어깨를 턱 짚는 손들이 있었다.
“……나중에 나랑 따로 얘기 좀 해, 남친.”
“저도 조금 꽤 살짝 많이 약간 궁금하네요. 책임…… 책임이라니.”
“혀, 형아? 저 제복녀 뭐야? 어디서 뭔 사고를 치고 온 거야?”
까뮤, 돌로레스, 싱클레어가 비키르를 둘러싼 채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호호호- 지금 한가하게 근황 토크를 나눌 때는 아닌 것 같은데요오~]마인화한 사디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떼를 지어 몰려드는 독인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다.
키르코와 아이옌 역시도 표정을 굳혔다.
그녀들이 해상으로 나온 뒤 시체들을 엮어 뗏목을 만들었던 것, 도중에 상어 떼의 습격을 받았던 것, 정체불명의 유령선과 해상전을 벌였던 것 등등…… 미처 얘기하지 못한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은 이하생략!
나중에 악마를 퇴치한 뒤에 밤새 썰을 풀어도 충분할 터였다.
[꽤나 귀찮은 것들을 달고 왔구나. 하지만 그저 특이하기만 한 것으로 판도를 뒤엎을 수는 없지.]플라우로스는 비키르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고쳐 쥔 독창 우로보로스가 또다시 붉은 죽음을 뿜어낼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비키르는 자세를 낮추고 플라우로스와 대적했다.
확실히, 아이옌과 키르코의 합류는 전황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눈앞에 있는 플라우로스를 사냥하기 어려웠다.
비키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우-와아아아아악!”
뒤편에서 튜더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후방을 바라보며 방방 뛰는 튜더.
이내 산쵸와 피기, 비앙카 역시도 잔뜩 흥분한 채 목소리를 높였다.
“……!”
비키르 역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땅바닥이 미세하게 진동할 때부터 이변을 감지하기는 했다.
두드득- 두드득- 두드득- 두드득-
천지를 진동시키는 말발굽 소리. 승리를 확신하며 내지르는 함성.
우-와아아아아!
네 개의 깃발을 내건 군대가 이쪽을 향해 놀라운 속도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독인들의 병영이 무너져 내린다. 독인병들은 썩은 낙엽처럼 짓밟히고 있었다.
마도종가(魔道宗家) 모르그.
신앙성가(信仰聖家) 쿼바디스.
재벌가(財閥家) 부르주아.
……그리고 철혈검가(鐵血劍家) 바스커빌까지.
네 개의 동맹 가문이 각자 최정예 부대를 이끌고 이곳을 향해 증원을 오고 있었던 것이다!
키르코는 식은땀을 훔치며 옅게 웃었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번 보람이 있네.”
그 덕분에 구원군이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리에 있었던 결사대원들의 표정이 다시끔 결연해졌다.
비키르 역시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플라우로스를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와락 구겨져 있는 플라우로스.
이제 무대는 서서히 종장(終章)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