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95
495화 종말 다음날 (2)
대륙력 BE 1,020년.
피의 강이 드디어 말라붙었다.
수십 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던 인간계와 마계의 전쟁은 역사서에 ‘멸망의 시대’라는 섬뜩한 기록으로 남았다.
그리고 인간계의 승리가 반석에 아로새겨지는 그 날.
인류 최후의 요새 토치카의 정문에 목 하나가 내걸렸다.
바알(Baal).
일명 ‘멸망의 어머니’.
72 악마들의 정신적 지주.
그것의 목이 땅에 떨어지는 날을 기점으로 멸망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바알을 비롯한 악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 데 지고한 공을 세운 몇몇 이들이 있었다.
모르그가의 가주 ‘모르그 뮤 까뮤’.
바스커빌가의 가주 ‘오시리스 레 바스커빌’.
부르주아가의 가주 ‘부르주아 주 싱클레어’.
쿼바디스가의 교황 ‘돌로레스 룬 쿼바디스’.
누벨바그의 소장 ‘오르카 몽트뢰유쉬르메르 쟈베……’.
.
.
그 외에도 수많은 영웅들이 있어 인류는 겨우나마 명맥을 이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눈부시게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서에 이름을 남기지 않은 영웅들도 존재했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여덟 번째 길잡이별과 함께 나타난 그들은 별안간 전장으로 떨어져 내렸고 마치 구원을 약속하기라도 한 사자들처럼 악마들을 몰아냈다.
나이 불명, 정체 불명, 이름 불명.
하지만 총 여섯으로 구성되어 있는 영웅들 중 수장 격이었던 남자는 분명 철혈검가 바스커빌의 검술을 사용했다.
그가 살아생전 오를 수 없다는 9식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진위 여부는 끝끝내 밝혀진 바 없었다.
그 외, 다른 인물들 역시도 특이한 의문점들이 많아 정식 역사서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들은 놀랍게도 이미 존재하는 인물들과 완전히 동일한 외모, 동일한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예로 인류를 구한 영웅들 중 하나인 ‘모르그 뮤 까뮤’, ‘돌로레스 룬 쿼바디스’, ‘부르주아 주 싱클레어’ 등이 그러했다.
이미 오래전에 멸족당한 야만전사 부족 출신도 있었으며 한때 누벨바그 소속이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짐작되는 계급 불명의 탈영 간수도 존재했다.
결국 그들의 손에 의해 바알은 쓰러졌고 인류에게는 기나긴 평화가 찾아왔다.
멸망의 시대가 끝난 직후, 그들은 자신들이 세운 어마어마한 공훈들 중 극히 일부만을 인정받아 약간의 영지를 불하받을 수 있었다.
지가동우(只可同憂) 불가동락(不可同樂).
그들은 논공행상의 추한 아귀다툼에서 제 발로 물러났으며 약간의(그들의 공로를 감안한다면 터무니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적은 수준의) 보상에 만족한 채 조용히 영지에 칩거했고 그 이후로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세간에서는 그들이 대가족을 이루어 수많은 자녀들을 슬하에 거느리고 조용하고 안락한 말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
그러나.
본 필자는 성실한 사관으로서, 학구열 불타는 역사가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저술가로서, 그리고 멸망의 시대에서 살아남은 한 사람의 생존자로서 이 일지를 기록하면서도 추가적인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과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들은 대체 누구이며 어떤 목적과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까?
이 점은 아무리 고민하고 또 연구해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인 동시에 필자가, 그리고 그들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전 인류가 평생에 걸쳐 연구해야 할 숙제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것이 의문뿐인 상황 속에서, 오늘도 그들이 내려왔던 길잡이 성좌는 말없이, 그저 밝게만 빛날 뿐이다.
더없이 밝게 빛나는 일곱 개의 별들이……
-‘님펫(Nymphet)’ 『마도의 역사(魔道歷史)』 中권 3,021page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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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이이잉-
건조한 바람이 불어 사막의 살가죽을 한 겹 벗겨 간다.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피풍의, 그리고 회색빛의 긴 수염.
한 노인이 소금사막의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온 자의 부작용일까?
남들이 열 살, 스무 살을 먹었을 때에야 비로소 한 살을 먹는 육체.
자식들이 장성하고 또 그 자식들의 자식들이 장성하고 또 또 그 자식들의 자식들의 자식들이 장성하고 또 또 또 또 또…… 아무튼 상당히 긴 세월이 흘렀다.
노인은 이제 떠나려 한다.
그 모든 속박과 굴레를 벗어던지고,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지난 유구한 세월 동안 꾹 참고 억눌러 왔던 본능에 몸을 내맡긴 채로.
휘이이이잉-
다시 한번 삭풍이 불어 바위를 깎아 낸다.
짜디짠 소금모래가 휘날리는 초승달 모양의 사구 위를 노인은 말없이 타 넘었다.
이윽고.
노인이 찾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탑.
하얀 지평선 위에 삐죽 솟아나 있는 검붉은 탑이었다.
마치 지면에 삐쭉 튀어나온 송곳 같은 외형의 이 탑은 밤하늘의 흑빛과 혈액의 붉은빛을 동시에 머금고 있었다.
‘칼침의 무덤’
탑 앞에 쓰여 있는 조악한 글씨를 본 노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한 바스커빌은 ‘칼침의 요람’에서 태어난다.”
약간의 침묵 후, 노인은 말을 이었다.
“……진정한 바스커빌은 ‘칼침의 무덤’에서 죽는다.”
바로 그때.
[이곳은 칼침의 무덤. 검의 극의(極意)를 좇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아오게 되는 곳.]탑 안에서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있었다.
이윽고 탑의 상층부가 개의 아가리처럼 쩍 벌어졌다.
탑의 안쪽에는 강철의 옥좌, 그리고 그 위에 앉아 있는 검은 갑옷의 노인이 보였다.
흰 수염을 길게 기른 바스커빌.
군웅할거의 난세를 겪어본 구(舊) 칠백작이자 멸망의 시대조차도 미처 어쩌지 못했던 인류 최강의 사나이.
그는 새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분명 처음 보는데도 낯익은 얼굴이로다. 지고의 영역에 다다른 초인의 직감은 시공조차 초월하는가.]흰 수염 노인의 말에 회색 수염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등으로 검붉은 칼날 한 자루를 빼들었을 뿐이다.
회색 수염 노인이 내뿜는 기세를 보며 흰 수염 노인은 더없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흰 수염과 회색 수염을 기른 두 노인이 서로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아홉 개의 이빨과 아홉 개의 이빨이 맞닿는 순간.
회색 수염 노인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동안, 실로 오랜 세월 동안 막혀 있었던 무언가가 뻥 뚫린 듯 몸을 떨었다.
동시에 시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빠직!
아홉 개의 이빨들이 사납게 뒤엉키는 도중 작은 빛무리 하나가 반짝였다.
그것은 이빨. 바로 열 번째 이빨이었다.
너무나도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지만 그것은 분명 아홉 개의 이빨 옆에 붙어 있었다.
이윽고. 폭풍이 가라앉았다.
남아 있는 사람은 한 명. 회색 수염 노인 하나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탑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던 끝에 이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탑 안으로.
그리고 탑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회색 수염 노인의 뒤로.
[네 탄생이 곧 칼의 탄생과도 같고 네 죽음이 곧 칼의 죽음과도 같을 것이다.]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흰 수염 노인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멀어지고 있었다.
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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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누구 맘대로 끝이래!?”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한 여인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오! 시간여행의 부작용인지 뭔지 늙지도 않는 몸으로 만들어 놓고 벌써 독수공방 시키려고!? 이게 진짜 또 말도 없이 훌쩍훌쩍 도망가던 옛날 버릇 개 못 주고! 누가 바스커빌가 출신 아니랄까 봐!”
붉은 머리카락이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양 이글거린다.
주변으로 시뻘건 화염과 시커먼 쇠꼬챙이들이 살벌하게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펄펄 뛰는 그녀의 옆에는 구릿빛 피부의 여자 하나가 있었다.
탄탄한 근육에 등에 맨 활, 목에 메고 있는 초커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자식들을 많이 낳고 싶다. 우리 부족을 재건하려면 아직도 부족하다고. 그리고 가뜩이나 인류의 개체 수가 적어서 다산이 미덕으로 권장되는 마당에…… 적어도 세 자리 수는 채워야지.”
다산의 미덕을 설파하는 원주민 여자.
그리고 그 옆에는 차분한 태도로 뜨개질을 하고 있는 흰 수녀복의 여자가 보인다.
“저런. 다들 진정하세요. 지나친 흥분은 몸에 나빠요. 뭐, 이쯤 되면 어차피 거의 반신의 영역인지라 몸이 상할 일도 없겠지만……. 앗? 호, 혹시 그건가? 육체가 강하고 지고해졌다고 해서…… 너, 너무 많이 요구해 버린 건가? 그래서 두려움을 느끼고 훌쩍 떠나 버리신 게 아닐런지!?”
차분한 태도로 있다가 자기가 제일 먼저 당황하는 성녀.
그 뒤를 이어 입을 연 이는 짧게 자른 흰머리가 잘 어울리는 여자였다.
“형아 좀 그만들 채근해. 그러니까 또 튀었지. 맨날 이렇게 아웅다웅하는데 나라도 속시끄러워서 도망갔겠다 어휴. 어딜 가든 항상 우르르 졸졸졸 따라다니니 원. 사람이 믿음이 있어야지.”
다른 여자들을 힐난하는 흰 머리카락의 여자.
마지막으로 대화에 참여한 이는 검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을 가진,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여자였다.
“맡겨 둬. 도망친 죄수를 잡는 것이야말로 내 주특기지. 이번에도 어디로 도망갔는지 찾아 놨어.”
그러자 모든 여자들의 눈이 반짝인다.
“어디? 어디로 갔대 이번에는?”
“뻔하지. 또 그 사막이 아니겠나?”
“그 탑을 찾으러 가셨다면 실망이에요, 늘 같은 패턴이라니.”
“이번에는 뭔가 좀 다른 기세던데?”
“걱정 마. 그 탑도 내가 이미 찾아 놨어. 답사도 두 번이나 마쳐 놔서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지.”
다섯 여자는 순식간에 의기투합했다.
늘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이런 상황이 오면 늘 언제나 힘을 합쳐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 왔었으니까.
“두고 봐! 이번에 잡히면 아주 바가지 50년 형이야! 죽었어 아주!”
“얼씨구, 막상 만나면 눈물 콧물 다 짜면서 제발 돌아와 달라고 매달릴 년이 매번 말은 잘하는군.”
“벌써 보고 싶어요. 한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은데…….”
“뭘 걱정이세요. 시간은 많은데. 그나저나, 이번에 잡히면 우리 형아 용돈 반으로 삭감해야겠다.”
“자꾸 그렇게 용돈을 줄이니까 가출하는 게 아닐까?”
“그럼 용돈을 반으로 줄이는 대신 방어전 횟수를 두 배로 늘리는 건 어때?”
“그걸 더 무서워할 것 같다.”
“저는 그냥 옆에서 바라만 봐도 좋아요.”
“어휴- 몇십 년째 내숭이세요, 정말?”
“근데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가출하려는 것 같았어.”
“야! 그래 봤자 칼침의 무덤이라니까! 뻔해. 내가 다 지도에 표시해 놨어.”
“아, 거기? 그 바실리스크 한 마리가 지키고 있던 곳? 그놈 저번에 내가 사전 답사 갔을 때 아주 녹신녹신하게 두들겨 패 준 이후부터는 안 나오던데.”
“지도 생각이 있으면 벌써 겁먹고 둥지 옮겼겠죠. 나름 지능 높은 고위마물인데.”
“그나저나, 이제 슬슬 발견할 때도 됐는데?”
“앗, 저기! 보인다!”
수다스러운 여인네 다섯이 사막을 건너 탑으로 간다.
[말년까지 추격을 피해 달아나고 또 달아나야 하는 삶. 외로움과 고독을 곱씹는 말로.] [그러나 너를 쫓는 자들은 너를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끝끝내 네가 있는 곳에 도달할 것이다.] [너는 그들에게서 도망칠 수 없도다. 평생. 영원히.] [보인다. 너를 추격하는 이들의 분노한 표정이. 그들에게 영원히 옭아매이고 속박될 너의 비참한 미래가.]까마득히 오래 전에 누군가가 예언했던 불길한 신탁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최후에는 다섯 조각이 나리라!]진짜 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