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0화(10/466)
[4월 30일 오전 11시 28분]신하율과 백사혁의 대전이 시작되기 2분 전.
“이야, 설마 여기서 신인혁 가주님을 만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VIP쇼룸에서는 신인혁이 한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청색 마탑주.”
“오랜만에 뵙네요.”
청색 마탑주 김강인.
한국에 최초로 마탑을 세우는 데 성공한 한국 최고의 마법사.
50세의 나이로 최연소 8서클에 오른 천재 중의 천재.
그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신인혁에게 인사를 건넸다.
“가주님도 하율 군을 보러 오신 건가요?”
“……그래.”
신인혁은 이 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자신보다 10살 이상 어린 이 남자가 자신과 똑같은 8서클 마법사인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한국이라는 작은 땅덩어리에 마도신가에 대적할 수 있는 마탑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마도신가의 행보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게 마음에 안 든다.
“그러는 자네도 나와 같은 목적인가?”
물론 그런 속내를 표정으로 드러낼 만큼 신인혁은 어리숙하지 않다. 청색 마탑주라는 거물과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
“기사가 너무 자극적이라서 참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저도 모르게 일을 내팽개치고 와 버렸지 뭡니까. 하하하!”
청색 마탑주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쇼룸 밖의 경기장을 바라봤다.
신하율과 백사혁이 서로 위치에 서서 대련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실상은 어떻습니까?”
신하율의 등을 바라보며 묻는다.
“실상?”
“이번 하율 군에 관한 기사 말입니다. 진짜입니까?”
정말 신하율이 부적합자라는 페널티를 극복하고 부활한 것일까.
만약 극복한 거라면 어떤 식으로 극복한 걸까.
부적합자에게도 통하는 새로운 인공지능을 개발한 것일까.
아니면 신하율의 특이 체질을 고친 것일까.
“…….”
신인혁은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할 수 없었다.
신인혁도 지금 이 상황을 100%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 답할 방법이 없었다.
“흠. 말해 줄 수 없다. 이거군요.”
김강인이 신인혁의 침묵을 알아서 해석해 받아들였다.
“뭐, 좋습니다. 어차피 대련은 1분도 안 남았으니까요.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신하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보면 알 수 있다.
8서클 마법사인 김강인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지금부터 H조 2번째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그리고 때마침 경기 시작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두 명이 동시에 쇼룸 너머 신하율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대련 시작!]찰나의 정적 후에 대련이 시작됐다.
그리고 정확히 3분이 흘러.
“……!”
“……!”
김강인과 신인혁.
두 명이 동시에 경악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마법은 대체…….”
신하율을 바라보는 두 명의 눈동자가 마구 요동쳤다.
* * *
현대 마법은 빠르다.
인간이 일일이 손으로 계산해야 할 것도 컴퓨터 프로그램에 넣으면 0.1초 만에 결과가 나오는 것과 같다.
목 뒤에 심어 넣은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마나 ‘수집’에 반응하여 순식간에 결과를 도출. 마법의 ‘발현’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낸다.
이러한 마법의 발전과 함께, 구시대의 마법이 도태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치였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 마법에도 한 가지 약점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단점인지 와닿지 않는다면 게임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게임 속 보스 몬스터들은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정해진 패턴의 공격만을 반복한다.
조금만 더 팔을 뻗으면, 조금만 칼을 더 옆으로 휘두르면 상대를 죽일 수 있을 텐데, 미리 설정된 프로세스는 그걸 허락지 않는다.
현대 마법이 딱 이렇다.
예를 들면 리버스 커터라는 마법이 있다.
[리버스 커터] [최대 사정거리 37.44미터] [최대 속력 117km/h] [비고 – 1회에 한해서 도중 궤도 수정이 가능하다.]현대 마법은 이 정해진 툴을 벗어나지 못한다.
상대가 38미터 밖으로 이동하면 리버스 커터는 절대로 닿지 않고.
1회에 한해서 궤도를 틀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2번째 궤도 수정은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부분 첫 궤도 전환을 피한 뒤, 곧바로 반격할 것을 생각한다.
마치 게임의 패턴 공략법 같은 아주 당연한 법칙이다.
이렇듯 현대 마법은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현대 마법사들의 대결은 일종의 바둑과도 같다.
상대의 수를 얼마나 잘 읽어,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는가.
이게 대인전의 가장 큰 묘미라 할 수 있겠다.
콰아아아앙!
“오오! 또 피했어!”
“신하율 수읽기 미쳤다!”
“벌써 다섯 번째야!”
그리고 이러한 수읽기 싸움은 어려서부터 내 특기 중의 특기였다.
“1서클만으로 날 이긴다고? 주제 파악도 못하는 병신놈.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
백사혁이 소리치며 마나를 움직였다.
앞으로 저 마나는 1초 남짓한 시간이 흘러, 하나의 마법으로 변해 내게 날아들 테지.
그 순간, 내 뇌가 형용할 수 없는 속도로 가속했다.
‘현재 나와 백사혁의 거리는 약 25미터.’
‘현재 내 자세는 앞선 파이어 미사일을 피하느라 무너진 상태.’
‘앞선 다섯 마법의 회피와 시작 전의 1서클 선언으로 인해, 현재 백사혁은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 있다.’
‘관중들의 입에서 사이사이 백사혁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 있는 타이밍.’
‘백사혁의 입장에서 나라는 부적합자를 상대로 무려 다섯 번이나 마법을 썼다는 건 치욕이겠지.’
내 뇌는 특별하다.
비단 부적합자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내 뇌는 특출 났다.
정보 처리 속도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내 뇌는 눈 깜빡할 시간 동안 수십 가지의 생각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한다.
그러니 이런 수 싸움이 특기일 수밖에.
‘이 상황에서 백사혁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거기에 내 뇌는 기억력도 남다르다.
내 머릿속에는 현재 존재하는 모든 ‘오픈 소스 마법’에 대한 정보들이 들어 있다.
이러한 마법 정보와 백사혁의 성격, 현재 상황을 모두 분석했을 때.
‘3서클 마법. 그 중에서도 백사혁의 특기. 익스플로전. 혹은 윈드 템페스트.’
이런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 모자라다.
익스플로전과 윈드 템페스트.
둘 다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즉시 발동형 3서클 마법이다.
둘 중 하나를 특정 짓지 못하면 완벽히 파훼하는 건 무리다.
힌트가 하나 더 필요하다.
나는 백사혁의 신체 주위를 유동하는 마나를 뚫어져라 관찰했다.
‘찰나의 붉은색.’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테너식 마법은 성취에 따라 마나를 볼 수 있게 된다. 1서클의 경우 아주 일순간의 마나를 ‘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아주 찰나였지만, 붉게 빛나는 마나를.
‘결론. 익스플로전.’
백사혁이 준비하는 마법은 3서클 화염 계열 마법 익스플로전이다.
결론을 낸 나는 곧장 마나를 움직였다.
이번 경기가 시작되고, 처음으로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1서클 마법. 워터.’
백사혁보다 0.5초 늦게 발동된 내 마법은 백사혁의 익스플로전보다 빠르게 내 주위를 감쌌다.
“죽어라! 신하율!”
백사혁이 붉게 충혈 된 눈으로 소리쳤다.
동시에 그의 마나가 터져 나왔다.
이제 저 마나는 순식간에 공기중에 작용해, 내 주위에서 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뭐?”
푸시시시시시-!
익스플로전은 발동하지 않았다.
그저 내 신체 주위에 연기만이 피어오를 뿐.
3서클 마법. 익스플로전.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 발화형 스킬. 빠른 발동 속도에 더불어 회피하기 힘든 공간 발화형이라는 특징을 지닌 준수한 공격 마법이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익스플로전은 물로 가득 찬 공간에선 발동하지 않는다.’
익스플로전은 사용할 거라 알고만 있으면 막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워터?”
내 주위에서 몽글거리는 방대한 물의 양을 확인한 백사혁이 인상을 쓰고 중얼거렸다.
“1서클 마법 따위로 내 익스플로전을? 아니, 그보다 지금 너, 그 마법 속도…….”
“왜? 내 마법 발동 속도가 빠르니까 이상해?”
“…….”
경기장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다들 부적합자인 내가 마법을 아무런 영창과 준비 없이 사용했다는 것에 경악한 듯했다.
백사혁도 마찬가지였다.
꽤나 충격을 받은 얼굴이다.
나는 백사혁이 방심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1서클 마법. 윈드 스피어.’
내 손끝에서 1서클 바람 계열 공격 마법. 윈드 스피어가 생성됨과 동시에 백사혁을 향해 날아갔다.
“이 새끼가……! 진짜 1서클 마법 따위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금세 정신을 차린 백사혁이 배리어를 이용해 윈드 스피어를 튕겨냈다.
튕겨 나간 윈드 스피어는 어찌 되던 상관없다는 듯이 배리어를 해제하고 마나를 끌어 올린다.
“마법 좀 쓸 수 있게 됐다고 기어오르지 마라! 이 폐기물 새……!”
푸욱!
그 순간, 백사혁의 어깻죽지에 살벌한 파육음이 울렸다.
“크아악!”
다행히 경기장 내부의 세이프티 설정 때문에 피는 흘러나오지 않았으나, 그에 준하는 고통은 받고 있을 테지.
“너, 이 새끼! 무슨 짓을……!”
백사혁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눈치다.
“모르겠어? 그럼 다시 보여 줄까?”
나는 다시 윈드 스피어를 시전해, 백사혁에게 던졌다.
캉!
백사혁은 또 다시 배리어를 형성해서 내 윈드 스피어를 막아냈다.
백사혁도 학습 능력이라는 게 있는지, 이번엔 배리어를 풀지 않았다.
백사혁의 시선이 튕겨나간 윈드 스피어를 따라 이동했다.
서서히 하늘로 치솟는 윈드 스피어.
윈드 스피어가 일정 높이까지 올라간 바로 그때.
“저, 저게!”
윈드 스피어가 공중에 멈췄다.
그리곤 휘리릭 돌면서 창끝을 다시 백사혁에게로 향했다.
쒜에엑!
그리고 격발.
카앙!
물론 이번 윈드 스피어는 백사혁의 배리어에 막혀 소멸했다.
“윈드 스피어가…… 튕겨난 뒤에 다시 공중에서 재 격발…?”
“잘 봤네.”
백사혁의 눈이 혼란으로 떨렸다.
“윈드 스피어 따위가 이중 격발 특성을 지니고 있을 리가…….”
내 윈드 스피어는 특별하다.
아니, 윈드 스피어만이 아니다.
내 ‘마법’은 특별하다.
“이번엔 네 개야.”
나는 이번엔 네 개의 윈드 스피어를 시전했다.
내 머리 위에 두둥실 떠오른 윈드 스피어가 백사혁을 향해 날아갔다.
백사혁이 빠르게 배리어를 생성해 윈드 스피어를 막았다.
그러나.
푸우우욱-!
“크아악!”
백사혁이 막은 건 세 개의 윈드 스피어 뿐이었다.
백사혁의 배리어를 피해, 뒤쪽으로 궤도를 틀어 등 뒤를 노린 윈드 스피어는 피하지 못했다.
“어, 어떻게 하나의 윈드 스피어만 궤도를……!”
“의문을 품는 건 좋지만.”
고통에 신음하는 백사혁을 바라보며 비아냥댔다.
“아직 세 발 남았는데 그렇게 멍 때려도 되겠어?”
“……!”
백사혁이 곧장 정신을 주위를 훑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튕겨 나간 윈드 스피어가 다시 창끝을 백사혁에게 내밀고 있었다.
백사혁이 곧장 자리를 피했다.
‘현대 마법에서 발동된 마법이란, 이미 쏘아진 총알과도 같은 것.’
이미 궤도 지정을 마친 윈드 스피어의 궤도를 또 다시 바꾸는 건 마도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백사혁은 도주를 택한 것이리라.
“좋은 판단이긴 한데.”
근데 그건 현대 마법의 상식일 뿐.
바이테너식 마법을 구사하는 내게는 통하지 않는 상식이다.
“뭣!?”
내 의지와 함께, 공중에 장전되어 있던 윈드 스피어가 다시금 궤도를 틀었다.
노리는 곳은 백사혁이 몸을 옮기고 있는 장소다.
‘저 정도 거리를 꿰뚫는 건, 지금 윈드 스피어가 품고 있는 마나론 부족해.’
그렇기에 나는 윈드 스피어 세 개를 합치기로 했다.
‘합쳐져라.’
순식간에 하나가 된 윈드 스피어는 순식간에 백사혁을 향해 날아갔고.
푸우우우욱!
“크아아아악!”
백사혁의 배에 명중했다.
“마, 마법이 도중에 융합? 이게 무슨…….”
이게 바이테너식 마법의 무서움이다.
현대 마법의 근간을 완전히 흔드는 자유로운 마법.
상대의 ‘상식’은 내 마법 앞에선 단점으로 치환될 뿐이다.
‘윈드 스피어의 특성을 떠올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한번 튕겨낸 직후에 배리어를 풀어 버린 백사혁처럼.’
잘못된 정보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그게 내 바이테너식 마법의 무서움이다.
백사혁이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새끼! 마법 속도도 그렇고…… 대체 무슨 사술을 썼길래 1서클 마법 따위가 이딴……!”
고통에 한껏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리친다.
“1서클 따위라.”
나는 픽 웃었다.
“1서클을 너무 무시하네.”
1서클도 1서클 나름인 법인데.
“사혁아. 그거 알아?”
웃으며 하반신에 마나를 집중시켰다.
“사람을 죽이는 데, 거창한 칼은 필요 없어.”
동시에 지면을 박찼다.
순식간에 백사혁의 옆까지 도달한 나는 인피니티 서클의 남은 마나를 방출하며 말했다.
“볼펜 하나로도 사람은 죽어.”
“또 무슨 헛소리를…….”
백사혁이 곧장 마법을 사용하려 했으나.
내 마법 시전 속도는 백사혁에 비할 바가 아니다.
‘1서클 마법. 워터.’
방출된 마나는 이내 사람 머리만한 물방울이 되었고.
“읍! 커헙!”
몽글몽글-
백사혁의 얼굴을 정확히 감싸기에 이른다.
“마법도 마찬가지야.”
숨을 쉴 수 없게 된 백사혁이 다급하게 입과 코 부분을 긁어댔다.
“사람을 죽이는 데, 거창한 마법은 필요 없어.”
나는 몸을 떠는 백사혁의 어깨를 짚어, 그대로 바닥에 눌러 앉혔다.
“세이프티 존? 신체를 보호해 주는 결계 마법 같은 건, 아무 의미도 없어.”
여전히 숨 쉴 수 없는 괴로움에 몸서리를 치는 백사혁의 귓가에 대고 중얼거렸다.
“사람은 워터 하나로도 손쉽게 죽어.”
“읍! 꺼거걱! 크허억!”
정확히 기관지를 막힌 백사혁이 마구 몸서리를 쳤다.
“지금 너처럼.”
동시에 백사혁의 몸에서 점점 힘이 빠져 간다.
30초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안색이 파리하다.
이 이상 워터를 유지하면 정말 죽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나는 가볍게 워터를 해제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상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교관님을 향해 말했다.
“교관님. 이 이상 싸울 필요 있습니까?”
“……아, 크흠.”
멍하니 날 바라보던 교관님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대련 종료! 승자! 신하율!”
교관님의 승자 선언과 함께, 찰나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정확히 3초가 흘러.
“와아아아아!”
“대박! 방금 봤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윈드 스피어 무엇?”
“순간 리버스 커터인 줄.”
“진심 개소름.”
“시발. 진짜 1서클 마법만으로 백사혁 바른 거 실화야?”
나는 그 환호성의 중심에서 웃었다.
“……오랜만이네. 이런 기분.”
1년만에 맛보는 승리와 환호성의 맛은 제법… 아니, 꽤나 감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