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0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00화(100/466)
올림피아드 관리 본부 대회의실에서는 열띤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너무 조용하기에 아예 마음을 접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역시는 역시군요.”
“제가 말했잖습니까. 흑마법사 놈들이 그렇게 쉽게 포기할 리가 없다고.”
“그런 놈들인 건 십분 알고 있었습니다만, 설마 이 정도 경비의 수를 보고도 그렇게 당당하게 습격을 감행할 줄은…….”
회의의 주제는 1시간 전에 발생한 습격 사건에 대한 것.
이 습격 사건을 통해 흑색 마탑의 목적을 추측하고, 그에 따른 대비를 하기 위한 회의였다.
“바퀴벌레보다 징한 놈들……. 대체 어디서 그렇게 알을 까고 있는 건지…….”
“그러게 말입니다.”
다만, 아직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된 건 아니었다.
갑작스런 소집이기에 아직 모든 멤버가 도착한 게 아니기에 지금은 대기 중인 상태다.
대기 중에 아는 면면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하고 있을 뿐.
“경비 2팀과 3팀의 상태는?”
회의 참석자들의 잡설 아닌 잡설을 들으며, 올림피아드의 경비 총괄을 맡은 경비대장이 슬쩍 자신의 부하에게 물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습니다.”
“그건 천만 다행이군.”
절반 이상이 다쳤고, 5명이 중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놈들은 소탕했나?”
“……아쉽게도 소탕에는 실패했습니다. 습격자들 중 절반가량이 도주했습니다.”
“추격은?”
“추격팀을 편성해서 추적에 들어선 상황입니다. 아직 추가적인 소식이 들어 온 것은 없습니다.”
“그렇군. 뭔가 추가로 소식이 들어오면 바로 전달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침과 동시에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회의에 소집된 마지막 한 명이 도착한 것이다.
“오셨군요.”
경비대장이 지금 막 도착한 남자, 신인혁을 반겼다.
“늦은 건가?”
“아니요. 그럴 리가요. 자,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경비대장의 어조는 매우 정중했다. 경비대장은 7서클 유저임에 반해, 신인혁은 8서클 유저.
서클이 일종의 계급을 정하는 마법사들의 사회 구조상, 존대하는 건 당연했다.
그게 아니라도 신인혁이 10살 이상 나이가 많기도 하고.
“그럼 모두 모이셨으니,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경비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향했다.
불이 꺼지고, 회의실 앞, 홀로그램 스크린에 영상이 떠올랐다.
“다들 아시겠지만, 1시간 전. 저희 경비원들이 흑마법사들에게 습격을 받았습니다.”
“습격자가 흑마법사란 건 확실한가?”
누군가가 물었다.
일단 짚고 넘어갈 것부터 짚고 넘어가자는 표정이다.
“네. 확실합니다.”
CCTV를 통해 촬영된 현장의 영상이 송출되었다.
“이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습격자들은 흑마법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10명 모두가요.”
“그렇군.”
한두 명이면 모를까, 습격자 전원이 흑마법을 사용했다.
이번 습격의 배후는 흑색 마탑이라는 건 확실했다.
“놈들이 경비팀을 습격한 이유는 밝혀졌나?”
이번엔 신인혁의 질문이었다.
“네. 그것도 밝혀졌습니다.”
경비대장이 페널을 조작해 스크린에 다음 자료를 띄웠다.
“일단, 습격자들 중에 정신 마법을 다루는 자가 껴 있었습니다.”
“……쯧.”
정신 마법.
흑색 마탑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 쓰레기 같은 마법의 언급에 참가자 13명의 인상이 동시에 찌푸려졌다.
“놈들은 이 정신 마법으로 대원들의 정신을 조작하려 했습니다. 여기, 이게 정신 조작 마법에 피해를 받은 대원의 상태를 분석한 자료입니다. 여기 이 부근을 보시면…….”
“암시가 걸려있군.”
신인혁의 말에 경비대장의 눈이 다소 커졌다.
이걸 자료만 보고 바로 알아 챌 줄은 몰랐다. 신인혁은 이쪽 관련으로도 꽤나 밀도 높은 지식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다.
“네. 맞습니다. 신인혁 가주님의 말대로 암시가 걸려 있습니다. 아쉽게도 어떠한 암시가 걸려 있는지까진 알 수 없습니다만…….”
“굳이 무슨 암시를 걸었는지까지 알 필요는 없지. 암시를 걸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놈들이 올림피아드에서 뭔가를 하려고 한다는 건 확실하니.”
시중일관 조용히 무게를 잡고 있던 남성.
스테어트가의 현 당주이자, 아델라의 외삼촌인 론 스테어트가 말했다.
“네. 론 가주님의 말씀대로, 놈들이 노리는 게 올림피아드라는 게 거의 확실시 됐습니다.”
“과연. 경비에게 암시를 걸어, 추후 테러를 할 때 내부의 붕괴를 꾀하려 했다. 이건가.”
“네. 그렇습니다.”
그게 아니고서는 굳이 경비대원들에게 암시를 걸 이유가 없다.
“그나저나 암시 마법에 걸렸다는 건 용케도 알아챘군.”
“흑색 마탑 전문 처리반을 미리 불러 둔 게 주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과연 흑마법사 전담 사냥개가 나섰나.”
“예. 그녀가 대원들에게 걸려 있는 암시 마법에 대해 눈치 챘습니다.”
“여전히 대단한 안목과 실력이군.”
신인혁을 포함한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감탄했다.
“쯧. 그딴 복수귀에게 의지하다니.”
그러나 몇몇 참가자들은 대놓고 불만을 표했다.
흑마법사 전문 사냥개라 불리는 인물의 호불호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무튼 이것으로 놈들의 목적은 확실해 졌습니다.”
한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필연이다.
올림피아드 운영진으로 변장하고 있던 흑마법사에 이어, 이번 습격 & 암시까지.
흑색 마탑의 목적은 올림피아드다.
“놈들이 올림피아드를 노리는 이유는? 경기장에 딱히 귀중한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한 참가자가 물었다.
흑색 마탑은 사상범이 아니라, 이윤을 쫓는 범죄 기업이다.
그런 놈들이 굳이 돈도 안 되는 올림피아드를 습격할 이유가 있을까.
그것도 이 정도의 경비를 뚫고 말이다.
“그건…….”
“납치.”
경비대장의 말을 끊고, 신인혁이 말했다.
“놈들의 목적은 인체 실험의 재료 충당을 위한 유망주들의 납치다.”
론 스테어트의 표정이 유독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대회에 자신의 여동생의 딸인 아델라가 참가하고 있는 만큼, 분노가 컸다.
“인체 실험의 재료 충당이라. 확실히 놈들이 할 법한 일이긴 합니다만. 너무 비약적인 결론 아닙니까? 증거도 없이 그저 올림피아드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결론을 내기엔…….”
“증거는 있다.”
김석현이 남자의 말을 끊으며 주머니에서 USB하나를 꺼냈다.
그리곤 경비대장에게 건넸다.
경비대장은 곧바로 해당 USB를 연결해, 내부의 파일을 열었다.
“최근 흑색 마탑이 관여된 사건들 중, 청소년 이하의 납치에 관련된 사건들을 묶어 둔 자료다. 보면 알겠지만, 최근 3년 사이에 그 숫자가 배가 됐지.”
신인혁이 경비대장에게 다음 자료로 넘기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경비대장이 바로 다음 자료를 띄웠다.
“그리고 이건, 놈들의 인체 실험 현장을 덮쳤을 때 얻은 연구 일지다. 보면 알겠지만 여기 이 문장…….”
모두의 눈이 화면 속 마지막 문장으로 향했다.
“역시 평범한 마법사로는 평범한 결과밖에 낼 수 없다. 조금 더 질 좋은 재료가 필요하다.”
론 스테어트가 혐오를 씹어 삼키듯이 말했다. 그저 있는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 입이 썩어 들어가는 것만 같다.
“더 말 할 필요 있나?”
납치 사건 횟수의 증가.
연구 일지의 내용.
거기에 올림피아드를 끼워 넣으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아니, 이거 외에 다른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단숨에 무거워졌다. 다들 생각이 많아 보인다.
그중 경비대장의 표정이 유독 심각했다.
‘놈들의 목적이 유망주라는 건 여러모로 곤란하다.’
만에 하나 흑색 마탑이 유망주들을 납치하는 데 성공이라도 하는 날에는 그땐 올림피아드도 끝이다.
올림피아드는 각국의 신뢰를 잃고 그대로 몰락의 길을 걸을 테지.
그건 피해야 한다.
“학생분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경비를 더 늘려야겠군요.”
올림피아드 경비의 수가 더 늘어난 순간이었다.
* * *
김석현이 방을 떠나고.
나는 미미르의 샘에서 미미르에게 김석현에게 들은 얘기를 전했다.
“뭐, 대충 이런 상황이라고 해.”
조용하던 흑색 마탑이 드디어 움직임을 보였고, 놈들의 목적이 확실해 졌으며, 그걸 막기 위해 경비를 추가로 충당하기로 했다.
뭐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얘기였다.
“대회 중지 같은 건?”
“안 하겠지. 이렇게 호황인데. 당장 경비원들 외에 피해를 입은 사람도 없고.”
“……그래.”
미미르의 표정이 싸늘했다.
뭔가 걱정이 많은 표정이다.
아마 흑색 마탑이 날 노린다는 것에 걱정을 품고 있는 것이리라.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제 아무리 놈들이라고 해도 이 정도 경비를 뚫고 뭔가 일을 저지르는 건 불가능해. 내 신변에 위험이 생길 일은…….”
“그걸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야.”
미미르가 내 말을 끊으며 말했다.
“계승자의 신변이 안전하단 건 나도 충분히 알고 있어.”
아버지와 청색 마탑주.
그리고 밀착 호위를 하고 있는 김석현과 그림자.
만에 하나 올림피아드 경비가 뚫리는 한이 있더라도, 내 몸은 안전하다.
미미르도 내 몸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다는 건 알고 있으리라.
“그럼 왜 그런 표정이야?”
“걸리는 게 좀 있어서.”
“……걸리는 거?”
“어.”
미미르가 주위에 적당히 쌓아 둔 책 더미를 뒤졌다.
미미르의 부탁으로 내가 준비해 둔 외부의 책들을 모아 둔 책 더미였다.
미미르는 그 책 더미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오늘 갓 배부된 후반부 올림피아드 일정 및 계획, 정보가 담긴 안내 책자였다.
“흑색 마탑의 목적은 인체 실험 재료 충당을 위한 유망주들의 납치라고 했잖아?”
“어. 일단은 그렇게 추측 중이야.”
처음엔 단순히 정황상 그런 게 아닐까 싶었을 뿐이지만, 막상 조사해 보니 증거가 꽤 많이 나왔다. 당장 조금 전 석현 아저씨에게 받은 서류에도 꽤나 그럴싸한 자료들이 많았고.
“근데 그게 이렇게 수많은 경비를 뚫으면서까지 꼭 해야 하는 일일까?”
미미르가 안내 책자를 한 장씩 넘기며 넌지시 물었다.
“작년까지의 평범한 경비였다면 그야 뚫을 만했을 수도 있어. 뚫는 노력 대비 이득이 컸을 수도 있지. 근데 올해는 경비가 배 이상 늘었단 말이야?”
미미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정확해.”
요컨대 흑색 마탑 입장에서 이번 습격은 손해라는 말이다.
“나라면 굳이 지금을 노리기보단 각 국의 유망주들이 자신의 나라로 복귀한 뒤를 노릴 거 같은데.”
이 정도 경비를 뚫고 유망주들을 납치해 가려면 어지간한 인력으론 안 된다. 아마 전력을 다해도 될까 말까일 테지.
현재 올림피아드 경비는 그 정도 수준이다.
확실히 미미르의 말대로 이 경비를 뚫고 유망주들을 납치하는 것보다 각국으로 흩어진 유망주들을 따로따로 납치하는 게 더 쉬울 것이다.
“이렇게 일을 허술하게 처리하는 것도 뭔가 걸리고.”
“놈들의 일처리가 허술하다는 건 나도 동의해. 실제로 나도 그것 때문에 꽤 길게 고민했었고.”
일 처리가 허술하다는 말에는 십분 공감한다.
운영 위원으로 위장하고 있던 스파이가 걸린 거나, 이번에 경비팀의 습격이 쉽게 막힌 거나.
치밀함의 끝판왕이나 다름없는 흑색 마탑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허술함이었다.
“근데 올림피아드에 놈들이 노릴 만한 건 사람 말곤 없어.”
올림피아드 경기장에 뭐 값비싼 물건이 보관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놈들이 노릴 만한 건 달리 아무것도 없다.
“놈들이 레지스탕스면 모를까. 대의나 명분을 위해서 올림피아드에 테러를 벌일 놈들도 아니고.”
흑색 마탑은 철저한 비즈니스 범죄 단체. 돈을 쫓는 범죄 기업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테러를 할 리가 없다.
“그냥 유망주의 납치가 절실한 상황이 아닐까.”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건 이쪽의 생각이고.
흑색 마탑 입장에선 지금 이 엄중한 경비를 뚫고서라도 유망주를 납치하는 게 수지타산에 맞는 상황일 수도 있다.
“아니. 사람 외에 놈들이 눈독 들일만한 거. 있어.”
안내 책자를 차례차례 넘기던 미미르가 어떠한 페이지를 펼치고 손을 멈췄다.
그리곤 내게 해당 페이지를 내밀었다.
“올림피아드 MVP에게 주는 부상(副賞).”
오늘 저녁에 해설자들을 통해 처음으로 공지된 MVP에게 지급되는 부상(副賞)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는 페이지였다.
“정상의 휘석. 난 이게 놈들의 목표라고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