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0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03화(103/466)
그날 밤.
자신의 숙소로 돌아 온 김강인은 밀린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여기, 이걸로 마지막입니다.”
정수아가 마지막 서류를 건넸다.
“벌써 끝이야?”
“네. 끝입니다.”
중요한 일은 거의 다 처리해 뒀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애초에 김강인의 철두철미한 성격 상 일이 많이 몰릴 수가 없다.
청색 마탑 발족 이후로 계속 비서 일을 하고 있지만, 여태껏 청색 마탑의 업무가 밀린 걸 본 적이 없다.
야근은 간혹 있었지만, 그 또한 돌발 상황에 생긴 것들 뿐.
김강인은 업무가 밀릴 것 같으면 애초에 추가로 일을 만들지 않는 타입이다.
업무가 밀릴 수가 없는 환경이다.
“자. 여기.”
김강인이 마지막으로 검토를 마친 서류를 정수아에게 건넸다.
“수고하셨습니다.”
정수아가 서류를 품에 안고 고개를 숙였다.
“수고는 네가 더 했지. 미안해 이 시간까지 일하게 해서.”
현재 시간은 오후 12시 22분.
한참 전에 쉬러 갔어야 할 시간이다.
“아닙니다. 그만큼 낮에는 편하게 쉬었으니까요.”
이런 장기 출장 임무 때 근무 시간의 변동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럼 다행이고.”
“……낮에 쉬었다고 하면 보통 혼내지 않습니까?”
“혼을 왜 내?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데.”
“보통은 혼냅니다.”
보통 회사의 상사라면 낮에 쉬었다는 부하직원의 말에 언짢은 반응을 보이는 법이다.
당연하다. 야근은 야근이고. 근무는 근무. 야근을 한다고 해도 낮에는 근무하는 게 당연한 거니까.
“그래? 음.”
김강인이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아카데미 졸업 이후 줄곧 해외를 전전한 김강인에게 한국식 회사 문화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모르겠다.”
결국 생각하기를 포기한 김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4시간 정도 업무 처리를 했더니 몸이 다소 찌뿌둥하다.
“차라도 내 올까요?”
“아니. 괜찮아. 내가 타 먹을 게. 늦었는데 어서 들어가서 쉬어.”
김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호텔방 한편의 부엌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냥 앉아 계십시오. 제가 타 드리겠습니다.”
그런 김강인을 정수아가 만류했다.
“저 비싼 찻잎을 그냥 버리는 꼴. 저는 못 봅니다.”
“……내가 손대면 버리는 거야?”
“네. 마법 외에는 괴멸적으로 아무것도 못 하시잖습니까.”
“…….”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집게를 잡는 것도 정수아다.
김강인의 유능함은 회사와 마법과 같은 전문적인 일에만 발휘될 뿐. 그 외에 일상생활 쪽은 정말 괴멸적이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찻잎을 끓이는 것 정도는…….”
“됐으니까 앉아 계십시오.”
정수아가 김강인을 억지로 앉히고 호텔방 한편에 미리 준비해 둔 찻잔과 찻잎을 꺼냈다.
“스승님께 차를 대접하는 것 정도는 근무라고 치지도 않습니다.”
마탑주님이 아니라 스승님.
정수아가 사적인 자리에서 김강인을 부르는 호칭이었다.
“……그래.”
김강인이 다시 자리에 앉아, 픽 웃었다. 그리곤 따스한 미소로 차를 끓이고 있는 정수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회사에서 다른 애들한테도 그래?”
“목적어를 붙여 주십시오.”
“아니. 다른 애들한테도 이렇게 귀엽게 구는 건가 싶어서.”
김강인이 능글맞게 웃었다.
정수아가 슬쩍 고개만 돌려 김강인을 바라봤다.
“……한 마디만 더 하시면 저 이대로 돌아갈 겁니다.”
눈빛이 살벌하다. 괜히 장난 쳤다간 뼈도 못 추스를 것 같은 강한 누님 포스가 풍긴다.
물론 그 정도 기세에 물러설 김강인이 아니었으나.
“어이쿠. 그건 안 되지.”
정수아의 차를 마실 수 없는 건 좀 그렇다. 김강인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장난기를 가라앉혔다.
그리곤 조용히 정수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우우우우우우웅-!
마나가 요동치는 감각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거친 마나의 유동.
김강인의 머리에 경종이 울렸다.
그리고 그 직후.
쨍그랑!
호텔을 감싸고 있는 결계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김강인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테라스로 나섰다.
“이건…….”
테라스 밖.
결계의 파편. 마나의 잔해가 깨진 유리 파편처럼 자유낙하하고 있었다.
캬아아아아아아-!
마나의 파편 사이로 중후한 체구의 새 한 마리가 거대한 날개를 퍼덕였다.
“……블랙 벨 와이번.”
하늘의 제왕이라 불리는 와이번들 중에서도 최강이라 불리는 개체.
용족 와이번과에 속해 있는 S랭크 2티어 몬스터.
블랙 벨 와이번.
그놈이 김강인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그리고.
쿠오오오오!
다짜고짜 브레스를 쏘았다.
용족에 속해 있는 몬스터들의 필살기. 브레스.
블랙 벨 와이번 정도의 몬스터가 발한 브레스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저 공격을 직격으로 맞으면, 김강인은 물론 이 호텔까지 재로 화할 것이다.
잔해조차 남지 않을 테지.
막아야 한다.
‘수류(水流).’
브레스가 발해지는 것과 동시에 김강인의 마나가 요동쳤다.
김강인의 여덟 서클을 일주한 마나가 빠르게 주위 마나와 어우러져 물방울이 되었다.
그리고 곧.
‘명경지수(明鏡止水).’
호수가 되었다.
30층짜리 호텔을 모두 커버할 만큼 거대한 수량(水量).
“와우!”
누군가가 그 압도적인 위용에 놀란 듯, 허공에서 탄성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직후.
콰아아아아앙-!
폭음이 울렸다.
바다에 폭탄이라도 떨어져 내린 것만 같은 굉음.
막으려는 물줄기와 뚫으려는 검은 브레스.
그 사이로 검고 푸른 마나의 폴리곤이 흩날렸다.
그 충격이 얼마나 거센지, 대기는 물론 대지까지 요동쳤다.
건물 전체가 떨리며, 곳곳에 비명소리가 난무했다.
그렇게 약 3초의 시간이 흘러.
쿠우우우…….
소리가 멎어갔다.
블랙 벨 와이번의 브레스가 기세를 잃고 소멸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모든 브레스가 소멸했을 때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렸다.
“멋진데? 반하겠어.”
블랙 벨 와이번의 뒤에서 울려 퍼지는 갈채.
아까 전 들린 탄성의 주인공.
“초면이지? 반가워. 청색 마탑주.”
짧은 스포츠머리와 험악한 인상이 도드라지는 동양인.
흑색 마탑의 간부 퍼레이드.
“널 제거하러 왔어.”
몬스터 테이머.
그가 그 이명처럼 괴물 같은 미소를 지었다.
* * *
―금일 오후 12시 34분. 미국 파크 인 벨란티 호텔에 몬스터의 습격이 발생했습니다.
TV에서 아나운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몬스터의 습격이 아닙니다. 무려 블랙 벨 와이번을 포함한 50마리가 넘는 와이번 떼의 습격이었습니다.
사건 당시를 촬영한 영상.
주위 CCTV를 비롯한 호텔 내 감시 카메라에 찍힌 현장 영상이 송출되었다.
하늘을 가득 채운 A~B급의 다양한 와이번들과 그 중심에 우뚝 서 있는 S랭크 블랙 벨 와이번.
작은 나라 하나를 통째로 멸망시킬 수도 있는 막강한 전력.
그런 전력이 호텔 주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화면 너머로 보고 있음에도 무심코 등에 식은땀이 날 정도다.
―이 몬스터들의 습격을 막아 낸 것은 당시 호텔에 투숙하고 있던 청색 마탑의 마탑주. 김강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압권인 건 따로 있었다.
그런 몬스터들의 떼를 막고 있는 방대한 물.
그 수량(水量)이 얼마나 방대한지, 마치 하늘이 바다가 된 것 같은 착각마저 일었다.
―과연 세계에서 50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 전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청색 마탑주의 전투는 바야흐로 압권이었습니다.
수십 마리 와이번의 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하늘의 바다.
김강인의 비전 마법 수류(水流)는 그 어떠한 습격도 용납하지 않았다.
―청색 마탑주의 분투 덕분에 사상자는 0명. 수 만 명이 죽을 수도 있었던 끔찍한 참상을 아무런 인명 피해 없이 막아냈습니다.
마치 물에 의지가 깃든 것만 같았다.
따로따로 움직이는 와이번들에게 각각 대응하는 것은 물론, 파손된 호텔의 잔해를 막아내고, 잔해에 깔릴 법한 시민들까지 완벽하게 보호했다.
그러면서도 블랙 벨 와이번의 발까지 확실히 묶고 있다.
말 그대로 신기.
신의 기술이었다.
―이런 청색 마탑주의 전투는 정확히 7분 23초. 적색 마탑주의 지원이 오기 전까지 이어졌는데요.
화면 속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던 바다 사이로 화염이 일렁였다.
적색 마탑의 상징인 청염.
초열지옥이 뿜어내는 화염이 김강인의 수류 위를 가득 채웠다.
달리아 살렌티아의 청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도적인 화력과 크기.
그것이 와이번들을 확실히 하나씩 불태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적색 마탑주의 합류로 사건은 피해없이 마무리가 됐습니다.
영상은 여기서 끝이었다.
―끔찍한 참상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사건을 사망자 0명으로 완벽하게 막아 낸 청색 마탑주님과, 빠르게 지원을 와 주신 적색 마탑주님께, 미국의 시민으로서 무한한 감사를 보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나운서가 감동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순간.
지이이잉-!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수아와 제임스 필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곧바로 뉴스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강인 님의 상태는 어떤가요?”
내 질문에 정수아가 다소 안심한 표정으로 답했다.
“……일단 고비는 넘겼습니다.”
뉴스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강인은 오늘 블랙 벨 와이번 습격 때 큰 상처를 입었다.
딱히 블랙 벨 와이번을 이길 수 없었던 건 아니다.
S급 2티어 몬스터라고 해도 8서클 마법사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만약 김강인이 혼자였다면, 블랙 벨 와이번이던, 와이번 떼던 아무렇지도 않게 토벌했을 것이다.
“자기 나라도 아니면서 무리하기는……. 멍청한 놈. 자기 몸이나 잘 지킬 것이지…….”
김강인이 부상을 입은 이유는 그가 시민들의 안위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호텔 내에 묵고 있는 523명의 투숙객들을 지키기 위해 방어에 전념하고, 보호에 몰두하고, 안전에 유의했다.
그 결과 김강인 자신의 수비에 소홀해 질 수밖에 없었고, 그게 결국 부상으로 이어졌다.
“적색 마탑주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적색 마탑주님이 바로 와 주시지 않으셨다면…….”
만약 적색 마탑주가 10초만 더 늦게 도착했다면, 김강인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사태는 그 정도로 심각했다.
“……감사는 됐다. 난 감사받을 처지가 아니야.”
제임스가 여전히 분노한 표정으로 답했다. 꽉 쥐고 있는 양 주먹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자신의 친우인 김강인의 부상에 극도로 분개하고 있었다.
“그럼 난 일단 가보겠다.”
“회의장으로 가시는 건가요?”
“그래.”
오늘 습격의 주범이 흑색 마탑이라는 건 제임스는 물론 대부분의 고위 인사들은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 대응 회의가 열린 상태다.
제임스는 그 회의에 늦게나마 참석하러 갈 생각인 듯하다.
“감히 12마탑에게 도전장을 내민 괘씸한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어…….”
참고로 오늘 습격의 주범이 흑색 마탑이라는 건 뉴스에 공개하지 않았다. 일개 범죄 집단이 그 정도의 몬스터를 사역할 수 있단 걸 알릴 수도 없었을 뿐더러.
이런 도심의 중심에서 테러를 벌였다는 걸 알릴 수도 없었다.
“강인이를 잘 부탁하마.”
“네. 스승님에 대한 건 맡겨주십시오.”
정수아가 다시금 고개를 꾸벅 숙이고, 제임스가 곧장 몸을 돌렸다.
그리고 병원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바로 그때.
“적색 마탑주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내 말에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제임스가 다시 몸을 돌려 나를 향한다.
“할 말이 있다고?”
적색 마탑주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가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
그는 내가 초열지옥을 사용한 걸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시간이 없다. 중요한 얘기가 아니라면…….”
“중요한 일입니다.”
나는 진솔 된 표정으로 그와 똑바로 눈을 맞췄다.
“흑색 마탑의 진짜 목적이 뭔지 알아냈습니다.”
이번 습격으로 확실해졌다.
“…….”
제임스의 눈이 가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