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1화(11/466)
현재 시간은 오후 6시 47분.
방금 전 6시 30분에 치러진 경기를 끝으로 4월 30일의 예정된 대전이 모두 끝났다.
“3전 3승.”
오늘 난 총 3번의 경기를 치렀고, 3번 다 승리했다.
당연한 승리였다.
3서클 마법사인 백사혁도 이겼는데, 2서클 마법사를 상대로 질 리가 없었다.
“하율아!”
돌연 순찬이가 내 방에 다급하게 달려왔다.
방금 전 전투를 치르고 온 사람처럼 복장이 엉망이다.
“이겼어?”
실제로 순찬이는 방금 전 마지막 시합을 치르고 왔다.
“어? 어. 이겼지.”
나는 적당히 순찬이에게 스포츠 드링크를 건넸다.
“아, 땡큐.”
순찬이가 꿀꺽꿀꺽 드링크를 원샷하고는 ‘푸하’ 소리를 내며 감탄했다.
“고생 좀 했나 보네.”
“어. 마지막 상대가 같은 3서클 유저라서…… 아니, 그보다!”
순찬이가 내 양 어깨를 잡고 두 눈을 빛내며 물었다.
“너, 그 마법 뭐야?”
“뭐가?”
“시치미 떼지 말고. 오늘 사용한 마법들 뭐냐고.”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내 어깨를 흔든다.
“윈드 스피어가 무슨 리버스 커터처럼 두 번 격발해?”
참고로 리버스 커터는 3서클 풍 속성 마법이다.
특징은 말 그대로 리버스.
쏘아진 뒤에 다시 방향을 전환해서 재격발하는 특징을 지녔다.
“궤도도 자기 마음대로지, 심지어 마법이 합쳐지기까지. 대체 뭐야?”
“글쎄. 뭘까.”
“아, 쫌!”
순찬이가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큭큭.”
순찬이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내 마법은 현대 마법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마법이다.
꺾여선 안 되는 윈드 커터가 꺾이고.
파이어 볼은 나아가선 안 되는 거리까지 날아가며.
워터는 생성된 뒤에도 내 손발처럼 자유롭게 움직인다.
인공지능의 정형화된 마법을 사용하는 현대 마도학의 기준에선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짓을 한 것이다.
“아니, 애초에 그 마법 발동 속도는 뭐야?”
“이거?”
나는 대수롭지 않게 손 위에 물방울을 띄웠다.
당연히 캐스팅 시간은 0초.
아무런 타임렉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그거! 나도 워터를 만드는 데 0.5초는 걸리는데. 무슨 마법이 그렇게 빨라?”
“그러게.”
나는 적당히 대꾸하며 워터를 캔슬했다.
“너. 불법 개조 인공지능 같은 거 산 건 아니지? 어디 봐.”
순찬이가 내 목을 확인했다.
정확히는 목 쪽의 인공지능 넘버가 적혀 있는 바코드를 확인하는 것이다.
“……없네?”
“그런 게 어딨어 인마.”
당연히 내 목에 인공지능 넘버 같은 건 없다.
인공지능이 없는데 어떻게 인공지능 코드가 있겠어.
“……그럼 진짜로 인공지능 없이 그런 마법을 썼다고?”
“그래.”
“순전히 네 힘만으로 쓴 마법이라는 거지? 뭐 불법 도핑 같은 거 한 것도 아니고?”
“불법 도핑은 무슨.”
“진짜지?”
“아 놔. 이놈이 속고만 살았나.”
사람 말을 못 믿어.
“저번에 말했잖아. 작은 깨달음이 있었다고.”
“아, 새로 얻었다는 고서?”
“어. 그거. 그걸 통해서 작은 성취가 있었거든. 이번 마법은 그 성취 덕분이야.”
“그 성취가 뭔데?”
“궁금해?”
“어. 미친 듯이.”
“그럼 귀 대 봐.”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순찬이의 귀에 손짓했다.
덩달아 심각해진 순찬이가 내게 귀를 가까이 댔다.
“뭐냐면…….”
순찬이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매우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짧게 뜸을 들이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밀이야.”
“야, 이!”
순찬이가 순간 짜증이 확 치솟은 표정과 말투로 소리쳤다.
“크크크.”
나는 그런 순찬이를 바라보며 껄껄 웃었다.
“농담이고. 알려 줄게.”
나는 적당히 다리를 꼬고 앉아, 적당히 답했다.
“애초에 별로 대수로운 것도 아니고.”
물론 바이테너식 마법에 대한 얘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비전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할 만큼 나는 멍청하지 않다.
공개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
고로, 나는 계획한 대로 이렇게 말했다.
“나 네 번째 서클 엮었어.”
“……뭐?”
순찬이가 순간 뭘 잘못 들었나 싶은 표정으로 귀를 후빈다.
“다시 말해 줄래? 뭐라고?”
“4서클 됐다고.”
“……리얼로?”
“너, 오늘 따라 그 진짜로? 리얼로? 라는 말만 계속 한다?”
진짜로 봇(bot)이신가.
“아니, 야. 내가 이런 말을 안 하고 배겨?”
넋이 나간 순찬이가 멍한 표정으로 묘한 말만 반복한다.
“지금 시기에 4서클이면, 역대 마탑주님들이랑 맞먹는 기록이잖아.”
“그렇다더라?”
“그렇다더라? 너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와,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순찬이가 헛웃음을 연달아 터트렸다.
“아니, 근데 그 4서클이랑 네가 썼던 마법이 무슨 상관인데? 4서클이 됐다고 마법이 빨라지는 건 아니잖아.”
“빨라져.”
“……빨라져?”
“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인공지능 마도학 때문에 잊혀진 마법이긴 한데. 4서클 마법에는 ‘메모라이즈’라는 보조 마법이 존재하거든.”
나는 미리 계획해 둔 시나리오대로 모든 걸 말했다.
* * *
한편, 그 시간 교무실에서는 교관들이 모여 오늘 있던 대련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었다.
“신하율 학생이 사용한 마법은 메모라이즈라는 보조 마법입니다.”
교관들 사이에 왠지 모르게 껴 있는 청색 마탑주.
김강인이 이상한 말을 꺼냈다.
“메모라이즈?”
“그런 마법이 있습니까?”
신하율 학생의 평가가 힘들 것이라 예상한 청색 마탑주가 그 성격에 걸맞게 오지랖을 부려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다.
“네. 기억 마법이라고 하면 될까요. 마법을 미리 시전하여 저장해 두는 마법입니다.”
“들어본 적 있습니다. 확실히 100년 전까지는 메이저 마법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마법이 됐다고…….”
신하율의 담임.
고창수 교관이 머릿속 한편에서 메모라이즈에 대한 정보를 떠올린 듯했다.
“맞습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현대에 와서는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마법이 됐죠.”
고창수나 김강인처럼 고서적에 관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모르는 게 당연한 마법이다.
“이 마법을 사용하면 마법을 즉시 시전하는 게 가능합니다. 인공지능을 통한 마법의 발동보다 한층 빠르죠. 즉시 시전이라 봐도 될 정도입니다.”
“그런 마법이…….”
“그럼 꼭 익혀야 하는 마법 아닙니까?”
교관들이 웅성댔다.
“아뇨. 메모라이즈는 한계가 너무 명확합니다.”
“한계라 하시면?”
“자신의 경지보다 3서클 낮은 마법만 메모라이즈할 수 있습니다.”
“아, 그런 단점이…….”
7서클 마법사가 메모라이즈를 사용한다 쳐도 4서클 마법밖에 사용할 수 없다.
이건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런 조건이 붙는다면, 도태되는 게 당연하군요.”
“지금 제가 2서클 마법을 즉시 시전 할 수 있다고 해 봐야, 아무 의미 없으니까요.”
메모라이즈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현대 마법의 하위 호환밖에 안 된다.
이게 메모라이즈가 도태된 이유다.
“자, 잠시만요.”
고창수 교관이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자신의 경지보다 3서클 낮은 마법만 메모라이즈 할 수 있다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그리고 신하율 학생이 메모라이즈를 사용했다고 하셨고요.”
“네.”
신하율은 오늘 세 경기 동안 1서클 마법만을 사용했다.
“그 말은 신하율 학생이… 4서클 유저가 됐다는 말씀이십니까?”
“헉!”
“허어……!”
주위 교관들의 입에서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김강인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네. 신하율 학생은 4서클을 엮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에…….”
“그럴 수가.”
교관들 사이에서 믿을 수 없다는 말들이 간간이 들려왔다.
“애초에 메모라이즈는 4서클 마법이기도 하고…….”
김강인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신하율 학생의 전투 중, 4서클 급의 서클 진동을 확인했습니다.”
“허어…….”
“청색 마탑주님이 확인하신 거라면, 확실하겠군요.”
청색 마탑주는 여러 가지 의미로 유명하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게 바로 그의 ‘비전 마법’인 ‘홍옥의 눈’이다.
그의 눈은 마나의 본질을 꿰뚫는다고 한다.
“……대단하군요. 18살에 4서클이라니.”
“그러게 말입니다.”
교관들이 연신 혀를 내둘렀다.
“그, 마법의 발동 속도에 대한 건 이해했습니다. 허면, 그 기상천외한 마법은 어떻게 된 건가요?”
현대 마법의 상식을 파괴하는 그 기상천외한 마법들의 정체는 대체 뭘까.
“간단합니다. 마법식을 개조한 겁니다.”
김강인이 처음으로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개, 개조?”
“네. 인공지능 마도학자들이 마법의 알고리즘을 개량해 선보일 때가 있지 않습니까?”
“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손봐, 마법을 더욱 멀리 나가게 하거나, 마법이 도중이 꺾일 수 있게 하거나 하는 식이다.
“그거랑 똑같습니다. 신하율 학생은 마법식을 자신의 입맛대로 개조한 겁니다.”
“그, 그게 말이 되는 건가요?”
“물론 말도 안 되는 행위입니다.”
신하율이 한 행위는 자동차가 하늘을 날았으면 좋겠다고, 비행 기능을 추가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행위다.
“그 말도 안 되는 짓을 실제로 해 보였으니, 저도 어이가 없는 거고요.”
김강인이 작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신하율의 명석한 두뇌에 대한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요새 한창 인공지능 마도학을 전공하고 있는 제 친구가 이 소식을 들으면, 당장 한국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르겠군요.”
“김강인 님의 친구라면…….”
“제임스 필러.”
“저, 적색 마탑주…….”
교관들이 헛숨을 삼켰다.
“게다가 전투 센스까지 뛰어나더군요. 익스플로전을 발동 직전에 워터를 통해서 막는 모습 보셨습니까? 신하율 학생은 역시 천재입니다.”
김강인이 감동한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정말 탐나는군요. 마도신가 소속이라는 쇠고랑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제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 그 정도군요.”
“네. 그 정도입니다.”
청색 마탑주가 단언했다.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아쉽다니요?”
청색 마탑주가 쓴웃음을 지었다.
“신하율 학생이 만약 부적합자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나아갔을지…….”
그 말에 교관들의 팔뚝에 닭살이 올라왔다.
순간 부적합자가 아닌 신하율을 상상했다가, 소름이 돋은 것이다.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겠군요.”
슈퍼스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김강인이기에 신하율의 약점은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뭐, 아무튼 제 의견은 이상입니다.”
김강인이 다시 싱긋 웃는 낯으로 되돌아 왔다.
“신하율 학생의 마법은 불법 인공지능이나, 불법 도핑약 같은 걸 사용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 순수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김강인이 그 이름이 걸맞게 강인한 눈으로 주위 교관을 바라본다.
“저 청색 마탑주. 김강인이 보장하겠습니다.”
* * *
그날 밤.
또 다시 기사가 터졌다.
이번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뿌린 기사가 아니라, 순수하게 퍼져 나간 기사들이었다.
[천재의 부활은 실화가 되었다!] [청색 마탑주. 신하율이 4서클 마법사가 됐음을 공증.] [신하율이 사용한 마법, 메모라이즈란 무엇인가.] [1서클 마법만 써서 승리하겠다! 그 선언 속에 담겨 있던 진실! 메모라이즈 마법!] [윈드 스피어에 담긴 새로운 묘리.] [신하율 vs 백사혁. 하이라이트 다시보기.]아주 만족스러운 기사였다.
“예상대로네.”
청색 마탑주님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의 홍옥의 눈에 대한 것도 알고, 그의 오지랖에 대한 것도 알고, 나에 대한 그의 관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백사혁을 이용해 언론을 통제. 나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 것이다.
그리하면 청색 마탑주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안 오면 좀 더 귀찮은 방법을 사용했어야 했는데.’
다행히 그럴 걱정은 없어졌다.
청색 마탑주님 덕분에 나는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4서클 마법사의 위치에 섰다.
이걸로 향후 바이테너식 마법을 사용하기 편해졌다.
‘만약 내 마법에 대해 태클이 들어오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할 테고, 그럼 인피니티 서클에 대한 게 걸렸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젠 그럴 걱정은 없다.
다들 내 마법에 대해 의심조차 품지 않을 것이다.
청색 마탑주님의 공증이란 그런 거다.
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기지개를 켰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이번 시험에서 10위권 이내에 드는 것뿐인데.’
내일 한 경기만 이기면 모레 본선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본선 경기는 16강부터고.
8강 이내만 들어서면 내 목적인 10위권은 확정.
말인즉.
“2승.”
내가 잃어 버렸던 모든 것들을 되찾을 때까지 앞으로 2승 남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