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1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11화(111/466)
한편, 그 시간 신인혁이 묵고 있는 호텔 방.
신인혁과 김석현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더 피스트의 목적은 정확히는 화엘리안 감옥에 이송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이송된 후, 흑색 마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사법 거래를 하는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법 거래라. 미국 정부라면 받아들일 확률이 크겠군.”
흑색 마탑에 대한 정보가 절실한 미국인만큼, 더 피스트의 거래를 받아들일 확률이 크다.
“네. 완전 석방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은 해 줄 겁니다.”
더 피스트 같은 흉악한 범죄자들이 구금되는 감옥은 말이 감옥이지 사실상 지옥이나 다름없다.
24시간 저러한 구속구를 착용하고 살아야 하며, 밥은 자동으로 투여되는 영양제로 대체된다.
말이 살아 있는 거지, 사실상 죽는 것만 못한 상태가 된다.
더 피스트도 그걸 알고 있을 거다.
그렇기에 이렇게 사법 거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 무간지옥에서만큼은 벗어나기 위해서.
“뭐가 됐던 저희 입장에선 이득입니다. 범죄자 하나를 무사히 이송해 주기만하면 흑색 마탑의 정보가 손에 들어오는 거니까요.”
김석현의 말에 신인혁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인혁도 이번 일에 아무 손해가 없다는 건 십분 알고 있다.
다만, 의아한 게 하나.
“더 피스트는 왜 그런 제안을 굳이 하율이에게 한 거지?”
이런 식의 제안을 할 거라면 굳이 신하율을 콕 집어서 부를 이유가 없었다.
김석현에게 해도 됐고, 신인혁에게 해도 됐다.
오히려 일 처리의 깔끔함을 생각하면 신인혁이나 마탑주들을 부르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더 피스트도 그건 알고 있었을 텐데, 어째서 신하율을 콕 집어 부른다는 선택을 한 것일까.
“아마 하율 도련님 외에 면회실과 구금실의 방벽을 해제한다는 선택을 할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김석현이 지난 3일 간 본 더 피스트의 모습을 떠올렸다.
“제가 면회실을 지키고 있을 동안에도 더 피스트는 구금실의 방벽을 해제해야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을 수차례 했습니다. 물론 저나 면회실에 오신 분들 모두 그 부탁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고요.”
“그래서 하율이를 불렀다?”
“네. 면회실과 구금실의 방벽을 해제할 때 생기는 3분의 빈틈을 만들기 위해 하율 도련님을 이용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있을 법한 일이군.”
신인혁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감옥 내 CCTV 설정의 빈틈은 사실인 걸로 밝혀졌나?”
“네. 곧바로 확인해 봤습니다만, 사실이었습니다. 더 피스트의 말처럼 면회실과 구금실의 방벽이 해제된 직후부터 3분. 메인 통제실에는 해당 시간의 영상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신인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말은 진짜 교도관 중에 흑마법사가 껴 있다는 건가?”
“교도관 중에 껴 있는 게 아니라도, 건설 관계자나, 보안 관계자들 등, 누군가는 흑색 마탑에 소속된 빌런인 듯합니다.”
“…….”
신인혁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 졌다. 더 피스트의 말대로라면 이러한 빈틈이 설정되어 있는 감옥은 여기만이 아니다.
다른 감옥에도 이러한 설정이 되어있다고 하면, 이건 생각 이상으로 큰 문제다.
“스파이에 대한 정보나 다른 감옥의 특수 설정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놈을 무사히 화엘리안 감옥으로 이송시켜야겠군.”
“네. 여러모로 그의 정보가 절실한 상황이 됐습니다.”
“아예 지금 미리 정보를 받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절대 말하지 않을 겁니다. 흑색 마탑에 대한 정보는 현재 그의 유일한 생명선. 그걸 먼저 제공할 놈이 아닙니다.”
“……그렇겠지.”
더 피스트는 자신의 생명줄을 아무렇지도 않게 놓아 버릴 만큼 멍청한 놈이 아니다.
화엘리안 감옥으로 옮겨지기 전까진 한마디도 내뱉지 않을 테지.
“이송 수속은 어떻게 되고 있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만, 이송처가 다름 아닌 화엘리안 감옥이다보니…….”
세상에서 제일 견고한 감옥인 만큼 수속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있는 만큼 조금 빨리 끝날 수도 있긴 합니다만……. 올림피아드에 몰려 있는 경비까지 이송에 동원할 걸 생각하면, 역시 대회가 끝난 후에 이송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는 김석현만의 의견이 아니라, 미국 정부 및 각 마탑의 의견이다.
모두가 더 피스트의 이송일을 올림피아드 폐막식 후로 두고 있다.
“……그래.”
그게 제일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건 신인혁도 알고 있다.
괜히 어정쩡하게 전력이 분산되어 있을 때에 이송을 하는 것보다 열흘 후 확실하게 이송을 하는 게 좋은 건 맞으니까.
이성으론 알고 있다.
“지한 도련님 때문인가요?”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아니다.
현재 신인혁은 신지한이 내통자라는 정보를 얻은 상태다.
무려 가문의 직계혈족이 흑색 마탑의 VVIP란다.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마도신가 전부가 붕괴될 수도 있는 끔찍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인 만큼, 조금이라도 빨리 흑색 마탑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은 건 당연했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신지한을 처리할 수 있으니까.
“……실례했습니다. 이 얘기는 여기까지 만하겠습니다.”
신인혁의 심각한 표정을 본 김석현이 말을 끝맺었다.
이 얘기는 지금 더 이상 해 봐야 긁어 부스럼일 뿐이다.
“그럼 전 이만 임무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김석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보고를 끝마쳤으니, 이제 다시 신하율의 호위 임무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너무 급하게 돌아 갈 필요는 없을 거다.”
방을 나서려는 김석현을 신인혁이 만류했다.
“오늘 경기장엔 그 분이 계시다. 흑색 마탑은 하율이는커녕 그 경기장에 있는 그 누구도 해할 수 없어.”
그 분.
소피아 아네체프리.
세계 최고의 마법사.
그녀가 있는 이상 올림피아드 경기장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나 다름없다.
그건 김석현도 익히 알고 있다.
“그래도 임무는 임무니까요. 빠르게 돌아가 보겠습니다.”
하지만 임무는 임무다.
맡은 바 임무에 힘쓰는 게 자신의 일이다.
김석현이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김석현을 보며 신인혁이 픽 웃었다.
“사서 고생하는 성격은 여전하구나.”
김석현의 20년 동안 한결 같은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 것이다.
이러니까 신인혁이 김석현을 신뢰할 수밖에.
“그럼 전 이만…….”
그렇게 김석현이 방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우웅-!
김석현의 폰이 울렸다.
민장현이 보낸 문자였다.
김석현은 곧장 문자를 확인했다.
“…….”
그리고 그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아무래도 늦게 가도 될 것 같네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허허 웃는 김석현. 그런 김석현을 보며 신인혁이 물었다.
“무슨 일이지?”
“지금 바로 가 봐야 하율 도련님과 만날 수도 없을 것 같아서요.”
김석현이 신인혁에게 자신의 폰을 내밀어, 방금 전 도착한 문자를 보여줬다.
[현재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께서 하율 도련님과 독대 중이십니다.]“독……대?”
신인혁의 두 동공이 이 이상 없을 만큼 확장됐다.
* * *
눈앞에서 자애로운 얼굴로 웃고 있는 여인.
이 시대 최고의 대마법사,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과 눈을 맞추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긴장된다.
살아생전 이렇게 긴장해 본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옆집 할머니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대하시면 됩니다.”
“……예.”
옆집 할머니라니.
이 세상 그 누가 이 전설적인 대마법사를 앞에 두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음. 긴장이 풀릴 여지가 안 보이네요. 이걸 어쩐다…….”
소피아 님이 자신의 뺨에 손을 대고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잠시 고민하셨다.
그리곤 좋은 생각이 났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일단 차라도 마실까요?”
그런 말과 함께 우아한 동작으로 선반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뇨! 괜찮습니다!”
나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소피아 님을 말렸다.
“차라면 제가 타겠습니다.”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이 직접 타 준 차라니.
솔직히 부담스럽다.
“괜찮아요. 앉아계세요. 어린 후배님에게 차 한 잔 대접하는 것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에요.”
소피아 님께서 자비로운 성모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따스함이 날씨 좋은 봄날의 햇살 같다.
“자자. 어서요. 부담 갖지 마시고.”
소피아 님께서 살짝 내 어깨를 눌렀다. 정말 아무 힘도 느껴지지 않는 손길이었지만, 그 힘을 왠지 거부할 수가 없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익숙한 손놀림으로 차를 우리기 시작하시는 소피아 님.
나는 그런 소피아 님의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우아하고, 고귀하며, 고상하다.
동작 하나하나가 기품이 넘친다.
은연중에 내뿜는 거대한 기세가 우아함과 기품과 어우러져 묘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멋지다.’
그저 차를 우리고 있을 뿐인데,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늙은이가 차를 끓이는 모습이 신기한가 보네요.”
소피아 님께서 작게 웃었다.
“아,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멋있으시다 싶어서.”
“어머. 빈말이라도 고마워요.”
미소가 한층 밝아졌다.
“여기요. 제가 좋아하는 차긴 한데.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이내 모든 준비를 끝마친 소피아 님께서 내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난 그 즉시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차가 입에 들어옴과 동시에 눈이 부릅떠졌다.
이 향기. 이 감미로움.
‘엘레나 님의 허브티…….’
세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맛보았던 엘레나 님의 허브티.
그 맛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숲에서 마나로 키운 허브티인데. 어째 입에 좀 맞나요?”
“네.”
숲에서 마나로 키운 허브티.
그래서 그런가.
엘레나 님의 향기가 물씬 난다.
‘주위의 마나도 엘레나 님이랑 비슷해.’
상냥한 색.
아마 상냥한 마나를 머금고 큰 허브티이기에 이런 상냥한 맛이 나는 걸 테지.
“진심으로 마음에 드신 것 같아서 저도 기쁘네요.”
소피아 님께서 세상 기분 좋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이제 좀 긴장이 풀리셨나요?”
“……네.”
허브티 특유의 진정 효과 덕분일까. 묘한 가슴의 떨림이 완전히 가라앉았다.
나는 찻잔을 손에 쥐고 소피아 님과 눈을 마주했다.
소피아 님이 활짝 웃었다.
“아까도 좋은 표정이었지만, 긴장이 사라지고 나니까 훨씬 좋네요. 강인한 의지가 느껴지는 올곧은 눈. 제가 기대했던 그대로에요.”
“그, 감사합니다.”
나는 찻잔을 내려두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어 소피아 님도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렸다.
“제가 왜 당신을 이렇게 따로 불렀는지 궁금한가요?”
“네.”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이 어째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개 학생일 뿐인 나를 따로 부른 것일까.
“한번 맞춰 보시겠어요?”
소피아 님께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는 그런 소피아 님과 짧게 눈을 맞추다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제 눈 때문인가요?”
소피아 님의 보석안과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눈.
신안.
그것의 주인에 대해 흥미가 생겨서 이렇게 나를 부르신 게 아닐까.
“네. 정답이에요.”
소피아 님이 박수를 치며 정답이라고 덧붙였다.
“저와 비슷한 눈을 지녔다는 후배님과 꼭 얘기를 해 보고 싶었어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소피아 님의 눈동자가 보석처럼 빛났다.
“아, 비슷한 눈이라고 하면 안 되겠네요. 정정할게요.”
보석 같은 눈동자가 내 망막을 가득 채웠다.
“제 보석안의 오리지널을 지닌 후배님과 꼭 만나보고 싶었어요.”
“……오리지널이요?”
“네. 오리지널.”
뜬금없는 말에 내 고개가 절로 갸우뚱 기울었다.
“모르셨나보네요. 당연히 아실 줄 알았는데. 아니, 아시는 데 모르는 척 하시는 걸까요.”
소피아 님이 재미있다는 듯이 싱그럽게 웃었다.
“제 보석안은 어떠한 마안의 열화 카피일 뿐이에요.”
“열화 카피요?”
소피아 님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그대로 내게 손을 뻗어왔다.
“보석안 만이 아니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안은 어떠한 눈의 열화 카피에요.”
그리곤 엄지로 내 눈 아랫부분을 어루만진다.
“모든 마안의 시초이자 뿌리. 근원. 위대하신 최초의 대마법사의 눈.”
“……!”
내 동공이 놀람으로 확장됐다.
“레이 벨 바이테너가 지니고 있던 마안. 신안(神眼). 당신의 눈 의 열화 카피.”
소피아 님이 싱긋 웃었다.
“그 눈을 지닌 후배가 어떤 사람인가 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