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1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12화(112/466)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너무 놀라시는 거 아닌가요? 제가 신안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그렇게 놀랍나요?”
소피아 님께서 입을 가리고 작게 웃었다.
확신에 찬 웃음.
그 웃음으로 알 수 있었다.
소피아 님은 이미 확신을 갖고 있다. 여기서 말을 돌려 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라고 말이다.
“……어떻게 아신 건가요?”
바이테너식은 물론이고 신안에 대한 것도 문헌으로 남아 있는 게 없다.
실제로 나도 엘레나 님을 만난 후에야 신안에 대한 걸 알게 되지 않았던가.
그만큼 알려진 게 없는 정보인데. 소피아 님은 대체 신안에 대한 걸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걸까.
“130년쯤 마법사를 하고 있다 보면, 어지간한 건 다 알게 되는 법이랍니다.”
소피아 님께서 자못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신안만이 아니라, 당신이 레이 벨 바이테너. 위대하신 신화 속 대마법사님의 진전을 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
다시금 할 말을 잃었다.
신안만이 아니라 바이테너식까지. 대체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걸까.
“궁금한가요? 제가 어떻게 당신의 비밀을 알게 됐는지?”
“네. 궁금합니다.”
내 확실한 대답이 자못 마음에 드신 듯, 다시금 웃음을 지으셨다.
“제가 신안에 대해서 안 건 50년 전이에요. 정확히는 52년 전이라고 해야겠네요.”
52년 전이면…….
“소피아 님께서 보석안을 획득하신 게 딱 그때 아닌가요?”
52년 전은 소피아 아네체프리가 보석안을 얻은 시기다.
그 후로 2년이 지나, 보석안이 마법식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서서히 밝혀지며 비전 마법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네. 맞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역사책에 적혀 있으니까요.”
소피아 아네체프리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런 만큼 그녀의 주요 업적이나 다름없는 보석안 획득에 대한 사건은 역사책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어머. 그런 것까지 적혀 있나요? 부끄럽네요.”
소피아 님께서 진심으로 부끄럽다는 듯이 살짝 붉어진 뺨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소피아 님의 표정은 다시 원래의 근엄하면서도 자애로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저는 52년 전에 어떠한 유적지에서 보석안을 얻었어요.”
소피아 님의 눈이 다시금 보석처럼 빛났다. 조금 전에 봤던 것보다 훨씬 영롱하다.
“그리고 보석안과 함께 어떠한 책 한 권도 손에 넣었죠.”
“책이요?”
“네. 보석안을 만든 사람이 남긴 책.”
소피아 님이 가방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딱 봐도 엄청나게 낡아 보이는 책이었다.
“저는 보석안의 힘을 100% 이해하고 습득하기 위해 이 책을 해석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 부었어요. 그리고 약 2년 정도의 노력 끝에 모든 문장을 해석 및 분석하는 데 성공했지요.”
소피아 님이 책을 펼쳐, 맨 마지막 구간으로 넘겼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엔 이런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보석안은 위대하신 제국의 최초 황제이시자, 최초의 대마법사.』
『그분의 신안을 관찰하여 만든 열화 카피에 불과하다.』
소피아 님이 다시 책을 덮었다.
“당시에는 정말 놀랐어요. 이 정도로 대단한 눈을 열화 카피라고 부르다니. 이 눈이 열화 카피면 대체 신안이란 건 얼마나 대단하다는 거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각의 흐름이었다.
“그래서 조사해 보기로 했어요.”
소피아 님께서 이번엔 다른 책들을 꺼냈다. 아까 전 그 책보다 훨씬 낡은 책들이었다.
“다행히 누굴 조사해야 할진 명확했어요. 최초의 황제, 최초의 대마법사라는 게 가리키는 건 한 명밖에 없으니까요.”
“……레이 벨 바이테너.”
“네.”
이 세계에서 최초의 대마법사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는 자는 레이 벨 바이테너뿐이다.
“그래서 저는 그 후로 레이 벨 바이테너를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떠한 책 한 권을 손에 넣었습니다.”
소피아 님께서 낡은 책 더미 사이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형태를 지닌 푸른 양장본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바이테너 제국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
순간 푸른 양장본이기에 스승님이 남기신 다른 서적인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듯했다.
글자 체계는 신화시대의 문자로 동일하긴 하지만, 글씨체가 스승님과 전혀 다르다.
이런 정갈한 글씨체가 스승님이 쓴 것일 리가 없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레이 벨 바이테너가 사용하던 최초의 마법 체계에 대해 알게 됐어요.”
“…….”
“구시대 마법의 뿌리이자 근원. 모든 마법의 시초. 오로지 레이 벨 바이테너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는 마법. 바이테너식.”
소피아 님이 책에서 눈을 떼고 다시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지만 알게 된 건 그게 끝이었어요. 더 조사해 봐도 뭔가 나오는 건 없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제 관심도 서서히 사그라들어 갔지요. 그렇게 신안과 바이테너식에 대해 알게 된 후로 꽤나 긴 시간이 흘러…….”
소피아 님의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한 젊은 마법사가 신안이라는 마안을 지녔다는 말을 듣게 됐어요.”
“…….”
“제 보석안과 마찬가지로 마법식을 읽을 수 있는 데다가, 마나도 볼 수 있고, 나아가 마법식을 바꾸는 것까지 가능한 눈. 그 얘길 듣고 딱 감이 왔어요.”
세상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저게 바로 그 눈이다. 보석안의 상위 호환. 레이 벨 바이테너가 지녔다는 마안. 신안이다.”
“…….”
“그래서 조금 더 알아보니까, 이게 웬걸. 인공지능을 다룰 수 없는 부적합자라는 거 아니겠어요?”
구시대 마법 사용자면서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마법을 구사하고, 신안을 보유한 자.
“……그렇게 제가 바이테너식을 이었다고 추측하신 거군요.”
“네. 구시대 마법과 현대 마법의 과도기를 겪은 사람으로서, 구시대 마법이 얼마나 뒤떨어지는 마법인지 알고 있거든요. 그런 마법 체계를 사용하면서, 현대 마법보다 빠르고, 현대 마법보다 정확하며, 현대 마법보다 뛰어난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 이런 마법사가 바이테너식을 이은 자가 아니라면, 누가 바이테너식을 이은 자 겠어요?”
아주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만약 내가 소피아 님의 입장이었더라도, 똑같은 결론을 냈을 테지.
“어떤가요? 제 추측이 맞나요?”
나는 싱글싱글 웃고 있는 소피아 님을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맞습니다. 예상하신대로, 저는 바이테너식의 계승자입니다.”
이건 뭐, 굳이 부정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역시.”
애초에 여기서 부정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이미 속으로 확신을 하고 계신데 뭐.
“너무 기쁘네요.”
“기쁘다니요?”
“이 시기. 이 타이밍에 당신 같은 사람이 나타나 준 게 너무 기뻐요.”
내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무슨 말이지?
“저를 대신해서 흑마도왕을 막을 수 있는 마법사가 늦지 않게 나타나 줘서 기쁘다는 말이에요.”
“소피아 님을 대신하다뇨?”
소피아 님이 쓰게 웃으며 잠시 침묵했다.
“제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어요.”
“네?”
안 그래도 복잡했던 머리가 한층 더 복잡해졌다.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고?
“짧으면 3년. 길어야 5년일까요.”
소피아 님이 끼고 있던 흰색 장갑을 벗고 팔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건 저주… 인가요?”
소피아 님의 왼팔은 온통 시커멨다.
“네. 11년 전. 대서양 웜홀 사건 때, 흑마도왕과 싸우다가 얻은 저주입니다.”
소피아 님이 다시 장갑을 끼고 팔소매를 내렸다.
“이 저주는 서서히 제 몸을 갉아먹고 있어요. 지금은 왼쪽뿐이지만, 5년 이내에 제 심장을 완전히 잠식할 거예요. 그럼 전 죽게 되겠죠.”
소피아 님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제가 죽게 되면, 흑마도왕을 막을 사람은 없어요. 그럼 모든 게 끝나요.”
소피아 님이 죽고 나면 흑마도왕이 지배하는 세계가 펼쳐진다.
그럼 세계는 끝이다.
악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될 테지.
“그런 상황에 딱 당신이 나타났어요. 위대하신 신화 속 대마법사님의 진전을 이은 계승자가 말이에요.”
일순 절망으로 물들었던 소피아 님의 눈에 희망의 등불이 일렁였다.
“이러니 제가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 * *
그날 밤.
나는 미미르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래서 뭐래?”
모든 설명이 끝나고, 조용히 얘기를 듣고만 있던 미미르가 넌지시 물었다.
“뭐, 네가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태주기라도 하겠대? 흑마도왕과 싸울 수 있을 정도가 될 때까지?”
“어. 도울 수 있는 건 도와 주시겠다고 하시더라.”
“오. 그건 좋네. 현 시대 최강자의 조력이라니.”
미미르가 나쁘지 않은데? 라는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근데 도울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고 하셨어.”
“……왜?”
“흑마도왕 때문에.”
“걔랑 도움이 뭔 상관인데?”
“소피아 님이 나한테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면, 흑마도왕이 내게 눈도장을 찍을 가능성이 크대.”
“아.”
흑마도왕은 소피아 님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 11년 전을 기점으로 제대로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거라고도 하셨다.
그런 만큼 지금 나를 편애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 신변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크다.
라고 소피아 님은 말씀하셨다.
“같은 이유로 흑색 마탑에 관련된 일에도 먼저 나설 수 없다고 하셨고.”
“……소피아인지 뭔지 하는 여자가 움직이면 흑마도왕도 같이 움직일 테니까?”
“어.”
괜히 흑마도왕을 자극하는 건 좋지 않다.
저주도 있고, 흑마도왕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 이상 이쪽이 먼저 움직이는 건 하책이다.
“에이. 뭐야. 그럼 아무 의미 없잖아. 괜히 계승자의 정보만 유출됐네.”
도움도 자주 줄 수 없고, 흑색 마탑에 관련돼선 아예 도움을 줄 수 없다.
괜히 내 정보만 유출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아니. 아무 의미도 없는 건 아니야.”
자주 도울 수 없다 뿐이지, 가끔은 도움 받을 수 있다.
무려 세계 최고의 대마법사 소피아 님의 도움을 말이다.
“정상의 휘석……. 신의 은총을 미리 꺼내 주시기로 하셨거든.”
“그걸 미리 꺼내 주기로 했다고? 어떻게? MVP 보상이라며?”
“어차피 내가 받을 MVP겠다. 몰래 꺼내 주신 뒤에 추후, 시상식 땐 레플리카를 꺼내서 주시기로 했어.”
“그렇게까지 해서 몰래 정상의 휘석을 꺼내 준다는 건…….”
미미르의 눈이 게슴츠레해 졌다.
“계승자. 그 여자한테 신의 은총이 어떤 힘을 지녔는지 말 했구나?”
“어. 말 했어.”
나는 소피아 님에게 흑색 마탑의 진짜 목적이 정상의 휘석이라는 것과 정상의 휘석이 어떠한 힘을 지닌 마석인지에 대해 말했다.
“그럼 신의 은총을 소피아 아네체프리. 그 양반한테 먹이려고?”
“음. 그러려고 했는데…….”
내가 신의 은총에 대해 밝힌 건, 신의 은총을 소피아 님이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피아 님이 신의 은총을 섭취해서 서클의 벽을 허물면 저주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거절했어?”
“응. 자기가 먹어 봐야 의미 없다고 거절하셨어.”
소피아 님은 말했다.
혹여 10서클의 벽을 허물었다고 해도, 10서클에 도달하는 건 3~5년 만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물며 저주로 제대로 된 훈련도 할 수 없는 지금의 자신이 벽을 허물어 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고로, 자신이 신의 은총을 먹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라고 말이다.
“그런 좋은 비약이 있으면 내가 먹으라고 하시더라. 그게 최선이라고.”
“흐음. 그래? 확실히 인격적으로 좋은 사람 같긴 하네. 그 얘길 듣고도 양보를 하겠다니.”
미미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날 째려봤다.
“근데 계승자. 이건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네가 먹어 봐야 부작용밖에 안 생기는 거 알지?”
“안 먹어. 내가 바보냐.”
부작용이 생길 걸 아는데 섭취하는 바보가 어딨겠는가.
“뭐, 아무튼 내 체질에 대한 것까진 말씀드리기 뭐해서. 그냥 내가 받겠다고 했어.”
“……어떻게 처리하게?”
“글쎄. 그건 받고 나서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은데. 일단 계속 수중에 두고 있기 불안하니까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고민이네. 고민이야.
“뭐, 일단 그건 정상의 휘석이 손에 들어 온 뒤에 고민해도 되는 일…….”
그렇게 말을 하는 중이었다.
우우웅-!
도서관 전체가 떨렸다.
도서관이 아니라, 미미르의 서가 떨린 것이다.
“계승자. 방에 누구 왔나보다. 나가 봐.”
알람 마법을 이용해 방문자의 초인종에 반응해서 미미르의 서가 흔들리도록 설정해 놓았는데.
다행히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듯하다.
“어. 빨리 갔다 올게.”
나는 재빨리 스승님의 로브를 벗고 미미르의 서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재빨리 문을 열었다.
“안녕?”
문 앞에는 웬 여자가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는 아니다.
직접 만난 건 처음이지만, 사진으로는 본적 있는 여자.
“샤를…….”
흑색 마탑 전담 처리반.
사냥개라 불리는 집단의 대장이다.
“내가 누군지 아는구나? 반가워.”
그녀가 싱긋 웃으며 내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여기. 부탁받은 물건이야. 받아.”
부탁받은 물건이면…….
설마.
나는 빠르게 상자를 건네받아, 열었다.
“……정상의 휘석.”
우아한 검은빛을 뿜어내는 마석.
정상의 휘석, 아니.
신의 은총이었다.
“배달 확실히 했다?”
샤를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