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1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13화(113/466)
“감사합니다.”
나는 정상의 휘석을 마지막으로 다시 확인한 뒤, 상자를 닫았다.
“헌데, 이걸 왜 샤를 단장님께서?”
흑색 마탑 전담 처리반.
통칭 샤냥개.
다른 별칭으로는 고고한 늑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누구에게도 목줄이 채워지지 않은 고고한 사냥개.
그렇기에 늑대.
그리고 샤를은 그런 늑대들의 왕이다.
그런 존재가 정상의 휘석을 배달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야. 못 들었어?”
샤를이 내 질문이 아주 의외라는 듯, 두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나한테 배달을 직접 시키시길래, 당연히 나랑 소피아 님의 관계를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금시초문입니다.”
“……그래?”
샤를이 ‘그건 또 의외네.’라는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검지로 자신의 짧은 단발을 배배 꼰다. 뭔가 생각이 많아 보인다.
“나한테 직접 설명하라고 보내신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를 뚫어져라 노려본다.
내 두 눈을 통해서 내 속내를 엿보려는 듯, 시선이 아주 강렬하다.
“나에 대해서 진짜 아예 못 들었어?”
“네. 못 들었습니다.”
샤를이나 사냥개의 ‘시옷’자도 못 들었다.
내 확언에 샤를의 눈동자가 한층 더 가늘어졌다.
생각이 더 복잡해 진 듯하다.
“……에이. 모르겠다. 설명해도 되겠지 뭐.”
이내 샤를이 뭔가 마음을 먹은 듯 눈을 빛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내가 단장으로 있는 흑색 마탑 전담 처리반은 소피아 님의 직속 부대야.”
“네?”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냥개가 소피아 아네체프리 님의 직속 부대라고?
“부대의 정식 명칭은 ‘롱기누스’라고 하는데……. 알고만 있고, 이 명칭은 입 밖으로 내지 말아줬으면 해.”
정식 명칭도 처음 들었다.
아니, 그보다 정식 명칭이 있긴 했구나.
“네. 대외비인 건 알고 있습니다.”
명칭마저 감출 정도면,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이리라.
“아니. 오해는 말고. 롱기누스라는 명칭에 대한 건 딱히 대외비는 아니야.”
“그럼 왜 입 밖으로 내지 말라고……?”
비밀이 아닌데 왜 함구령을 내린 것일까.
“그, 부끄러워서.”
“부끄럽다뇨?”
“그 뭐라고 해야 하나. 있잖아. 그거.”
샤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무슨 중2병 걸린 꼬맹이도 아니고……. 롱기누스가 뭐야 롱기누스가.”
“…….”
롱기누스.
신을 죽인 창인 ‘롱기누스의 창’에서 따 온 명칭일 테지.
확실히 부끄러울 만한 명칭이긴 하다.
“아, 이 말은 소피아 님한텐 비밀이다? 소피아 님께선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시는 이름이거든.”
샤를이 검지를 입에 대고 ‘쉿’ 제스처를 취했다.
“……아, 예.”
모두가 의문으로 생각했던 흑색 마탑 처리반의 정식 명칭이 여태껏 불명이었던 이유가 고작 이름이 부끄러워서라니.
뭔가 머리가 멍해진다.
“명칭이랑은 별개로 나랑 소피아 님의 관계에 대한 건 진짜 비밀이니까. 절대 말하지 말고.”
“예. 알고 있습니다.”
내 진지한 대답에 샤를이 작게 웃었다.
“좋아. 그럼 난 갈게.”
그리곤 몸을 돌리고, 등을 보인 채 손을 흐느적흐느적 흔들었다.
“벌써 가시나요?”
“왜? 차라도 내 주려고? 됐어. 나 바쁜 사람이야.”
샤를이 문고리에 손을 대고, 그대로 문을 열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서서히 닫히는 문 틈 사이로 샤를의 적색 눈동자가 선명하게 빛났다.
“차는 다음에 얻어먹을게. 아마 근 시일 내에 보게 될 거 같으니까 그때 좋은 과자랑 같이 대접해 줘. 굿바이~”
샤를은 마지막으로 그런 말을 남기고 떠났다.
* * *
한편 그 시간.
흑색 마탑의 본거지, 흑탑.
조금 빠르게 복귀를 마친 트키쉬는 흑마도왕에게 복귀 보고를 하기 위해 최상층으로 향했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숫자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음에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100층이 넘고, 120층이 넘어, 200층이 되어서야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트키쉬는 격조 있는 동작으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정확히 10걸음을 걸어.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어앉았다.
“보고 드립니다. 코드 네임 트키쉬. 복귀하였습니다.”
반쯤 숙인 고개.
아래밖에 보이지 않는 시야.
왕좌에 앉아 있는 흑마도왕의 하체가 보인다.
아니, 저걸 하체라고 표현해도 되는 걸까.
어둠.
칠흑 같은 어둠을 두르고 있는 무언가의 아랫부분이 보인다고 해야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고개를 들어라.”
전신을 떨리게 하는 묵직한 음성. 저 목소리 앞에선 반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 정도로 패기롭고 공포스러운 기세를 품고 있는 목소리였다.
“예.”
트키쉬가 고개를 들었다.
어둠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하찮은 미물들에게는 자신의 용안을 보이는 것조차 허락할 수 없다는 듯.
모든 것을 어둠으로 가리고 있는 남자.
흑마도왕.
어둠 사이로 두 눈의 광채만이 선연하게 빛난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눈.
그 눈빛이 트키쉬로 하여금 더 큰 공포를 선사했다.
“죄송합니다.”
트키쉬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 임무의 총 지휘관이었던 자로서, 실패의 책임은 트키쉬 본인에게 있다.
“정상의 휘석을 손에 넣지 못 했습니다.”
하물며 평범한 임무도 아니고 1년 동안 준비한 대업이었다.
그런 큰 임무를 실패했다.
“이 일에 대한 책임은 제 피로 대신하겠습니다.”
트키쉬가 마나를 움직였다.
과연 간부다운 거대한 어둠.
그것이 단검의 형상을 이뤘다.
“어둠이 빛을 삼키는 그날까지. 저는 지옥에서 나마 기도하고 있겠습니다.”
단검을 양손으로 쥐고, 그대로 자신의 목을 향해 찔러 넣었다.
“어둠에 영광 있으라.”
그러나 그때.
쿠궁-!
흑마도왕의 어둠이 팽창했다.
“나는 네게 아직 죽음을 허하지 않았다.”
동시에 트키쉬의 신체가 멈췄다.
신체의 움직임은 물론, 호흡, 심장의 떨림까지.
세포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모든 게 멈췄다.
그리고 이내. 트키쉬의 신체 내부의 마나까지도 모두 소멸했다.
트키쉬가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은 언제 트키쉬의 의지를 따랐냐는 듯이 흑마도왕의 손과 발이 되었다.
쿠궁-!
팽창했던 어둠이 다시 흑마도왕에게 돌아갔을 때.
트키쉬는 마나를 움직일 수조차 없는 평범한 신체가 되어 있었다.
마나 서클 내의 모든 마나가 소멸되며, 마나 서클이 모든 행동을 멈춘 것이다.
“네 번째 어둠의 아이야. 너무 자책할 필요 없다.”
그런 트키쉬의 주위를 어둠이 감쌌다. 마치 어머니 같은 손길이었다.
“하지만……. 저는 그토록 중요한 정상의 휘석, 신의 은총을 빼앗아 오지 못 했습니다.”
정상의 휘석이 과거 신의 은총이라 불렸다는 건 트키쉬도 익히 알고 있다.
흑마도왕에게 직접 들었다.
서클의 한계를 허물 수 있는 유일무이한 비약이라고 말이다.
“감히 저 따위가 흑마도왕님의 앞길을 막았습니다.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10서클에 오를 수 있는 지고의 비약.
그걸 얻지 못했다는 건 즉, 흑마도왕의 앞길을 막았다는 것과도 같다.
이 일에 대한 책임은 막대하다.
죽음으로도 사죄할 수 없을 만큼.
“어둠의 네 번째 아이야. 네 마음은 갸륵하나…….”
흑마도왕의 목소리가 아주 작은 노기를 품었다.
“아주 오만하구나.”
“커헉!”
그 순간, 트키쉬를 감싸고 있던 어둠이 반전했다.
트키쉬의 전신을 압박하는 무형의 어둠.
트키쉬의 안색이 시시각각 새파래져 갔다.
“그 누구도 내 앞길을 막을 순 없거늘.”
사람이 개미를 눌러 죽이는 것보다 쉽게.
흑마도왕은 트키쉬의 신체를 비틀었다.
“너 따위가 내 앞길을 막았다 주장한단 말이냐.”
그리고 그 순간, 트키쉬의 신체가 비틀렸다.
머리와 사지가 수십 번 꺾이고.
심장이 수천 번 뒤틀리며.
장기가 수만 번 찢겨나갔다.
마나를 모두 잃은 트키쉬는 그 순간 목숨을 잃었다.
단말마도 낼 수 없었다.
그토록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용서하마.”
트키쉬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자리에는 고깃덩어리만이 남았다.
사람의 형체라고 볼 수도 없는 트키쉬였던 살점 파편들.
그 살점을 어둠이 다시금 감쌌다.
“어둠은 어둠에게 만큼은 자비로우니.”
그리고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되돌아가듯이, 트키쉬의 신체가 원래의 형태로 복구되어갔다.
비틀린 신체는 다시 반대로 비틀렸고.
찢겨나간 장기는 서서히 아물었다.
1초 남짓한 시간이 흘러.
트키쉬는 다시 원래의 신체로 되돌아왔다.
방금 전 일어난 모든 일이 꿈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헉……. 헉…….”
트키쉬의 머릿속엔 방금 전 자신의 죽음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죽었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부활한 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흐, 흑마도왕 님…….”
트키쉬는 전율하고 있었다.
방금 전 흑마도왕이 보인 신위.
사람을 자유롭게 죽이고, 또 살리는 광경에 공포하며 전율했다.
“설마 이미 서클의 한계를…….”
그 물음에 답하듯, 어둠이 웃었다.
“아아!”
트키쉬가 감동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위대한 어둠의 왕이시여. 제가 오만했습니다.”
이미 한 걸음 나아가 있는 분을 앞에 두고, 앞길을 막는다는 망발을 지껄이다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자신의 입을 도려내고 싶었다.
머리를 자르는 한이 있더라도, 그 망언을 철회하고 싶었다.
“용서하겠다. 너는 이미 그만한 벌을 받았으니.”
흑마도왕의 어둠이 움직였다.
마치 황제가 죄를 지은 가신을 용서하듯.
아주 자비로운 일렁임이었다.
* * *
샤를이 떠난 직후.
나는 정상의 휘석을 들고 곧장 미미르의 샘으로 향했다.
“정상의 휘석을 손에 넣은 건 좋은데. 이걸 어떻게 처리하냐가 문제네.”
이 위험한 물건을 계속 지니고 있을 수도 없고.
어찌하면 좋을까.
“그냥 그 아델라 스테어트라는 여자한테 줘 버려.”
“아델라한테?”
“어. 어차피 누구 줘야 하면, 그나마 계승자한테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한테 주는 게 맞잖아? 아니면 지순찬한테 줘도 되고.”
“……음.”
아델라나 순찬이에게 준다.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하다.
누가 봐도 선인인 데다가, 나를 절대 배신할 일이 없는 두 명을 꼽으라면 아델라와 순찬이니까.
추후 흑색 마탑과 싸우게 됐을 때, 그 둘이라면 분명 날 도와 줄 테고 말이다.
“근데 소피아 님의 수명이 3~5년 밖에 안 남았다는 걸 생각하면 아버지께 신의 은총을 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면 청색 마탑주님이나.”
소피아 님은 자신의 수명이 길어야 5년을 넘지 못 할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은 즉, 5년 이내에 흑마도왕에게 대적할 새로운 9서클 마법사가 탄생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걸 생각하면 여기서 아델라나 순찬이에게 신의 은총을 먹이는 것보다 아버지나 김강인 님에게 신의 은총을 먹여서 9서클에 도달하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 나는 아델라에게 먹이는 게 좋다고 봐.”
“왜?”
이유가 뭘까.
“신의 은총은 신체 구조를 바꾸는 효과를 지닌 비약인 만큼, 나이가 어린 사람이 먹을수록 효과가 커져. 반대로 나이가 많을수록 효과가 옅어지고.”
“그 말은 아버지나 김강인 님이 신의 은총을 먹어 봐야 5년 내에 9서클에 도달하지 못 할 확률이 크다는 말이야?”
“어. 내 생각은 그래. 그 둘에게 먹일 바엔 차라리 소피아 아네체프리한테 먹이고 도박을 해 보는 게 나을 걸?”
“그렇구나.”
그건 생각 못 했네.
“개인적으로는 아델라 스테어트를 추천해. 신의 은총은 원래 재능이 출중한 사람들한테 더 효과가 크거든.”
“그런 조건까지 붙는다면 확실히 아델라가 최고긴 하네.”
어리고, 재능이 출중한 데다가, 선하고, 날 배신할 확률이 한없이 0%에 수렴한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내가 아델라 스테어트에게 신의 은총을 먹이라는 이유는 또 있어. 어떻게 보면 이게 제일 중요한 이유인데. 아델라한테 신의 은총을 주면, 비약 적응기 동안 옆에 있을 수 있어.”
“……무슨 말이야?”
아버지나 김강인 님과 다르게, 아델라에게 신의 은총을 선물하게 될 경우 내가 아델라의 호법을 설 수 있긴 할 터다.
근데 그게 왜 중요하다는 것일까.
“신의 은총은 천 년의 정수를 응축시킨 지고의 비약이라고 했잖아? 그게 진짜 어마어마한 마나거든?”
“그렇겠지.”
상상도 안 되지만, 무려 천 년이나 마나를 흡수한 돌이다.
마법사의 신체 구조를 바꿀 정도니, 말 다 한 거다.
“마나가 너무 거대해서 섭취한 자가 미처 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란 말이야?”
“소화할 수 없다는 건, 마나가 밖으로 흘러나온다는 말이야?”
“맞아. 잔여 마나가 주위로 흘러나와. 그렇게 외부로 손실되는 마나량은 대략 30%~40%.”
그럼 단순 계산으로 300~400년 치 마나가 누출된다는 말이 된다.
“여기까지 말 했으면 더 말 안 해도 알지?”
“아.”
씨익 웃는 미미르를 바라보며, 나도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 잔여 마나를 이용하면 진리의 고리를 엮을 수 있다. 이거야?”
“빙고.”
확장의 고리와 형제 격이기에, 엮는 데 무지막지한 마나를 필요로 하는 진리의 고리 마지막 대형 서클.
신의 은총을 이용하면 그 서클을 엮는 데 부족한 마나량이 단숨에 해결된다.
그런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