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1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14화(114/466)
짧은 고민 끝에 정상의 휘석은 아델라에게 넘기기로 했다.
미미르의 강력한 추천도 있었고, 내가 생각해도 여러모로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아델라. 혹시 일어나 있으면 내 방으로 와 줄 수 있어? 줄 게 있어서 그런데.]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줄 거면 아예 지금 줘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곧장 아델라에게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현재 시간은 10시 22분. 아델라의 평균 수면 시간은 11시니까, 아마 일어나 있을 것이다.
우웅-!
[발신인 : 아델라] [줄 거요?]예상대로 아델라는 일어나 있었다.
[어. 자세한 건 오면 말해 줄 게.]답장은 바로 왔다.
[(혼란스런 곰 인형 이모티콘)] [네에. 일단 알겠어요.]그렇게 답이 오고 약 2분이 흘러.
똑똑-
노크 소리가 났다.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곧장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잠옷 차림의 아델라가 서 있었다.
“일단 들어 와.”
“네.”
아델라가 곧장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방을 이리저리 살핀 뒤, 적당히 소파에 앉았다.
“차는 필요 없지?”
“네.”
아델라는 자기 전에 뭔가를 입에 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자고 있었나보네?”
한쪽으로 묶어 올린 머리.
세상 편안한 잠옷.
다소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 뺨에 슬쩍 남아 있는 베개의 흔적까지.
아무래도 여기 오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누워 있었어요. 그보다 무슨 일인가요?”
아델라의 표정은 굉장히 진지했다.
이 시간에 굳이 출전을 앞둔 자신을 부른 것으로 보아, 내가 할 얘기가 심상치 않은 것이리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리라.
“심각한 일은 아니니까, 표정 풀어도 돼. 말 그대로 너한테 주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부른 것뿐이라서.”
아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뭘 줄 생각이길래 지금 이 시간에 자신을 부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분명한 표정이었다.
“뭔데요?”
“그, 미안한데 보여 주긴 조금 그래.”
“……보여 줄 수 없어요?”
아델라의 고개가 한층 더 기울었다.
“보여 줄 수 없는 이유가 있어.”
아델라는 당연히 정상의 휘석이 어떻게 생긴 건지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지금 정상의 휘석을 꺼낼 수가 없었다.
MVP 보상을 왜 벌써 가지고 있냐고 하면 대답할 방법이 없다.
소피아 님과 내 관계를 말할 수 없는 이상 정상의 휘석에 대한 건 말하지 않는 게 낫다.
“그럼 어떻게 주시려고요?”
“눈 감아 봐.”
“……?”
아델라가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싶은 표정으로 반대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곤 눈을 가늘게 떴다.
“……장난치시려는 건 아니죠?”
“에이. 내가 내일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선수한테 장난을 치려고 이 시간에 불렀겠어?”
“……그건 그렇네요.”
아델라가 금세 경계심을 풀었다.
“그럼 왜 눈을?”
“설명은 나중에 해 줄 테니까. 일단 감아 봐.”
“…….”
“어서.”
“……예.”
아델라가 뭔가 찝찝하단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그대로 입을 살짝만 벌려 줄래?”
“……입까지요? 저한테 주신다는 게 혹시 먹는 거예요?”
아델라가 놀라서 다시 눈을 떴다.
“어.”
“그…… 모르는 걸 먹는 건 좀…….”
아델라가 조금 아닌 것 같다는 표정으로 난색을 표했다.
“날 믿고 한번만. 딱 한번이면 돼. 절대 후회는 안 할 거야.”
“……알았어요.”
잠시 고민에 잠겼던 아델라가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다시 눈을 감고 입을 서서히 벌렸다.
“으…….”
불안한 듯한 작은 신음.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입에 넣는 게 무섭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날 믿는 마음과는 별도로 불안할 테지.
눈을 꽉 감고 입을 적당한 크기로 벌린 아델라.
“고마워.”
나를 믿고 내 부탁을 들어 준 아델라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대로 정상의 휘석을 꺼내, 그대로 아델라의 입에 넣었다.
“……!”
차가운 무언가가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오는 감각에 놀란 듯, 아델라가 눈을 부릅떴다.
“준비해.”
자신이 방금 먹은 게 뭔지 묻고 싶어 보이는 아델라에게 다짜고짜 준비하라는 말을 건넸다.
“준비라니 무슨 준비를……. 윽!”
아델라가 돌연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를 떨궜다.
아델라의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지금 네가 먹은 건 비약이야. 네 성취를 한 단계 끌어 올려 줄 수도 있는 세계 최고의 비약.”
“비…약…….”
아델라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런 아델라의 배후로 이동해, 심장에 가장 가까운 장소. 등에 손을 댔다.
“지금부터 내가 유도하는 대로 마나 순환을 시작해.”
사전에 미미르에게 전해들은 신의 은총 흡수법을 떠올리며 아델라의 마나를 유도했다.
“으……윽!”
고통 때문인지, 유도를 따라 오는 게 조금 어설펐다.
“집중해. 지금 네가 마나 순환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지금 먹은 비약의 효율이 정해져.”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델라는 내 마나 유도를 100% 따라 오기 시작했다.
“좋아. 그새 익숙해졌나 보네. 그럼 속도를 좀 올릴게.”
나는 곧장 마나 유도 속도를 올렸다.
이미 한번 답습한 길이기 때문일까. 이번엔 헤매는 일 없이 곧장 유도를 따라왔다.
그렇게 수십 바퀴의 순환이 이어지고.
“지금 그대로. 딱 그렇게만 하면 돼.”
나는 천천히 아델라의 등에서 손을 뗐다.
내 유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델라는 내가 지시한 루트대로 완벽하게 마나를 움직였다.
“갑자기… 무슨…….”
금세 익숙해진 듯, 이제는 말을 하기까지 한다.
“쉿. 입 열지 마. 입 열 시간에 집중해. 앞으로 1분 내에 비약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할 거야. 그때, 정신을 잃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해.”
“…….”
내 말에 아델라가 무슨 말을 하려다 곧장 입을 닫았다.
내 경고 어린 음색을 통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모양이다.
두근!
“읍!”
그리고 그 순간, 아델라의 심장이 다시금 크게 뛰었다.
두근, 두근, 두근!
이번엔 세 번.
다음엔 다섯 번.
아델라의 몸에 흡수된 신의 은총이 아델라의 심장에 집결하는 소리였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그 소리는 마치 오토바이 엔진 소리처럼 연이어 울렸고.
다음 순간.
화아아아아악-!
아델라의 신체가 밝게 빛났다.
마나의 빛.
동시에 아델라의 신체가 두둥실 떠올랐다.
위잉! 위잉!
허공에 떠오른 아델라의 주위로 마나가 소용돌이쳤다.
정순한 마나의 증거인, 반투명한 흰색 마나.
그것이 빠르게 가속하며, 방 안을 헤집어 놓았다.
그 기세가 얼마나 강렬한지, 방 안의 구조물이 모두 흩날릴 정도.
마치 방 안에 태풍이라도 불어 닥친 듯했다.
카아아앙-!
내게 날아드는 구조물들을 배리어로 막아냈다.
그렇게 약 3분가량의 시간이 흘러.
후우우웅…….
돌연 마나의 폭풍이 사그라들며, 방 안의 구조물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구조물을 흩날리던 마나의 폭풍이 아델라의 신체로 흡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됐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천천히 배리어를 해제했다.
신의 은총 흡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아델라는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
그 상태로 내일 아침 신의 은총이 머금고 있던 마나를 모두 소화할 때까지 마나 순환을 이어갈 테지.
‘정오 직전에 깨어나겠지.’
미미르의 말대로라면 완전 흡수까진 대충 8시간~12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재능이 출중한 사람일수록 흡수 속도가 길어진다던데.
과연 아델라는 얼마나 오랜 시간 흡수를 할까.
조금 기대된다.
‘설마 12시간을 넘어가진 않겠지?’
내일 대인전, 아델라의 경기는 오후 4시에 잡혀 있다.
그때까지 순환을 끝내지 못 하면 부전패다.
뭐, 아직 16시간이나 남아있으니, 부전패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나도 슬슬 시작해 볼까.’
나는 여전히 공중에 떠서, 마나의 빛을 뿜어내는 아델라의 바로 아래에 자리 잡았다.
‘……마나량이 상상 이상인데?’
과연 300~400년 치 마나라고 해야 할까. 마나량이 엄청나다.
‘이 잔여 마나를 모두 흡수할 수만 있다면…….’
나는 곧장 마나 순환을 시작했다.
이미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진리의 고리가 어떤 구조이며, 어떤 형태로 순환하는지는 속속들이 꿰고 있다.
애초에 진리의 고리는 앞선 세 개의 소형 인피니티 서클 만큼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지도 않다.
확장의 고리를 엮을 때 구조 문제보단, 마나량 문제가 컸던 것처럼.
진리의 고리도 구조가 복잡해서 엮는 게 힘들다기보단, 마나량이 부족해서 엮기가 힘들었을 뿐이라서.
마나량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엮을 수 있다.
“후우…….”
나는 길게 숨을 내쉬며, 주위의 마나를 관조했다.
‘이리로 와.’
방 밖으로 유출되려는 마나를 모두 내게로 끌어 모은다.
지금의 내게 그 정도 컨트롤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내게 모여. 모여서 내 안에 새로운 고리를 만들어.’
마나는 아델라의 신체에서 바깥으로, 바깥에서 내 신체로 흘러들어왔고.
이내, 내 몸 안에 새로운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나가 내 신체를 뛰노는 감각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계속, 계속.
다른 감각은 잊고, 시간과 공간의 개념마저 잊은 채.
그저 마나만을 느꼈다.
‘즐거워!’
‘너도 즐거워? 나도!’
마나의 환호성을 들으며, 내 의식은 점점 깊숙한 곳으로 빠져들어 갔다.
아마 다음 눈을 뜰 때면, 나는 5서클이 되어 있으리라.
나는 그런 확신과 함께, 의식의 바다 깊숙한 곳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 * *
다음날 점심.
오후 2시가 되고 나서야, 아델라는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엉망이 된 방의 풍경이었다.
“……태풍?”
방 안에 소형 태풍이라도 불어닥친 것일까. 테이블이고 의자고, 소파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진짜 태풍이 이 방을 쓸고 지나갔다고 해도 이해할 법한 풍경이었다.
“왜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넋이 나간 아델라가 다시금 방을 살폈다.
그 순간 창문 밖에서 비추는 햇빛이 눈에 들어왔다.
“……낮?”
아델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했을 때는 밤 10시 22분이었는데.
왜 뜬금없이 낮이 되어 있단 말인가.
‘기억 안 나.’
아델라가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인상을 찡그렸다.
어제 10시 22분 이후로 기억이 몽롱하다.
‘분명 하율이한테 방으로 와 달라는 연락을 받고…….’
그 뒤에 이 방으로 온 것까진 기억나는데.
그 후의 일이 아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머리에 안개라도 껴 있는 것 같았다.
“으…….”
아델라가 답답한 얼굴로 침음을 흘렸다. 술을 마셔 본 적이 없어서 뭐라 할 말은 없지만, 필름이 끊기면 이런 기분일까.
아주 답답하다.
그렇게 끙끙대던 아델라가 돌연 눈을 크게 떴다.
“아! 시합!”
기억이고 뭐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현재 시간은 낮 2시.
아델라의 경기는 오후 4시 10분이다.
빨리 이동하지 않으면 부전패 처리를 당하게 될 것이다.
아델라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어?”
아델라가 앉아있던 소파 뒤.
바닥에 앉아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신하율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발걸음을 옮겼을 테지.
“……마나 순환?”
신하율은 낡은 로브를 둘러 쓴 채로 마나 순환을 실시하고 있었다.
굳이 심안을 사용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완벽하고 아름다운 마나 순환이었다.
“왜 이 폐허에서 마나 순환을…….”
그렇게 아델라가 의문으로 미간을 찌푸렸을 때였다.
“아!”
떠올랐다!
아델라의 표정이 단숨에 밝아졌다.
“비약!”
아리송했던 기억이 돌아왔다.
신하율의 마나 순환을 보고 기억이 돌아 온 것이다.
“맞아. 분명 비약을 섭취하고…….”
아델라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나, 16시간이나 마나 순환을 한 거야?’
어제 이 방으로 온 게 10시 30분 정도. 현재 시간은 오후 2시.
이 말은 무려 15시간 30분이나 마나 순환을 했다는 말이 된다.
“말도 안 돼…….”
마나 순환을 15시간 넘게 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 했다.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델라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신의 신체를 살폈다.
콰앙-!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소리가 나서 혹시 싶었습니다만, 역시 깨어나셨군요.”
“……김석현 님?”
문 너머로 김석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걸로 부전패는 면할 수 있겠네요. 다행입니다.”
김석현이 아델라의 손을 붙잡고 당겼다.
“가시죠. 경기장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네, 네?”
“자세한 건 이동 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일단 오십시오.”
아델라는 대관절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표정으로 김석현에게 끌려, 폐허가 된 방을 떠났다.
웅, 웅, 웅!
모두가 사라진 방의 중심.
신하율이 마나를 움직이는 소리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