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1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15화(115/466)
경기장으로 향하는 리무진 안.
김석현은 운전을 하며 어젯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어제 10시 20분 경. 도련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김석현이 한쪽 손으로 자신의 폰을 조작해, 어젯밤 신하율이 보낸 문자를 아델라에게 보여줬다.
[발신인 : 신하율] [지금부터 20분 내에, 아델라가 깨달음의 벽을 넘어설 겁니다. 그러니, 마나가 묘한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섣불리 방으로 들어오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문자를 확인한 아델라의 눈이 조금 확장되었다.
깨달음의 벽을 넘어선다.
라는 문장을 보고 놀란 것이다.
“이 문자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도련님의 방을 중심으로 마나가 폭풍처럼 소용돌이쳤습니다.”
무슨 뜬금없는 문자인가, 의아하게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실제로 신하율의 방을 중심으로 호텔 부지 전부가 떨릴 만큼 거센 마나진과 마나 폭풍이 발생했다.
“그래서 저는 도련님의 말대로, 그 누구도 그 방에 들어설 수 없도록 호법을 섰습니다. 아델라 양께서 정말 깨달음의 벽을 넘어서신 건진 모르겠지만, 만약 진짜라면 그 누구도 들여선 안 되니까요.”
깨달음의 벽을 깨고 있는 마법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아예 접근하는 것 자체도 금물이다.
누군가가 접근하면 대기 중의 마나가 변화하며 깨달음의 벽을 허물고 있는 술자에게 영향이 갈 수도 있다.
고로, 깨달음의 벽을 허물고 있는 마법사에겐 그 누구도 접근해선 안 된다.
이는 마법사들 사이의 불문율이다.
“경기 준비를 위해 아델라 양을 데리러 온 팀원분들도 제가 다 돌려보냈습니다.”
대인전은 패배해도 된다.
대인전에서 패배한다고 해서, 한국의 우승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깨달음의 벽은 지금 넘어서지 못 하면 또 언제 넘어설지 알 수 없다.
뭐가 더 중요한진 말할 것도 없었다.
“이에 대해선 다른 팀원 분들도 납득해 주셨습니다. 경기가 대수냐며, 오히려 기뻐하시더군요.”
대인전이라는 큰 경기에서 부전패를 당하게 생겼음에도, 그 누구도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델라가 깨달음의 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경지에 접어든다는 사실에 질투를 품을 만도 하거늘, 그 누구도 부의 감정을 품지 않았다.
다들 아델라의 성취가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팀이더군요.”
“……예.”
아델라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올림피아드 팀이 정말 좋은 팀이라는 건 아델라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다들 자랑스런 팀원들이다.
“축하드립니다. 그 나이에 깨달음의 벽을 또 하나 깨부수셨다니.”
김석현이 놀람 반, 흥분 반의 표정으로 아델라의 성취를 축하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깨달음의 벽을 깨부수신 건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무려 15시간이나 마나 순환을 유지하신 걸로 보아, 사소한 깨달음은 아니신 것 같은데, 혹시…….”
5서클을 엮는 데 성공하신 겁니까?
그 말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아쉽게도 다섯 번째 고리를 엮은 건 아니에요.”
현재 아델라의 심장 주위에는 네 개의 고리만이 회전하고 있다.
다섯 번째 고리는 그 형체도 찾아 볼 수 없다.
“5서클은 아니군요. 아쉽네요.”
김석현이 아쉽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정작 아델라 본인은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근데 5서클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깨달음은 있었던 것 같아요.”
“서클 업에 준하는 깨달음……말입니까?”
마법사들은 여러 차례 깨달음을 얻지만, 그 중 최고는 단연컨대 서클 업이다.
서클 업에 준하는 깨달음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헌데, 서클 업에 준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그게 뭔가요?”
“음. 말로 설명하긴 힘드네요. 서클의 효율, 회전 속도, 마나가 손끝으로 퍼져나가는 시간……. 모든 스테이터스가 한 단계씩 진화한 느낌이에요.”
짧고 옅은 관조만으로도, 자신의 신체가 변화한 걸 알 수 있었다.
만약 마법사에게 능력치라는 게 있다면, 그 능력치가 한 단계씩 상승한 느낌이다.
서클만 그대로 4개일 뿐이지, 거의 다른 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제 몸이 아닌 것 같아요.”
“……음.”
아델라의 말에 김석현이 난색을 표했다. 아델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납득은 할 수 없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아델라와 같은 변화를 경험해 본적도 없거니와, 들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뭐가 됐던 큰 깨달음을 얻으신 모양이네요.”
“예.”
아델라가 다시금 자신의 서클과 마나 혈관을 느끼며 웃음 지었다.
과연 다시 확인해 봐도 대단한 변화였다.
“그럼 됐죠. 다시 한번 축하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델라가 싱그러운 미소로 답했다. 한층 진화한 듯한 마나 서클에 싱글벙글 웃음이 가실 줄을 몰랐다.
‘또 빚을 졌네.’
어젯밤에 먹은 비약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 큰 진화를 이룬 걸로 보아, 범상치 않은 비약임은 분명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아델라는 즐거운 고민에 잠겼다.
“아.”
“왜 그러시죠?”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 하율이는 어떻게 된 건가요?”
마지막 방을 나오기 전까지도 마나 순환을 이어가고 있던 신하율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체 그건 어떻게 된 일일까.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신하율이 왜 그런 상태인지에 대한 건 김석현도 알지 못 한다.
오늘 아침에 아델라의 목소리를 듣고 방에 들어갔을 때.
신하율이 마나 순환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대체 신하율이 왜 그러고 있는지, 이쪽이 묻고 싶을 정도다.
“도련님께서 왜 마나 순환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건 아델라 양이 알고 계실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아델라 양도 모르시는 모양이네요.”
“……네. 눈을 뜨고 보니 마나 순환을 하고 있었습니다.”
“흠. 그렇군요.”
김석현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아니, 이 질문을 하기 전에 이걸 먼저 여쭤야겠네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계속 의문이었던 것.
아델라는 어째서 신하율의 방에서 깨달음의 벽을 허물게 되었는가.
그리고 신하율은 어떻게 아델라가 깨달음의 벽을 허물 거라고 미리 알고 있었는가.
이게 계속 의문이었다.
“……비약을 먹었어요.”
“비약이요?”
“네. 하율이가 준 비약이요.”
비약이라.
“어떤 비약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몰라요.”
“……네?”
김석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약을 섭취한 본인이 무슨 비약을 먹은 건지 모른다니.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어떤 비약인지는 알려 줄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눈 감고 입을 벌리고만 있었어요.”
“그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김석현이 말을 잃었다.
“그런 걸 용케도 드셨군요.”
무슨 약인지도 모르는 걸 그냥 날름 받아먹다니.
엄청난 용기다.
“무섭긴 했지만, 하율이니까요. 믿었어요.”
신뢰로 점철된 강인한 눈빛.
백미러 너머로 그 눈빛을 마주한 김석현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저 모습으로 신하율의 평소 행실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엿볼 수 있었다.
역시 대단하다.
“아무튼 도련님께서 주신 의문의 비약을 먹고, 깨달음의 벽을 허물게 됐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네.”
“눈을 감고 드셨다고 했죠? 맛이나 감촉은 어땠나요?”
“감촉…….”
아델라가 어젯밤의 일을 다시 떠올렸다.
“입에 들어왔을 때의 첫 느낌은 돌 같았어요. 차갑고 딱딱한 돌.”
“돌이라.”
김석현의 머릿속에서 돌처럼 생긴 비약에 대한 정보가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액체처럼 변했어요.”
“녹았다는 건가요?”
“아뇨. 녹았다기보단, 그냥 액체로 변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것 같아요. 정말 순식간에 액체로 변해서 제 몸에 흡수됐거든요.”
“순식간에 액체로 변하는 비약…….”
김석현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무언가가 떠오른 것이다.
“맛. 맛은 어땠습니까?”
“아무 맛도 안 났어요.”
“…….”
김석현이 말을 잃었다.
두 눈은 부릅떠졌고, 입은 반쯤 벌어졌으며, 동공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누가 봐도 당황한 게 역력한 표정이었다.
“하하.”
그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못 보여준다고 할 만하군요.”
“무슨 비약인지 아신 건가요?”
“네.”
김석현이 표정을 수습하고 다시금 헛웃음을 터트렸다.
“‘대지의 눈물’이라고 아십니까?”
“대지의 눈물이요?”
아델라가 난생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아마 모르실 겁니다. 시중에 딱 한번 풀린 적이 있는 비약이라서요.”
“어떤 비약인가요?”
“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신비위가의 재산을 다 털어도 절대 구할 수 없을 만큼 비싼 비약입니다.”
“……네?”
아델라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 * *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건 폐허나 다름없는 몰골이 된 내 방의 전경이었다.
“……정리하실 분한테 미안하네.”
나중에 뭐 몸에 좋은 거라도 선물해 드려야지.
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그대로 창문 쪽으로 향했다.
태양이 반쯤 모습을 감추며, 석양이 드리웠다.
대충 봐도 6시는 넘은 듯한 풍경이었다.
“나, 대체 몇 시간이나 이러고 있던 거야?”
나는 폐허가 된 방 안에서, 시계로 보이는 것을 찾았다.
완전히 깨져나가 끔찍한 몰골이긴 했지만, 다행히 초침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6시 47분.’
예상대로 6시가 넘었다.
‘마나 순환을 오래도 했네.’
어젯밤, 아델라가 무아지경으로 마나 순환을 시작한 시점이 10시 37분 정도였고.
그 직후에 나도 바로 마나 순환을 실시했다.
그럼 대충 10시 40분에 시작했다고 치고, 지금이 18시 47분이니까.
‘20시간?’
20시간 넘게 마나 순환을 실시했다는 말이 된다.
“20시간이라니…….”
평범한 마법사가 마나 순환 30분 정도면 탈진 상태에 빠지는 것을 생각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근데 뭐, 바이테너식이 비범하단 거야 익히 알고 있던 일이니까.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그보다 아델라의 경기는 어떻게 됐으려나.’
아델라의 경기는 4시 10분.
경기가 끝났어도 한참 전에 끝났을 시간이다.
아델라는 무사히 승리를 따 낸 것일까.
아니, 그 전에 4시 전에 경기장에 도착하긴 한 것일까.
아마 잘 됐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다.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아.”
그러나 아쉽게도 내 주머니에 폰은 들어 있지 않았다.
어제 아델라에게 연락을 하고 난 뒤에 침대에 그대로 던져뒀던 걸 떠올렸다.
그 말은 즉.
‘이 난장판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내 스마트폰은 이 폐허 어딘가에 처박혀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려면 그걸 찾아야 하고.
‘미리 마법 금고에 넣어 둘걸.’
다른 귀중품은 미리 마법 금고에 넣어 뒀는데. 스마트폰까진 생각하지 못 했다.
내 실수다.
‘이러면 차라리 로비로 가서 전화를 빌리는 게 낫겠다.’
이 난장판에서 내 폰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찾아야 하는 폰, 미리 찾아도 되기야 하겠지만, 그건 나중에 해도 될 일이다.
일단 로비로 가서 폰을 빌려 현재 상황을 전달 받은 뒤에 폰을 찾아도 늦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서진 테이블과 의자, 액자들의 잔해를 적당히 피해가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복도로 나섬과 동시에 놀라고 말았다.
“……아버지?”
아버지가 내 방 앞에 앉아 책을 읽고 계셨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 혼자 우두커니. 마치 내 방을 지키듯이 말이다.
“아버지가 어째서 여기에……?”
내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읽는 데 전념하시던 아버지가, 내 물음에 책을 덮고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석현이가 자리를 비웠으니 말이지. 그 대신이다.”
“그 말은…….”
즉, 석현 아저씨가 자리를 비웠기에 아버지가 대신 내 호법을 서고 계셨단 말이었다.
“왜? 내가 네 호법을 섰다는 게 그렇게도 놀랍더냐?”
내 표정에 제법 재미있었던 것일까. 아버지가 세상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무얼. 올림피아드가 끝날 때까진 지켜 준다는 게 약속이니까 말이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리 했을 뿐이다.”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그리곤 세상 재미있다는 눈빛으로 내 신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었다.
“그래. 어째, 깨달음의 벽은 완전히 박살냈느냐.”
기대에 찬 눈.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 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알고 있음이 분명한 눈빛.
나는 그런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답했다.
“네.”
나는 내 신체를 도는 다섯 번째 고리, ‘진리의 고리’를 느끼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완전히 산산조각을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