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1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18화(118/466)
시간은 빠르게 흘러.
8강 1~3경기가 끝나고.
8강 마지막 경기, 아델라 VS 카일의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자,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델라 스테어트 선수 VS 카일 벤티아 선수의 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현재 시간은 오전 11시 10분.
5분 후면 경기가 시작된다.
―경기장의 열기가 엄청나네요!
―앞선 1~3경기도 엄청난 접전이었으니까요. 이런 분위기가 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해설자와 캐스터가 말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게다가 이번 경기는 올림피아드 신기록 경신이 달려 있는 중요한 경기입니다. 저도 이렇게 떨리는데, 보고 있는 관중 분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아! 그러네요!
―하하. 오늘 긴장 좀 하셔야 할 겁니다. 만약 한국이 우승을 차지하게 되고, 기록이 경신되면, 저희 둘의 이름과 영상도 분명히 남을 거거든요! 실수라도 했다간 100년 동안 박제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너무 떨리는데요? 흑역사 영구 박제라니.
캐스터가 진심으로 떨리는 표정으로 말을 떨었다.
갑자기 표정도 급격하게 굳었다.
―하하. 그렇다고 너무 경직되실 필요는 없습니다. 탈리스 아나운서의 매력은 쾌활함이니까요! 역사에 기록이 남을 거면 가장 매력적인 모습으로 남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네! 평소대로 하겠습니다!
완전히 경직되었던 캐스터의 표정이 다소나마 풀렸다.
―자, 말씀드린 순간 두 선수가 경기장에 입장합니다.
―시합 시작까지 3분 남은 현재, 두 선수 다 장비를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점검엔 녹색 마탑과 청색 마탑의 엔지니어 분들이 나서 주셨습니다. 저도 처음 보는 희귀한 광경이군요.
―그럼 빠르게 선수 소개를 해야겠죠? 먼저 영국, 카일 벤티아 선수부터…….
그렇게 캐스터가 본격적으로 선수 소개를 시작했다.
경기 시작 전, 분위기 고조를 위한 과장된 소개이기에 딱히 중요한 건 없었다.
그리고 그런 해설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선수 대기실 중앙에 있는 자판기 앞 쉼터에선 예상외의 두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하율. 넌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해?”
달리아 살렌티아.
그녀가 대형 스크린에 송출되고 있는 아델라와 카일을 바라보며 넌지시 말을 걸었다.
시합 시작 전에 음료를 뽑아 갈 생각이었던 것인지, 품에 스포츠 드링크를 가득 껴안고 있다.
“아델라가 이길 거야.”
달리아의 질문에 대답한 건 신하율이었다.
신하율도 달리아와 마찬가지로 품에 10개가량의 스포츠 드링크를 안고 있다.
“……진심이야?”
“그럼. 당연히 진심이지.”
이 둘이 여기서 이렇게 만난 건 우연이다.
둘 다 팀원들을 위해 스포츠 드링크를 뽑아 오려고 나왔다가 우연찮게 딱 마주친 것뿐.
“그렇다는 말은 아델라 스테어트 쟤도 너처럼 5서클이라는 말이야?”
“아니. 아델라는 4서클이야.”
신하율이 품 안에 안고 있던 스포츠 드링크를 마법으로 허공에 띄워 옮겨, 자판기 옆 소형 테이블 위에 차곡차곡 쌓았다.
그리곤 달리아가 안고 있던 스포츠 드링크도 띄워 근처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딱 봐도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한 행위였다.
계속 차가운 드링크를 품에 안은 채로 있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여전히 대단한 마법 컨트롤이네.”
“이 정도는 너도 할 수 있잖아.”
스포츠 드링크를 띄우는 것 자체는 그닥 대수로운 마법이 아니다. 저런 가벼운 염동 마법은 달리아도 사용할 수 있다.
AI에 염동력 마법을 등록만 한다면, 저런 스포츠 드링크가 아니라 승용차도 공중에 띄울 수 있다.
“띄우기야 할 수 있겠지. 근데 너처럼 세세하게 조작하는 건 불가능해.”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에 등재된 염동 마법은 물체를 들어 올려 옮긴다. 이 정도 효과밖에 없다.
옮기는 것도 굉장히 대략적으로 몇 미터 좌우상하로 움직인다 정도 뿐.
저렇게 세세하게 컨트롤해서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
“아니, 그보다 나한테 마나를 일절 접촉시키지 않고 스포츠 드링크만을 띄운 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품에 꽉 안고 있던 스포츠 드링크에 염동력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아의 피부 표면에는 그 어떠한 마법적인 접촉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체 저런 기예는 얼마나 컨트롤이 좋아야 가능한 것일까.
“상대한테 마법적으로 접촉 안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옮기고 싶은 물건에만 염동력을 행사하면 돼.”
“……아주 교과서적인 답변 고마워.”
달리아가 다소 짜증난 표정으로 답했다.
마치 축구선수에게 슛을 어떻게 차야 잘 넣을 수 있냐는 대답에 그냥 공을 발로 차면된다는 답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다.
“말해주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
달리아가 입술을 삐죽였다.
삐진 표정이었다.
“사실대로 말한 건데. 진짜 이게 요령이야.”
신하율은 심의, 즉 생각을 통해 마법을 사용한다.
고로, 조금 전 말은 아무런 거짓이 없는 순도 100% 진실이었다.
“됐어. 그냥 비밀이라고 하면 될걸 굳이……. 내가 마법의 비밀을 꼬치꼬치 캐물은 것도 아니고.”
달리아가 툴툴댔다.
바이테너식에 대해 전혀 모르는 달리아는 조금 전 신하율의 말은 비아냥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보다 얘기가 샜는데. 아델라 스테어트가 4서클이라는 건 진짜야?”
“어. 지금 아델라는 4서클이야.”
신하율이 대형 모니터에 송출되고 있는 아델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답했다.
“근데 아델라 스테어트가 이긴다고?”
“어.”
달리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4서클 마법사 대 5서클 마법사의 역대 전적 통계가 어떤지 모르는 건 아니지?”
“알지. 7.374%.”
10번 싸우면 한 번도 못 이기는 통계치다.
“그런데도 아델라가 이길 거라고?”
“어. 100%라곤 말 못 하겠지만, 73%확률 정도론 이길 거야.”
7.3%가 아니라 73%.
그렇게 말하는 신하율의 표정은 너무나도 자신만만했다.
“이해할 수가 없네. 상성이 우위인 것도 아니고. 대체 어떤 면에서 아델라가 유리하다는 거야?”
아델라의 월(月) 속성 마법은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당연히 카일 같은 속도 특화형에게 취약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페널티인데, 4서클인 아델라는 헤일로 외에는 근거리 대응기가 전혀 없기에 근거리 특화형에게도 불리한 면이 있다.
즉, 속도 특화형에 근거리 특화형인 카일은 아델라의 완전한 상성이라는 말이 된다.
하물며 서클도 아델라가 1서클 아래.
누가 봐도 승리의 무게 추는 카일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실제로 달리아를 비롯한 미국의 분석팀은 카일이 99% 승리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하율은 아델라가 이길 거라 단언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그 말은 즉, 아델라에게 뭔가 비장의 한 수가 있다는 말이 된다.
“대답해 줄 거라고 생각해?”
“……아니. 안 해 주겠지.”
신하율은 적 팀에게 자기 팀 선수의 정보를 쉽사리 털어놓을 만큼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물어 본 것뿐이야. 대답 안 해 줘도 상관없어. 내가 직접 보고 알아낼 거니까.”
달리아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모니터를 노려봤다.
“아. 그래? 대답해 주려고 했는데, 필요 없으면 말고.”
신하율이 픽 웃으며 말했다.
입가가 장난스럽게 치켜 올라가 있다.
“……어?”
달리아의 표정에서 독기가 빠졌다. 예상치도 못한 말에 넋이 나간 것이다.
“대답해 준다고?”
달리아가 ‘왜?’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어차피 카일과 싸우면서 다 까발려질 정본데 뭐.”
“그거야 그런데…….”
아델라는 이번 전투에서 전력을 다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딱히 정보를 감추는 건 의미가 없어진다.
막 세세한 정보만 아니면 말해도 상관없다.
“어쩔래? 들을래?”
“……들을래.”
달리아가 짧게 뜸을 들인 후에 답했다.
정보는 다다익선. 뭔가 짜증나긴 하지만 듣는 게 낫다.
―자, 슬슬 카운트가 시작됩니다!
[10, 9, 8……]마침 경기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마침 잘 됐네. 말로만 설명하기 힘들 거 같았는데. 경기를 보면서 말해 줄게.”
신하율이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고, 달리아도 신하율의 시선을 따라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3, 2, 1] [Start!]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카일의 신체 주위로 돌풍이 휘몰아쳤다.
곧바로 풍신을 시전한 것이다.
“일단, 아델라는 평범한 4서클 유저가 아니야.”
아델라도 그런 카일에 대응하기 위해 마나를 끌어 올렸다.
신체 주위에 달빛을 연상케 하는 마나가 오오라처럼 일렁인다.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야.”
그리고 약 2초가 흘러.
모든 준비를 끝마친 카일이 자세를 낮췄다.
하체에 모든 힘이 쏠리며 경기장 바닥이 미세하게 떨렸다.
대전용으로 준비된 최고 등급의 마석이 아니라 콘크리트였다면, 방금 그 준비 동작만으로 경기장 전체가 거미줄처럼 쩌저적 갈라졌으리라.
“아델라는 천재거든.”
달리아가 신하율을 힐끔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4서클이 다 4서클이지.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그렇게 생각하며 한 소리를 하려고 할 때였다.
콰앙-!
모니터 속 카일의 신영이 사라졌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아델라를 향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역시 카일이야. 모니터 너머론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어느새 아델라의 코앞까지 도착한 카일이 돌풍을 머금은 세검을 휘둘렀다.
공기 저항마저 갈라내는 듯한 날카롭고 예리한 베기.
세검은 정확히 아델라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끝났어.’
카일이 저기까지 접근한 이상, 승부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다.
‘저 거리까지 접근을 허용하면 나도 못 이겨.’
지금 아델라의 위치에 달리아 본인이 있었어도 마찬가지다.
카일을 3미터 이내로 접근시킨 순간 게임은 끝.
역전할 방법은 없다.
카일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그가 접근하지 못 하도록 견제하며 원거리전으로 끌고 가는 것인데.
‘평범한 4서클이 아니라더니. 저게 뭐야. 초격에 끝났잖아.’
달리아가 김이 식은 표정으로 작게 혀를 찼다.
“끝…….”
그리고 신하율에게 시선을 돌려, ‘끝났다.’라고 말을 하려 했을 때였다.
―와아아아아아-!
환호성이 들려왔다.
스피커 너머로, 대기실의 벽 너머로, 관중들의 크나큰 함성 소리가 여과 없이 전해져 온다.
―아델라 스테어트 선수! 카일 선수의 검을 완벽하게 막아냅니다!
이어, 해설자의 흥분한 목소리도 들렸다.
달리아가 빠르게 고개를 다시 돌려 모니터를 봤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끝난 후였다. 지금은 아델라와 카일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을 뿐.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달리아의 눈이 당황으로 떨렸다.
“눈을 떼지 말았어야지.”
신하율이 그런 달리아를 보며 픽 웃었다.
“……대체 뭘 한 거야?”
달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아델라는 어떻게 카일의 공격을 피한 것일까.
“별거 안 했어. 그냥 몸을 숙여 피한 것뿐이야.”
“그건 나도 알아. 내 말은 어떻게 피했냐는 거야.”
아델라가 공격을 피했다는 건 해설자들의 해설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어떻게 피했는가다.
“어떻게 피했긴. 검이 어디로 올지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 피했지.”
“검이 어디로 올지 알고 있었어……?”
“어.”
“어떻게?”
“예측과 분석을 통해서.”
나는 세검을 비스듬히 사선으로 내려서 쥐는 카일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예측과 분석……. 카일의 선행 동작, 모션을 읽었다는 거야? 아니. 그럴 리가…….”
달리아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카일과 달리아는 라이벌이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도 카일의 분석에 열심이었던 게 바로 달리아다.
아마 분석한 자료를 모은다면, 어지간한 장편 소설 완결 분량만큼은 나올 거다.
“2년 전이면 모를까, 지금의 카일에게 선행 동작 같은 건 없어.”
그렇기에 단언할 수 있다.
카일에게 선행 모션 같은 건 없다. 그런 게 있었다면 달리아나 미국의 분석팀이 놓칠 리가 없다.
“맞아. 네 말대로 카일의 모션에 버릇 같은 건 없어.”
검을 비스듬히 쥐건, 세워 쥐건, 앞으로 내빼 쥐건.
다음 베기가 어디로 올지는 알 수 없다.
보폭을 비롯한 신체 동작 그 어디에도 버릇 같은 건 없다.
“그럼 뭘…….”
보고 분석했다는 거야.
라고 끝까지 말하기도 전, 신하율이 달리아의 말을 끊고 답했다.
“근데 그건 신체적인 모션에 한정된 얘기야.”
“……신체적?”
신하율이 다시금 공격을 하는 카일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카일의 버릇은 신체가 아니라 마나에 있어.”
“마나…….”
아델라는 이번에도 카일의 공격을 완벽하게 회피하고, 또 막아냈다.
―아! 아델라 선수! 또 다시 카일 선수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냅니다! 이번엔 카일 선수의 장기인 4연속 베기였는데 말이죠! 두 걸음과 한 번의 배리어로 완벽하게 막아냈어요!
아델라의 완벽한 회피 기동에 놀란 달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일은 기술을 사용할 때, 마나의 유동에 티가 나.”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어.”
카일의 마나 분석도 이미 수십 차례 했다.
하지만 그 어떠한 특이점도 찾을 수 없었다.
“분석팀이나 너나, 사라나 모르는 게 당연해. 신안을 지닌 나도 두 차례 직접 싸우며 겨우 찾아 낸 버릇이니까.”
신안으로도 간신히 찾은 특징.
마나로 엿볼 수 있는 선행 동작.
“네 눈……신안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유동이라는 거야……?”
달리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니. 말도 안 돼. 네가 그런 걸 봤다는 건 백보 양보해서 그렇다고 쳐도, 아델라 스테어트도 그걸 볼 수 있을 리가…….”
달리아의 동공이 서서히 확장되었다.
“설마 스테어트가의 심안을 이용해서…….”
“정답.”
신하율은 여전히 수비에 전념하고 있는 아델라, 정확히는 아델라의 금빛으로 물든 두 눈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아델라도 카일의 마나를 통해 카일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어.”
심안(心眼).
B급~A급 사이라고 평가되는 다소 뒤떨어지는 효과를 지닌 탐지안이긴 하지만, 대상의 마나가 어떤 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정도는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만 볼 수 있으면, 내가 파악한 정보를 통해 카일의 버릇을 읽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그 어떤 뛰어난 검사를 상대한다고 해도, 모든 동작을 사전에 읽을 수만 있으면 절대 지지 않아.”
“그건…….”
이게 대 ‘카일’ 상대 필승 전략.
내가 앞서서 카일을 분석하고, 아델라의 심안이 있어야 비로소 사용할 수 있는 필승책이다.
“그리고 아까 물었지? 아델라가 평범한 4서클이 아니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
방어를 통해 카일의 움직임을 완전히 파악한 듯, 아델라가 공세를 위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늘을 점령하는 회색의 마탄.
“저건 또 무슨…….”
그 수는 어느새 10을 넘어 20, 30을 넘어갔다.
“그 답은 지금부터 알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