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2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20화(120/466)
“어유! 우리 지수! 일로 와! 언니가 뽀뽀해 줄게!”
경기를 끝내고 대기실로 돌아 온 아델라를 진희윤 선배가 격하게 반겼다.
아델라를 껴안고 입술을 문어처럼 내민 상태로 아델라에게 얼굴을 가져다 댄다.
“어, 언니! 그니까 그런 건 전……!”
아델라가 기겁을 하며 반항했다.
그런 아델라가 귀여운 것인지 진희윤은 계속해서 들러붙었다.
평소라면 아델라가 억지로라도 떼어 냈겠지만, 지금의 아델라는 경기를 치르며 힘을 대부분 소모한 상태다. 진희윤을 물리적으로 떼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언니이……!”
아델라가 손으로 진희윤 선배의 입술을 가리고 소리쳤다.
아델라의 저렇게 큰 목소리는 오랜만에 듣는 것 같다.
그렇게 싫을까. 기껏해야 볼에 뽀뽀하는 것뿐인데.
“흐흐흐. 언니한테 모든 걸 맡기고 있으면…….”
그런 격렬한 반응에 한층 더 신난 진희윤 선배가 능글맞게 웃으며 쭉 내민 입술을 움직였다.
“그만해. 이 또라이야.”
그런 두 명의 사이에 끼어든 건 역시 마진석 선배였다.
진희윤 선배를 강제로 떼어내고 머리에 꿀밤을 쥐어박는다.
“아야! 왜 때려!”
“맞을 만하니까 때렸다 왜. 경기 끝내고 와서 안 그래도 힘들 텐데. 더 힘들게 하면 어떡해?”
진희윤 선배의 품에서 벗어난 아델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게 하려고 했던 거 아니거든? 그냥 내 감동과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게 힘들게 하는 거야 띨빡아.”
“뭐? 띨빡? 말 다 했어?”
“아니? 아직 안 끝났는데?”
그리곤 평소대로 두 명이 말다툼을 시작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 아델라의 승리를 축하해 주는 분위기였는데, 순식간에 투기장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쟤네는 진짜 어쩜 저렇게 한결같냐.”
“어휴. 3학년 망신은 다 시킨다니까.”
그런 둘을 보며 다른 선배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개중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선배도 있었다. 저 둘이 진심으로 부끄럽다는 듯, 뺨도 붉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진희윤 선배와 마진석 선배 둘 다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한 듯, 말끔해진 표정으로 아델라에게 다가왔다.
“수고 많았어.”
“진짜 멋있었다.”
“크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카일 벤티아를 이기다니. 역시 미리 사인 좀 해 주라. 나중에 프리미엄 붙을 거 같은데.”
선배들이 진심으로 아델라를 축하해 줬다.
“감사합니다.”
아델라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델라도 자신이 승리했다는 사실에 도취되어 있는 듯 표정이 생생하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말씀드렸듯이 사인은 좀…….”
“왜애앵~ 해 주라. 사인 그게 뭐 얼마나 어렵다고.”
선배의 투정 아닌 투정에 아델라가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애초에 저 사인 같은 거 없어요.”
“괜찮아. 그냥 종이에 이름만 적어주면 돼. 가능하면 프랑스식 이름이랑 한국식 이름 둘 다 써주면 좋고.”
“아, 써 줄 거면 나도. 집에 가서 자랑하게.”
“나도 나도! 해 주기만 하면 우리 집 가보로 삼을게!”
“그, 선배님들. 그니까…….”
아델라가 선배들에게 둘러싸여서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 되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
아델라가 선배들의 몸 사이로 내게 시선을 돌렸다.
‘도와주세요.’
날 바라보는 눈이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당황하는 아델라를 보는 건 재밌긴 하지만, 뭐, 슬슬 구해주는 게 낫겠지.
4강전을 대비해서 휴식을 취해야 할 테고.
그렇게 생각하며 아델라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였다.
“자자. 선배님들. 일단 진정하십쇼.”
나보다 순찬이가 더 먼저 움직였다.
“여기. 제 사인을 대신 드릴 테니까. 이걸로 일단 만족하시고, 아델라는 쉬라고 보내줍시다!”
순찬이가 들고 있던 수첩에 이름을 적당히 휘갈겨 써서 선배들에게 건넸다.
“……왜 쓰레기를 줘?”
“아하. 이거 필적 복사해서 너 사칭하라는 의미구나?”
“와. 글씨체 진짜 더럽다.”
선배들의 가감 없는 말에 순찬이가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됐다.
“와. 말넘심.”
물론 진심으로 충격을 받은 건 아니다.
선배들이나 순찬이나 다 장난으로 저러는 것뿐.
“큭큭. 뭐, 일단 받아 둘게.”
“딱 5년만 묵혀 뒀다가, 프리미엄 붙을 기미가 안 보이면 그냥 태워버려야지.”
“5년이면 껌이죠. 두고 보세요. 그 종이, 어마어마한 가치가 붙을 테니까.”
순찬이가 크게 웃으며, 아델라에게 윙크를 했다.
선배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아델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순찬이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리액션이었다.
“그럼 아델라. 더 늦기 전에 휴게실로 가자. 컨디션 관리사 님들이랑 엔지니어 분들 다 거기서 대기 중이셔.”
나는 그런 아델라를 불렀다.
“아, 네.”
아델라가 짧게 답하고 내가 다가왔다.
“그 전에 신체 확인부터 해야겠구나. 어디 불편한 덴 없어? 아까 보니까 산들바람에 조금 스친 것 같던데.”
아델라는 카일의 산들바람을 완벽하게 피하지 못 했다.
내가 본 바로는 목 가죽을 약 0.1cm 정도 베였다.
“네. 멀쩡해요. 세이프티 설정이 없었다면 좀 그랬을 것 같긴 한……. 아아아아! 아파요! 누르지 마세요!”
내가 아델라의 목덜미를 누르자, 아델라가 기겁해서 소리쳤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말다툼을 하던 마진석, 진희윤 선배도 화들짝 놀라 이쪽을 돌아 볼 정도.
“퍽도 괜찮아 보인다.”
“…….”
산들바람은 내가 전력을 다해서 겨우 막았을 정도로 대단한 공격이다.
그런 공격에 스쳤는데 멀쩡할 리가 있나.
“뭐야. 지수 어디 다쳤어? 심각해?”
진희윤 선배가 세상 심각한 표정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뇨. 심각한 건 아니에요. 세이프티 설정이 없었으면 모를까. 1시간 정도면 완치될 거예요.”
“그렇구나. 다행이다.”
진희윤 선배를 필두로 선배들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휴게실로 가기 전에 의무실에 잠시 들러야겠네. 순찬아. 의무실에 연락 좀 해 주라.”
“오케이.”
순찬이가 빠르게 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럼 저흰 빠르게 가보겠습니다. 순찬아. 뭐 문제 있으면 연락해.”
순찬이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OK 사인을 보냈다.
“이따 보자.”
“푹 쉬고~ 호들갑 떨어서 미안해!”
나와 아델라는 선배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대기실을 떠났다.
대기실을 나서, 복도를 걸어가는 중. 내 옆에서 나란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아델라에게 넌지시 물었다.
“목 말곤 괜찮아?”
“네. 괜찮아요.”
“작은 위화감이라도 좋으니까, 뭐 이상한 게 있다 싶으면 바로 말해. 가만히 놔두면 낫는다고 조용히 있지 말고.”
아델라의 목에 난 상처는 굳이 의무실에서 치료하지 않아도 4강전이 시작되기 전에 자연스럽게 회복될 만한 상처다.
그렇기에 아델라는 자신이 다친 사실을 숨긴 것이다.
괜히 우리한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아델라가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럼 그……. 정말 사소한 거긴 한데…….”
아델라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뭔데?”
“가슴 주위가 좀 뭉글뭉글한다고 해야 할지. 서클이 묘하게 불편한 느낌이 들어요.”
“……마나 서클을 다루는 데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말이야?”
“네. 변명 같이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거 때문에 마지막 산들바람을 완벽하게 피하지 못 했어요.”
“마나 서클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거면, 사소한 게 아니잖아.”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델라의 신체를 관찰했다.
신안을 활성화하고 아델라의 피부 표면을 흐르고 있는 마나를 살폈다.
‘일단 외부적으로 보이는 이상은 없어.’
마나 서클에 문제가 생긴 거라면 뿜어져 나오는 마나에도 문제가 생겨야 하는데 그런 증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목에 새겨진 마나의 자상 말고는 다 멀쩡하다.
“아델라. 미안한데. 잠시 등에 손 좀 대도 돼?”
이 이상 자세히 관찰해 보기 위해선, 아델라의 신체에 손을 대고 아델라의 신체에 내 마나를 불어넣어 내부의 마나를 직접 관찰해 보는 수밖에 없다.
“네? 네.”
“그래. 그럼 잠시 등 좀 돌려 줘.”
“네.”
아델라가 내게 등을 보였다.
나는 아델라의 등에 손을 얹고 내 마나를 불어넣었다.
내 마나가 빠르게 아델라의 신체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딱히 반발 같은 건 없었다.
이미 아델라의 고유 마나 성질은 100% 꿰고 있다.
그 성질에 맞춰서 내 마나를 불어 넣으면 부작용 같은 건 생길 수가 없다.
내 마나는 빠르게 아델라의 마나 혈관을 따라 아델라의 신체를 일주했다.
그 과정을 총 10번 반복하며 아델라가 느낄 법한 이질감을 찾았다.
‘……마나 서클부터 내부 회로까지 다 정상이야.’
그러나 아무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아델라의 신체는 이 이상 없을 만큼 정상적이었다.
이상은커녕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신체 상태다.
“변한 신체에 아직 적응 못 해서 그런 건 아니고?”
신의 은총을 섭취하며 변한 신체에 아델라가 아직 적응하지 못 한 게 아닐까.
“……그런 느낌은 아니에요. 마나는 확실히 제 의지대로 움직여요. 그 행위에 불편함이나 위화감은 하나도 없어요.”
“……그래?”
아델라가 저렇게 확신할 정도면 부적응 문제는 아니다.
‘그럼 뭐지?’
나는 다시 마나를 불어 넣어 아델라의 마나 혈관 및 신체 내부의 마나 구조를 관찰했다.
이번엔 조금 더 세세하게 관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상도 찾을 수 없었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곳이 심장 인근이라고 했지?”
“네. 뭉글뭉글하다고 해야 할지. 간질간질하다고 해야 할지. 묘하게 허전하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딱 잘라 표현하긴 힘든데 그런 느낌이에요.”
“간질간질하고 허전하다…….”
그럼 아예 심장 주위 마나 서클을 집중적으로 감지해 보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모든 마나를 아델라의 심장 주위로 집결시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효율로 순환하는 네 개의 고리. 다 멀쩡한…….’
그러던 중,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잠깐만…….’
네 개의 고리 옆에 묘하게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의 아주 작은 공간이 감지되었다.
네 개의 고리에 병렬로 서는 공간에 위치한 틈새.
‘이거 설마…….’
내 동공이 당혹으로 확장되었다.
“아델라. 너, 비약 섭취 후에 다섯 번째 고리 엮으려는 시도 해 본적 있어?
“아뇨. 비약 섭취 후는커녕 섭취 전에도 시도해 본적 없어요.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니까요.”
“그래. 그럼 모르는 것도 당연하긴 하네.”
나는 아델라의 등에서 손을 뗐다. 아델라가 다시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아델라 네 신체는 다섯 번째 고리를 엮을 준비를 모두 끝마쳤어.”
“……네?”
아델라가 순간 말을 잃었다.
“다, 다시 한번 말해 주시겠어요?”
“너. 지금 고리 엮기만 하면 바로 5서클 유저가 될 수 있다고.”
아델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그럴 리가……. 네 번째 서클을 엮은 뒤로 겨우 두 달 밖에 안 지났는데…….”
“진짜야. 네가 심장 주위에 위화감을 느끼는 건, 있어야 할 서클이 없기 때문이야. 그래서 허한 느낌이 드는 거지.”
엔진 다섯 개로 돌아가야 하는 프레임에 엔진이 네 개만 꽂혀 있는 상태.
그게 딱 현재 아델라의 상태다.
없어도 작동하긴 하겠지만, 공간이 하나 텅 비어 있으니 이질감과 허전함이 느껴질 수밖에.
“그렇게 설명을 듣고 나니 그런 느낌이긴 한데…….”
아델라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신체를 이리저리 살폈다.
그런 아델라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신의 은총, 그 시대 최고의 마법사가 될 재능을 부여하는 지고의 비약이라더니…….’
섭취와 동시에 서클 업.
과연 지고의 비약이라 할 만한 악마 같은 효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