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2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21화(121/466)
4강 일정이 모두 끝났다.
이제 대인전의 남은 일정은 내일 있을 결승전 뿐.
[대인전 결승전] [AM 11:30] [한국 VS 미국]결승 진출자는 모두의 예상대로 한국과 미국이 되었다.
이변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아델라와 달리아는 4강에서 압승을 거뒀고, 무난히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신기록 경신까지 앞으로 한 걸음.] [137년 만에 역사가 변하는가.]이제 정말 한국의 신기록 경신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세계 각국의 대형 포털에선 이러한 기사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당연했다.
무려 137년 만에 신기록이다.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게 더 무리한 부탁이다.
[아델라 스테어트. 영국의 천재 카일 벤티아를 격파!] [아델라 스테어트는 어떻게 카일 벤티아를 이겼는가.] [4서클 VS 5서클! 7.3%의 승률을 뚫고 화려하게 승리!]하물며 경기의 내용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4서클인 아델라가 5서클인 카일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했다.
말 그대로 파란.
세계는 새로운 천재의 등장에 환호했다.
[지렸다.]그 중, 가장 뜨거운 곳은 단연 한국이었다.
한국은 현재 세계가 환호하는 것보다 수십 배 뜨겁게 불타고 있다.
[진짜 신기록 경신이 눈앞까지 왔다.] [내일 출근이고 뭐고 결승 무조건 본다.] [내 살아생전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을 줄은. 후욱후욱.]신기록 경신을 앞둔 것도 한국.
카일을 이긴 것도 한국 선수.
한국 사람으로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건 당연했다.
[애들아 일단 다들 진정하자. 너무 설레발치는 듯.] [내일 달리아한테 이겨도 아직 두 경기 더 남았어. 지금부터 그러는 건 진짜 김칫국이야.] [응. 헛소리죠? 내일 대인전에서 우승만 하면 사실상 신기록 경신이죠?] [달리아랑 카일 남은 출전 기회 1회. 신하율 2회. 오픈 레이드나 미궁 탐사 둘 중 하나는 100% 우승 확정임.] [그리고 남은 한 경기도 신하율 아델라 원투펀치면 카일이나 달리아한테 절대 질 수가 없음.]카일과 달리아의 연합을 홀로 박살낸 신하율.
그리고 카일을 이긴 아델라.
이 둘이 힘을 합친다면 남은 두 경기에서 승리를 따 내는 건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솔직히 신하율 혼자 나서도 이길 걸?] [신하율은 신이고 한국은 최강이다.] [우승이 복사가 된다니까?]이런 말이 당연하게 도배될 정도로 한국 사람들은 신하율의 승리를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신하율이 참가할 미궁 탐사랑 오픈 레이드 이전에 내일 결승이 문제지.] [솔직히 겁나 불리함. 이기면 기적.] [ㅇㅈ. 솔직히 아델라가 달리아 하위호환이잖어.]아델라와 달리아는 둘 다 화력을 중시하는 원거리 마법사다.
같은 타입인 만큼 서클의 차이는 절대적인 차이로 다가 올 수밖에 없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야. 그렇게 따지면 뭐 카일은 만만해서 이겼냐.] [우리 아델라 님께선 다 생각이 있으실 거다~ 이 말이야.] [달리아는 그나마 하위호환 정도지, 카일은 극강의 카운터였음. 카운터도 이겼는데 하위호환이라고 못 이길 게 있음?] [기적이 두 번 일어날까?] [개인적인 사심 다 빼면 솔직히 난 질 거 같음.]인터넷 상에선 아델라의 승패를 두고 설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후. 뭐가 됐던 아델라가 졌다고 해서 막 악플 달거나 하진 마라.] [이걸로 악플다는 새끼들은 다 나가 뒤져야지. 이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경긴데.] [져도 솔직히 실망은 안 할듯. 이미 금메달 확정인데 뭐 ㅋㅋㅋ]“휴.”
그런 커뮤니티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지순찬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져도 역적이 되진 않을 것 같네요.”
“뭐가?”
옆에서 지순찬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반응을 보고 있던 진희윤이 그건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일 경기요. 다들 신기록 경신에 눈이 멀어 있겠다, 지면 역적이다 뭐다 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아델라의 승패에 신기록 경신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아델라가 패배하면 모두에게 질타를 받을 확률도 없지는 않았다.
“넌 뭐 그런 쓸데없는 걸 걱정하냐.”
“유비무환이라고 하니까요. 대비해 두면 좋잖아요?”
“……누가 신 리더 친구 아니랄까 봐. 너도 꽤나 인생 피곤하게 사는 타입이구나?”
진희윤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제 아무리 한국 언론이 극성이라고 해도, 열심히 경기를 치르고 온 선수에게 질타를 보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보다 지수랑 신 리더는 아직도 방에 박혀 있어?”
“네.”
호텔에 돌아 온 직후, 신하율은 아델라와 함께 자신의 방에 틀어박혔다.
그 후로 2시간.
둘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체 뭘 하길래 저녁도 안 먹고 그러고 있다냐.”
“그러게요.”
“가서 물어보고 싶어도, 오지 말라고 그렇게 못을 박았고…….”
진희윤이 입술을 삐죽였다.
자신에게 비밀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신하율과 아델라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겠죠. 때가 되면 말해 줄…….”
그렇게 지순찬이 진희윤의 기분을 달래주려 할 때였다.
후우우우웅-!
쿠구구궁-!
“꺄악!”
“으억!”
돌연 호텔 부지가 떨리며,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뭐, 뭐야 갑자기? 설마 또 마나 재해야?”
자연적인 느낌이 전혀 안 드는 이질적인 떨림과 돌풍.
딱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상황에 진희윤이 기겁하며 벌떡 일어났다.
저번에 묵고 있던 호텔이 마나 재해로 붕괴되기도 했겠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순찬아! 일단 밖으로 피하자!”
“…….”
“순찬아?”
지순찬은 대답이 없었다.
그냥 멍한 표정으로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 뿐.
“이거, 아델라의 마나 아니에요?”
“……어?”
진희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진짜네?”
호텔 전체를 가득 채운 마나는 아델라의 마나와 그 성질이 놀랍도록 흡사했다.
그리고 이 감각은…….
“그제 아델라가 깨달음의 벽을 깨고 있다고 했던 날의 마나랑 비슷한 느낌 같은데요.”
“듣고 보니까…….”
진희윤의 동공이 한층 더 커졌다.
“맞는 거 같은데?”
두 명이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신하율의 방이 있는 방향,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는 방향을 응시했다.
“그럼 뭐야. 그새 또 깨달음의 벽을 허물고 있다는 말이야?”
“그런가 본데요?”
“……미쳤네?”
진희윤과 지순찬이 연달아 헛웃음을 터트렸다.
* * *
바닥에 편하게 앉아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아델라.
마나가 아델라의 신체 주위를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
마나 순환은 완벽하게 안정되었다.
‘좋아.’
굳이 신안을 활성화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현재 아델라의 심장 주위에는 새로운 고리가 스멀스멀 그 형태를 이뤄 가고 있다.
다음에 아델라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5서클 유저가 되어 있으리라.
나는 그런 아델라를 뒤로하고 방 밖으로 향했다.
천천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 뒤에 방문을 닫았다.
“도련님.”
문을 닫자마자, 석현 아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아델라 양이 또…….”
“예. 이번엔 깨달음의 벽을 완전히 부수고 있습니다.”
내 대답에 석현 아저씨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완전히 부수고 있다는 말씀은…… 서클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 라는 말입니까?”
“예. 현재 아델라는 실시간으로 다섯 번째 고리를 엮고 있습니다.”
“세상에…….”
김석현이 입을 반쯤 벌리고 경악했다.
“그런 고로 그림자 분들에게 연락해서, 이곳으로 오는 분들을 모두 막아주시겠습니까? 아델라의 집중이 끊기지 않게요.”
“예. 물론입니다. 바로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석현 아저씨가 손에 쥐고 있던 소형 무전기를 통해 그림자 단원들에게 지시를 했다.
“완료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3층은 완전한 안전지대가 됐다.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 그 누구도 3층에 들어 올 수 없다.
“그나저나. 이 정도의 효능을 지닌 비약을 이리도 흔쾌히 내어 주시다니…….”
김석현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날 응시했다.
“역시 도련님도 남자셨군요.”
“……네?”
그리곤 세상 뜬금없는 말을 했다. 갑자기 남자라니?
“그 귀한 걸 선물로 내 줄 수 있다니. 역시 남자는 사랑 앞에선 다 똑같은가 봅니다.”
“?”
대화의 흐름을 전혀 읽지 못 하겠다.
“그래도 아예 티를 내지 않은 건 실수하신 겁니다. 사랑은 티를 내야 성립하는 거거든요. 대지의 눈물 같은 걸 선물로 줄 땐 그 나름대로 극적인 연출을 해야 충분한 어필이…….”
“잠시만요. 그, 대지의 눈물이라뇨?”
내 말에 김석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시치미 떼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련님께서 아델라 양에게 선물한 비약. 그게 대지의 눈물이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대지의 눈물.
현존하는 비약들 중, 최고라 평가되는 3개의 비약들 중 하나.
그 값어치는 작은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내가 그런 대단한 비약을 아델라에게 선물했다고?
그런 헛소문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생성되어, 퍼져나간 거지?
설마 신의 은총을 대지의 눈물이라고 착각한 건가?
확실히 맛이라든가 촉감이 대지의 눈물과 비슷하긴 하다만…….
“개인적으로 도련님이 직접 드셨으면 싶은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만, 결국 안방마님이 되실 분이 드신 거라고 생각하면, 미래지향적으로…….”
이미 나와 아델라의 자식까지 상상한 듯, 세상 생생한 표정이 된 석현 아저씨.
아저씨에게 저런 면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뭐가 됐던 이번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신비위가 쪽에서도 하율 도련님을 좋게 보고 있고. 아델라 양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으니 제가 가주님께 잘 말해서…….”
“…….”
나는 폭주하고 있는 석현 아저씨를 바라보며 뭐라 답하지도 못 하고 헛웃음만 지었다.
* * *
그날 새벽 1시.
아델라가 마나 순환을 실시하고 있는 방을 뒤로하고, 새 방에서 쉬고 있던 중.
[발신자 : 아버지] [지금 바로 내 방으로 와라.]아버지에게 소환되어, 아버지가 묵고 있는 최상층의 방으로 향했다.
“부르셨습니까.”
중요한 일을 보고 방금 돌아오신 듯, 정장을 입고 계셨다.
“앉아라.”
“네.”
아버지가 앉아 계시는 소파 맞은편에 앉았다.
“들었다. 아델라가 5서클에 올랐다고.”
“예.”
“네가 선물한 비약의 힘이 컸다는 것도 들었다.”
“……예.”
아버지의 미소가 짙어졌다.
뭔가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미소였다.
“그래. 아델라에게 마음이 있다고?”
역시나.
내 불안한 예감이 적중했다.
“오해입니다.”
설마설마 싶었는데, 저런 것까지 다 말했을 줄이야.
“부정 안 해도 된다. 다 이해한다.”
절대 이해 못 한게 분명한 얼굴이었다.
“아버지. 그건 진짜 오해…….”
“됐다. 이 얘기는 나중에 한국에 돌아간 뒤에 하자꾸나.”
“그니까 저는 아델라를…….”
“흠. 상철이가 문제로군. 딸밖에 모르는 그놈이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
“…….”
아버지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귓등으로도 안 들으실 거다.
‘대지의 눈물’이라는 세계 최고의 비약을 내가 섭취하지 않고 아델라에게 선물한 순간부터 내 마음은 아델라를 향하고 있는 게 된 거다.
사랑이 이유가 아니라면 내가 그 비약을 아델라에게 양보할 이유가 없다.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다.
‘그냥 내가 먹어도 의미가 없어서 준 것뿐인데…….’
하지만 신의 은총에 대한 걸 설명할 수가 없기에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 아델라가 5서클이 됐으면 내일 대인전에선 높은 확률로 이기겠군.”
“예. 무조건 이길 겁니다.”
달리아 공략법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4서클일 때도 승률이 5할은 나왔는데, 5서클이 된 지금은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아니, 애초에 지금이라면 그냥 전략 없이 붙어도 아델라의 승률이 높을 거다.
신의 은총을 완벽하게 흡수한 아델라의 재능은 달리아 살렌티아에 비할 바가 아닐 테니까.
“금메달은 확정. 신기록 경신도 따 논 당상.”
“예.”
아버지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신기록을 경신하면 지한이도 절대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이번에야 말로 뭔가 행동을 보일 거다.”
“예.”
지금이야 몸을 사리고 있지만, 신기록이 코앞까지 다가오면 제 아무리 신지한이라도 무리를 할 수밖에 없을 거다.
가만히 앉아서 내게 차기 가주 자리를 내어 줄 수는 없을 테니까.
“거기에 추가로 네가 내일 오후부터 시작될 미궁 탐사에서 또 무언가 대단한 걸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은데…….”
아버지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났다.
“그 말을 하시려고 저를 부르신 거군요.”
내일 시작될 미궁 탐사에서 무언가를 보여줘라.
그걸로 신지한의 정신을 흔들어,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어라.
그런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해 보겠습니다.”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눈을 응시했다.
“어중간한 걸론 안 된다. 지금까지 네가 보여 준 것들보다 한층 더 대단한 걸 보여 줘야 해.”
“예. 알고 있습니다.”
신지한을 안달 나게 하려면 어지간한 걸론 안 된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지한 형님은 물론 아버지도 깜짝 놀랄 만한 마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5서클에 올라서며 한층 진화한 내 마법.
진리의 고리를 이용한 ‘영창’.
그 힘을 선보일 장소가 결정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