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2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122화(122/466)
다음날 아침.
대인전 결승전, 아델라의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 전.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발신인 : 정수아 비서님] [청색 마탑주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계속 혼수 상태셨던, 청색 마탑주님이 눈을 떴다는 연락이었다.
나는 그 연락을 받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리무진을 타고 약 50분을 이동해, 김강인 님이 입원 중인 병원에 도착했다.
로비에서 정수아 비서님을 호출해 마땅한 절차를 밟고 김강인 님이 치료받고 있는 중환자실에 들어섰다.
“음. 오랜만이라고 하면 되는 걸까요.”
산소 공급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기구들을 몸에 달고 있는 김강인.
그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하. 묘한 기분이네요. 제 체감상으론 얼마 안 됐는데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쓰게 웃었다.
호텔 습격 사건 이래로 쭉 혼수 상태였으니까.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안 드는 것도 당연했다.
“몸은 좀 어떠신가요?”
“괜찮습니다. 당장 퇴원해도 좋을 정도로요.”
“…….”
나는 무언으로 김강인의 전신을 훑었다.
정확히는 김강인이 착용 중인 온갖 의료 기기들을 살핀 것이었다.
“이것들은 그냥 검사 기기입니다. 몸에 이상은 없습니다.”
“맞나요?”
나는 옆에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수아 비서님에게 물었다.
“아뇨. 거짓말입니다. 완치까지 적어도 보름은 더 걸릴 거라고 하더군요.”
정수아 비서님이 싸늘한 눈으로 그렇게 답했다.
“수아야, 그럴 땐 그냥 괜찮다고 하는 거야.”
“어차피 들킬 거짓말을 왜 합니까? 아픈 사람이 괜찮다고 거짓말하는 것만큼 민폐인 행위도 없습니다.”
정수아 비서님의 단호한 말에 김강인 님이 할 말을 잃었다.
반박할 말이 없다는 표정.
“크흠.”
김강인 님이 세상 무안해진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아, 그래. 수아야. 일단 침대 좀 올려 줄래?”
“예. 알겠습니다.”
정수아 비서님이 침대 옆에 비치된 조작 단말을 이용해, 침대의 각도를 올렸다.
개인의 체형에 맞춰서 침대의 구조가 변화하는 인체 공학적 마도 침대답게 각도만 변하는 게 아니라, 침대의 구조 그 자체가 변화했다.
“후우. 고마워.”
딱 봐도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 된 김강인이 정수아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별말씀을.”
정수아가 다시 뒤로 물러나 내 옆에 자리 잡았다.
“아, 그나저나 지금 이 시간에 병문안을 와도 되는 건가요? 7분 뒤에 아델라 양의 경기가 시작되잖아요?”
“괜찮습니다. 결승이야 여기서 김강인 님과 같이 보면 되니까요.”
아델라에겐 미안하지만, 경기 응원 보다 병문안이 우선이었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신 분이다.
그런 분이 열흘 만에 병상에서 일어나셨다는데, 응원이 중요하겠는가.
“경기가 끝난 뒤에 오셔도 됐을 텐데 말이죠.”
김강인 님이 쓴 웃음을 지었다. 결승의 응원보다 자신의 병문안을 우선시한 게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이거, 괜히 아델라 양에게 원망 받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제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팀의 리더를 제가 데려간 꼴이니…….”
“아델라에겐 미리 양해를 구해 뒀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애초에 그런 성격도 아니고요.”
“하긴. 아델라 양이 그런 걸 마음에 담아 둘 성격은 아니죠.”
김강인 님의 시선이 정수아 비서님에게로 슬그머니 돌아갔다.
“……왜 절 보면서 말하십니까?”
정수아 비서님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었다.
김강인 님이 놀라서 시선을 휙 돌렸다.
“크흠. 그보다 들었습니다. 무려 신기록을 경신하기 직전이시라고요.”
“예.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다는 것만으로 신기록 경신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 하율 군의 실력이죠.”
김강인 님의 두 눈동자에서 뿌듯함과 대견함이 묻어 나온다.
질투를 품을 만도 한데, 그런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온통 기쁨과 즐거움 같은 선의 감정에서 비롯된 감정들뿐.
“이거, 2달 전에 하율 군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했겠어요.”
한국팀의 메인 스폰서로서, 한국팀의 고공행진은 기쁜 게 당연했다.
“누구 한 명이 엄청나게 반대했었는데. 그때 그 말을 수용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김강인 님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정수아 비서님을 응시한다.
그 시선으로 알 수 있었다.
올림피아드 후원을 끝까지 반대한 건 정수아 비서님임이 분명했다.
“…….”
정수아 비서님의 표정이 다시금 짜게 식었다.
“……예. 현명하신 마탑주님의 혜안을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 했습니다.”
그리곤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현명하신 마탑주님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제 주관적인 의견 따위, 속에만 담아둬야겠습니다.”
“……어?”
그 말에 김강인 님이 당황했다.
이건 예상 못 했다는 표정이다.
“수, 수아야? 그래도 의견 정도는 내 줘야…….”
“하면 뭐합니까. 맨날 다 듣고 나서도 마탑주님 마음대로 하시는데.”
무뚝뚝한 포커페이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아야 하는 딱딱한 얼굴에서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딱 봐도 알 수 있었다.
삐졌다.
“저는 그냥 서류나 처리하는 기계로 남아 있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도 서류 처리 전문 기계나 마찬가지였네요. 그닥 다를 바 없군요.”
“아니, 수아야. 일단 내 말을 좀 들어 봐.”
“그럼 전 처리 못 한 서류가 있어서 먼저 가 보겠습니다. 뭔가 시키실 일이 있으시다면 또 불러주시길.”
“수아야!”
정수아 비서님은 냉정하게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
김강인 님이 세상 당황한 표정으로 정수아 비서님이 사라진 병실의 문만을 응시한다.
“열흘 동안 마음고생 심하셨을 텐데, 거기서 그런 장난을 치시면…….”
“끄응.”
장난의 스페셜리스트로서 말하자면 이번엔 100% 김강인 님의 과실이다.
장난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쳐야 하는 법이다.
“그냥 분위기를 좀 풀어 보려고 했을 뿐입니다만…….”
김강인 님이 뭐라 말하려다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후. 제가 실수한 것 같네요. 사과해야겠어요.”
“예. 그냥 가볍게 삐지신 것뿐이실 테니, 금방 풀릴 겁니다.”
“예.”
김강인 님이 다시금 쓰게 웃었다.
병실 내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우우우웅-!
그 순간, 내 폰이 진동했다.
[알람] [AM 11:29]경기 관람을 위해 미리 맞춰 둔 알람이 울린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만. 먼저 결승부터 본 뒤에 해도 될까요?”
“아. 알람이었군요. 예. 물론입니다. 저도 기대하고 있는 경기기도 하고요.”
김강인 님의 눈동자가 기대감으로 번들거렸다.
“그럼 홀로그램 모드로 전환해서 송출하겠습니다.”
“굳이 폰으로 안 키셔도 됩니다. TV는 그쪽 단말을 통해서 킬 수 있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나는 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아까 전, 정수아 비서님께서 조작하시던 단말기기 쪽으로 향했다.
복잡한 버튼들 사이, TV라는 항목이 있었다.
해당 버튼을 누르자, 병실 중간에 홀로그램 화면이 크게 떠올랐다.
―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영상이 송출됨과 동시에 해설자의 흥분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완벽한 타이밍이네요.”
김강인 님이 날카로운 눈으로 화면에 집중했다.
[10, 9, 8]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화면에 아델라와 달리아의 얼굴이 송출되었다.
“승률은 얼마나 된다고 보고 있나요?”
빠르게 줄어드는 카운트.
경기장에 넘실거리는 마나.
“김강인 님은 몇 퍼센트 정도로 보고 계신가요?”
[6, 5, 4]두 여인의 모습이 병행되어 화면에 송출되며, 긴장감이 고조되어갔다.
“글쎄요.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땐, 3할 정도일까요.”
“굉장히 높게 쳐 주셨네요.”
“하율 군이 준비했을 전략을 생각하면 3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을 뿐입니다. 서클 차이가 있다고 해도요.”
“제 전략을 상당히 높게 쳐 주시는군요.”
“그럼요. 지금까지 본 게 있는데요.”
[3, 2, 1]경기장에 청염이 요동치고, 달빛이 똬리를 내렸다.
두 여인이 완벽하게 전투태세에 들어섰다.
“어떤가요? 정답인가요?”
“아뇨. 오답입니다.”
[Start!]삐이-!
시합 시작을 알리는 경종이 울림과 동시에 두 명이 동시에 마법을 쏘았다.
푸른 불꽃과 달빛의 격돌.
모두가 달빛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을 테지.
“저희가 자체적으로 결론 내린 아델라의 승률은…….”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압도하는 건 달리아의 청염이 아니라 아델라의 달빛이었다.
“100%.”
달빛이 모든 것을 심판하듯이, 청염을 빠르게 집어 삼킨다.
그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광경에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월광(月光)?”
김강인이 눈을 크게 뜨고 중얼거렸다. 지금 자신이 본 게 맞는 건가 싶은 표정.
“어떻게 아델라 양이 월광(月光)을…….”
월광(月光).
신비위가가 자랑하는 월(月) 속성 마법 중 5서클에 해당하는 마법.
“아델라 양도…… 5서클이 됐다는 겁니까?”
“예.”
월광이 뿜어내는 막대한 달빛의 폭류. 대낮임에도, 밤이 된 것 같은 묘한 풍경.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직이 답했다.
“아델라는 어제 깨달음의 벽을 허물고 5서클 유저가 됐습니다.”
“……세상에.”
완전히 넋이 나간 김강인 님의 옆얼굴을 힐끔 바라 본 뒤,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아델라 스테어트! 압도합니다!
―파란! 파란이네요!
병실에는 해설자와 캐스터의 흥분된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 *
한편, 그 시간 한국.
신지한의 방.
―우승을 차지한 건 한국! 아델라 스테어트! 설마설마했던 일이 진짜로 일어났습니다!
―정말 매 경기 경기가 레전드네요!
신지한은 홀로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딱, 딱, 딱.
신지한의 검지가 의자 옆면을 두드리는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울렸다.
그의 불안한 심리를 나타내듯, 빠르고 거칠다.
―이제 정말 신기록 경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 제가 다 떨리는 기분이에요!
서로 호들갑을 떨며 티키타카를 이어가는 해설자와 캐스터.
그 둘을 바라보며 신지한이 인상을 찡그렸다.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그대로 벽면에 세게 던졌다.
쾅! 쨍그랑!
단단한 양주잔이 벽면에 부딪치고, 산산이 박살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시발.’
신지한이 속으로 욕을 되뇌었다.
지금 이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두가 신하율을 치켜세우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웅, 우웅!
테이블 위에 올려 둔 신지한의 폰이 세차게 떨렸다.
연이어 다섯 번.
화면에 편지 모양이 떠 오른 것으로 보아 문자가 온 것이리라.
신지한은 신경질적으로 폰을 들어 올렸다.
[발신자 : 신세아] [오빠 큰일 났어. 장로들의 과반수가 하율이 쪽으로 붙었어.]첫 번째 문자는 신세아가 보낸 문자였다.
그 문자를 무표정하게 확인한 신지한이 답장도 않고 바로 다음 문자를 확인했다.
[발신자 : 강하웅] [도련님. 장로님들께서…….] [발신자 : 김민훈] [현재, 파벌 내에서……]다섯 문자 모두 말만 조금씩 다르지, 다 같은 내용이었다.
장로들이고 뭐고 가문 내 구성원들 다수가 신하율을 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말이었다.
우웅, 우웅!
문자를 확인하는 와중에도 다른 문자가 끊임없이 왔다.
내용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신하율에게 모든 지지가 쏠리고 있다.
“신하율, 신하율, 신하율!!”
신지한이 쥐고 있던 폰까지 벽에 집어 던져 버렸다.
폰이 벽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
“시발. 시발. 시발……!”
신지한이 욕설을 되뇌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마음에 안 들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어.”
지금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는 부하들이나 신세아가 짜증났다.
갑자기 마음을 돌린 장로들에게 살의가 일었다.
신지한의 계속된 어필에도 끝까지 마음을 돌리지 않고 중립으로 남아 있던 중립 세력들이 신하율에게 붙은 것에 분노가 치밀었다.
“신하율, 신하율!”
신하율을 죽이고 싶었다.
천륜이고, 자신의 입장이고, 다 집어 치우고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다.
“흑색 마탑 이 개 같은 새끼들…… 내가 준 돈이 얼만데…….”
그리고 무엇보다, 18살 꼬맹이 하나 제대로 처리 못 하는 흑색 마탑에게 진심 어린 살의가 치솟았다.
“뭐? 지금은 바쁘니까 좀 기다리고 있어? 신하율은 어떻게든 처리해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벌써 세 번이나 실패한 새끼들이 누구한테 기다리라 마라야.
신지한의 어금니 사이에서 까드득 소리가 들렸다.
‘무능한 새끼들. 내가 그 새끼들을 믿은 게 애초부터 잘못이었어.’
이미 흑색 마탑에 대한 신뢰는 사라진지 오래다.
더 이상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직접 처리해야 해.’
만에 하나를 대비하기 위해서 직접 움직이는 건 자제하려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다소 무리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직접 움직이는 수밖에.
‘미리 준비를 해 둬서 다행이군.’
신지한이 그대로 방을 나서, 거실에 비치되어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곤 그대로 신세아의 번호를 입력,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오빠? 지금 어디…….
“세아야.”
그리곤 당황하는 신세아의 목소리를 잘라내고 묵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오빠가 부탁했던 거. 다 했지?”
이번에야 말로 이 지긋지긋한 악연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이번에 둘 중 한 명은 죽게 될 테지.
‘세아나, 하율이. 둘 중 한 명이.’
신지한의 두 눈이 질척한 결의로 어둡게 빛났다.